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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닥터 지바고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이동현 옮김, 동서문화사)

by handaikhan 2023. 8. 11.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닥터 지바고 (1957년)

 

<영원한 기억 러시아 장송곡>을 부르며 장례 행렬이 이어졌다. 잠시 노랫소리가 멎으면 장례에 참가한 사람들 발자국소리, 말발굽소리, 그리고 때때로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노래를 이어받은 것처럼 느껴져왔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며 화환의 수를 헤아리고는 성호를 그었다. 호기심 많은 몇 사람이 행렬에 끼어들며 물었다. "어느 분의 장례입니까?" "지바고입니다." 장송속을 부르던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군요. 그분이 돌아가셨군요." 아닙니다. 그분이 아니라 마님이십니다."

"어쨌거나 그분의 명복을 빕니다. 참 성대한 장레식이군요."

두 번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이 세상과, 그 안에 가득한 것이 모두 야훼의 것, 이 땅과, 그 위에 사는 것이 모두 야훼의 것" 사제가 성호를 긋고 몸짓을 하면서 마리야 니콜라예브나의 주검 위에 흙 한 줌을 뿌렸다. 그들은 <죽은 의인들의 영혼처럼>을 불렀다. 갑자기 부산해졌다. 이들은 관에 뚜껑을 덮고 네 모서리에 못을 박은 뒤 파 놓은 구덩이 속으로 조심스레 관을 내렸다. 삽 네 자루로 던져 넣는 흙이 소리를 내면서 비처럼 관을 때렸다. 도도록한 흙무덤이 생겼다. 그 위에 열 살 난 소년이 올라갔다.

어머니의 무덤을 밝고 선 아이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으레 성대한 장례식 끝에는 누구나 감각이 마비되어 멍해지므로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른다. (p.21)

 

창밖에는 길도 없고 채마밭도 없었다. 수도원 터에 눈보라 훝뿌려 몰아쳐 대기가 희뿌옇게 보였다. 눈보라는 마치 유라를 보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지 과시하며 소년을 겁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눈보라는 휭휭 소리내어 신음하면서, 온갖 방법을 다해 유라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늘에서 하얀 것이 끝없이 내려와선 땅에 떨어져 관을 덮는 천처럼 대지를 뒤덮었다. 눈보라는 이 세상에 오직 저 혼자만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눈보라에 맞서는 것은 없었다. (p.23)

 

"가끔은 재능 있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가 말했다. "지금은 온갖 그룹이니 협회니 하는 것이 유행이라네. 그들이 그렇게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는 건 그것이 재능이 없는 자들의 피난처이기 때문이지. 그것이 솔로비요프에 대한 귀의이든, 칸트 또는 마르크스에 대한 귀의이든 다 같은 거라네. 오직 개인만이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를 그저 적당히 사랑하는 자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법이지. 이 세상에 진정 귀의할 만한 대상이 있을까? 그것은 지극히 드물어. 내 생각에는 우리가 귀의해야 하는 건 불별, 그걸 다른 이름으로 말하면 조금 강화된 사람, 곧 생명이지. 우리는 바로 이 불멸에 귀의해야 하네. 그리스도에게 귀의해야 한다는 뜻이야!, 아, 역시 얼굴을 찡그리는군. 불행한 사람 같으니! 자네는 여전히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군."

"글쎄, 음." (p.28-29)

 

이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다 냉정하게 계산된 것이지만, 아울러서 바라보면 그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생명이라는 전체적인 흐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사가 지닌 틀에 따라 안달복달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만약 중요한 조절장치인, 근본적으로 낙천적인 최상의 감각이 그들에게 없다면 그 체제는 잘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 낙천성을 가져다주는 것은 다양한 인간들이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나에서 다른 것으로 옮길 수 있어서다. 또한 이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모두, 죽은 자가 묻히는 지상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좀 더 예를 든다면, 어떤 사람들은 하느님의 왕국이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은 역사라고 부르며, 또 다른 사람들은 이름으로 부르는, 그런 것들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한 행복감이 있어서다. (p.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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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레오니도비치 파스테르나크(Бори́с Леони́дович Пастерна́к, 1890년 2월 10일 ~ 1960년 5월 30일)

소련의 시인이자 소설가이다.

1890일 2월 10일 러시아 모스크바 출생. 1960년 5월 30일 사망. 러시아의 시인이자 소설가로 1890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다. 1909년 모스크바 대학의 역사·철학부에 들어갔고 12년 독일의 마르부르크 대학에 유학하여 신칸트파 철학을 공부하였다. 1914년 처녀작 '구름 속의 쌍둥이'를 썼으며 초기작은 블로크와 릴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20년대 중반부터는 서사시의 장르로 많이 편중하기도 했으며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혁명과 개인에 대한 운명에 관하여 깊이 심취해 그에 대한 정치적 비판이 격화되자 집필을 중단하고 번역하는 일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로 1958년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소련 내에서 커다란 반대가 야기되어 수상을 거부했다. 러시아 혁명의 잔혹함과 그 여파 속에서 펼쳐지는 방황, 정신적 고독, 사랑을 서사적으로 기술한 이 소설은 국제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소련에서는 비밀리에 번역본으로만 유포되었다. 그는 교양 있는 유대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아버지 레오니드는 미술 교수였으며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등과 교류했다고 한다. 이들의 초상화를 비롯해 레닌의 초상화를 그렸다.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로자 카우프만으로 어린 시절 빠스쩨르나끄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음악가가 되려했다. 그래서 6년간 음악이론과 작곡을 공부했지만 갑자기 철학으로 진로를 바꾸어 모스크바대학교와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철학 강좌를 수강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신체상의 이유로 병역이 면제되었지만 대신 우랄 지방의 화학공장에서 근무했고 혁명 후에는 소비에트 교육부 도서관에서 일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은 1913년에 출간되었고 1917년에는 2번째 시집인 '장벽을 넘어서'를 펴냈다. 1922년에 '누이, 나의 삶'을 출간하면서 역량 있는 신인 서정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빠스쩨르나끄의 초기 시는 상징주의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그러나 1933~43년에 쓴 작품은 공식적인 작품양식(사회주의 리얼리즘)과 너무 동떨어져 출판이 불가능했으며 1930년대 말의 대숙청 기간에는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작활동을 삼갔다. 1956년 빠스쩨르나끄는 모스크바의 유력한 월간지에 소설 '닥터 지바고'를 기고했으나 "10월혁명과 혁명의 주역인 인민, 소련의 사회건설을 중상했다"는 비방과 함께 거부당했다. 1905년 제1차 혁명과 1917년의 10월 혁명을 배경으로 씌어진 '닥터 지바고'는 짜리즘의 러시아가 붕괴되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작가 자신의 분신인 유리 지바고를 통해 지식인이 겪는 비참한 운명과 인간 비극을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은 서정적 시적 표현과 서사적 서술적 표현 그리고 다양한 서술 기법으로 씌어진 장대한 서사시이며 작가가 살았던 시대의 장엄한 증언이다. 특히 이 소설의 마지막 장에 기록된 '유리 지바고의 시'는 테두리를 넘어 특별한 생명력과 삶에 대한 강렬한 확신을 가진 그의 시의 깊이가 나타나 있다. 1987년에야 '닥터 지바고'가 소련 내에서 출판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페레델키노의 집에서 암과 심장병에 시달리며 여생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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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지바고 - 파스테르나크 (박형규 옮김, 문학동네)

닥터 지바고 - 파스테르나크 (김연경 옮김, 민음사)

닥터 지바고 - 파스테르나크 (홍대화 옮김, 열린책들)

닥터 지바고 - 파스테르나크 (박형규 옮김, 열린책들)

닥터 지바고 - 파스테르나크 (오재국 옮김,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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