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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1. 고전 문학

금오신화 - 김시습 (김경미 옮김, 펭귄클래식)

by handaikhan 2023. 2. 2.

금오신화 - 김시습

 

조선전기 학자·문인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이 지은 「만복사저포기」·「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용궁부연록」·「남염부주지」 5편을 수록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단편 소설집.

완본(完本)은 전하지 않으나, 조선 전기 간행된 목판본 1책이 중국 다롄도서관(大連圖書館)에 전래되고 있다. 조선 전기 간행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매월당선생전(梅月堂先生傳)」·「만복사저포기(萬福寺摴蒱記)」·「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용궁부연록(龍宮赴宴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오신화』에 수록된 다섯 작품이 지닌 공통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우리나라 사람을 등장인물로 하여 한국인의 풍속·사상·감정을 표현하였다.
둘째, 소재와 주제가 특이한 관계로 결합되어 훌륭한 문학적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소재에 귀신·염왕·용왕·염부주·용궁 같은 비현실적인 것이 많은데, 이러한 소재가 작품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주제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키는 구실을 한다. 김시습은 귀신이 산 사람처럼 나타나서 행동한다든가, 현실 밖에 별도의 세계가 존재한다든가 하는 민간 속신을 논설을 통해 일체 부정했을 뿐 아니라, 작품구조에서도 그런 것이 실재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 않다. 그는 작품에서 귀신을 통해 귀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별세계를 통해 별세계의 존재를 부정했다. 비현실적 소재를 교묘하게 이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실적인 것의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고, 거기에 내포된 주인공과 세계의 대결을 더욱 날카롭게 부각시켜 문제의식을 부여했다. 이러한 방법은 고도의 창작기교의 하나인 역설법이며, 그것은 주인공의 요구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세계의 횡포와 거기에 맞서 세계를 거부하고 개조하여 세계와의 화합을 이루고자 하는 주인공의 간절한 소망을 동시에 반영한다. 『금오신화』는 작자가 신비주의적·미신적 세계관을 부정하고 합리주의적·과학적 세계관을 수립하면서, 그의 현실주의적 사상체계와 철학적 투쟁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셋째, 결말의 처리방식이 특이하다. 주인공들은 끝에 가서 하나같이 세상을 등지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고전소설에서 종결부가 행복한 결말로 처리되어 있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주인공이 세상을 등지는 것은 운명에 대한 순종이나 패배가 아니라 그릇된 세계의 질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비장한 결단의 표현이다. 여기에 작품의 비극적 성격과 초월의 의지 같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넷째, 표현형식에 있어서 유려한 문어체 문장이나 시에 의해 대상이 서정적으로 미화되고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구성 또한 단편소설적인 정교함을 지니고 있다.
다섯째, 시가 대량 삽입되어 인물의 심리와 분위기 표현에 독특한 효과를 낳고 있다. 시의 대량삽입은 서정시가 국문학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조선 전기의 문학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의 삽입이 소설에 있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서사적 성격이 강한 서정시가 있을 수 있듯이 서정적 성격이 강한 소설도 있을 수 있으니, 시의 삽입이 장르 자체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은 아니다.
여섯째, 이 작품은 작자의 생애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자 김시습은 학문적 능력은 탁월하면서도 정치·경제적 기반은 취약한 15세기 후반의 신흥사류로서 현실과의 심각한 갈등 속에서 극히 불우하고 고독한 생애를 보냈는데, 『금오신화』는 그러한 그의 생애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자서전적 성격이 농후하다. 한편, 『금오신화』는 이른 시기의 소설인 만큼 소설장르로서의 한계 또한 없지 않다. 경이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전설적 요소가 남아 있다든가, 소설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한 작품 외적 요소, 이를테면 기자조선의 멸망과 같은 역사적 사실이나, 용궁·염부주 같은 특정한 민속적 사실이 생경하게 개입되어 있다든가, 서정시의 과다한 삽입과 갈등의 미약성이라든가 하는 것은 초기소설이 지닌 장르적 불안정성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금오신화』는 내용·기교·작가의식에 있어서 훌륭한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론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 한국소설의 출발점을 이룬다는 점과 후대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금오신화(金鰲新話))]

 

3.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

 

동산에 달 뜨고 까막까치 날아오르는데

밤은 깊어 찬 이슬 옷에 스며드네

천년의 문물 의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산하는 옛 모습이로되 성곽은 옛 모습 아니구나

동명왕 조회하러 하늘 올라간 뒤 아직 돌아오지 않는데

영락한 세상 누구에게 의지할까 부질없이 이야기하네

기린이 끌던 금 수레는 자취도 없고

가마 타던 길엔 수풀 우거지고 스님 홀로 돌아가네              (p.54-55)

 

세월은 나는 새처럼 문득 다 날아가 버리고

세상일은 달아나는 파도 같아 거듭 놀라네

이 밤의 정화를 누가 알아주리

안개 낀 넝쿨 사이로 종소리만 들려오네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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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金時習, 1435년 ~ 1493년)

조선 초기의 문인, 학자이자 불교 승려이다.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한성부에서 출생하였다, 자(字)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 불교 법명은 설잠(雪岑)이다. 충순위(忠順衛)를 지낸 김일성(金日省)의 아들이다.
수양대군이 자행한 단종에 대한 왕위 찬탈에 불만을 품고 은둔생활을 하다 승려가 되었으며,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일설에는 그가 사육신의 시신을 몰래 수습하여 경기도 노량진(현재의 서울 노량진 사육신 공원)에 암장했다고도 한다. 1493년 충청도 홍산군 무량사에서 병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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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읽으면 좋은 책)

매월당 김시습 - 이문구 (문이당 1992 초판)

매월당 김시습 - 이문구 (창비 2013 개정판)

 

매월당 김시습 시선 - 김시습 (허경진 옮김, 평민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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