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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 현대 인문, 교양, 역사/1. 동양 - 인문, 교양, 역사

사기 선집 - 김원중 (민음사)

by handaikhan 2023. 3. 13.

 

김원중 - 사기 선집

 

사기 권 48권 세가 제 18

진섭 세가

 

 

진승은 양성 사람이며 자는 섭이다. 오광은 양하 사람이며 자는 숙이다. 진섭이 젊었을 때 일찍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밭갈이하는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밭갈이를 멈추고 밭두렁에서 쉬며 한참 동안 한탄하다가 말했다.

"만일 부귀하게 된다면 서로 잊지 말기로 하지."

머슴들은 비웃으면서 대답하며 말했다.

"너는 고용 당해 밭갈이를 하는데 무슨 부귀란 말인가?"

진승은 크게 한탄하며 말했다.

"아!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

(燕雀安知 鴻鵠之志 연작안지홍곡지지) (p.247)

 

오광은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점을 치러 갔는데, 점쟁이는 그들의 속내를 간파하고 말했다.

"당신들의 거사는 모두 성공하고 공도 세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귀신에게 점을 쳐야만 하겠군요!"

진승과 오광은 기뻐하며 귀신에게 점칠 일을 염두에 두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들로 하여금 먼저 <귀신인 척해서> 사람들에게 세를 얻으라는 뜻이다."

이데 비단에 붉은 글씨로 '진승왕'이란 글자를 써서 다른 사람이 그물로 잡아 온 물고기의 배 속에 <미리> 넎었다. 병졸들은 이 물고기를 사서 삶아 먹은 후 물고기 배 속의 글씨를 보게 되었으므로 정말로 괴이하게 생각했다. <진승은> 또 오광으로 하여금 몰래 주둔하고 있는 곁의 숲 속의 사당에 가서 밤에 불을 피워 놓고는 여우 소리를 내면서 불러 말하게 했다.

"위대한 초나라는 흥성하고, 진승은 왕이 된다."

병졸들은 밤중이라 모두 놀라고 두려워했다. 다음 날 아침 병졸들은 종종 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모두 진승을 가리키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오광은 평소에 사람들을 잘 아껴 주었으므로 사졸들 대부분은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 했다. 장위가 술에 취하자 오광은 일부러 달아나려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면서 장위를 노여워하게 만들었으며, 그로 하여금 모욕을 느끼게 하여 많은 사람들을 노여워하게 했다. 장위는 과연 오광을 채찍질했다. 장위가 검을 빼어 들려고 하자 오광은 일어나서 검을 빼앗고 장위를 죽였다. 진승도 그를 도와 둘이서 장위 두 명을 죽였다. 그러고는 부하들을 불러 모아 호소했다.

"너희들은 비를 만나 모두 기한을 어겼다. 기한을 어기면 마땅히 목을 베어야 한다. 만약 너희들이 목 베임을 당하지 않더라도 변경을 지키다 죽는 사람이 본래 열 가운데 예닐곱은 된다. 하물며 장사는 죽지 않을 뿐인데, 만약 죽으려 하면 바로 커다란 명성을 남겨야 하는 것이다. 왕후장상이 어찌 씨가 있겠느냐?"

무리들은 모두 말했다.

"삼가 명을 받겠습니다."

그러고는 공자 부소와 항연을 거짓으로 일컬으며 의거를 일으켜 백성들의 바람을 좇았다. 이들은 오른팔을 드러내며 '위대한 초나라'라고 일컬었다. (p.248-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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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는 별 볼일 없는 땅에 의지하여 수레 만 대를 낼 수 있는 나라의 권세에 이르렀고 팔주를 제압하고, 제후들을 같은 행렬로 조공하게 하였으니, 이런 것은 백 년 남짓한 시간이 되었다. 그런 다음에 육합을 한 집으로 삼았으며 효산과 함곡관을 궁궐의 담장으로 삼았다. 그러나 진섭 한 사내가 난을 일으키자 일곱 나라의 종묘는 무너져 내렸으며, 진나라 이세 자신은 다른 사람의 손에 죽게 되어 천하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으니 무엇 때문인가? 인의를 베풀지 않은 데 있으니, 천하를 공격하여 취하는 것과 그것을 지키는 형세는 서로 다른 것이다.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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