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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레마르크 (민음사)

by handaikhan 2023. 9. 24.

민음사 세계문학 246

 

레마르크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1954년)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에서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 영국군의 격렬한 포화로 시체들이 묻히지도 않은 채 전장에 나뒹구는 것은 아프리카에서도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태양이 신속하게 작용했다. 그러다 밤이 되면 바람과 함께 달콤하면서도 숨 막히는 답답한 냄새가 전해져 왔다. 죽은 자들의 몸속으로 가스가 가득히 차오르면 낯선 별빛 아래서 마치 유령처럼 시체들이 몸을 일으켰다. 아무 희망도 없이, 모두들 제각각 혼자서, 말없이 다시 한 번 전투에 참가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그러나 다음 날 아침이 되면 그것들은 다시 쭈그러들기 시작하여 그대로 땅에 착 달라붙을 것 같았다. 너무도 지쳐 땅속으로 기어들려는 것 같았다. 나중에 옮기려고 들어 보면 대부분은 이미 바싹바싹해진 상태로 가벼워져 있었다. 몇 주일 지나서 발견되면 해골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커져 버린 군복 속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모래와 태양이 바람 속에서의 건조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기름기가 번지르르하고 악취를 풍기는 죽음이었다. (p.7-8)

 

뮈케 하사가 장화 속에서 발가락을 움직였다. 중대장의 태도가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는 나무랄 데 없는 부동자세로 중대장 앞에 서 있었다. 규율이란 어떤 개인적인 감정보다 앞서는 것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장화 속에서 보이지 않게 발가락을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멍청한 녀석! 바보 자식! (p.13)

 

그녀가 몸을 돌렸다. "우리 얼마 만에 다시 만난 거죠?"

"한 백 년은 됐을 거야. 당시에 우린 어렸고, 전쟁 같은 건 없었지."

"그런데 지금은?"

"이제 우리도 나이가 들었어. 별다른 경험도 없이 말이야. 나이만 먹고 냉소적이고 신앙도 없고 때로는 슬프기만 하고 자주 우울해져."

그녀가 그를 쳐다보았다. "그게 정말일까요?"

"모르겠어. 하지만 진실이란 무얼까? 너는 알아?"

엘리자베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모든 사람에게 진실해야 할까요?" 그녀가 물었다.

"그렇진 않겠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마다 자기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강요하지만 않는다면 전쟁은 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버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하는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문제는 관용이군. 모자라는 건 바로 그거야, 그렇지?"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버는 잔을 들어 술을 가득 따랐다. "관용을 위해 건배! 이 술을 선물한 돌격대장의 뜻과는 전혀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기도 하고."

그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p.188-189)

 

방에는 녹색 갓을 씌운 작은 석유램프가 타오르고 있었다. 창문은 전부 부서졌지만 창밖에 벽돌을 쌓아 놓아서 바깥을 내다볼 수 없었다. 폴만은 방 한가운데 멈추어 었다. " 이제야 자네를 알아보겠네. 바깥은 햇빛이 너무 강해서 말이야. 밖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없어서 햇빛에 익숙하지가 않아. 여긴 햇빛은 없고 석유램프만 있어. 그리고 석유도 많지 않아 종종 오랫동안 어둠 속에 앉아 있기도 하지. 전기는 이미 끊어졌고."

그래버는 그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늙어 있었다. 방 안을 둘러보니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았다. 고요함 때문만은 아니었고, 램프 불빛으로 예기치 않게 드러난 공간, 바깥의 눈부신 태양 아래 있다가 지하 납골당 안으로 들어왔을 때와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 때문만도 아니었다. 거기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었다. 벽에는 갈색과 황금색 책들이 열을 지어 가득 꽃혀 있었던 것이다. 독서대도 있고 바이마르에서 온 강판 판화들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백발에다가 주름지고 여러 해 동안 감옥에 있었던 것처럼 창백한 밀랍의 얼굴을 한 노인이 있었던 것이다.

폴만은 그래버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그래도 난 운이 좋았어. 거의 모든 책을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

그래버가 몸을 돌렸다. "저는 오랫동안 책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거의 아무것도 읽지 못했어요."

"그럴 수밖에 없었을 테지. 책은 배낭에 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거워."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것도 힘들었어요. 벌어진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요. 그리고 현실을 말하는 책들은 읽고 싶지 않았고요."

폴만은 램프의 부드러운 녹색 불빛을 통해 그를 보았다. "그런데 자네는 왜 나를 만나러 왔는가, 그래버?"

"프레젠부르크가 선생님을 꼭 방문하라고 했어요."

"자네는 그 친구를 잘 아는가?"

"제가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던 유일한 사람입니다. 그 친구가 저에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라고 했어요. 선생님은 진실을 말씀하신다면서요."

"진실이라? 무엇에 대해서?"

그래버는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의 수업을 듣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순간 다시 학생이 되어 자신의 생활에 대해 질문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책들이 둘러싸고 있고, 소년 시대의 선생, 지금은 파면당한 선생을 앞에 두고 있는 이 작은 방, 벽돌로 파묻힌 방 안에서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는 것 같았다. 책들과 선생은 한때 있었던 친절과 관용 그리고 학문을 구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창밖의 폐허는 현재가 그러한 과거로부터 만들어 낸 것이었다.

"저는 지난 십 년 동안의 범죄에 제가 어느 정도 관계되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폴만은 묵묵히 그를 지켜보다가 지리에서 일어나 방 한구석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책 한 권을 꺼내 펼쳤다가는 들여다 보지도 않고 도로 제자리에 놓았다. 이윽고 그는 그래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네가 지금 한 질문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나?"

"그렇습니다."

"요새는 그보다 더 의미 없는 말을 해도 목이 달아나."

"일선에서는 아무 이유도 없이 죽습니다." 그래버가 말했다.

폴만이 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앉았다. "자네가 말하는 범죄는 전쟁을 말하는 건가?"

"전쟁을 일으킨 온갖 것들을 말합니다. 거짓과 억압, 불의와 폭력, 그리고 전쟁과 그 전쟁을 하는 방법도 범죄에 포함됩니다. 노예 수용소, 집단 수용소, 민간인에 대한 대량 학살 말입니다."

폴만을 침묵을 지켰다. "몇 가지는 직접 목격했습니다." 그래버가 말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얘기를 듣기도 했고요. 저는 우리가 이미 전쟁에 패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쟁을 계속하는 건 정부와 당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일으킨 인간들이 권력을 좀 더 연장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 더 많은 불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폴만은 여전히 그래버를 말없이 쳐다보았다. "자네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군?"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몰랐고요."

"그러면서도 또 전선으로 가야 하는군?"

"그렇습니다."

"무서운 일이야."

"더 무서운 것은 그것을 알면서도 다시 일선으로 가고, 그것을 알면서도 공범자가 되는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해야 할까요?"

폴만은 침묵을 지키다가 잠시 후에 속삭이듯 물었다. "그건 무슨 뜻인가?"

그래버가 말했다. "무슨 말인지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종교를 가르치셨어요. 저는 전쟁에 패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또한 노예 제도와 살인, 집단 수용소, 친위대와 보안부, 대량 학살과 비인도적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선 전쟁에 패해야 된다는 것도 잘 압니다. 그렇게 알고 있으면서도 이 주 후에 다시 일선으로 가서 전투에 가담한다면 도대체 저는 어디까지 공범자가 되는 것입니까?"

폴만의 얼굴이 갑자기 잿빛으로 변하며 핏기를 잃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생생했는데, 기이할 정도로 투명한 푸른빛이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눈빛이었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네는 다시 일선으로 가야 하는가?" 마침내 폴만이 물었다.

"거부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교수형이나 총살을 당합니다. 혹은 탈영할 수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체포되고 말 겁니다. 경찰 조직과 정보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성공한다 해도 어디에 몸을 숨길 수 있을까요? 숨겨 주는 사람은 자기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해야 하는데요. 그뿐 아니라 제 부모님께도 보복할 겁니다. 아주 가벼운 죄로도 집단 수용소로 끌려가 거기서 죽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일선으로 돌아가 아무런 방어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그러면 그건 자살행위가 될 겁니다."

시계가 종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버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그런 시게였다. 문 뒤의 한쪽 구석에 있는 오래된 쾌종시계였다. 시계가 내는 깊은 음향은 고요한 무덤 같은 공간 속에서 갑자기 유령과도 같은 시간의 속성을 드러내 보였다.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 폴만이 물었다.

"스스로 몸을 불구로 만드는 방법이 있어요. 거의 언제나 발각되지만요. 처벌은 탈영의 경우와 마찬가지이고요."

"부대를 옮길 수는 없을까? 국내로?"

"불가능합니다. 저는 아주 건강하고 힘도 좋습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제 의문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거고요. 도피에 지나지 않고 해결책이라고는 볼 수 없을 거 같아요.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공범일 수는 있으니까요, 안 그래요?"

"그래." 폴만은 두 주먹을 꼭 쥐었다. "그건 죄악이야." 그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악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서 끝나는지 아무도 몰라. 죄악은 어디서든 시작되자만 어디서도 끝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정확히 정반대일 수도 있고. 그러나 공범 관계라는 것! 누가 그것을 알겠는가? 오직 하느님만이 알 뿐이지."

그래버는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하느님은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원죄라는 게 존재하지도 않을 테니까요. 공범 관계라는 것은 수천 세대에 걸쳐 연결된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책임은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요?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는 사실 뒤에 간단하게 숨어 버릴 수는 없는 겁니다."

"그건 강제야. 명령일 뿐만 아니라."

그래버는 말없이 기다렸다. "기독교 시대의 순교자들은 강제에 굴복하지 않았어." 폴만이 주저하면서 말했다.

"우린 순교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공범 관계는 어디서 시작되는 걸까요? 보통 영웅주의라고 불리는 것은 언제 살인이 되는 겁니까? 더 이상 명분을 믿지 않을 때일까요? 아니면 목적을 믿지 않을 때일까요? 그렇다면 그 경계선은?" 그래버가 물었다.

폴만은 고통스러운 눈길로 그래버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그걸 말할 수 있겠나? 너무도 큰 책임이 따르는 문제야. 나는 자네를 대신하여 결정할 수가 없네."

"모두가 스스로 결졍해야 하는 겁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 다른 도리가 있겠나?'

그래버는 침묵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더 물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이 자리에서 갑자기 피고가 아니라 판사가 되어 앉아 있다. 나는 어째서 이 노인을 괴롭히고 있는가? 그리고 그가 이전에 내게 강의한 것과 내가 혼자서 배운 것에 대한 해명을 그에게 요구하는 것인가? 그는 폴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가 날이면 말마다 이 공간에서, 어둠 속에서 혹은 램프 곁에서 마치 옛 로마의 지하 납골당 같은 곳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 광경이 눈에 선했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매시간 체포의 불안에 시달리며 책에서나마 힘겹게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버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른 사람에게서 답을 구하는 것은 결정을 회피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저도 선생님께 실제로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은 자신을 향해서 물어본 것이지요. 종종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폴만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는 질문할 권리가 있어. 공범!" 그가 갑자기 말했다. "공범 관계라고 하지만 자네가 무엇을 알고 있나? 자네는 아직 어렸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도 전에 거짓으로 중독되었던 거네. 하지만 우리는, 우리는 그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네! 무엇 때문에? 나태한 마음? 무관심? 이기주의? 혹은 절망이라고 할 것인가? 어떻게 해서 그런 페스트가 만연하게 되었을까? 자네는 내가 이 일을 날마다 외면한 채 지낸다고 생각하나?"

그래버는 갑자기 폴만의 눈동자가 누구를 떠오르게 하는지 깨달았다. 그것은 그가 총살한 러시아인의 눈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저를 받아 주시고 또 좋은 말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가 모자를 들었다. 폴만은 눈을 번쩍 떴다. "벌써 가려고 하나, 그래버? 어떻게 할 생각인가?"

"모르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아직 이 주나 남아 있습니다. 순간순간 겨우 살아남는 데 익숙했던 때에 비하면 아주 긴 시간입니다."

"한 번 더 오게! 떠나기 전에 다시 오게. 약속할 텐가?"

"약속드립니다."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 폴만이 중얼거렸다.

그래버는 벽돌로 가려진 창 가까이에 있는 책들 사이에서 작은 사진을 하나 보았다. 자신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가 군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었다. 폴만에게 외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시절에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프레젠부르크에게 편지 쓸 때 내 안부도 전해 주게." 폴만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은 그 친구에게도 지금 제게 말한 대로 말씀하셨죠, 그렇죠?"

"그렇다네."

"제게 좀 더 빨리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말이 프레젠부르크에게 도움이 됐을까?"

"아닙니다 아마 더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버가 대답했다.

폴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자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변명에 지나지 않는 그런 답변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네. 모두들 번지르르하게 입만 살아서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모두 다 구실에 지나지 않아."

"교회도 마찬가질까요?"

폴만은 잠시 망설였다가 대답했다. "교회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교회는 운이 좋아. '네 이웃을 사랑하라.' 살인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카이저의 것은 카이저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라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야. 이것만 있으면 영혼의 함석장이는 어떤 물건이라도 만들어 낼 수 있지."

그래버가 미소를 지었다. 폴만이 이전에 보여 주었던 신랄한 풍자를 다시 보았기 때문이었다. 폴만이 그것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자네 미소를 짓는군. 차분하게 말이야. 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는가?"

"저는 부르짖고 있습니다. 다만 안 들릴 뿐입니다." 그가 말했다.

그는 다시 문 앞에 섰다. 누부신 햇살의 창이 눈을 찔렀다. 하얀 모르타르 벽이 반짝거렸다. 그는 광장을 천천히 가로질러 갔다. 오랫동안 결과를 기다리다 마침내 판결을 받았지만 그것이 무죄 판결인지 아닌지 별로 관심도 가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제 자나갔다. 원하던 바였다. 그것은 휴가 동안 곰곰이 생각했던 것으로, 이제 그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그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p.246-254)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영웅 숭배론 - 토마스 칼라일 (박지은 옮김, 동서월드북)

분노하라 - 스테판 에셀 (임희근 옮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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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년 6월 22일 ~ 1970년 9월 25일)

독일의 소설가이다.

독일 서부 베스트팔렌 주의 오스나브뤼크에서 태어났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18세 때 사범학교 재학 중 제1차 세계 대전에 참가하여 여러 번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일약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다. 이 소설은 그 후에 씌어진 <귀로>와 함께 전쟁에 대한 증오를 잘 그려낸 뛰어난 작품이다. 반전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여러차례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치스가 정권을 잡자 더 이상 독일에 있지 못하고, 프랑스로 망명했고, 2차대전이 터지자 미국으로 다시 망명하였다. 전쟁이 끝난후 스위스에 정착했다.
그는 또 제2차 세계 대전 때의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한 망명객의 불안과 절망을 묘사한 <개선문>을 발표하여 다시 이름을 떨쳤다. 이 소설은 자전적인 소설이다. 1947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였으나, 이듬해 스위스로 돌아왔다. 1958년에는 미국의 배우 폴레트 고다드와 재혼하였으며, 로카르노에서 72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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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때와 죽을 때 - 레마르크 (정성국 옮김, 홍신출판사)

서부 전선 이상 없다 - 레마르크 (홍성광 옮김, 열린책들)

개선문 - 레마르크 (장희창 옮김, 민음사)

그늘진 낙원 - 레마르크 (홍경호 옮김,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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