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사 실전독서논술작품선 9
목차
화분
도시와 유령
들
메밀꽃 필 무렵
<도서 특징 >
글누림 한국소설전집과 비슷하게 옆면에 주석 및 사진 설명.
세계문학은 완역이 아님, 한국문학 작품은 21권으로 가지수가 적다.
.........................................................
이효석 - 도시와 유령 (1928년)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층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다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 - 자랑이 아니라 - 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라웁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서 유령을 목격하였다. 거짓말이라구? 아니다. 거짓말도 아니고 환영도 아니었다. 세상 사람이 말하여 '유령' 이라는 것을 나는 이 둔 눈을 가지고 확실히 보았다.
어떻든 길게 말할 것 없이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 알 것이다. (p.228)
여인네는 차마 더 볼 수 없는 다리를 두 손으로 만지면서 울음에 느꼈다.
나는 그의 과거를 더 캐물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니 묻지 않아도 그의 대답은 뻔한 것이었다.
- 집이 원래 가난했습니다. 그런데다가 남편이 죽구 나니....
비록 이런 대답은 안 할지라도 그 운명이 그 운명이지 무슨 더 행복스런 과거를 찾아 낼 수 있었으리요.
나의 눈에는 어느 결엔지 눈물이 그득히 고였었다. '동정은 우월감의 반쪽'일는지 아닐는지는 모른다. 하나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 든 대로의 돈을 모두 움켜서 뚝 떨어지는 눈물과 같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부리나케 그 자리를 뛰어나왔었다.
이야기는 이만이다.
독자여, 이만하면 유령의 정체를 똑똑히 알았겠지. 사실 나도 이제는 동대문이나 동관이나 종묘나 또 박 서방 말한 빈 집터에 더 가 볼 것 없이 박 서방의 뼈 있는 말과 뜻있는 웃음을 명백히 이해하였다.
그리고 나는 모두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애매한 친구들을 유령으로 생각하고 어리석게 군 나를 실컷 웃어도 보고 뉘우쳐 보기도 하였다.
독자여, 뭐? 그래도 유령이라고? 그래 그럼 유령이라고 해 두자. 그렇게 말하면 사실 유령일 것이다 - 살기는 살았어도 기실 죽어 있는 셈이니!
어떻든 유령이라고 해 두고 독자여, 생각하여 보아라. 이 서울 안에 그런 유령이 얼마나 많이 늘어 가는가를!
늘어 간다고 하면 말이다. 또 되풀이하는 것 같지만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충충한 늪가!
거기에 흔히 나타나는 유령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에 오히려 꺼림없이 나타나고 또 서울이 나날이 커 가고 번창하여 가면 갈수록 유령도 거기에 정비례하여 점점 늘어 가니, 이게 무슨 뼈저린 현상이냐! 그리고 그 얼마나 비논리적 마술적 알지 못할 사실이냐! 맹랑하고도 기막힌 일이다. 두 말 할 것 없이 이런 비논리적 유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유령을 늘어 가지 못하게 하고, 아니 근본적으로 생기지 못하게 할 것인가?
현명한 독자여! 무엇을 주저하는가. 이 중하고도 큰 문제는 독자의 자각과 지헤와 힘을 가다리고 있지 않은가! (p.244-245)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통권 79호)
1931년 작자의 최초의 단편집 『노령근해(露領近海)』에 수록되었다.
.........................................................................................................................................................................................................................
이효석(李孝石, 1907년 4월 5일 - 1942년 5월 25일)
일제강점기의 작가, 언론인, 수필가, 시인.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하였다. 1925년 『매일신보』 신춘문예에 시 「봄」이 선외 가작(選外佳作)으로 뽑힌 일이 있으나 정식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도시와 유령」(1928)부터이다.이 작품은 도시유랑민의 비참한 생활을 고발한 것으로, 그 뒤 이러한 계열의 작품들로 인하여 유진오(兪鎭午)와 더불어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진영으로부터 동반자작가(同伴者作家)라는 호칭을 듣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31년 이경원(李敬媛)과 혼인하였으나 취직을 못하여 경제적 곤란을 당하던 중 일본인 은사의 주선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하였다.그러나 주위의 지탄을 받자 처가가 있는 경성(鏡城)으로 내려가 그곳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은 경향문학(傾向文學)의 성격이 짙은 「노령근해(露嶺近海)」(1930)·「상륙(上陸)」(1930)·「북국사신(北國私信)」 등으로 대표된다. 생활이 비교적 안정되기 시작한 1932년경부터 그의 작품세계는 초기의 경향문학적 요소를 탈피하고 그의 진면목이라고 할 수 있는 순수문학을 추구하게 된다.그리하여 향토적·이국적·성적 모티프(motif)를 중심으로 한 특이한 작품세계를 시적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오리온과 능금」(1932)을 기점으로 하여 「돈(豚)」(1933)·「수탉」(1933) 등은 이 같은 그의 문학의 전환을 분명히 나타내주는 작품들이다. 1933년에는 ‘구인회(九人會)’에 가입하여 순수문학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하였다.다음해에는 평양에 있던 숭실전문학교로 전임하였다. 그의 30대 전반에 해당하는 1936∼1940년 무렵은 작품 활동이 절정에 달하였을 때이다. 해마다 10여 편의 단편과 많은 산문을 발표하였으며, 「화분(花粉)」(1939)·「벽공무한(碧空無限)」(1940) 등 장편도 이때 집필된 것이다.「산」·「들」·「메밀꽃 필 무렵」(1936)·「석류(柘榴)」(1936)·「성찬(聖餐)」(1937)·「개살구」(1937)·「장미 병들다」(1938)·「해바라기」(1938)·「황제」(1939)·「여수(旅愁)」(1939) 같은 그의 대표적 단편들이 거의 이 시기의 소산이다.1940년에 상처(喪妻)를 하고 거기에 유아(乳兒)마저 잃은 뒤 극심한 실의에 빠져 만주 등지를 돌아다니다가 돌아왔다. 이때부터 건강을 해치고, 따라서 작품 활동도 활발하지 못하였다. 1942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되고, 20여일 후 36세로 요절하였다.학창시절 체호프(Chekhov, A.)에 탐닉하기도 하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이 같은 외국 문학의 영향을 적절히 소화하여 자기 나름대로의 작품세계를 형성하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자연이나 인생을 바라보는 문학관에 있어서 싱그(Synge, J. M)나 로렌스(Lawrence, D. H) 등의 영향을 엿볼 수 있으며, 표현이나 구성의 기법면에서는 체호프·맨스필드(Mansfield, K.) 등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그러나 그는 이러한 영향들을 소화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효석의 작품세계의 특질은 한마디로 향수의 문학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그 지향은 안으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밖으로는 이국(異國), 특히 유럽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난다.전자는 「메밀꽃 필 무렵」에서와 같이 고향의 산천을 무대로 한 향토적 정서 표현으로 나타나는 경우와, 「들」·「분녀」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근원적으로 인간 자체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에덴과 같은 것을 추구하는 원초적 에로티시즘(primitive eroticism)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후자는 서구적인 것에 대한 동경으로서 현대문명과 자유를 갈망하는 지향에서 이루어진 엑조티시즘(exoticism)주 01)인바, 이 같은 동경의 세계를 서정적 문체로 승화시켜 특유의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문학과지성사)
메밀꽃 필무렵 - 이효석 (창비)
메밀꽃 필무렵 - 이효석 (애플북스)
이효석 전집 - 이효석 (서울대출판부)
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글누림)
...............................................................................
'VII. 아동, 청소년 > 1. 한국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숲속의 방 - 강석경 (한국헤르만헤세) (1) | 2023.05.07 |
---|---|
화분 - 이효석 (계몽사) (0) | 2023.05.03 |
저 거대한 포옹 속에 - 송병수 (한국헤르만헤세) (0) | 2023.04.28 |
쑈리 킴 - 송병수 (한국헤르만헤서) (0) | 2023.04.28 |
홍염 - 최서해 (삼성출판사) (0) | 2023.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