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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4. 서양 - 고전 희곡

오셀로 – 셰익스피어 (김종환 역주, 태일사)

by handaikhan 2023. 2. 3.


셰익스피어 - 오셀로 (1604년)

 

이아고:

우리가 저마다 주인 노릇을 할 순 없소.

하지만 모두 다 충심으로 주인들을 섬기는 건 아니오.

세상엔 그저 굽실거리며 충성을 다하는 바보들도 있긴 하지.

굽실거리는 하인 노릇을 벗어나지 못하는 그 바보들은,

주인 집 당나귀처럼 여물밖에 아무 것도 얻어먹지 못하면서,

평생 죽도록 일만 하다가, 늙으면 쫓겨나는 신세가 되죠.

그런 바보 멍청이들은 회초리를 맞아야 해요.

한편 겉으론 그럴듯한 행동으로 주인에게 충성하는 체하지만

속으론 주인을 이용해 제 실속만 차리고,

얻을 수 있는 걸 다 얻게 되어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주인을 깔보고 자신을 주인으로 받드는 그런 부류가 있지요.

이런 자들이야말로 제법 정신이 바로 박힌 자들인데,

솔직히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요.

당신이 로더리고가 틀림이 없듯이

내가 무어 장군이라면 난 이아고일 수 없소.

그자를 섬기는 체하지만 사실 난 내 자신만을 섬기고 있어요.

하늘이 알고 있죠. 내가 그를 좋아하거나 충성하는 게 아니라,

내 사사로운 목적 때문에 그런 척하고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겉으로 드러난 나의 행위가

내 마음속의 진정한 동기와 의도를 다 드러내 보여주면,

머지않아 난 내 가슴을 소매 끝에 달고 다니면서

갈가마귀들이 쪼아 먹게 하는 꼴이니까요.

나는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과는 다른 사람이오. (11:p63-65)

(역주) 내가 만약 오셀로라면 난 이아고일 수가 없다. 뒤집어 말하자면 난 이아고이기 때문에 오셀로일 수가 없다는 뜻으로 자신이라면 우둔한 오셀로와는 달리 겉으로만 충성하는 체하는 것을 알아 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이어서 이아고는 그 자신이 항상 자신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일하고 충성하는 체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외양과 실재의 괴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브러밴쇼:

, 혈육이 배신하다니!

아비들이여, 이제부턴 딸지식의 행동을 보고

딸자식의 마음을 믿지는 말지어다.   (11:p73)

 

공작:

이미 이렇게 엉클어진 일이니 좋게 처리하시오?

맨주먹보다는 부러진 칼이라도

쓰는 게 낫지 않겠소.    (13:p101)

 

공작:

어쩔 도리가 없다고 체념하면 슬픔도 끝나는 법.

최악의 것을 보고 지금까지의 혹시나 하는 희망을 버린 탓이오.

이미 끝난 일을 언제까지나 마음에 두고 슬퍼하는 건

다시 새로운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법.

우리가 지킬 수 없는 걸 운명의 여신이 앗아가도,

참고 견디면 어쩔 도리가 없는 손실을 웃어넘길 수 있는 법.

도둑을 맞고도 웃으면 오히려 도둑에게 뭔가를 빼앗는 셈이지만,

쓸데없는 슬픔에 잠기면, 스스로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리는 법.   (13:p103)

 

오셀로:

습관이란 폭군 같은 것  (13:p105)

 

브러밴쇼:

무어, 눈이 멀지 않았거든 내 딸을 잘 지켜보게.

아비를 속인 년이 남편인들 속이지 못하겠는가?   (13:p109)

(역주) 브러밴쇼에게 딸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그 무엇이고, 다른 사람이 손에 넣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여성이 남성들 간의 교환의 대상이고, 딸에 대한 아버지의 소유권이 남편의 손으로 이전되던 당대의 관행을 보여준다(13193). 여기에 더해 이렇게 저주를 퍼 붇는데, 아마 이러한 발언은 바로 당대 가부장제의 여성혐오적 발언 중에 대표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브러밴쇼는 데스데모나의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남성으로서 같은 남성 오셀로에게 충고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브러밴쇼의 발언은 바로 당시 가부장 하에서 여성애 대한 남성의 시각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아고:

성격 탓이라고요? 헛소리하지 마시오!

이리 되고 저리 되는 게 다 자신에게 달려 있는 일이죠.

우리 몸이 정원이라면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랍니다.

우리가 쐐기풀을 심던, 상추씨를 뿌리던,

우슬초를 심어 백리 향을 빼내든,

한 가지 풀로 채우던, 여러 종류의 풀을 섞어서 심던,

가만 내버려 둬서 불모지를 만들든, 열심히 거름을 주던,

이 모든 걸 바로잡는 건 우리 의지에 달려 있지요.

우리의 삶이 저울이고, 그 저울에서

이성의 접시가 기우는 정욕의 접시 균형을 잡아주지 못한다면,

혈기와 비천한 정욕으로 인해 우린 터무니없는 짓을 하게 되죠.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성이 있어서 날뛰는 충동과,

자극적인 성욕과, 고삐 풀린 색욕을 가라앉힐 수가 있어요.

당신이 애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욕망의 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13:p111)

 

이아고:

시간의 자궁은 달이 차면 나오기 마련인

여러 가지 사건들을 잉태하고 있지요.

(There are many events in the womb of time

Which will e delivered.)           (13:p115)

 

이아오:

질투란 녹색 눈빛을 한 괴물로, 사람 마음을 먹이로 삼아

즐기는 놈이죠.  (33:p197)

 

에밀리아:

잘투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은 소용없을 겁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어 질투하는 게 아니거든요.

질투하는 천성이라 질투하는 것이지요.

질투란 저절로 잉태되고 스스로 태어나는 괴물이기 때문이죠. (34: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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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년 4월 26일~1616년 4월 23일)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잉글랜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런던으로 이주하고서 본격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일약 명성을 얻었고, 생전에 '영국 최고의 극작가' 지위에 올랐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처럼 인간 내면을 통찰한 걸작을 남겼으며, 그 희곡은 인류의 고전으로 남아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당대 여타 작가와 다르게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자연 그 자체에서 깊은 생각과 뛰어난 지식을 모은 셰익스피어는 당대 최고의 희곡 작가로 칭송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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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 - 셰익스피어 (강석주 옮김, 펭귄클래식)

오셀로 - 셰익스피어 (최영 옮김, 시공사)

오셀로 - 셰익스피어 (오수진 옮김, 한국외대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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