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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변신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민음사)

by handaikhan 2023. 2. 4.

민음사 세계문학 4

프란츠 카프카 - 변신 (1915년)

 

분명 집이 비어 있지는 않았건만 사방은 너무도 고요했다. ‘이 얼마나 고요한 생활을 식구들은 영위하고 있는가 하고 말하며 그레고르는 자기 앞의 어둠을 물끄러미 응시한 채 스스로가 부모와 누이에게 그러한 삶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는 데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고요, 모든 유복함, 모든 만족이 졸지에 충격으로 끝나버린다면 어떨까? (p33)

 

그레고르의 근심은 당시에 오로지 모두를 여지없는 절망으로 몰아넣은 사업의 불운을 식구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잊어버리게끔 하는 데 전력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당시 그는 아주 특별한 열의를 다 바쳐 일을 시작했었고 단 하룻밤 사이에 보잘 것 없는 점원 보조원에서 외판사원이 되었다. 외판사원은 물론 돈을 버는 방식이 아주 달랐고 작업의 성고가 즉시 수수료의 형식으로 현금으로 변했으니 그것을 놀라고 기뻐하는 집안 식구들 앞 테이블 위에 놓을 수가 있었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 이후에는 한번도 그런 시절이, 적어도 그런 빛을 띠고는 되풀이되지 않았던 것이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되풀이되지 않아던 것이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온식구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감당하기도 했건마 말이다. 사람들이 익숙해졌던 것이다. 식구들이나 그레고르 역시도, 식구들은 돈을 감사하게 받았고, 그는 기꺼이 가져다주었으나, 특별한 따뜻함은 더 이상 우러나지 않았다. 자기와는 달리 음악을 몹시 사랑하고감동적으로 바이올린을 켤줄 아는 누이를, 내년에, 돈이 많이 들겼지만 어떻게든 돈이야 만들 테니,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음악 학교에 보내는 것이 그레고르의 남모르는 계획이었다. (p39-40)

 

내보내야 해요 누이동생이 소리쳤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버지. 이제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예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어떤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내쫓아내고, 분명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게 하려는 거예요 (p70-71)

 

그럼 이제 어쩐다?’ 자문하며 그레고르는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곧 그는 자기가 이제는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 가느다란 작은 다리를 가지고 실제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는 제법 쾌적하게 느꼈다. 온몸이 아프기는 했으나, 고통이 점점 약해져 가다가 마침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그의 생각은 아마도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 더 단호했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내내 이런 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는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p72-73)

 

그러고 나서는 셋이 다 함께 집을 떠났다, 벌써 여러 달 전부터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하여 전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그들 모두가 탄 칸은 따뜻한 햇볕이 속속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뒤로 기대고,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는데 좀더 자세히 관망해 보니 장래가 어디까지나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은 서로 전혀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던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특히 앞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서 가장 큰 상황의 개선은 물론 집을 한번 바꿈으로써 쉽게 이루어질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이제 좀더 작고 값싼, 그러나 위치가 낫고 전반적으로 보다 실용적인 집을 갖고자 했다. 마치 지금 집은 그레고르가 찾아냈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들이 그렇게 환담하고 있는 동안 잠자 씨와 잠자 부인은 점차 생기를 띠어가는 딸을 보고 거의 동시에 딸이, 이즈음 들어 워낙 고달프다보니 두 뺨이 창백해지기는 했건만, 아름답고 풍염한 소녀로 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수가 적어지며 또 거의 무의식적으로 눈초리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내외는 이제 딸을 위해 착실한 남자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목적지에 이르러 딸이 제일 먼저 일어서며 그녀의 젊은 몸을 쭉 뻗었을 때 그들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의 확증처럼 비쳤다. (p78)

분명 집이 비어 있지는 않았건만 사방은 너무도 고요했다. ‘이 얼마나 고요한 생활을 식구들은 영위하고 있는가 하고 말하며 그레고르는 자기 앞의 어둠을 물끄러미 응시한 채 스스로가 부모와 누이에게 그러한 삶을 마련해 줄 수 있었다는 데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고요, 모든 유복함, 모든 만족이 졸지에 충격으로 끝나버린다면 어떨까? (p33)

 

그레고르의 근심은 당시에 오로지 모두를 여지없는 절망으로 몰아넣은 사업의 불운을 식구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속히 잊어버리게끔 하는 데 전력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당시 그는 아주 특별한 열의를 다 바쳐 일을 시작했었고 단 하룻밤 사이에 보잘 것 없는 점원 보조원에서 외판사원이 되었다. 외판사원은 물론 돈을 버는 방식이 아주 달랐고 작업의 성고가 즉시 수수료의 형식으로 현금으로 변했으니 그것을 놀라고 기뻐하는 집안 식구들 앞 테이블 위에 놓을 수가 있었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 이후에는 한번도 그런 시절이, 적어도 그런 빛을 띠고는 되풀이되지 않았던 것이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되풀이되지 않아던 것이다. 후일 그레고르가 돈을 많이 벌어, 온식구의 낭비를 감당할 수 있었고 실제로 감당하기도 했건마 말이다. 사람들이 익숙해졌던 것이다. 식구들이나 그레고르 역시도, 식구들은 돈을 감사하게 받았고, 그는 기꺼이 가져다주었으나, 특별한 따뜻함은 더 이상 우러나지 않았다. 자기와는 달리 음악을 몹시 사랑하고감동적으로 바이올린을 켤줄 아는 누이를, 내년에, 돈이 많이 들겼지만 어떻게든 돈이야 만들 테니, 비용에 상관하지 않고 음악 학교에 보내는 것이 그레고르의 남모르는 계획이었다. (p39-40)

 

내보내야 해요 누이동생이 소리쳤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버지. 이제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예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어떤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랬더라면 오빠는 없더라도 계속 살아가며 명예롭게 그에 대한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내쫓아내고, 분명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게 하려는 거예요 (p70-71)

 

그럼 이제 어쩐다?’ 자문하며 그레고르는 어둠 속을 둘러보았다. 곧 그는 자기가 이제는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그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이 가느다란 작은 다리를 가지고 실제로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생각되었다. 그는 제법 쾌적하게 느꼈다. 온몸이 아프기는 했으나, 고통이 점점 약해져 가다가 마침내 아주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았다. 그의 등에 박힌 썩은 사과와, 온통 부드러운 먼지로 덮인 곪은 언저리도 그는 어느덧 거의 느끼지 못했다. 감동과 사랑으로써 식구들을 회상했다.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그의 생각은 아마도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 더 단호했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시를 칠 때까지 그는 내내 이런 텅 비고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사위가 밝아지기 시작하는 것도 그는 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p72-73)

 

그러고 나서는 셋이 다 함께 집을 떠났다, 벌써 여러 달 전부터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하여 전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그들 모두가 탄 칸은 따뜻한 햇볕이 속속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좌석에 편안히 뒤로 기대고,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는데 좀더 자세히 관망해 보니 장래가 어디까지나 암담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은 서로 전혀 상세히 물어보지 않았던 세 사람의 직장이 썩 괜찮았으며 특히 앞으로는 상당히 희망적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서 가장 큰 상황의 개선은 물론 집을 한번 바꿈으로써 쉽게 이루어질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들은 이제 좀더 작고 값싼, 그러나 위치가 낫고 전반적으로 보다 실용적인 집을 갖고자 했다. 마치 지금 집은 그레고르가 찾아냈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들이 그렇게 환담하고 있는 동안 잠자 씨와 잠자 부인은 점차 생기를 띠어가는 딸을 보고 거의 동시에 딸이, 이즈음 들어 워낙 고달프다보니 두 뺨이 창백해지기는 했건만, 아름답고 풍염한 소녀로 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수가 적어지며 또 거의 무의식적으로 눈초리로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내외는 이제 딸을 위해 착실한 남자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목적지에 이르러 딸이 제일 먼저 일어서며 그녀의 젊은 몸을 쭉 뻗었을 때 그들에게는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의 확증처럼 비쳤다.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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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5년 12월 31일 ~ 1924년 12월 31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소설가.

현재 체코의 수도인 프라하(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영토)에서 유대인 부모의 장남으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프라하 유대인 사회 속에서 성장했다. 1906년 법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 1907년 프라하의 보험회사에 취업했다. 그러나 그의 일생의 유일한 의미와 목표는 문학창작에 있었다. 1917년 결핵 진단을 받고 1922년 보험회사에서 퇴직, 1924년 오스트리아 빈 근교의 결핵요양소 키얼링(Kierling)에서 사망하였다. 카프카는 사후 그의 모든 서류를 소각하기를 유언으로 남겼으나,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가 카프카의 유작, 일기, 편지 등을 출판하여 현대 문학사에 카프카의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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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단편 - 프란츠 카프카 (박병덕 옮김, 현대문학)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편영수 옮김, 창비 세계문학)

변신 - 프란츠 카프카 (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카프카 전집 10권 (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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