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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4. 수필13

눈물이란 무엇인가 - 심노숭 (김영진 옮김, 택학사) 태학산문선 102 심노숭 - 눈물이란 무엇인가 다른 집들을 보면 남편이 꽃과 나무에 대한 벽이 심하여 어떤 이는 방에 들어와 비녀와 팔찌를 찾아 팔기까지 한다는데 당신은 이와 반대로 집이 낡았다고 꽃과 나무까지 팽개쳐 두고 계십니다. 집은 비록 낡았어도 꽃과 나무를 잘 가꾼다면 또한 집의 볼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p.41) 아! 이것은 참으로 오래된 계획이었다. 남원을 버리고 파주로 가겠다던 그 계획을 이제야 이루었는데 아내와 하루도 함께 거하지 못하였으니 뒤에 죽는 것이 다만 슬픔만을 더한즉 사람이 구구히 삶을 도모하여 스스로 오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또한 미혹된 짓이 아닌가! (p.43) 지난해 나는 관서 지역으로 나가 3개월간 그곳 강산 구경하며 천리 멀리서 노닐었찌. 돌아와 보니 그대는 병들었고.. 2023. 2. 2.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최순우 (학고재) 최순우 -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1994년) 금동미륵보살반가상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지닌 아름다움의 특색은 사색하는 부처님으로서의 깊고 맑은 정신적인 아름다움이 인체 사실의 원숙한 조각 솜씨와 오묘한 해화를 이루어 주는 데에 있다. 슬픈 얼굴인가 하고 보면 그리 슬픈 것 같이 보이지도 않고, 미소짓고 계신가 하고 바라보면 준엄한 기운이 입가에 간신히 흐르는 미소를 누르고 있어서 무엇이라고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함을 뼈저리게 해 주는 것이 이 부처님의 미덕이다. 인자스럽다, 슬프다, 너그럽다, 슬기롭다 하는 어휘들이 모두 하나의 화음으로 빚어진 듯 머리 속이 저절로 맑아 오는 것 같은 심정을 일으키는 것은 바로 그러한 부처림의 중생에게 내리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p.116) 바른다리.. 2023. 2. 2.
한국 고전 수필선 - 정진권 (범우사) 범우사 사르비아 총서 정진권 - 한국 고전 수필선 I. 한문 수필 1. 상진평왕서 - 김후직 2. 천축기행 - 혜초 3. 한식제진망장사문寒食祭陣亡將士- 최치원 (계원필경) (p.27-30) 한식날에, 진중에서 싸우다 죽은 장병들을 제사하는 글 오호라, 삶이 유한함은 고금이 탄식하는 바이나, 죽은 자의 이름이 오히려 불후하기도 한 것은 목숨보다 충의를 앞에웠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온몸을 다하여 활을 당겼다. 통쾌하게 힘을 떨쳐 적의 수레를 뒤엎었다. 그리하여 웅비의 대열에서 기개를 드높이다 아관 앞에 몸을 마치니, 능히 간과(방패와 창)에 용맹을 떨치고 참으로 상자(침상)에서 죽는 부끄러움을 면하였구나. 이제 들풀은 다시 푸르고 꾀꼬리 좋이 우나 아득한 강물에는 흐르는 한이 끝없다. 아, 저 황량한 무덤들.. 2023. 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