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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

달나라 급행 - 이원수 (삼성출판사)

by handaikhan 2023. 5. 22.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9

 

목차


이원수 

눈뜨는 시절
바닷가의 소년들
달나라 급행


송영 

쫓겨 가신 선생님
새로 들어온 야학생
옷자락은 깃발같이


최청곡 

사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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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 달나라 급행 (1959년)

 

윤성이는 동생 기성이와 싸우고 화가 나서 집을 나왔습니다.

싸우려고 한 것이 아니고 좋게 얘기했는데도 동생은 형을 깔보고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다 형의 말을 잘 듣는데, 어째서 기성이는 조그만 일에도 말썽만 부리고 제 맘대로 하려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윤성이는 아우가 보기 싫어지고 괘씸해서 몇 번이나 등을 두들겨 주어, 우는 걸 보고서야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뒷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을 혼자 뚜벅뚜벅 걸어서 골짜기에 이르렀을 때, 조용한 골짜기에 아이들 몇이 이상스러운 물건을 둘러싸고 무언지 바쁘게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p.64-65)

 

그 사람은 윤성이에게 문제의 답을 물었습니다.

윤성이는 대답했습니다. 진실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말하라고 해서, 전날 학교에서 숙제를 안 해 가서 남의 것을 베껴 선생님께 내놓았다가,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자백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느냐고 묻는 둘째 문제에도 윤성이는 역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또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했습니다. 윤성이는 얼핏 대답을 못 하고 한참 생각했습니다.

"인류? 동양 사람? 한국 사람? 아니면 동네 사람? 아니면 아는 사람들만? 동생?"

하고 그 사람은 물었습니다.

윤성이는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인류를 다 사랑한다고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일 가까운 동생을 사랑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동생조차 사랑하지 못한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다음번에 다시 오십시오. 우리 나라에서는 진실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분이 아니면 입국 허가를 얻지 못합니다."

윤성이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표를 내보이며,

"우리는 이 표를 가지고 왔는데요?"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빙긋이 웃으며

"그것은 지구에서 발행한 표지요. 지구로 돌아가는 데 쓰시오."

하고 가 버렸습니다.

같이 간 친구들은 모두 두 가지 문제에서 하나씩 낙제를 했습니다. 첫째 문제와 둘째 문제를 완전히 합격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로 가야지, 별수 없다!"

아이들은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비행선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고는 창밖으로 아름다운 산과 사방에 피어 있는 이상스러운 꽃들을 부러운 듯이 바라보았습니다.

비행선이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아이들에게 와서 시험 문제를 내주던 파란 모자를 쓴 사람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아이들도 손을 흔들었습니다.

"공부 다시 해야겠다."

하고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곁에 앉은 아이가

"너는 학교에서 일등을 하고도 낙제를 했니?"

하였습니다.

"열 번을 하면 뭘 해? 제일 중요한 걸 못 배우고 한 일등은 여행도 못 하는 바보 일등이지..."

모두 같이 하하하 웃었습니다.

윤성이는 단 하나뿐인 동생을 사랑하지 못한 제 마음을 스스로 꾸짖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공부에 낙제를 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하늘에 다시 달이 두 개가 되었습니다. 하나는 점점 멀어져 가고, 점점 가까워져 오는 달이 바로 아이들이 살던 지구입니다.

윤성이는 동생을 어서 만나서 손잡고 정다이 놀아 주겠다고 맘속으로 생각하면서 지구를 향하여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p.73-75)

 

<작품 이해>

윤성이와 아이들이 달나라에 도착했을 때, 어떤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종이를 한 장씩 주면서 종이에 있는 문제에 답하라고 했습니다. 이 문제에 답하지 못하면 달나라를 여행할 수 없는 것이었지요.

종이에는 두 가지 질문이 적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진실을 사랑하십니까? 진실을 위하여 희생할 수 있습니까?"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자신처럼 사랑할 수 있습니까?"였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윤성이는 자신 있게 답했지요. 두 번째 질문에도 자신 있게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누구를 사랑하느냐'고 물었을 때 윤성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결국 답하지 못했지요. 다른 아이들도 모두 한 문제를 답하지 못했습니다. 윤성이와 아이들은 결국 달나라에 입국하지 못하고 지구로 돌아왔지요.

윤성이는 '진실함'에는 자신 있었나 봅니다. 남의 숙제를 베껴서 냈다가도 그것이 옳지 못한 일이라 생각해서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러한 윤성이는 착하고 바른 아이임에 틀림없지요. 그러니까 두 번째 질문에도 자신 있게 사람을 사랑한다고 답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자기와 가장 가까운 동생 기성이를 미워했지요. 이 때문에 두 번째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것입니다.

윤성이는 이러한 달나라 여행을 통해서 기성이를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윤성이는 앞으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동생을 이해하며 배려하려고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p.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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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李元壽, 1912년 1월 5일 ~ 1981년 1월 24일)

대한민국의 아동 문학가이다.

경상남도 양산 출신. 1930년 마산상업학교를 졸업하고, 함안 가야금융조합에 근무하다가 상경, 1945년 경기공업학교 교사가 되었다. 이어 출판계로 전직하여 1947년 박문출판사 편집국장, 1960년 삼화출판사 편집장 등을 역임하고, 1965년 경희여자초급대학 강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문학 단체에도 적극 참여하여 조선프로레타리아문학동맹 아동문학부 맹원으로 활동했으나, 동란 후에는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위원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1926년 동요 「고향의 봄」이 방정환(方定煥)에 의하여 『어린이』에 뽑힘으로써 문단에 나와 윤석중(尹石重) 등과 ‘기쁨사’ 동인이 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외형률 중심의 재래식 동요에서 내재율 중심의 현실참여적 동시를 개척하여 「헌 모자」·「보리방아 찧으며」·「교문 밖에서」·「찔레꽃」·「이삿길」·「양말사러 가는 길」 등 자유동시를 확립한 대표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또한, 장편동화 및 아동소설(소년소설)을 확립하는 데 선구적 업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숲속나라」(1948)는 최초의 장편동화의 시도이며, 『오월의 노래』(1954) 등은 본격적인 소설적 구성과 표현을 구사한 작품이다.
작품활동 외에도 끊임없이 비평 활동을 하면서 비평 부재의 아동문학계에 아동문학이론을 확립하였다.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걸쳐 신문·잡지를 통하여 시평·월평·작가론을 계속 발표하며 아동문학의 본질에 관한 기초이론을 전개하였다. 1966년에는 『교육자료』에 10회에 걸쳐서 「아동문학입문」을 연재하였다.
이원수의 작품은 초기의 율동적이며 감각적인 경향에서, 1940년대 동시 「어머니」(『아이생활』, 1943.9)에 나타난 바와 같은 저항적 현실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경향으로 변천하였다. 6·25동란 이후에는 동요·동시보다는 동화·아동소설에 주력, 현실을 직시한 고발적 사실주의 아동소설을 발표하였다.
이원수의 작품에 등장하는 아동은 세속적 의미의 불행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전기의 동요·동시로부터 「숲속나라」·「라일락언덕」·「신의 합창」 등에 나오는 불행한 아이들이 현실적 불행을 인내와 끈기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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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 이원수 (웅진주니어)

고향의 봄 - 이원수 (파랑새)

이원수 문학 시리즈 (웅진주니어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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