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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1. 고전 문학

홍계월전 - 작가 미상 (조광국 옮김, 문학동네)

by handaikhan 2023. 4. 8.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19

 

목차

홍계월전

원본 『홍계월전』

해설|『홍계월전』의 이모저모, 흥미로운 지점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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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미상 - 홍계월전

명나라 헌종 임금 시절 형주 구계촌에 홍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가문은 대대로 명문이었다. 어린 나이에 급제해 벼슬이 이부서랑에 올랐는데 충심과 효심이 깊고 강직하므로 천자가 사랑하여 그와 나랏일을 의논하곤 했다. 그러자 조정의 많은 벼슬아치가 그를 시기하고 모함해 그는 죄 없이 벼슬을 빼앗기고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에 힘썼다. 집안 형편은 넉넉했지만, 슬하에 자녀가 없어서 매일 슬퍼했다.

하루는 홍시랑이 부인 양씨와 함께 처량하게 탄식했다.

"나이 사십에 아들이든 딸이든 자식이 없으니, 우리 죽은 후에 누가 대를 이어줄까? 지하에 돌아가 조상을 뵐 면목이 없구려."

부인이 겸손하게 말했다.

"삼천 가지 불효 중 자식 없는 것이 가장 큰 불효라고 합니다. 제가 귀한 가문에 들어온 지 이십여 년이 되었는데 자식이 없으니 무슨 면목으로 당신을 뵐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당신은 다른 가문에서 어진 숙녀를 취하여 후손을 보시지요. 그러면 저도 칠거지악을 면할 것 같습니다."

홍시랑이 위로했다.

"이는 다 내 팔자요. 어찌 당신의 죄라 하겠소? 이후에는 그런 말씀일랑 마시오."

이때는 가을철 구월 보름이었다. 부인이 시비를 데리고 망월루에 올라 달빛을 구경하는데, 갑자기 몸이 피곤해서 난간에 의지했다. 그때 비몽사몽간에 선녀가 내려와 부인에게 말했다.

"저는 옥황상제의 시녀입니다. 상제께 죄를 짓고 인간 세상으로 쫓겨나 갈 곳을 모르고 있었는데, 세존이 부인 댁으로 가라고 하시기에 왔습니다."

그런 뒤 부인의 품속으로 들어왔다. 부인이 놀라 꿈에서 깨어나 생각해보니, 평생에 한 번 꿀까 말까 한 대단한 길몽이었다.

부인이 매우 기뻐하며 홍시랑에게 꿈 이야기를 하고는 귀한 아들 보기를 바랐다. 과연 그달부터 태기가 있더니, 어느덧 열 달이 찼다. 하루는 집 안에 향기가 진동하는 가운데 부인이 몸이 피곤하여 침석에 누웠다가, 아이를 낳았다. 딸이었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옥병을 기울여 아기를 싯겨 눕히고 말했다.

"부인은 이 아기를 잘 길러 훗날 복을 받으십시오."

그러더니 문을 열고 나가며 말했다.

"오래 지나지 않아 뵐 날이 있을 것입니다."

선녀가 나가자 부인은 홍시랑을 불러 아이를 보여주었다. 얼굴은 복숭아꽃 같고 향내가 진동해 정말 월궁항아라 할 만했다. 기쁨을 이루다 헤아릴 수 없었지만, 사내아이가 아니어서 한스러워했다. 이름을 계월이라 짓고, 손안의 보내로운 구슬같이 사랑했다.

계월이 점점 자라났는데 얼굴은 복숭아꽃처럼 예쁘고 또한 똑똑했다. 홍시랑은 혹시 계월이 일찍 죽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강호 땅에 사는 곽도사라는 사람을 청해 계월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도사가 지그시 보다가 말했다.

"이 아이의 관상을 보니, 다섯 살이 되는 해에 부모와 이별할 것입니다. 그러나 열여덟 살에 보모를 만나 높은 관직에 올라 많은 복을 누리고, 이름을 천하에 날릴 것이니 매우 길합니다."

홍시랑이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말했다.

"자세히 가르쳐주십시오."

도사가 말했다.

"그 밖에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하늘의 기밀을 누설할 수가 없어서 대강만 말씀드렸습니다."

도사는 하직하고 떠났다.

홍시랑은 도사의 말을 듣고는 도리어 듣지 않은 것만 못하다 여기고, 부인에게 이 말을 전했다. 홍시랑은 너무 걱정이 된 나머지 계월에게 남자 옷을 입혀 초당에서 지내게 하며 글을 가르쳤는데, 한 번 보면 잊지 않을 정도였다.

홍시랑이 탄식하며 말했다.

"네가 만일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우리 가문을 더욱 빛냈을 텐데 안타깝구나." (p.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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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줄거리>
명나라 시절 홍계월은 시랑 벼슬을 한 아버지의 무남독녀로 태어났으나, 간신의 반란을 만나 어버이와 헤어지고 수적(水賊)을 만나 물에 던져진다. 그러나 무릉포에 사는 여공(呂公)의 구조로 살아나게 되었다. 여공의 도움으로 그 집 아들과 함께 도사에게 수학한 홍계월은 마침내 장원으로 급제하고, 그 집 아들 여보국은 부장원으로 급제한다.
외적의 침입을 받자 홍계월은 대원수가 되고, 여보국은 부원수가 되어 출전한다. 그러나 부원수가 원수의 말을 듣지 않고 싸우다가 크게 패한다. 그러자 원수는 이를 크게 꾸짖는다. 싸움을 승리로 이끈 뒤, 홍계월은 헤어진 어버이와 만나고, 또한 천자는 그에게 위국공(魏國公)을 제수한다.
뒷날 홍계월이 천자를 속인 죄를 청하자, 천자는 벼슬을 그대로 둔 채 친히 중매를 서서 여보국과 혼인시킨다. 이 사이 여보국과 홍계월 사이에 갈등이 있게 되는데, 뒤에 다시 반란군이 일어나 출전하여 홍계월이 남편의 위기를 구해주므로 이들 부부는 금실을 회복한다.

<의의와 평가>
이 작품은 여주인공이 부모와 헤어졌다가 결합을 다루면서 남녀간의 애정·능력 등을 함께 다룬 영웅소설·군담소설·여장군소설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면에서 「정수정전」이나 그 이본인 「여장군전」등과 궤를 같이한다. 물론, 「옥루몽」이나 「황운전」 같은 소설도 남성보다 더 우위에 있는 ‘여성·여장군’을 등장시키고는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 작품처럼 남편이 아내의 지배를 받고 군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엄벌을 받고 있지는 않다. 또한, 회군한 뒤 여자의 벼슬을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부여해두는 점도 특이하다. 이와 같은 특징들은 이 작품이 독자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함을 시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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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계월전 (휴머니스트)

홍계월전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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