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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3. 시

난 빨강 - 박성우 (창비)

by handaikhan 2023. 2. 1.

 

박상우 - 난 빨강 -(2010년)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발랑 까지고 싶게 하는 발랄한 빨강

누가 뭐라든 신경 쓰지 않고 튀는 빨강

빨강 립스틱 빨강 바지 빨강 구두

그냥 빨간 말고 발라당 까진 빨강이 끌려

빼지도 않고 앞뒤 재지도 않는 빨강

빨빨대며 쏘다니는 철딱서니 같아서 끌려

그 어디로든 뛰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빨강

난 빨강이 끌려, 새빨간 빨강이 끌려

해종일 천방지축 쏘다니는 말썽쟁이, 같은 빨강

빨랑 나도 빨강이 되고 싶어 빨랑

빨랑, 빨강이 되어 싸돌아다니고 싶어

빨빨 싸돌아다니다가 어느새 나도

빨강이 될 거야, 새빨간 빨강,

빨강 치마 슈퍼우먼이 될 거야

빨강 팬티 슈퍼맨이 될 거야

빨강 구름이 빨강 바다 빨강 빌딩숲 만들러 날아다닐 거야

새빨간 거짓말 같은 빨강,

막대사탕처럼 달달하게 빨리는 빨강,

혀를 내밀면 혓바닥이 온통

새빨갛게 물들어 있을 것 같은 달콤한 빨강

빨ㅡ강, 하고 말만 해도

세상이 온통 빨개질 것 같은 끈적끈적한 빨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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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 신나는 악몽 (2010년)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
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

고릴라 곁에 있던 염소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깡그리 먹어치우고 있다

운동장에서는 능구렁이가
선생님들을 능글능글 가로막고 하품 중이다

쩔쩔매던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삼삼오오 모여 실컷 놀다가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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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 제27권 『난 빨강』.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거미’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박성우의 첫 번째 청소년시집이다. 저자는 ‘연두’와 ‘빨강’을 청소년을 상징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내세우면서 그들의 일상과 문화, 고민과 갈등, 그리고 자괴감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난 빨강』은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 부모의 이혼으로 조부모와 사는 아이, 학교에서 뛰쳐나가고만 싶은 아이, 부모에게 반항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 학원에 다니고 싶은데 어려운 살림 때문에 참는 아이, 그리고 성에 대해 흥미를 가진 아이 등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생생히 반영해낸다.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청소년 특유의 반짝이는 우정도 담아내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