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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검은 고양이 - 애드거 앨런 포 (조영학 옮김, RHK)

by handaikhan 2023. 2. 4.

더 레이븐 - 애드거 앨런 포

애드거 앨런 포 - 검은 고양이 (1843년)

 

어느날 여느 때처럼 마을 주변을 순례한 후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왔는데, 어쩌니 고양이가 나를 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놈을 붙잡았다. 그런데 그때 폭력에 놀란 고양이가 이빨로 내 손에 가벼운 생채기를 냈다. 악귀 같은 분노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았다. 더 이상 나는 없었다. 본연의 영혼은 내 몸을 떠나 버리고, 술기운에 더욱 악랄해진 마성이 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조끼 주머니에서 주머니칼을 꺼내 펼치고는 고양이 목덜미를 잡고 한쪽 눈을 파냈다! 아, 이토록 잔인한 행위를 묘사하자니, 이 얼마나 부끄럽고 치욕스러운지! 다음 날 아침, 지난밤의 폭음을 잠으로 소진하고 제정신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 두려움과 참회의 염이 일기는 했으나, 기껏해야 미미하고 모호한 감정에 불과했다. 영혼의 고통 따위는 없었다. 나는 다시 폭음에 빠져들고 악행의 기억 또한 와인 속에 모두 익사하고 말았다.

느리나마 고양이도 회복되었다. 눈을 빼앗긴 눈구멍이야 끔찍했지만 더 이상 고통스러운 것 같지는 않았다. 놈은 언제나처럼 집 안을 돌아다녔으나 내가 접근하면 잔뜩 겁에 질려 달아났다. 뭐 , 예상했던 바다. 내게도 옜 감정이 아예 소멸된 것은 아닌지라, 그렇게 나를 사랑했던 짐승이 노골적인 혐오감을 드러내자 살짝 슬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 또한 곧바로 로 울분으로 바뀌고, 내 멸망에 최후통첩이라도 하듯, 기어이 사악한 영혼에 정복당하고 말았다. 영혼에 대해 철학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내 영혼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지금보다 더 확신할 수는 없다. 사악함은 인간 영혼의 가장 원초적인 충동이자 기본적인 기능 및 감성에 속하며, 따라서 인간의 성격을 규정한다. 단지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야비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을 수도 없이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던가? 법이 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법을 어기고 싶은 욕망에 끊임없이 시달리지 않던가? 그것도 우리 나름의 판단을 빌미로 말이다. 조금 전 언급한 사악함, 즉 극단적 악의는 내 멸망의 종착역을 뜻했다. 무해한 짐승에의 폭력을 재재하여, 궁극적으로 완성도도록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영혼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영혼의 본성을 공격하고 오직 악을 위해 악을 행하고자 하는 영혼의 불가해한 갈망이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지독한 냉혈환으로 변신해 고양이 목에 올가미를 걸어 나뭇가지에 매달았다.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혹독한 참회를 하면서 그 일을 했고, 또 그놈이 나를 사랑했으며 따라서 내가 해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 일을 했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죄를 지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고양이를 매달았다. 가장 자애로운 동시에 가장 두려운 신의 무한한 자비의 손조차 다다를 수 없는 곳으로 내 불후의 영혼을 내몰기 위해 기어이 죽음의 죄를 범한 것이다. (p.7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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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년 1월 19일 ~ 1849년 10월 7일)

미국의 작가·시인·편집자·문학평론가이다.

미국 낭만주의의 거두이자 미국 문학사 전체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는 작가이다. 미스터리 및 마카브레 작품들로 가장 유명하며, 미국 단편 소설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또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최초로 만들어냈다고 평가받으며, 나아가 과학소설 장르의 형성에 이바지했다. 그는 오로지 저술과 집필을 통해서만 생활하려 한 미국 최초의 전업작가이며, 이 때문에 생전에 심한 재정난과 생활고를 겪으며 유년기를 제외한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다.
보스턴에서 배우 부부의 둘째 아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1810년 가정을 버리고 떠나 버렸고, 이듬해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고아가 되었다. 이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살던, 존 앨런과 프란세스 앨런 부부가 어린 포를 데려갔다. 앨런 부부는 포를 정식으로 입양하지는 않았으나, 포는 청소년이 될 때까지 그들과 함께 살았다. 어른이 된 포는 도박 빚 및 교육비 문제로 존 앨런과 사이가 악화되었다. 포는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돈이 없어서 한 학기만 다니고 중퇴했다. 포는 교육비 문제로 앨런과 싸우고 1827년 육군에 입대했다. 이때쯤 출판 경력이 시작되어 1827년 ‘보스턴 사람(Bostonian)’이라는 필명으로 《타메를란 외 시집》을 출간했다. 1829년 프란세스 앨런이 사망하자 포와 존 앨런은 일시적으로 화해를 했다. 그러나 이후 웨스트포인트 사관후보생이 되었다가 장교가 되지 못할 것 같자 시인이자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하고 존 앨런과 완전히 갈라졌다.
포는 산문문학으로 관심사를 옮겨 그 뒤 몇 년 동안 문학학술지 및 정기간행물에 글을 기고했고, 특유의 문학비평으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직업 관계로 포는 볼티모어·필라델피아·뉴욕 시 등지를 전전했다. 1835년 볼티모어에서 13살짜리 사촌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했다. 1845년 포는 시집 《도래까마귀》를 출간해 일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하지만, 2년 뒤 아내 버지니아가 폐결핵으로 죽었다. 그 뒤 몇 년 동안 포는 《펜》이라는 이름의 자기 문학지를 만들기로 계획했으나(이후 제목은 《스타일러스》로 변경), 계획을 실현으로 옮기기 전에 사망했다. 1849년 10월 7일, 향년 40세였다. 포는 볼티모어에서 죽었는데, 그 사인이 불분명하다. 알코올·뇌내출혈·콜레라·마약·심장병·광견병·자살·폐결핵 등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다.
에드거 앨런 포와 그의 작품은 미국 문학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으며, 우주론과 암호학 같은 문학 외의 분야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포의 작품들은 오늘날 문학·음악·영화를 막론하고 여러 대중문화에서 접할 수 있으며, 그의 생가 수 채가 박물관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전미 미스터리 작가상은 미스터리 장르에 포가 남긴 족적을 기념하여 매년 에드거 상이라는 상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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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 애드거 앨런 포 (전승희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포 단편선 - 애드거 앨런 포 (김석희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포 단편선 - 애드거 앨런 포 (전대호 옮김, 부북스)

포 전집 (바른번역, 코너스톤)

포 단편선 - 애드거 앨런 포 (김기철 옮김, 문예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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