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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부희령 옮김, 허밍버드)

by handaikhan 2024. 3. 21.

 

라이먼 프랭크 바움 - 오즈의 마법사 (1900년)

 

도로시는 넓디넓은 캔자스 대평원 한가운데서 농부인 헨리 아저씨, 엠 아줌마 부부와 함께 살고 있었다. 도로시네 집은 작았다. 집짓는 데 필요한  통나무를 아주 먼 곳에서 마차로 싣고 와야 했기 때문에 집을 작게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집이라고는 해도 고작 네 벽과 마루 그리고 지붕으로 이루어진 방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방에는 음식을 만들 때 쓰는 녹슨 화덕과 그릇을 넣어두는 찬장, 식탁 하나, 의자 서너 개에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p.12)

 

토토가 달려가 허수아비가 꽂혀 있는 장대 주위를 빙빙 돌면서 짖어댔다.

"안녕!"

허수아비가 조금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을 한 거니?"

도로시가 놀라서 물었다.

"물론이야. 만나서 반가워. 요즘 어떻게 지내?"

허수아비가 말했다.

"아주 잘 지내. 너는?"

도로시가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난 별로야. 이런 곳에 올라앉아 밤낮으로 까마귀를 쫓는 건 아주 지겨운 일이거든."

미소를 지으며 허수아비가 말했다.

"아래로 내려올 수는 없니?"

"이 막대기가 내 등에 꽂혀 있어서 안 돼. 네가 이걸 뽑아준다면 대단히 고마울 텐데...."

도로시가 두 팔을 내밀어 막대기에서 허수아비를 빼주었다. 밀짚으로 채워진 허수아비는 매우 가벼웠다.

"정말로 고마워. 새 사람이 된 기분인데!"

땅으로 내려온 허수아비가 감사 인사를 했다.

도로시는 어리둥절했다. 밀짚으로 된 허수아비가 말을 하는 것도 괴상한 일인데,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옆에서 나란히 걷다니!

"너는 누구니? 어디로 가는 길이야?"

허수아비가 기지개를 켜면서 하품을 하고는 도로시에게 물었다.

"내 이름은 도로시야. 에메랄드 시로 가고 있어. 마법사 오즈에게 캔자스로 돌아가는 길을 물어보려고."

"에메랄드 시가 어디야? 오즈는 누구지?"

"어머나, 넌 모르는 거니?"

놀란 도로시가 되물었다.

"응,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알다시피 나는 밀짚으로 채워져서 두뇌 같은 게 없으니까."

허수아비가 구슬프게 말했다.

"저런, ㅈ어말 안됐구나."

"내가 너와 함께 에메랄드 시로 가서 마법사 오즈에게 부탁하면, 나한테 뇌를 줄까?"

허수아비가 물었다.

"나야 모르지. 하지만 같이 가고 싶다면 그래도 돼. 오즈가 너에게 뇌를 주지 않는다 해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는 건 아닐 테니까!"

"네 말이 맞아. 나는 팔다리나 몸이 밀짚으로 채워져 있는 건 싫지 않아. 왜냐하면 다칠 염려가 없거든. 누군가 내 발가락을 밟거나 핀으로 찌른다고 해도 난 아무렇지도 않아. 아픔을 느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부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너처럼 머리에 뇌가 든 게 아니라 나같이 밀짚으로만 채워졌다면, 내가 그 머리로 뭘 어떻게 알 수 있겠니?"

허수아비가 맞장구를 치며 자기 속내를 털어놓았다.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길 쪽으로 향했다. 도로시는 허수아비가 울타리를 넘는 것을 도와주었고, 둘은 에메랄드 시를 향해 노란 벽돌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토토는 새로운 길동무를 좋아하지 않았다. 허수아비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밀짚 속에 들쥐 소굴이라도 있지는 않나 의심하는 것처럼 코를 킁킁댔다. 이따금 허수아비를 향해 사납게 으르렁거리기도 했다.

"토토는 신경 쓰지 마. 째는 물지 않아."

도로시가 새 친구에게 말했다.

"아, 난 괜찮아. 밀짚이니 물려봤자 아프지도 않잖아. 그리고 내가 네 바구니를 들게. 나는 지치지도 않으니까 무거운 걸 들어도 아무렇지 않거든."

길을 계속 걸으며 허수아비가 덧붙였다.

"이 세상에서 내가 무서워하는 건 단 하나뿐이야."

"그게 뭔데? 너를 만든 먼치킨 농부?"

"아니, 불붙은 성냥!" (p.40-44)

 

정오 무렵 그들은 길옆에 있는 작은 시냇가에 자리를 잡았다. 도로시가 바구니에서 빵을 꺼내 한 조각 건넸지만 허수아비는 받지 않았다.

"난 배가 고픈 적이 없어. 그건 정말 운이 좋은 거야. 왜냐하면 내 입은 그냥 그려놓기만 한 거잖아. 만약에 뭔가 먹을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다면, 속에 채워진 밀짚이 밖으로 빠져나올 거고, 그러면 내 머리가 쭈글쭈글해질 거야." (p.47)

 

"왜 이 아름다운 곳을 두고 캔자스라는 메마른 잿빛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걸!"

"그건 너에게 뇌가 없어서일 거야. 고향이 아무리 황량한 잿빛이라 해도, 그리고 다른 곳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우리 사람들은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해. 고향만 한 곳은 없어." (p.48)

 

"왜 오즈를 만나러 가는 건데?"

양철 나무군이 물었다.

"나를 캔자스로 돌려보내 달라고 하려고, 또 허수아비는 머리에 뇌를 넣어달라고 부탁할 거야."

양철 나무꾼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는 오즈가 나에게 심장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글쎄, 아마 가능할걸. 허수아비에게 뇌를 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도로시가 대답했다.

"맞아. 너희가 괜찮다면 나도 에메랄드 시로 가서 오즈에게 심장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같이 가자."

허수아비가 흔쾌히 대답했다. 도로시도 양철 나무꾼이 함께 가면 기쁘겠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양철 나무꾼은 도끼를 어깨에 메고, 도로시 일행과 함께 숲을 지나서 노란 벽돌 길로 나왔다.

양철 나무꾼은 도로시에게 기름통을 바구니에 좀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비를 맞아서 또 녹이 슬면 기름통이 꼭 필요해."

새로운 친구가 생긴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다시 길을 떠난지 얼마 지나기도 전에, 나뭇가지가 너무 무성해서 쉽사리 뚫고 지날 수 없는 곳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철 나무꾼이 도끼로 나뭇가지를 쳐내서 순식간에 통로를 만들었다. (p.62-63)

 

그러다 하루는 기름칠을 깜빡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폭우를 만나 관절이 마디마다 녹슬고 말았던 거야. 너희가 나를 구해줄 때까지 그렇게 숲에 버려져 있었어. 정말 힘들고 끔찍한 시간이었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안 내가 잃어버린 가장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지. 그것은 바로 심장이었어. 사랑하는 동안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심장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느낄 수 없어. 그래서 오즈에게 부탁해 심장을 얻고 싶은 거야. 그렇게 된다면 난 먼치킨 아가씨에게 돌아가 청혼하고 싶어."

양철 나무꾼의 이야기를 유심히 들은 도로시와 허수아비는 그가 왜 그토록 간절하게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심장보다 뇌를 부탁할 거야. 바보는 심장이 생겨도 그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허수아비가 말했다.

"나는 심장을 가질 거야. 뇌는 행복을 줄 수 없어. 행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거야."

양철 나무꾼이 대답했다. (p.67)

 

몸집이 작은 토토는 사자와 마주하자 적의 얼굴을 향해 짖어대며 다려들었다. 엄청난 덩치의 사자는 크게 입을 벌려 토토를 물어 뜯으려 했다. 그때 토토가 죽을까 봐 걱정이 된 도로시가 위험한 줄도 모르고 달려나가 사자의 코를 힘껏 후려치며 소리쳤다.

"토토를 물어뜯으려 하다니! 너처럼 커다란 짐승이 이렇게 작고 가엾은 강아지를 무는 건 부끄러운 일이야!"

"나는 물지 않았어."

사자가 도로시에게 얻어맞은 코를 앞발로 문지르면서 말했다.

"그래, 하지만 그러려고 했잖아. 넌 그냥 덩치만 큰 겁쟁이구나."

도로시가 되받아쳤다.

"나도 알아.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하지만 어떡하라고...."

사자가 창피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네가 밀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때린 걸 생각해봐!"

도로시는 허수아비를 일으킨 뒤 손바닥으로 몸통을 두드려 원래대로 모양을 잡아주었다. 지켜보던 사자가 놀란 듯이 물었다.

"밀짚으로 만들었다고?"

"당연히 허수아비는 밀짚으로 만들지."

아직 화가 덜 풀린 도로시가 대답했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넘어졌군. 데굴데굴 굴러가는 걸 보고 나도 놀랐거든. 그럼 저 사람도 밀짚으로 만들었나?"

"아니, 양철로 만들어졌어."

도로시는 양철 나무꾼을 일으켜주었다.

"그래서 내 발톱이 부러질 뻔했구나. 양철을 긁는 순간 등줄기가 오싹했어. 그럼 네가 애지중지하는 저 작은 동물은 뭐야?"

"얘는 내 강아지야. 이름은 토토."

"그건 양철로 만든 거니? 아님 밀짚?"

"둘 다 아니야. 얘는 으음....살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지."

"그래? 그런데 참 괴상하게 생겼네. 지금 보니 눈에 띄게 몸집이 작구나. 나 같은 겁쟁이나 저렇게 작은 동물을 물려고 하겠지."

사자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넌 왜 겁쟁이가 된 거야?"

도로시는 새삼 놀라워하며 그 커다란 동물을 바라보았다. 사자의 덩치는 작은 말 정도는 되어 보였다.

"그건 나에게도 수수께끼야. 내 생각에는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 같아. 숲에 사는 다른 동물들은 모두 나를 용감하다고 생각해. 사자는 어디에서나 동물의 왕이니까 말이야. 언제부터인가 내가 엄청나게 큰 소리로 으러렁거리면 모두 겁을 먹고 달아난다는 걸 알게 됐어. 사실 난 사람과 부딪칠 때마다 몹시 무서워. 그런데 내가 으러렁거리면 사람들은 전부 줄행랑을 쳐버리지. 만약 코끼리나 호랑이, 곰이 나한테 덤비기라도 하면 나는 달아날 거야. 워낙 겁쟁이니까. 하지만 다들 내 소리를 듣자마자 먼저 달아나버리니 그냥 내버려두는 거야."

"하지만 그건 말이 안 돼. 동물의 왕이 겁쟁이여서는 안 되지."

허수아비가 말했다.

"나도 알아. 그게 내겐 큰 슬픔이고, 그래서 내 삶은 불행해. 하지만 위험한 일이 생길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걸!"

사자가 흐르는 눈물을 꼬리 끝으로 닦으면서 대답했다.

"어쩌면 심장에 병이 있을지 몰라."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사자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너는 기뻐해야 해. 그건 너에게 심장이 있다는 증거거든. 나는 심장이 없어서 심장에 병이 생길 수도 없어.

"나에게 심장이 없다면 겁쟁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네."

사자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너, 머리에 뇌는 있니?"

허수아비가 물었다.

"아마 그럴 거야.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나는 마법사 오즈에게 뇌를 달라고 부탁하러 가는 길이야. 내 머리는 밀짚으로 채워져 있으니까."

허수아비가 말했다.

"나는 심장을 부탁하러 가는 길이지."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나와 토토는 캔자스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부탁하려 해."

도로시가 덧붙였다.

"오즈가 나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까?"

사자가 뿌뼛거리며 물었다.

"나에게 뇌를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쉬운 일일 거야."

허수아비가 말했다.

"나에게 심장을 줄 수 있다면 쉽겠지."

양철 나무꾼이 덧붙였다.

"나를 캔자스에 돌려보낼 수 있다면 그처럼 쉬울 수도 있어."

도로시가 말했다.

"그럼, 너희만 괜찮다면 나도 함께 갈게. 용기 없이 사는 건 너무 힘들어."

"대환영이야. 네가 있으면 동물들이 가까이 오지 않을 테니까. 너를 그렇게 무서워하는 걸 보면 다른 동물들은 너보다 더 겁이 많은 것 같아."

도로시가 말했다.

"그건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더 용감해지는 건 아니야. 내가 겁쟁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 나는 불행할 거야."

도로시 일행은 다시여행길에 올랐다. (p.72-77)

 

"너희는 심장이 있으니까 옳고 그른 것을 알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잖아. 하지만 난 심장이 없으니 굉장히 신중해야 해. 오즈가 심장을 주면 나도 이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야." (p.79)

 

사자는 마법사에게 겁을 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크게 울부짖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사납고 무시무시했던지 토토가 펄쩍 뛰다가 구석에 세워져 있던 휘장을 넘어뜨렸다. 그러면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바람에 도로시와 친구들은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다음 순간 모두 깜짝 놀랐다. 휘장으로 가려져 있던 곳에 키가 작달막한 노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대머리에 주름살 가득한 얼굴의 노인도 도로시와 친구들만큼이나 놀란 듯했다. 양철 나무꾼이 도끼를 치켜들고 노인에게 달려들며 소리쳤다.

"당신은 누구야?"

"나는 위대하고도 무시무시한 마법사 오즈다. 그걸로 날 내려치지는 말아줘. 제발! 너희가 해달라는 건 다 할 테니..."

노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로시와 친구들은 놀라고 실망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난 오즈가 커다란 머리라고 생각했는데."

도로시가 말했다.

"나는 아름다운 귀부인이라고 생각했어."

허수아비가 말했다.

"난 무시무시한 괴물인 줄 알았지."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난 불덩이인 줄 알았잖아."

사자가 소리쳤다.

"아니, 모두 잘못 알고 있었어. 그렇게 믿도록 내가 속인 거야."

노인이 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속였다고? 당신은 위대한 마법사가 아니란 말인강쇼?"

도로시가 외쳤다.

"조용히 하거라, 얘야! 그렇게 크게 말하지 마. 다른 사람이 듣는단 말이다. 그럼 난 끝이야. 사람들은 다들 나를 위대한 마법사라고 알고 있거든."

"그럼 아니에요?"

도로시가 되물었다.

"절대 아니지.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야."

"평범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죠. 당신은 사기꾼이잖아요."

허수아비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바로 그거야! 난 사기꾼이야."

노인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듯 양손을 비비며 말했다. (p.206-210)

 

풍선이 아래로 천천히 내려가서 나는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나를 둘러쌌지. 내가 구름 위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나를 위대한 마법사라고 생각한 거야. 물론 난 그렇게 믿도록 내버려뒀ㅇ어. 왜냐하면 사람들은 나를 두려워하고, 내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하겠다고 맹세했으니까. (p.213)

 

"할아버지는 정말 나쁜 사람인 것 같아요."

도로시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 얘야! 난 아주 착한 사람이야. 마법사로서는 형편 없지만. 그래, 그건 인정해야겠지."

"저에게 뇌를 줄 수 없는 거예요?"

허수아비가 물었다.

"자네는 뇌 같은 건 필요 없어. 매일 뭔가를 배우고 있잖아. 아기들은 뇌가 있어도 아는 건 거의 없지. 지식은 경험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거니까. 자네가 세상을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뇌를 얻지 못하면 전 매우 불행할 거예요."

가짜 마법사는 허수아비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좋아. 이미 말했듯이 난 마법사라고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내일 아침에 다시 오면 자네 머리에 뇌를 넣어주겠네. 뇌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알려줄 수 없으니 그건 자네 스스로 찾아내야만 해."

"고맙습니다, 고마워요! 사용법은 제가 알아내죠. 걱정 마세요!"

허수아비가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런데 제 용기는 어떻게 되는 거죠?"

사자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용기가 넘쳐흘러. 필요한 건 자신감이야.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위험에 직면하면 두려움을 느끼지. 두렵더라도 위험에 맞서는 게 진정한 용기야. 그런 굥기라면 이미 자네에게 충분히 있잖아."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도 저는 겁이 나요. 두려움을 잊게 해줄 용기를 얻지 못하면 저는 매우 불행할 거예요."

"잘 알겠네. 내가 내일 자네에게 용기를 줄게."

"제 심장은요?"

양철 나무꾼이 물었다.

"글쎄, 나는 자네가 심장을 갖고 싶어 하는 게 잘못된 생각 같은데. 사람들 대다수는 심장이 있어서 불행하지. 자네가 그걸 안다면 심장이 없는 게 다행이라고 여길 텐데."

"그건 견해의 차이일 거예요. 전 심장을 얻게 되면 어떤 불행도 불평하지 않고 견뎌낼 거예요."

"알겠네. 내일 나에게 오면 심장을 주겠네. 그토록 오랜 세월 마법사 노릇을 했으니 조금 더 해도 괜찮겠지."

"그럼 저는 어떻게 캔자스로 돌아가죠?"

도로시가 물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구나. 며칠 시간을 주면 사막을 건널 방법을 찾아보마. 어쨌든 그때까지는 여기에 머물러야겠지. 너희가 이 궁전에 머무는 동안에는 나의 신하들이 시중을 들면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거야. 내가 너희를 돕는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내 비밀을 지켜주고, 내가 사기꾼이라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말아다오."

도로시와 친구들은 오늘 알게 된 사실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하고, 들뜬 기분으로 방에 돌아왔다. 도로시조차 그 위대하고도 무시무시한 사기꾼 오즈가 캔자스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그렇게만 되면 그가 저지른 모든 짓을 기꺼이 용서할 작정이었다. (p.21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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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먼 프랭크 바움(영어: Lyman Frank Baum, 1856년 5월 15일 ~ 1919년 5월 6일)

미국의 동화 작가이다.


1900년에 발간한 오즈의 마법사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자신은 이야기를 끝마쳤다며 후속작을 쓰기를 거부했으나 출판사와 독자들이 하도 닦달을 해대서[3] 버티다가 결국 등쌀을 못이기고[4] 후속작을 13편이나 썼다. 심지어는 그가 죽고나서도 팬들과 출판사가 정식 후계자를 정해서 추가로 스토리가 나왔기 때문에 오즈의 마법사 시리즈는 바움이 쓴 14편을 포함해서 40권까지 있다.
생전에 아이들을 좋아했고 가족들에게도 엄하게 대하기 보다는 가정적이고 화내지않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말년에 이웃집 아이들을 위해 레모네이드를 직접 만들어주고 자신이 쓴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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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최인자 옮김, 문학세계사)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김석희 옮김, 시공주니어)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김영진 옮김, 비룡소)

오즈의 마법사 - 라이먼 프랭크 바움 (손인혜 옮김, 더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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