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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2. 소설

갯마을 - 오영수 (창비)

by handaikhan 2023. 3. 15.

창비 20세기 한국소설 14

 

목차

김이석
실비명(失碑銘)
뻐꾸기

최인욱
개나리

손소희
전말

유주현
장씨 일가

정한숙
전황당인보기(田黃堂印譜記)

오영수
갯마을
메아리
후일담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

이메일 해설 - 양윤복, 서영인
낱말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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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 갯마을 (1953년)

 

서(西)로 멀리 기차 소리를 바람결에 들으며, 어쩌면 동해 파도가 돌각담 밑을 찰싹대는 H라는 조그만 갯마을이 있다.

더께더께 굴딱지가 붙은 모 없는 돌로 담을 쌓고, 낡은 삿갓 모양 옹기종기 엎딘 초가가 수무 집 될까 말까? 조그마한 멸치 후리막이 있고, 미역으로 이름이 있으나, 이 마을 사내들은 대부분 철 따라 원양출어에 품팔이를 나간다. 고기잡이 아낙네들은 썰물이면 조개나 해조를 캐고, 밀물이면 채마밭이나 매는 것으로 여느 갯마을이나 별다름 없다. 다르다고 하면 이 마을에는 유독 과부가 많은 것이라고나 할까? 고도들은 과부가 많은 탓을 뒷산이 어떻게 갈라져서 어찌어찌 돼서 그렇다느니, 앞바다 물발이 거세서 그렇다느니들 했고, 또 모두 그렇게들 믿고 있다.

해순이도 과부였다. 과부들 중에서도 가장 젊은 스물셋의 청상이었다.

초여름이었다. 어느 날 밤, 조금 떨어진 멸치 후리막에서 꽹과리 소리가 들려왔다. 여름 들어 첫 꽹과리다. 마을은 갑자기 수선대기 시작했다. 멸치떼가 몰려온 것이다. 멸치떼가 들면 막에서는 꽹과리나 나팔로 신호를 한다.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막으로 달려가서 그물을 당긴다. 그물이 올라 수확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짓'이라고 해서 대개는 잡어를 나눠 받는다. 수고의 대가다. 그렇기 때문에 후리를 당기러 갈 때는 광주리나 바구니를 결코 잊지 않았고 대부분이 아낙네들이다.

갯마을의 가장 풍성하고 즐거운 때다. 해순이도 부지런히 헌 솟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하는데, 담 밖에서 숙이 엄마가 한참 숨찬 소리로

"새댁 안 가?"

"같이 가요, 잠깐....."

"다들 갔다, 빨리 나오잖고."

"아따, 빨리 가먼 짓 먼첨 받나 머!"

하고 해순이가 사립 밖을 나서자 숙이 엄마는

"아이구 요것아!"

눈앞에 대고 헛주먹질을 하면서

"맴(홑)치마만 걸치면 될 걸....꼬물대고서."

"망측하게 또 맴치마다. 성님은 정말 맴치마래?"

"밤인데 누가 보나 머, 철벙대고 적시노먼 빨기 구찮고..."

사실 그물을 당기고 보면 으레 옷이 젖는다. 식수도 간신히 나눠 먹는 갯마을이라 빨래가 여간 아니다. 그래서 아낙네들은 맨발에 홑치마만 두르고 나오는 버릇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러해서 또 젊은 사내들의 짓궂은 장난도 있다. 어쩌면 사내들의 짓궂은 장난을 싫잖게 받아들이는 갯마을 여인들인지도 모른다.

해순이와 숙이 엄마는 물기슭 모래톱으로 해서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맨발에 추진 모래가 한결 시원하다. 벌써 후리는 시작되었다. 굵직한 로프에는 후리꾼들이 지네발처럼 매달렸다.

- 데에야 데야.

이켠과 저켠에서 이렇게 서로 주고받으면 로프는 팽팽해지면서 지그시 당겨온다. 해순이와 숙이 엄마도 아무렇게나 빈틈에 끼어들어 줄을 잡았다. 바다 저만치서 선두가 칸델라 불 (호롱불)을 흔들고 고함을 지른다. 당겨 올린 줄을 뒷거둠질하는 사내들이, 데에야 데야를 선창해서 후리꾼들의 기세를 돋우고, 막 거간들이 바쁘게들 서성댄다. 가마솥에는 불이 활활 타고 물이 끓는다. 그물이 가까워올수록 이 데에야 데야는 박자가 빨라진다.

- 데야 데야 데야 데야.

이때쯤은 벌써 멸치가 모래톱에 헤뜩헤뜩 뛰어오른다. 멸치가 많이 들면 수면이 부풀어오르고 그물 주머니가 터지는 때도 있다. 이날 밤도 멸치는 무던히 듣 모양이다. 선두는 곧장 칸델라를 흔든다. 후리꾼들도 신이 난다.

- 데야 데야 데야 데야.

이때 해순이 손등을 덮어 쥐는 억센 손이 있었다. 줄과 함께 검잡힌 손은 해순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내버려두었다. 후리꾼들의 호흡은 더욱 거칠고 빨라진다. 억센 손은 어느새 해순이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해순이는 그만 줄 밑으로 빠져나와 딴 자리로 옮아갔다. 그물도 거진 올라간다.

- 야세 야세.

이때는 사내들이 물기슭으로 뛰어들어 그물 주머니를 한곳으로 모아 드는 판이다. 누가 또 해순이 치마 밑으로 손을 디민다. 해순이는 반사적으로 휙 뿌리치고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멸치가 모래 위에 하얗게 뛴다. 아낙네들은 뛰어오른 멸치들을 주워담기에 바쁘다. 후리는 끝났다. 멸치는 큰 그물 쪽자로 광주리에 퍼서 다시 돌 (시멘트)함에 옮겨 잡어를 골라낸다. 이래서 멸치가 굵으면 젓감으로 날로 넘기기도 하고, 잘면 삶아서 이리꼬 (마른 멸치)를 만든다.

해순이는 짓을 한 바구니 얻었다. 무겁도록 이고 아낙네들과 함께 돌아오면서 괜히 가슴이 설렌다. 짓보다는 그 억센 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굴까? 유독 짓을 많이 주던 막 거간이나 아이던가? 누가 엿보지나 않았을까? 망측해라!

해순이는 유독 짓이 많은 것이 아낙네들 보기에 무슨 죄나 지은 것처럼 부끄럽기만 했다. 그래서 해순이는 되도록 뒤처져 가기로 발을 멈추자 숙이 엄마가 옆구리를 쿡 지르면서

"너 운 짓이 그렇게도 많에?"

해순이는 얼른 뭐라고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주니까  받아왔을 뿐이다.

"흥 알아봤어, 요 깍쟁이..."

아낙네들이 모두 킥킥대고 웃는다. 뭔지 까닭 있는 웃음들이다. 짐작이 있는 웃음들인지도 모른다. 해순이는 귀밑이 화앗 달았다. 숙이 엄마네 집 앞에서 해순이는

"성님, 내 짓 좀 줄까?"

숙이 엄마는

"준 사람에게 뺨 맞게..."

그러면서도 바구니를 내밀었다. 해순이는 짓을 반이 넘게 부어주었다.

해순이는 아랫도리를 헹구고 들어와서 자리에 누웠으나 오래도록 잠이 오질 않았다. 그 억센 손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돌아오지 않는, 어쩌면 꼭 돌아올 것도 같은 성구의 손 같기도 한, 아니면 또 징용으로 끌려가버린 상수의 손 같기도 한, 그 억세디 억센 손.

해순이는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애써본다. 눈을 감아 잠을 청해본다. 그러나 금하는 음식일수록 맘이 당기듯 잊어버리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또 놓치기 싫은 마음 - 그것은 해순이에게 까마득 사라져가는 기억의 불시를 솟구쳐 사르개를 지펴놓은 것과도 같았다. 안타깝고 괴로운 밤이었다.

창이 밝아왔다. 해순이는 방문을 열었다. 사리섬 위에 달이 솟았다. 해순이는 달빛에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뇌어본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눈시울이 젖는다. 한숨과 함께 혀를 한번 차고는 문지방을 베고 누워버린다. 달빛에 젖어 잠이 들었다.

누가 어깨를 흔든다. 소스라치고 깨어보니 그의 시어머니다. 해순이는 벌떡 일이나 가슴을 여미면서

"우짜고, 그새 잠이 들었던가베."

시어머니는 언제나 다름없는 부드럽고 낮은 소리로

"얘야, 문을 닫아걸고 자거라!"

남편 없는 며느리가 애처로웠고, 아들 없는 시어머니가 가엾어 친딸 친어머니 못지않게 정으로 살아가는 고부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밤만은 얼굴이 달아올라 해순이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의 시어머니는 언젠가 해순이가 되돌아오기 전에도

"얘야, 문을 꼭 걸고 자거라!"

고 한 적이 있었다. 그날 밤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그의 시어머니다. 어쩌면 해순이의 오늘은 이 "얘야, 문을 꼭 닫아걸고 자거라..."는 데 요약될는지도 모른다. (p.169-174)

 

두 노인은 더 말이 없었다. 그새 구름은 해를 덮었다. 바람도 딱 그쳤다. 너울이 점점 커왔다. 큰 너울이 올 적마다 물컥 갯냄새가 코를 찔렀다. 두 노인은 말없이 일어나 말없이 헤어졌다. 그들의 경험에는 틀림이 없었다. 올 것은 기어코 오고야 말았다. 무서운 밤이었다. 깜깜한 칠야, 비를 몰아치는 바람과 바다의 아우성, 보이는 것은 하늘로 부풀어오른 파도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바다의 참고 참았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흰 이빨로 물을 마구 물어뜯는 것과도 같았다. 파도는 이미 모래톱을 넘어 돌각담을 삼키고 몇몇 집을 휩쓸었다. 마을 사람들은 뒤 언덕배기 당집으로 모여들었다. 이러는 동안에 날이 샜다. 날이 새자부터 바람이 멎어가고 파도도 낮아갔다. 샌 날에 보는 마을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날 밤 한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윤노인이었다. 그의 며느리 말에 의하면 돌각담이 무너지고 파도가 축담 밑까지 들이밀자 윤노인은 며느리와 손자를 앞세우고 담 밖까지 나오다가 무슨 일로선지 며느리에게 먼저 가라고 하고 윤노인은 다시 들어갔다고 한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바다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하듯 잔물결이 안으로 굽은 모래톱을 찰싹대고, 볕은 한결 뜨거웠고, 하늘은 남빛으로 더욱 짙었다.

그러나 고등어배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은 더 큰 어두운 수심에 잠겼다. 이틀 뒤에 후리막 주인이 신문을 한 장 가지고 와서, 출어한 많은 어선들이 행방불명이 됐다는 기사를 읽어주었다. 마을은 다시 수라장이 됐다. 집집마다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이틀이 지났다. 울음에도 지쳤다. 울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설마 죽었으려고.'

이런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아낙네들은 다시 바다로 나갔다. 살아야 했다. 바다에서 죽고 바다로 해서 산다. 해순이는 성구가 돌아올 것을 누구보다도 믿었다. 그동안 세 식구가 먹고 살아야 했다. 해순이도 물옷을 입고 바다로 나갔다.

해조를 따고 조개를 캐다가도 문득 이마에 손을 하고 수평선을 바라보곤 아련한 돛배만 지나가도 괜히 가슴을 두근거리는 아낙네들이었다. (p.178-179)

 

해순이마저 떠난 갯마을은 더욱 쓸쓸했다. 한 길 물속에 미역발을 두고도 철을 놓쳐버렸다. 보릿고개가 작히도 고되었다. 끼니를 이어가는 집도 한두 집이 아니었다.

또 고등어철이 왔다. 두번째 맞는 제사를 사흘 앞두고 아낙네들은 불가에 모였다.

"요번 제사에는 고동 생복도 없겠다!"

"이밥도 못 차려도 바다를 베고서..."

"바다귀신이 고동 생복 없이는 응감도 않을걸!"

이렇게들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뒤에서 누가

"왁!"

해순이었다.

"이거 새댁이 앙이가!"

"새댁이 우짠 일고?"

"제사라고 왔나/"

"너거 새서방은?"

그중에서도 숙이 엄마는 해순이를 친정 온 딸이나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싸고 들여다보면서

"좀 예빗(여워었)구나?"

그러자 칠성네가

"여기 좀 앉거라. 보자!"

해순이는 아낙네들에 둘러싸여 비로소 

"성님들 잘 기섰소?"

했다.

"너거 시어머니 봤나?"

해순이는 고개만 끄떡였다.

그의 시어머니는 해순이를 보자 입부터 실룩이고 눈물을 가두었다. 아들 생각을 해선지? 아니면 제삿날을 잊지 않고 온 며느리가 기특해선지? 해순이는 제 방에 들어가서 위선 잠수 연모부터 찾아보았다. 시렁 위에 그대로 얹혀 있었다. 해순이는 반가웠다. 맘이 놓였다. 그래서 불가로 나왔다.

"난 인자 안 갈 테야, 성님들하고 같이 살 테야!"

그러고는 훌쩍 일어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가슴 가득히 숨을 들이켰다. 오래간만에 맡는, 그렇게도 그립던 갯냄새였다.

아낙네들은 모두 서로 눈만 바라보고 말이 없었다.

상수도 징용으로 끌려가버린 산골에서는 견딜 수 없는 해순이었다.

오뉴월 콩밭에 들어서면 깝북 숨이 막혔다. 바랭이풀을 한 골 뜯고 나면 손아귀에 맥이 탁 풀렸다. 그럴 때마다 눈앞에 훤히 바다가 틔어왔다.

물옷을 입고 철벙 뛰어들면....해순이는 못 견디게 바다가 아쉽고 그리웠다.

고등어철. 해순이는 그만 호미를 내던지고 산비탈로 올라갔다. 그러나 바다는 안 보였다. 해순이는 더욱 기를 쓰고 미칠 듯이 산꼭대기로 기어올랐다. 그래도 바다는 안 보였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마을에서는 해순이가 매구 혼이 들렸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시가에서 무당을 데려다 굿을 차리는 새, 해순이는 걷은 소매만 내리고 마을을 빠져나와 삼십 리 산길을 단걸음에 달려온 것이다.

"진정이냐? 속 시원히 말 좀 해라, 보자."

숙이 엄마의 좀 다급한 물음에도, 해순이는 조용조용,

"수수밭에 가면 수숫대가 모두 미역발 같고, 콩밭에 가면 콩밭이 왼통 바다만 같고..."

"그래?"

"바다가 보고파 자꾸 산으로 올라갔지 머. 그래도 바다가 안 보이데."

"그래 너거 새서방은?"

"징용 간 지가 언제라고..."

"저런..."

"시집에선 날 매구 혼이 들렸대."

"쯧쯧."

"난 인제 죽어도 안 갈 테야. 성님들하고 여기 같이 살 테야!"

이때 후리막에서 야단스레 꽹과리가 울렸다.

"아, 후리다!"

"후리다!"

"안 가?"

"왜 안 가!"

숙이 엄니가 해순이를 보고

"맴치마만 두르고 빨리 나오라니..."

해순이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아낙네들은 해순이를 앞세우고 후리막으로 달려갔다. 맨발에 식은 모래가 해순이는 오장육부에 간지럽도록 시원했다.

달음산 마루에 초아흐레 달이 걸렸다. 달그림자를 따라 멸치떼가 들었다.

- 데에야 데야.

드물게 보는 멸치떼였다. (p.186-190)

 

<문예> 19호 (1953.12)

<현대한국문학전집> 1권 (신구문화사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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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吳永壽, 1909년 2월 11일 ~ 1979년 5월 15일)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본관은 해주(海州). 호는 월주(月洲) · 난계(蘭溪). 경상남도 울산군 언양면(지금의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출생.
언양공립보통학교를 마치고 1932년 일본 오사카[大阪] 나니와중학[浪速中學] 속성과를 수료하였다. 그 뒤 『조선일보』 · 『동아일보』 등에 동시(童詩)를 발표하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1939년 도쿄 국민예술원(國民藝術院)을 졸업하였다.
광복 후 경남여자고등학교(慶南女子高等學校)에서 교편생활을 하다가 1949년 단편소설 「남이와 엿장수」(고무신으로 改題)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입선, 이 작품을 『신천지(新天地)』에 발표하고, 이듬해 단편 「머루」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그 뒤 부산중학교에 전임하였다가 1955년 조연현(趙演鉉) 등과 함께 문예지 『현대문학』의 창간에 간여하였다.
같은 해에 제1회 한국문학가협회상을, 1960년에는 아세아자유문학상을, 1977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화산댁이」(1952) · 「윤이와 소」(1952) · 「코스모스와 소년」(1953) · 「갯마을」(1953) · 「박학도(朴學道)」(1955) · 「여우」(1957) · 「후조(候鳥)」(1958) · 「명암(明暗)」(1958) · 「메아리」(1959) · 「개개비」(1959) 등이 있다.
또한 「은냇골 이야기」(1961) · 「수련(睡蓮)」(1961) · 「섬에서 온 식모(食母)」(1965) · 「실걸이꽃」(1968) · 「어린 상록수」(1975) 등이 있다.


총 150여 편의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모두가 단편소설이라는 데서 그의 문학적 성격의 일단을 보여준다. 전형적 단편작가로서 작풍(作風)은 주로 한국적인 소박한 인정이나 서정의 세계에 기조를 두었다.
작중 인물들은 온정과 선의의 인간들이며, 도시보다는 향촌을, 기계문명보다는 자연을, 현대적 세련미보다는 고유한 소박성을 각각 그리워하며 예찬하는 경향을 보였다.
「머루」 · 「남이와 엿장수」에 보인 소박한 인정적 서정 세계가 「박학도」 · 「종차(終車)」(1956) 등에 와서는 유형적 인간의 추구와 성격 창조까지 심화되었다.
「후조」나 「명암」 등에 이르러서는 그 속에 부여된 의미를 제시하거나 주장하였다. 이러한 전개는 다시 「내일의 삽화(揷話)」(1958)에 오면서 담담한 인간 긍정의 사상이 인간 옹호의 사상으로 변모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휴머니즘이나 전통 옹호의 특성 때문에 역사나 사회에 대한 작가적 책무의 문제가 취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원초성에 대한 긍정, 향토성의 옹호, 반문명적 · 반도시적 성격은 1950년대 이후 급격히 성행한 외래 문화 수용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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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 단편집 (지만지)

오영수 대표단편 선집 (책세상)

요람기 - 오영수 (다림 한빛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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