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일신서적-한군남북문학100선, 20)
이상 - 오감도 (1934년)
시제1호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달은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뚤닌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야도좋소.
시제2호
나의 아버지가나의 곁에서졸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느냐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시제3호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또싸움하는사람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었기도하니까싸움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고싶거든싸움하지아니하던아니하던사람이싸움하는것을구경하던지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는구경을하던지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나싸움하지아니하는사람이싸움하지아니하는것을구경하던지하였으면그만이다.
시제4-8
시제9호 총구
매일같이열풍이불더니드디어내허리에큼직한손이와닿는다. 황홀한지문골짜기로내땀내가스며들자마자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내소화기관에묵직한총신을느끼고내다물은입에매끈매끈한총구를느낀다. 그러더니나는총을쏘듯이눈을감으며한 방총탄대신에나는참나의입으로무엇을내뱉었더냐.
시제10호 나비
찢어진벽지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그것은유계에낙역되는비밀한통화구다. 어느날거울가운데의수염에죽어가는나비를본다. 날개축처진나비는입김에어리는가난한이슬을먹는다. 통화구를손바닥으로꼭막으면서내가죽으면앉았다일어서듯이나비도날아가리라. 이런말이결코밖으로새어나가지는않게한다.
시제11호
그 사기컵은 내 해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컵을 번쩍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컵을 사수하고 있으니 산산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컵과 흡사한 내 해골이다. 가지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에 내 팔이 혹 움직였던들 홍수를 막은 백지는 찢어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히 그 사기컵을 사수한다.
시제12호
때묻은 빨래조각이 한뭉텅이 공중으로 날라떨어진다. 그것은 흰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한 한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왔다는 선전이다. 한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한 하늘이편에 방망이로 흰비둘기의 떼를 때려죽이는 불결한 전쟁이 시작된다. 공기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비둘기의 떼는 또한번 이 손바닥만한 하늘저편으로 날아간다.
시제13호
내 팔이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당하는 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잃어버린 내 두개팔을 나는 촉대세움으로 내 방안에 장식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을 내이는것만 같다. 나는 이러한 얇다란 예의를 화초분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시제14호
고성 앞에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모자를 벗어놓았다.
성 위에서 나는 내 기억에 꽤 무거운 돌을 매어 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껏 팔매질쳤다. 포물선을 역행하는 역사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 밑 내 모자곁에 한사람의 걸인이 장승과 같이 서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걸인은 성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은 종합된 역사의 망령인가. 공중을 향하여 놓인 내 모자의 깊이는 절박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은 율률한 풍채를 허리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속에 치뜨려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하였다. 심장이 두개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손자국이 낙인되어 언제까지 지워지지 않았다.
시제15호
1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속의 나는 역시 외출중이다. 나는 지금 거울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속의 나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를 하는 중일까.
2
죄를 품고 식은 침상에서 잤다. 확실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의족을 담은 군용장화가 내 꿈의 백지를 더럽혀놓았다.
3
나는 거울속에 있는 실내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하려고,그러나 거울속의 나는 침울한 얼굴로 동시에 꼭 들어온다. 거울속의 나는 내게 미안한 뜻을 전한다. 내가 그때문에 영어되어 있듯이 그도 나때문에 영어되어 떨고있다.
4
내가 결석한 나의 꿈. 내 위조가 등장하지 않는 내 거울. 무능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의 갈망자다. 나는 드디어 거울속의 나에게 자살을 권유하기로 결심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도 없는 들창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은 자살만을 위한 들창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할 수 없음을 그는 내게 가르친다. 거울속의 나는 불사조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의 위치를 방탄금속으로 엄폐하고 나는 거울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을 발사하였다. 탄환은 그의 왼편 가슴을 통과하였으나 그의 심장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심장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
<보충>
시제4-8
시제4
患者의容態에關한問題.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1234567890
診斷 0 : 1
26.10.1931以上 責任醫師 李 箱
시제5
某後左右를除하는唯一의痕跡에잇서서
翼殷不逝 目大不覩
胖矮小形의神의眼前에我前落傷한故事를有함.
臟腑타는것은浸水된畜舍와區別될수잇슬는가.
시제6
앵무※ 두 마리
두 마리
※ 앵무는 포유류에 속하느니라.
내가 이필을 아아는 것은 내가 이필을 아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물론 나는 희망할 것이니라.
앵무 두 마리
『이 소저는 신사 이상의 부인(夫人)이냐』 『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가 노한 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 두 마리
두 마리
물론 나는 추방당하였느니라. 추방당할 것까지도 없이 자퇴하였느니라. 나의 체구는 중축을 상실하고 또 상당히 창량하여 그랫든지 나는 미미하게 체읍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나』『나의―아―너와나』
『나』
sCANDAL이라는 것은 무엇이냐.『너』『너구나』
『너지』『너다』『아니다 너로구나』 나는 함뿍 젖어서 그래서 수류처럼 도망하였느니라. 물론 그것을 아아는 사람은 혹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 그럴는지 그것조차 그럴는지.
시제7
구원적거의 지의 일지 · 일지에 피는 현화 · 특이한 4월의 화초 · 30륜 · 30륜에 전후되는 양측의 명경 · 맹아와 같이 희희하는 지평을 향하여 금시금시 낙백하는 만월·청간의 기 가운데 만신창이의 만월이의 형당하여 혼륜하는· 적거의 지를 관류하는 일봉가신· 나는 근근히 차대하였더라· 몽몽한 월아·정밀을 개엄하는 대기권의 요원· 거대한 곤비 가운데의 일년 사월의 공동 · 반산 전도하는 성좌와 성좌의 천열된 사호동을 포도하는 거대한 풍설·강매·혈홍으로 염색된 암염의 분쇄· 나의 뇌를 피뢰침삼아 침하반과되는 광채임리한 망해·나는 탑배하는 독사와 같이 지평에 식수되어 다시는 기동할 수 없었더라 · 천량이 올 때까지
시제8
제1부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 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마취된 정면으로부터 입체와 입체를 위한 입체가 구비된 전부를 평면경에 영상시킴. 평면경에 수은을 현재와 반대측면에 도말이전함. (광선침입방지에 주의하여)서서히 마취를 해독함. 일축철필과 일장백지를 지급함. (시험담임인은 피시험인과 포옹함을 절대기피할것) 순차수술실로부터 피시험인을 해방함. 익일. 평면경의 종축을 통과하여 평면경을 2편에 절단함. 수은도말 2회.
ETC 아직도 만족한 결과를 수득치 못하였음.
제2부시험 직립한 평면경1
조수 수명
야외의 진실을 선택함. 위선마취된 상지의 첨단을 경면에 부착시킴. 평면경의 수은을 박락함. 평면경을 후퇴시킴. (이때 영상된 상지는 반드시 초자를 무사통과 하겠다는 것으로 가설함) 상지의 종단까지. 다음 수은도말. (재래면에)이순간 공전과 자전으로부터 그 진공을 강차시킴. 완전히 2개의 상지를 접수하기까지. 익일. 초자를 전진시킴. 연하여 수은주를 재래면에 도말함(상지의 처분) (혹은 멸형)기타. 수은도말면의 변경과 전진후퇴의 중복등.
ETC 이하 미상
<조선중앙일보> (1934. 7. 24 ~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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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李箱, 1910년 9월 23일 ~ 1937년 4월 17일)
일제강점기의 시인, 작가, 소설가, 수필가, 건축가로 일제 강점기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작가이자 아방가르드 문학가이다. 본명이 김해경(金海卿)이며 본관이 강릉 김씨(江陵 金氏)이다.1930년대 국내에서는 선구적인 모더니즘 작가로서 약 6년간 2000여 점의 작품을 집필하며 인간 사회의 도구적 합리성을 극복하고 미적 자율성을 정립하고자 했다. 이상의 작품활동은 한국 근대 문학이 국제적·선진적 사조에 합류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의의가 있으며, 초현실주의와 심리소설의 개척자로도 높이 평가받는 반면, 한편으로는 인간의 인식가능성을 부정한 극단적인 관념론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생전에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고 경제 사정도 불우했다. 초현실주의 실험작인 『오감도』 등을 투고했을 때에는 독자로부터 맹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오직 그의 지인들만이 이상을 천재로 평가했으나 사후 해방과 함께 그의 뛰어난 천재성이 발굴되었다. 중·고등학교 국어 교육에서는 이미 국정 교과서 시절부터 빠지지 않고 이상의 작품이 실리고 있으며, 이상문학상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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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16)
이상전집 (전5권) (웅진 뿔)
이상 소설 전집 (민음사)
이상 시 전집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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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한국 문학 > 3.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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