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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V. 고전 인문/1. 동양 - 고전 인문학

초간 노자 – 양방웅 (예경)

by handaikhan 2023. 2. 3.

노자 - 도덕경 (초간본) 

 

1 (25)

혼돈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있었으니, 천지가 생기기 전이었습니다.

그것은 소리도 없고 형태도 없이 고요했으며,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홀로였으며,

언제나 자기의 본성을 잃지 않았으니

가히 천하만물의 근본이라 하겠습니다.

그의 이름을 모르고, 그저 자를 도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억지로 그의 이름을 대라고 지었습니다.

대는 넓기 때문에 이르지 않는 곳이 없고,

이르지 않는 곳이 없으니 한없이 미치고,

한없이 미치니 제자리로 되돌아갑니다.

하늘도 대요, 땅도 대요, 도도 대요, 또한 왕도 대입니다.

나라 안에는 네 가지 대가 있으며, 왕은 그 중의 하나입니다.

사람은 땅의 순리에 따르며,

땅은 하늘의 순리에 따르며,

하늘은 도의 순리에 따르고,

도는 자연의 순리에 따릅니다.

 

2 (6)

하늘과 땅 사이의 공간은, 풀무와 같은 것이 아닐까요?

텅 비어 있지만, 다함이 없으며, 움직일수록 힘은 더욱 세게 나옵니다.

 

3 (16)

허에 이르려면 꾸준함이 있어야 하고, 중을 지키려면 독실해야 합니다.

(허에 이르고 중을 지키면)

만물은 비로소 (생과 멸을) 시작하며, 그리고 모두 제자리로 반드시 돌아갑니다.

하늘의 도는 둥글고 둥글어서, (만물은) 각각 그 근원으로 되돌아갑니다.

 

4 (55)

덕이 중후한 사람은 마치 갓난아기 같습니다.

,전갈,벌레,뱀들도 물지 않고, 사나운 새나 맹수도 그에게 덤벼들지 않으며,

뼈도 약하고 근육도 부드럽지만 잡는 힘이 세며,

비록 남녀의 교합을 모르지만, 저절로 발기되는 것은

정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온종일 울어도 근심이 없는 것은 화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화기를 상이라 하고, 화기를 아는 것을 명이라 합니다.

(사람들이 이 명을 모르고)

억지로 장생을 추구하면 재앙이 따르는데,

마음이 불화의 기를 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물이 강장해지면 곧 노쇠해지는데, 이를 부도라고 합니다.

 

5 (44)

명성과 생명 중 어느 것이 더 친밀합니까?

생명과 재물 중 어느 것이 더 귀합니까?

(명성과 재물을) 얻는 것과 (생명을) 잃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해롭습니까?

지나치게 인색하면 반드시 더 많은 비용이 들며,

지나치게 축적을 하면 반드시 더 많은 손실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만족함을 알면 굴욕됨이 없고, (분수에 맞게)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이렇게 하면) 오래도록 (안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6 (40)

순환은 도의 운동입니다.

유약은 도의 효용입니다.

천하 만물은 유에서 생기며 (유는) 또한 무에서 생겨납니다.

 

7 (9)

쌓아 올려 가득히 채우는 것이 (적절한 수준에서) 멈추는 것만 못하며,

(음식을) 많이 저장해 두어도 오래 보존하지 못합니다.

금과 옥이 집에 가득해도, (이를) 지킬 수가 없습니다.

부귀는 교만한 것이어서, 반드시 스스로 재앙을 불러옵니다.

(그러므로) 공을 이루고 나면, 자신은 뒤로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입니다.

 

8 (19)

(나라를 잘 다스리려고 하는 통치자가)

현혹시키는 계략과 말재주를 버리면 백성은 백 배나 더 좋아지고,

거짓과 탐욕을 버리면 도적이 사라지며,

일부러 하려는 마음과 사사로운 걱정을 버리면 (저절로) 백성은 어린 아기의 순수한 본성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세 마디 말을 (통치자가 지켜야 할) 준칙으로 삼기에는 불충분하므로

(통치자는 아래의 두 마디 말을 추가하여) 명제로 정하거나 원칙으로 삼아야 합니다.

언제나 소박하라. 사욕을 줄여라.

 

9 (66)

강해가 (수많은 계곡물이 흐르는) 백곡의 왕이 되는 까닭은

그가 백곡보다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며, 그래서 백곡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성인은 비록 백성을 앞에서 이끄는 지위에 있지만 (백성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태도가 겸손해야 하며, 비록 백성보다 높은 지위에 있지만 (백성에게는 언제나) 말씨도 공손해야 합니다.

(그래서 성인이) 백성의 위에 있어도, 백성은 힘들어 하지 않으며,

백성의 앞에 있어도 백성은 방해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천하 모두가 그를 즐거이 받들고, 싫어하지 않습니다.

다투지 아니하므로, 천하 모두가 그와 다툴 수가 없습니다.

 

10 (46)

재앙은 더없이 심한 욕망 때문에 생기며,

우환은 분수에 넘치게 얻으려하기 때문에 생기고,

화는 만족을 모르는 정도가 더없이 크기 때문에 생깁니다.

만족함을 아는 것이 곧 만족이라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재앙,우환,화 등의 걱정이 없는) 영원한 만족이라는 것입니다.

 

11 (30)

도로써 군주를 보좌하는 사람은 병력에 의지하여 천하에 위세를 부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현명한 사람은 목적 달성만을 추구하며, 강한 힘으로써 얻지 않습니다.

목적을 이루어도 자랑하지 않으며,

목적을 이루어도 교만하지 않으며,

목적을 이루어도 뽐내지 않습니다.

이를 일컬어 과이불강이라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은 (과이불강으로 군주를 보좌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12 (15)

아주 옛날에 신선으로 불리는 훌륭한 사람은 미묘하고 신묘하며, 사리를 통달하여

그의 심오함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행동하는 모습을 묘사해 보겠습니다.

겨울에 냇물을 건너가듯 (얼음이 깨질까 미리 두드려 보고 건너가듯) 조심스럽고,

이웃(나라)에 들어갈 때 두려워하듯 신중하며,

손님을 맞이하듯 엄숙하며,

(맺힌 것을 오래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고) 얼음이 녹아 내리듯 시원스레 풀어버리며,

통나무처럼 진실되고,

탁한 물처럼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무엇이 이 탁한 물을 고요함 속에서 서서히 맑게 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이 안정된 것을 움직여 서서히 생동하게 할 수 있을까요?

그러한 도를 지키는 사람은 언제나 가득 채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13 (64)

얻으려고 하면 오히려 실패하고, 지키려고 하면 오히려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얻으려고 하지 아니하므로 실패가 없으며,

지키려고 하지 아니하므로 잃는 것도 없습니다.

일을 처리함에 있어 마무리를 하는 때에, 처음처럼 신중하게 끝을 맺으면,

실패하는 일이 없습니다.

성인은 탐욕이 없는 것을 하려고 하며,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성인은 사람들에게) 훈계하지 않고 가르치므로,

잘못이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고 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만물이 스스로 본성에 순응하려 함을 도와줄 뿐,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습니다.

 

14 (37)

도는 언제나 무위입니다.

왕후들이 이를 지킨다면, 만물은 곧 저절로 조화를 이룹니다.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도 만일 어떤 일(유위의 일)을 하려는 욕망이 생기면,

이름도 없는 소박함에 의하여 진정됩니다.

(소박함에 의하여) 스스로 만족함을 알게 하고, 만족함을 알게 함으로써 정숙해지며,

그리하여 만물은 저절로 안정을 이룹니다.

 

15 (63)

꾸밈이 없는 행위를 하며, 꾸밈이 없는 일을 하고, 꾸밈이 없는 맛을 봅니다.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쉬운 일도 많지만 어려운 일도 많기 마련입니다.

성인은 어려운 일을 어려운 일로 보기 때문에 마침내는 어려운 일이 없습니다.

 

16 (2)

천하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알고 있지만, 추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착한 것이라고 아는 것도, 착하지 않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있음과 없음도 서로의 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며,

어려움과 쉬움도 서로 의지하며 이루어지며,

김과 짧음도 서로 비교되어 보이며,

높음과 낮음도 서로를 포용하고 있으며,

음과 소리도 서로 어울려서 나오며,

앞과 뒤도 서로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무위의 원칙을 지키면서 일하며,

말로 가르치지 아니하고 덕으로써 가르침을 행합니다.

만물은 그냥 활동할 뿐, 시작하지 아니하며,

도움을 주고도, 바라지 아니하며,

공적을 이루고도, 그곳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오로지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그의 공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17 (3)

도는 언제나 이름이 없습니다.

소박함은 비록 작은것이지만, 천지도 감히 지배할 수 없습니다.

왕후들이 만일 그것을 지킬 수만 있다면

천하 백성들이 저절로 즐거이 따를 것입니다.

 

18 (32)

하늘과 땅의 기가 어울려 저절로 감로가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백성에게 명령하지 않아도 저절로 고르게 안정을 이룹니다.

처음에 제도를 만들어내면, 곧 이름이 생깁니다.

이름이 이미 생겼으면 마땅히 멈춤도 알아야 하며

멈춤을 알고 멈추면, 위험을 면할 수 있습니다.

도가 천하에 있음을 비유하면, 마치 작은 계곡과 강해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19 (64)

형세가 안정되어 있는 때에는 장악하기가 쉽습니다.

조짐이 보이기 전에는 계책을 마련하기가 쉽고, 무른 것은 나누기 쉽고,

미세한 것은 흩어버리기 쉽습니다.

발생하기 전에 처리하여야 하며, 혼란이 생기기 전에 다스려야 합니다.

아름드리 나무도 아주 작은 싹이 트여 자라난 것이며,

아주 높은 누대도 한 삼태기의 흙을 쌓아 올린 것이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합니다.

 

20 (56)

아는 사람은 말이 없으며, 말을 하는 사람은 알지 못합니다.

눈을 감고, 입도 다물고, 빛을 조화롭게 하고, 속세와 함께 하며

칼끝을 무디게 하고, 갈등을 삭혀서, 이루어진 상태를 현동이라고 합니다.

친근할 수도 없으나, 그렇다고 소원할 수도 없으며,

이롭게 할 수도 없으나, 그렇다고 해롭게 할 수도 없으며,

존귀하게 할 수도 없으나, 그렇다고 비천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천하 사람들이 존귀하게 여깁니다.

 

21 (57)

성인인 통치자는 정도로 나라를 다스리고, 기계로 병력을 부리며,

전쟁으로 인한 재앙 없이 천하를 얻습니다.

내가 어떻게 이런 걸 알겠습니까?

군왕이 금기령을 많이 내릴수록 배반하는 백성들은 더욱 늘어납니다.

백성들이 예리한 기구를 많이 가질수록 나라는 더욱 쉽게 혼란에 빠집니다.

사람들이 계략을 많이 쓸수록 기괴한 사물이 더욱 많이 생깁니다.

진귀한 물건이 늘어날수록 도적도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성인이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내가 일을 만들어내지 아니하니 백성이 저절로 부유해지고

내가 순리에 어긋나지 아니하니 백성이 저절로 순화되며

내가 묵묵히 있으니 백성이 저절로 단정해지고

내가 욕심을 내지 아니하니 백성이 저절로 순박해 진다.

 

22 (59)

사람들을 위하여 하늘을 섬김에 있어서는

농사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무릇 농사는 오로지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예방하는 것은 곧, 공덕을 많이 쌓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공덕을 많이 쌓으면 극복하지 못하는 난관이 없습니다.

극복하지 못하는 난관이 없으므로 꾸준히 지속해야 할지 모릅니다.

꾸준히 지속해야 할 필요성이 없으니 곧 나라를 건전하게 보유할 수 있습니다.

나라를 보유함에 있어 근본이 있으니 오래 오래 안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오래도록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심근고저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장생구시의 근본입니다.

 

23 (48, 19)

학문을 하면 오만함이 날로 더 많아지고

도를 행하면 오만함이 날로 줄어듭니다.

줄고 또 줄어서 마침내는 무위에 이릅니다.

무위에 이르면, 곧 하지 않는 것이 없는

무불위의 상태에 이릅니다.

따라서 학문과 단절하면 우환이 없습니다.

 

24 (20)

 

정중하게 대답하는 말과 큰 소리로 꾸짖는 말은 서로 얼마나 차이가 있습니까?

아름다움과 추함이 서로 어떻게 다릅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 (13)

사람들은 총애를 받거나 모욕을 당하면 놀라는 것 같고,

우환을 자기 몸처럼 중시하는 것 같습니다.

총애나 모욕이란 무엇입니까?

총애라는 것은 비천한 것입니다.

그것을 받으면 기뻐서 놀라고, 그것을 잃고 모욕을 당하면

황당해서 놀라기 때문에 이를 총욕약경이라 하는 것입니다.

왜 우환을 자기 몸처럼 중요시 합니까?

우리에게 우환이 있는 까닭은 우리 몸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가 몸이 없다면 어찌 우환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자기 몸을 천하로 여기고 귀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곧 천하를 맡길 수 있습니다.

자기 몸을 천하로 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천하를 위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26 (52)

탐욕의 문을 닫고, 쾌락의 통로를 막으면 평생토록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탐욕의 문을 열고 쾌락의 일로 다투면 평생토록 성공하지 못합니다.

 

27 (45)

완전하게 갖춘 것은 부족한 듯 보이나 그의 효용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습니다.

꽉 찬 것은 마치 텅 빈 것 같으나 그의 효용은 무궁합니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서투르게 보이고,

크게 성공한 사람은 어눌하게 보이며,

아주 정직한 사람은 도리에 어긋나는 듯이 보입니다.

 

28 (45)

열기는 냉기를 이기고,

청량은 열기를 이깁니다.

청정이 곧 천하 안정의 묘약입니다.

 

29 (54)

튼튼하게 건립된 것은 흔들리지 않으며

잘 보호되고 관리된 것은 탈락하지 않으니

자손이 제사 때문에 고달프지 않습니다.

개인이 실행하면 그 덕은 더욱 진실되며

한 가정이 실행하면 그 덕은 풍족하여 남음이 있으며

한 고을이 실행하면 그 덕은 증대되며

한 나라가 실행하면 그 덕은 풍성해지고

천하가 실행하면 그 덕은 널리 보급됩니다.

한 가정이 통하여 다른 가정을 관찰할 수 있으며

한 고을을 통하여 다른 고을을 관찰할 수 있으며,

한 나라를 통하여 다른 나라를 관찰할 수 있으며,

한 세계를 통하여 다른 세계를 관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어떻게 온 천하가 그러한지를 알겠습니까?

 

30 (41)

상급의 사민은 도를 들으면 먼저 그 중에서 가능한 부분을 바로 실행하고,

중급의 사민은 도를 들으면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우물거리고,

하급의 사민은 도를 들으면 크게 비웃습니다.

만일 이들이 비웃지 않으면, 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건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밝은 도는 어두운 듯이 보이고, 평탄한 도는 울퉁불퉁한 듯이 보이고,

나아가는 도는 물러나는 듯이 보입니다.

지극한 덕은 계곡처럼 낮게 보이고 결백은 때문은 것 같이 보이고,

광대한 덕은 부족한 것 같이 보이고, 강건한 덕은 나태한 것 같이 보입니다.

순박한 것은 쉽게 변할 것 같이 보입니다.

대지는 모서리가 없으며,

귀중한 기물은 오랜 시간이 걸려 이루어지며,

아름다운 화음도 악기 하나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가 모인 것이며,

하늘의 모습은 형태가 없습니다.

도는 비록 이름은 없지만 잘 시작하고 잘 완성합니다.

 

31 (17,18)

가장 훌륭한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백성들은 그가 있다는 것만을 알 뿐이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가까이 하고 찬양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깁니다.

군주가 성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백성들도 자연히 그를 불신하는 것 아닐까요?

말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말하지 아니 합니다.

일을 완성하여 마침내 성공을 거두면,

백성들은 우리들에게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도가 아주 문란해지면, 어떻게 인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육친이 화목하지 못하면, 어떻게 효도와 자애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어떻게 정직한 신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32 (35)

성인이 도를 지키면,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로 모여듭니다.

모여들어도 그에게 해롭지 않으며, 보다 안정되고, 평화롭고 웅대해집니다.

음악과 음식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을 멈추게 합니다.

도라는 것은, 말하자면 담담하고, 맛이 없으며, 볼려고 해도 보이지 않고,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지만, 쓰임에는 무궁합니다.

 

33 (31)

군자는 평시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무기를 사용하는 때에는 오른쪽을 귀히 여깁니다.

무기에 관하여 말하자면, 그것은 상서롭지 못한 기물입니다.

만일 부득이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냉담한 자세를 중요시 해야 하지 찬미를 하여서는 안 됩니다.

무기 사용을 찬미한다는 것은 곧 살인을 즐긴다는 것입니다.

살인을 즐기는 사람은 천하에서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길사에는 왼쪽을 귀히 여기고, 상사에는 오른쪽을 귀히 여기는 것입니다.

용병시에 편장군은 왼쪽에 위치하고, 상장군은 오른쪽에 위치하는데,

이는 말하자면, 상례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 살인을 많이 하였다는 것은 애통한 심정으로 참가하였다는 것이므로

싸움에서 승리를 하였다 하여도, 이를 상례에 따라 처리하는 것입니다.

 

34 (64)

얻으려고 하면 오히려 실패하고 지키려고 하면 오히려 잃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얻으려고 하지 아니 하므로, 실패가 없으며

지키려고 하지 아니하므로 잃는 것도 없습니다.

처음처럼 신중하게 끝을 맺으면 실패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은 언제나 목적이 막 달성되려는 때에 신중하지 못하여 실패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탐욕이 없는 일을 하려고 하며,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훈계하지 않고 학습을 시키므로 잘못이 있은 사람들이 스스로 깨닫고 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성인은 만물이 스스로 본성에 순응하려 함을 도와줄 뿐 의도적으로 행하지 않습니다.

 

35 (대일생수)

태일이 물을 일으켰습니다.

물은 되돌아가 태일을 도와서 천을 이루고

천은 되돌아가 태일을 도와서 지를 이루었습니다.

천과 지가 다시 서로 도와서 신명을 이루고

신과 명이 다시 서로 도와서 음양을 이루었습니다.

음과 양이 다시 서로 도와서 사계절을 이루고,

사계절이 다시 서로 도와서 한열을 이루었습니다.

한과 열이 다시 서로 도와서 습조를 이루고

습과 조가 다시 서로 도와서 마지막으로 세, 즉 한 해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므로

한 해는 습조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습조는 한열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한열은 사계절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사계절을 음양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음양은 신명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신명은 천지에서 생겨나온 것이고

천지는 태일에서 일으켜져 나온 것입니다.

그러한 까닭에 태일은 물에 머물러 있으면서 활동하며,

사계절의 흐름을 타고 운행합니다.

한 해를 돌아서 다시 한 해를 시작하며,

스스로 만물의 근본이 됩니다.

한쪽이 부족하면 다른 한쪽이 남아,

스스로 만물이 변화하는 질서의 근거가 됩니다.

천이 제거할 수도 없으며, 지가 다스릴 수도 없고,

음양이 변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러한 것을 아는 군자를 곧 성인이라 부릅니다.

 

36 (천도귀약)

천도는 유약함을 귀하게 여기므로

융성한 것을 약화시키므로써 새로 생기는 것에 유익하게 합니다.

강한 것을 제거하고, 견고한 것을 무력하게 하여, 유약한 것을 도와 줍니다.

아래에 있는 것은 땅이라는 것인데, 이를 지라고 부릅니다.

위에 있는 것은 기라는 것인데, 이를 천이라 부릅니다.

도라는 것도, 단지 천지라는 이름의 자일 뿐인데,

그 이름은 어디에 쓰일까요?

도를 행사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이름에 의지하여야 일을 성공시킬 수 있고

신체도 장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성인도 그 이름에 의지하여야 성공도 하고 신체로 해롭지 않습니다.

천지는 이름과 자가 함께 있는데,

잠시 이름을 도에게 빌려주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천과 지가 대등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천이 서북쪽에 부족함이 있어 낮으면, 동남쪽을 높여 강하게 하고,

지가 동남쪽에 부족함이 있어 약하면, 서북쪽을 높여 강하게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서북쪽이 부족한 것은 동남쪽에 남음이 있다는 말이고,

동남쪽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은 서북쪽에 남음이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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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본 노자>

초간본 노자 - 안기섭 (학민사)

노자의 다르지만 같은 길 - 안성재 (어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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