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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4. 수필

뜻을 세우고 삽시다 - 안병욱 (자유문학사)

by handaikhan 2023. 2. 2.

안병욱 - 뜻을 세우고 십시다 (1998년)

 

뜻을 세우고 살자

 

뜻을 세우고 살자. 인생 벽두에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올바른 뜻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선조의 위대한 학자 율곡선생은 선수입지(先須立志), <먼저 모름지기 뜻을 세우라>라고 말씀했다.

뜻이란 무엇이냐. 어떤 목표를 향하여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요, 어떤 이상을 세우고 그것을 당성하려고 우리의 정신이 작동하는 것이다.

뜻이 없는 인생은 죽은 인생이나 다름이 없다. 그것은 키가 없는 배와 같고, 목표가 없는 항해와 같고, 의욕이 없는 생활과 같다.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개인이건, 가족이건, 회사건, 국가건 생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목표를 ㅅ헤우고 그것을 달성하려고 주야로 분투노력하는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간절한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오매불망, 자나깨나 한 가지 목표를 세우고 골똘히 생각하고 정성껏 노력을 집중하면 조만간 반드시 이루어진다.

옛사람은 말했다. <유지자 사경성야(有志者 事竟成)>, 뜻을 가진 사람은 그 일을 반드시 이루고야 만다.

구하라, 그러면 주신다. 찾아라, 그러면 만난다. 문을 두르려라, 그러면 열린다. 이것은 뜻을 가지고 사는 사람을 위한 금과옥조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정신이 한 목표에 집중하면 무슨 일인들 이루어지지 아니하랴. 송나라의 거유 주자의 이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큰 뜻을 가진 사람은 큰일을 이루고, 작은 뜻을 가진 사람은 작은 일을 이룬다. 대지인은 대업을 성취하고, 소지인은 작은 일을 성취할 따름이다. 뜻과 일은 상호 비례한다. 그런고로 먼저 큰 뜻을 세우고, 강한 뜻을 세우고, 굳은 뜻을 세워야 한다.

뜻이 없는 사람은 십리 길을 가려는 자요, 뜻이 있는 사람은 백리 길을 가려는 자다. 십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굳은 의지와 강한 신념이 없다. 모로 가도 십리는 간다. 그러나 백리 길을 가려는 사람은 정신 자세가 다르다.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듣듣히 먹고 허리띠를 힘껏 졸라매고 구두 끈을 바싹 잡아매고 첫발짝부터 힘차게 내디딘다. 자, 이제부터 백리 길을 가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자. 그의 눈에는 맑은 정기가 빛나고, 걸음걸이는 씩씩한 활기가 넘치고, 가슴속에는 강한 의지가 충만하다.

도중에 낙오해서는 안 된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백리를 가야 한다.

뜻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시간을 황금처럼 아끼고, 말에 신의를 지키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남과 화목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매사에 좃힘하면서 일을 열심히 한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요, 존경할 만한 인격이다.

뜻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사언행이 다르고, 몸가짐과 마음가짐이 틀린다.

뜻에 관하여 3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는 입지(立志)요, 둘째는 양지(養志)요, 셋째는 성지(志)다.

먼저 크고 바른 뜻을 세워야 한다. 우리는 성실한 입지인이 되어야 한다.

뜻이 없는 사람, 뜻이 약한 사람, 뜻이 엷은 사람, 박지약행인(人)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뜻은 일을 성취하는 원동력이다. 입지 다음에 중요한 것은 양지다. 나무에 물과 거름을 주어 부지런히 키워야 하듯이, 우리는 뜻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정신적 영양소를 공급해야 한다. 내가 세운 뜻이 사나운 세파에 꺽이지 않도록, 고난과 시련에 좌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나의 뜻이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나고 용두사미(龍頭蛇尾)처럼 도 ㅣ어 유야무야로 무너지고 만다.

끝으로 성지다. 나는 나의 뜻을 기어코 이루어야 한다. 백 번 연습하고 천 번 갈고 닦는 백련천마 (百鍊千磨)의 노력과, 마음에 새기고 뼈를 깎는 조심누골(彫心鏤骨)의 악전고투를 해야만 비로소 나의 뜻이 이루어진다. 세상에 성취처럼 기쁘고 자랑스럽고 보람있는 일이 없다. 네 인생의 푸른 동산에 커다란 성취의 기념비를 세워라. 이것이 삶의 의미다. (p.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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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安秉煜, 1920년 6월 26일 ~ 2013년 10월 7일)

대한민국의 철학자.
호는 이당(怡堂)이며 평안남도 룡강군에서 태어났다. 1943년 일본 와세다 대학교 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였다. 1958년〈사상계〉의 주간을 거쳐 연세대학교 강사와 서울대학교 강사를 지냈으며, 1969년 숭전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1961년부터 1962년에는 미국의 코넬 대학과 배서 대학에 교환 교수로 초빙되어 한국의 문화사를 소개하였으며, 귀국 후 숭실대 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철학서를 집필·발표하였다. 1992년부터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이사, 도산 아카데미 연구원 설립 대표를 맡았다. 주요 저서로 <인생사전>,〈현대사상〉,〈철학 노트〉,〈사색인의 향연〉등이 있다.
2013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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