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우사 사르비아 총서
정진권 - 한국 고전 수필선
I. 한문 수필
1. 상진평왕서 - 김후직
2. 천축기행 - 혜초
3. 한식제진망장사문寒食祭陣亡將士- 최치원 (계원필경) (p.27-30)
한식날에, 진중에서 싸우다 죽은 장병들을 제사하는 글
오호라, 삶이 유한함은 고금이 탄식하는 바이나, 죽은 자의 이름이 오히려 불후하기도 한 것은 목숨보다 충의를 앞에웠기 때문이다.
그대들은 온몸을 다하여 활을 당겼다. 통쾌하게 힘을 떨쳐 적의 수레를 뒤엎었다. 그리하여 웅비의 대열에서 기개를 드높이다 아관 앞에 몸을 마치니, 능히 간과(방패와 창)에 용맹을 떨치고 참으로 상자(침상)에서 죽는 부끄러움을 면하였구나.
이제 들풀은 다시 푸르고 꾀꼬리 좋이 우나 아득한 강물에는 흐르는 한이 끝없다. 아, 저 황량한 무덤들 속에 그대들의 혼이 있는 줄을 누가 알랴.
내 생각하노라, 그대들의 옛 공이여.
내 슬퍼하노라, 시절의 아름다움이여.
我所念兮舊功勞
我所傷兮好時節
<시절은 다시 좋은데 그대들은 왜 다시 못 오나 하는 슬픔, 그대들은 가고 없는데 시절만 좋으면 무얼 하나 하는 슬픔>
나 이제 박한 술이나마 여기 한잔 베풀어 저승에 노니는 그대들의 영혼을 위로하려 한다. 그대들은 두회의 항적을 꾀하고 온서의 회귀를 본받지 않아 능히 장한 뜻을 이루었다. 이것을 음공이라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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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으면 좋은 책)
새벽에 홀로 깨어 - 최치원 (김수영 옮김, 돌베개)
秋夜雨中 (추야우중) - 최치원
秋風唯苦吟 (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 (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 (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 (등전만리심)
바람 이는 가을밤의 나의 노래는
아득한 세상길에
듣는 이 없어
찬비 오는 이 한밤을 등잔 돋우며
꿈속인 듯 치닫는
그리운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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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계부 - 김부식
5. 여조역락서 - 임춘
6. 흑모란黑牡丹 - 이인로 (파한집) (p.41-46)
항양 자진이 관동에 원으로 나갔을 때 그 부인 민씨는 투기가 심하여 비할 데가 없었다. 헌데 거기 한 게집종이 있어 자색이 아름다웠다. 민씨가 자진으로 하여금 가까이 못 하게 하니, 자진이 말하기를
"그게 무에 그리 어려운 일이오?"
하고는, 그 계집종을 고을 사람의 소하고 바꾸었다. 내가 이 소문을 듣고 장난삼아 절구 한 수를 지었는데 시는 다음과 같다.
호숫가의 꾀꼬리 다 날아가
강 언덕에 잃은 패물
찾을 길 없네.
복사꽃 버들잎은 어디 있느뇨
어이타 난간아래
흑모란인가.
그러나 길이 막혀 부득이 부치지를 못했다.
그 후 20여 년, 자진이 새로 홍도정리에 집을 얻어 나와 이웃하게 되었다. 해서 아침저녁으로 상종을 했는데, 하루는 그가 내 시고를 보자 청하므로 한 통을 꺼내 보여 주었더니, 반쯤 읽어 가다가, <내 벗이 마나님의 등쌀에 못 이겨 계집종으로써 소와 바꾸었다는 말을 듣고>라 제 한 것을 보고는 퍽 놀라 물었다.
"이게 누군가?"
내가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자네야."
자진이 또 말했다.
"음, 이런 일이 있었네. 허나 이건 내간에서의 한때의 장난이었으니 자네가 조롱할 일은 아니야. 하기야 이런 일이 없었다면 내가 무엇으로써 자네의 그 만고에 빛날 시명을 돕겠는가?"
부인 민씨는 자진보다 먼저 죽었다. 자진은 그 후 8년을 환거했으나 오히려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 이 독행군자 아닌가?
<장덕순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수필문학사]에 이 글 전문을 싣고 다음과 같이 극찬한 바 있다.
비첩과 소를 바꾸는 소재도 기발하려니와 이를 풍자한 시가 역시 여속하지 않다. 이 한 편은 시화라기보다는 시를 곁들인 주옥 같은 수필이라고 할 만하다.>
역락이 장차 양주 원으로 부임하려 할새, 내 자진으로 더불ㅇ러 새벽에 천수사 문앞에 이르렀으니, 이는 거기서 그를 전별하고자 함이었다. 헌데 역락이 다른 벗들에게 붙잡힌 바 되어 한낮이 되어도 오지 않았다.
우리 둘은 천천히 걸어 절 안을 구경했다. 아무도 없었다. 내가 담묵으로 절 문짝에 시 한 수를 썼다.
누가 올까 기다려도 오는 이 없고
스님이나 있나 봐도
스님도 없고,
숲 밖에서 새들만 지저귀는데
술잔이나 들라고
권하는 겐가.
書天壽僧院壁 (서천수승원벽) - 이인로
送客客未到(송객객미도)
尋僧僧亦無(심승승역무)
唯餘林外鳥(유여임외조)
관曲勸提壺(관곡권제호)
그 20여 년 후, 자진의 집에서 한 중을 만났는데 그 언어와 용모가 범상치 않았다. 그가 손을 모으고 나에게 말했다.
"일찍이 좋은 시를 보여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무슨 말인지 도무지 깨닫지 못하자 그가 이 시를 외고는 다시 말했다.
"제가 당시 천수사의 주승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한번 껄껄 웃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 시를 가집에 넣었다. (파한집)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파한집 - 이인로 (구인환 옮김, 신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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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주뢰설舟賂說 - 이규보 (p.47-50)
배에서 주는 뇌물 이야기
이자가 남으로 한 강을 건너는데, 함께 건너는 또 한 배가 있었다. 배의 크기도 같고 노꾼의 수효도 비슷했으며 거기 실은 인마의 수도 거의 같았다.
그런데 잠시 후에 보니, 그 배는 드자마자 나는 듯하여 이미 저쪽 언덕에 닿았는데, 내가 탄 배는 머뭇거리며 나아가지 않았다. 까닭을 물은즉 배 안에 있는 사람이 말했다.
"저 배는 함께 탄 사람들이 노꾼들에게 술을 먹여서 그들이 힘껏 노를 저었기 때문에 그런 거요."
나는 부끄러운 빛을 감출 수 없었고, 인하여 탄식해 마지 않았다.
"아아, 하찮은 작은 배 한 척이 물을 건너는 데에도 뇌물이 있고 없음에 따라 그 나아감에 질서와 선후가 있는데, 하물며 환해의 넓은 바다를 다투며 건너는 데 있어서이랴. 돌아보매 내 손에 돈 한 푼 없으니, 지금까지 얕은 벼슬 하나 못한 것이 어찌 당연하지 않은가?"
8.접과기接菓記 - 이규보 (p.51-54)
과수 접붙이기에 관한 글
처음에는 터무니 없는 거짓 같지만, 나중에는 놀랍게도 참인 것이 있다. 가령 접과 같은 것이다. 내 선친께서 살아 계실 때 키다리라고 부르는 전씨가 접과를 잘 했다. 해서 선친께서 시험삼아 그에게 일을 맡긴 일이 있다.
동산에 나쁜 배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전씨는 그 두 나무를 다 톱으로 자르고, 좋은 배나무를 구하여 그 졸가리 약간을 베어다가 자른 배나무 그루터기에 붙였다. 그리고는 기름과 진흙으로 쌌는데 그때 나는 그것이 참 터무니없는 짓으로 보였다. 싹이 나고 잎이 피어도 여전히 믿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울연히 여름 그늘 드리우고 분연히 가을 열매 맺은 연후에야 그것이 참인 것을 믿고 비로소 터무니없는 거짓으로 의심하던 것을 마음에서 지웠다.
선친께서 가신지 아홉 해다. 나무를 보고 그 열매를 먹으니 선친의 엄하시던 얼굴이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더러는 나무를 잡고 흐느끼며 차마 버리고 떠나지를 못한다. 옛 사람 중에 소백과 한선지로 해서 감당나무를 베지 말라던 사람, 흙을 북돋아 진귀한 나무를 심자던 사람이 있었다. 하물며 아비가 일찍이 가지고 있다가 자식에게 물려준 것임에랴? 그 공경하는 마음에서 어찌 그들처럼 베지 않고 흙을 북돋아 심는 데서 말겠는가? 그 열매도 또한 무릎을 꿇고서야 먹을 일이다.
삼가 생각건대, 선친께서 이 배나무를 나에게 주신 것은, 어찌 나로 하여금 혁비천선함에 마땅히 이 나무를 본답으라 하심이 아니겠는가? 이에 여기 기록하여 스스로 경계를 삼는다.
<혁비천선 (革菲遷善)>
잘못을 고쳐서 좋은 것으로 바꿈. 나쁜 배나무를 베어내고 거기 접을 붙여서 좋은 배나무가 되게 하는 것.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욕심을 잊으면 새들의 친구가 되네 - 이규보 (김하라 옮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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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주서문呪鼠文 - 이규보 (p.55-60)
쥐에게 재앙이 내리게 하리라는 (저주하는) 글
우리 집에서 평소에 고양이를 기르지 않으니, 쥐가 떼를 지어 극성을 부린다. 에라, 이 괘씸한 놈들. 내 이것들에게 재앙을 내리게 하리라.
대개 사람의 집이라는 것은 그 할아비와 할미로 어른을 삼고 주위에서 이를 부축하여 돕는 것이다. 그러나 그 돕는 데에도 맡은 바 구실이 따로 있어서,, 음식할 것을 삶고 익히는 일은 계집종이 맡고, 짐승 부리고 기르는 일은 사내종이 맡는다. 아래로 육축에 이르러서도 그 직분에 각각 다름이 있으니, 말은 사람의 노역을 대신하여 짐을 싣고 달리며, 소는 무거운 것을 끌거나 따비밭을 갈고, 닭은 울어서 새벽을 알리며, 개는 짖어서 대문을 지키는지라, 이처럼 모두 그 맡은 바 직분으로써 주인을 돕는 것이다.
이제 뭇 쥐에게 묻노니, 그렇다면 너희에게는 무슨 직분이 있느냐? 누가 너희를 길렀으며, 대체 어디서 생겨나서 이처럼 번성하느냐? 구멍을 뚫고 도둑질을 하는 것은 오직 너희만이 아는 짓이다. 무릇 도적이라는 것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인데, 너희는 어찌하여 집 안에 살면서 오히려 주인을 해치느냐?
너희는 구멍을 많이 뚫어 가까이서 들락거리고, 어두워지면 미친 듯이 날뛰어 새도록 시끄럽다. 사람이 자리에 들면 더욱 방자해지고, 한낮에도 방에서 부텈으로, 마루에서 방으로 버젓이 돌아다닌다. 무릇 부처께 바칠 것과 더불어 신령 섬길 것을 너희가 먼저 맛보니, 이는 신령을 능멸하고 부처도 안중에 없다는 뜻이냐?
단단한 것도 능히 구멍 내어 상자나 궤 속에 잘 들어가고, 늘 구들을 뚫어 방 한구석에 연기가 새게 하며, 그러면서 사람의 것을 먹고 마시니 이는 곧 도적 아니냐? 너희 또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그러한다면, 어찌하여 옷을 쏠아 한 조각도 못입게 하고, 실을 물어뜯어 옷감도 못 짜게 하느냐?
너희를 잡는 것은 고양이다. 그런데도 내 어찌 이를 기르지 않았겠느냐? 천성이 자애로워 너희를 해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덕스럽게 생각지 않고 계속 날뛴다면, 너희를 응징하여 후회하게 하리니, 당장 내 집을 피하여 멀리 가라.
그러지 않으면 사나운 고양이를 풀어 하루아침에 너희 족속을 도륙하리라. 그리하여 고양이의 입술에 너희의 기름을 칠하고, 그의 뱃속에 너희의 살을 장사지내리라. 비록 너희가 다시 살고자 하나 목숨은 이미 대속 될 수 없을 것이니 속속히 떠나라. 율령 시행하듯 급급히 떠나라.
<비교>
슬잠虱箴 - 이규보
이야, 너 어디로부터 났느냐?
교활하기 너 같은 놈이 다시없다. 옷 솔기에 깊이 ㅅ훔어 사람의 눈이 미치지 못하게 한다. 잠방이 밑에 맞추어 숨어 사람의 손이 이르지 못하게 한다. 너희는 이를 계책이라 이르면서 사람을 물어 그치질 않는다.
그러나 사람이 괴로움을 참지 못하면 반드시 그대로 두지 않으리니, 찾고 찾아서 불 활활 타는 곳에 던지리라. 활활 타는 불이 마다하면 식탐 많은 왕개미 앞에 던지리라. 개미가 마다하면 사람의 손톱도 날카롭다.
이야, 이야, 죽음을 재촉하지 마라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어린이 동문선 - 심후섭 (처음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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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방선부放蟬賦 - 이규보 (p.61-64)
교활한 놈 거미는 족속도 번자하다. 누가 저희에게 준 기교인가, 망사로 둥근 배를 살찌운다. 한 마리 매미 있어 그물에 걸리니 그 소리 너무 슬펐다. 내 차마 못 들어 풀어 날려 보냈다. 곁에 있던 사람이 힐난하여 말했다.
이 둘은 똑같이 작은 벌레다. 그런데 거미가 그대에게 무슨 손해를 끼쳤으며 매미는 또 그대에게 무슨 이익을 더했는가? 매미가 살면 거미가 굶는다.
한쪽은 그대를 더스럽게 생각하겠지만 다른 한쪽은 반드시 원통해할지니. 누가 그대를 지혜롭다고 하겟는가? 어찌하여 그대는 매미를 풀어주었는가?
나는 처음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대답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가 잠깐 뒤에 다음과 같은 한 마디 말로써 그가 의심하는 바를 풀어 주었다.
거미는 성품이 탐욕스럽고, 매미는 자질이 청백하다. 배부름을 꾀하는 거미의 뜻은 끝이 없지만, 이슬이나 먹는 매미의 창자야 달리 무슨 꾀할 일이 있겠는가? 탐오로써 청렴을 핍박하니 내 정으로는 이를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거미는 어찌하여 그토록 가는 실을 토해내는가? 비록 이루라도 보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이 아둔한 매미가 어찌 능히 살필 수 있겠는가? 날아 지나려다 갑자기 걸리니, 날개를 퍼덕일수록 더욱 얽힐 뿐이다.
저 번잡한 파리 때 어지러이 날아 썩은 내에 비린내 쫓다가, 경망스러운 나비 떼 꽃을 탐하여 바람 따라 쉼 없이 오르내리다가, 비록 그물에 걸려 환을 만난다 한들 누구를 탓하겠는가? 본래 그 재앙이 그들의 구하는 바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매미는 홀로 남과 더불어 쫓은 게 없는데 어찌하여 이런 환란을 만나 얽힌 바 되었는가? 그래 내 그 전박을 풀어 주며 한 마디 당부를 했던 것이다.
"너는 이제 이 주무를 떠나 교림을 향해 좋이 가거라. 맑고 그윽한 좋은 그늘을 택하여 살되 자주 옮기지 말아라. 그러나 거미가 또 엿볼 것이니 오래 머무르지도 말아라. 당랑이 네 뒤에서 노릴지도 모른다. 거취를 신중히 하여라. 그런 뒤에야 잘못이 없으리라."
11. 간신거국 - 최자 (보한집)
12. 예산은자전猊山隱者傳 - 최해 (농은집) (p.69-72)
은자의 이름은 하계인데 혹은 하체라고도 부른다. 창괴는 그 성씨이니 대대로 용백국 사람이다. 본래는 복성이 아니었으나 은자에 이르러, 우리 음이 느린 까닭으로 그 이름과 함께 바꾼 것이다.
은자는 어려서 이미 천리를 아는 듯했으나, 취학을 해서는 한 구석에 집착하지 않고 겨우 그 뜻이나 알았으니, 하나도 졸업한 것이 없다. 이는 널리 볼 뿐 깊이 탐구하지 않은 까닭이다.
차차 커 가면서는 개연히 공명에 뜻을 세웠으나 세상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는 그 성미가 윗사람에게 문후할 줄을 모르고, 술을 즐기되 두어 잔이면 남의 선악을 말하기 좋아하며, 무릇 귀에 들어온 것을 입이 지키지 못함으로써, 사람들이 애중하는 바가 되지 못한 까닭이다. 번번이 벼슬에 오르려다가 내침을 받으니, 친한 벗들이 애석하게 여겨 이를 고쳐 보려고 혹은 권하고 혹은 책하였으나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년에 이르러서는 자못 후회해 마지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그가 우리와 새장에 갇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는 결국 등용될 수 없었다. 그도 또한 이 세상에 더는 뜻을 두지 않았다. 일찍이 스스로 말하기를
"그 동안 나와 왕래한 사람은 모두 착했다. 그런데도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많은 사람의 믿음을 얻는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구나."
했다. 이것은 그의 단점이다. 아, 그러나 장점이 되는 까닭이기도 한 것이다.
늘그막에는 갑사의 한 스님을 따라가 논밭을 빌려 농사를 지었는데, 농원을 열어 취족이라 이름하고 자호를 예산농은이라 했다. 다음은 그의 좌우명이다.
너의 논 너의 밭은 삼보의 은혜라
족함을 취하고 어찌 이를 잊으랴.
은자는 평소에 부도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갑자기 그의 땅을 빌려 농사짓는 자가 되었으매, 일찍이 품었던 뜻의 어그러짐을 자책하여 이에 스스로 희롱하는 것이다.
13.적선지가 - 이제현 (역옹패설)
野步(야보) - 진화(陳澕) (고려, 출생 미상, 작고 미상)
매화 지더니 버들가지 늘어지네
느린 걸음 한가로이 강가로 나가네
어점은 닫혀 있고
인기척도 없는데
강 위에 내리는 봄비
실실이 푸르네
小梅零落柳僛垂(소매령락류기수)
閑踏靑嵐步步遲(한답청람보보지)
漁店閉門人語少(어점폐문인어소)
一江春雨碧絲絲(일강춘우벽사사)
(p.76)
14. 차마설 - 이곡 (죽부인전)
15. 자경잠自儆箴 - 이색 (목은집) (p.83-86)
쉰 살, 이 가을 구우러 초하룻날에 나는 자신을 경계하는 잠을 짓노니, 이는 아침저녁으로 이를 보고 스스로 힘쓰려 함에서다.
가까운 듯하나 먼 것이 있다. 얻은 듯하나 잃은 것도 있다. 그러나 때로는 멀었던 것이 가까워지고, 잃었던 것이 되돌아 오기도 한다. 아득하여 손닿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밝아서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혹 밝은 것은 어두워지고, 아득한 것은 가까이 다가오기도 한다.
장차 중지하려 하나 차마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힘쓰려 하나 힘이 부족할 경우도 있다. 마땅히 자책하고 스스로 부끄러워할 일이다.
나이 쉰에 비非를 안 이가 있다. 나이 아흔에 억抑을 지은이가 있다. 다 스스로 힘쓴 분들이다. 숨 한 번 쉬는 사이에도 게으름이 없었다.
힘쓸지어다, 힘쓸지어다. 자포자기하는 자. 그 누구인가?
<비非>
옛날 중국 위나라에 거원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가 말하기를 "인생 오십년을 살고서 지난 사십구 년이 잘못임을 안다"고 했다 한다.
<억抑>
옛날 중국 위나라에 무공이라는 이가 있었다. 그의 억抑 이라는 시가 시경에 전한다. 억억은 신밀(신중을 기함)이라는 뜻이다.
遊楓嶽유풍악 - 정사룡(鄭士龍, 조선,1491~1570)
금강산 일만 이천 돌아오는 길
흩나는 단풍 잎새
옷깃을 치네
정양사 찬비 속에 향이 타는 밤
돌아보니 사십 년을
잘못 걸었네
萬二千峰嶺略歸(만이천봉영약귀)
紛紛黃葉打征衣(분분황엽타정의)
正陽寒雨燒香夜(정양한우소향야)
蘧瑗方知四十非(거원방지사십비)
16. 답문 - 이색
17. 답진촌서 - 정몽주
18. 배열부전 - 이승인 (도은집)
19. 후산가서 - 길재 (야은집)
II. 한문 수필
1. 가난 - 정도전 (삼봉집)
2. 야게당명 - 이첨
春桂問答(춘계문답) - 왕유(王維, 당나라 699년 ~ 759년)
봄날, 계수에게 묻노니
도리는 꽃 한창 곳마다 봄빛인데
그대는 어찌 홀로 꽃이 없는가
봄날, 계수가 대답하기를
봄꽃이 며칠 가리, 머잖아 가을인데
서리 속에 피는 꽃, 그대는 모르는가
問春桂(문춘계)
桃李正芳華(도리정방화)
年光隨處滿(연광수처만)
何事獨無花(하사독무화)
春桂答(춘계답)
春華詎能久(춘화거능구)
風霜搖落時(풍상요락시)
獨秀君知不(독수군지부)
(p.116)
3. 기우설 - 권근
4. 편복부 - 서거정
5. 도자설 - 강희맹
6. 유관악사북암기 - 성간
7.연화설 - 성현
8. 호산노반 - 남효온
9. 전동군서 - 임제
10. 방취난혼 - 신흠
11. 수로사십리 - 양경우
12. 여이여인 - 허균
이행 (李荇) - 팔월십오야 (八月十五夜)
평생에 사귄 벗들 어찌 되었노.
흰 머리 손잡고
서로 본다네.
오늘처럼 누각에 달 밝은 밤에
들려오는 피리 소릴
어찌 듣겠노
平生交舊盡凋零 (평생교구진조영)
白髮相看影與形 (백발상간영여형)
正是高樓明月夜 (정시고루명월야)
笛聲凄斷不堪聽 (적성처단불감청)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나는 나의 법을 따르겠다 - 허균 (돌베개)
13. 시작오계 - 장유
14. 빈소선생전 - 이익
15. 해서개자 - 이용휴
16. 증백영숙입기린협서 - 박지원
17. 일야구도하기 - 박지원
18. 서금논병 - 이덕무
19. 우언 - 이덕무
20. 상고 - 박제가
21. 하야방연암장인기 - 이서구
22. 어부 - 이옥
23. 유서석산기 - 정약용
24. 농아광지 - 정약용
25. 산해필희 - 심노승
26. 연설 - 강정일당
27. 송두자독서산당서 - 김삼의당
28. 부인예안이씨애서문 - 김정희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추사 김정희 - 유홍준 (창비)
29. 청간정 - 김금원
III. 한글 수필
1. 명수유감 - 유몽인
2. 재치론 - 유몽인
3. 우매설 - 유몽인
4. 명인전 - 유몽인
5. 남한산성 - 미상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산성일기 - 미상 (서해문집)
병자호란 - 한명기 (푸른역사)
6. 제대행왕비민씨문 - 숙종
7. 남해도 - 유희양
8. 사도세자 - 혜경궁홍씨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한중록 - 혜경궁 홍씨 (문학동네)
한중록 - 혜경궁 홍씨 (서해문집)
9. 흑산도 - 박창수
10. 함흥도중 - 미상
11. 동명일기 - 김의유당
12. 제침문 - 유씨
13. 규중칠우쟁공론 -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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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권>
한국 한시선 - 정진권
에세이 중국 고전 - 정진권
옛 시가 있는 에세이 - 정진권
한시가 있는 에세이 - 정진권
고전산문을 읽는 즐거움 - 정진권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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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으면 좋은 책)
시조에 깃든 우리 얼 - 최승범
한국의 옛시조 - 이상보
한국의 고전 명문선 - 이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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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한국 문학 > 4.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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