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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2. 서양 - 고전 시

산문시 - 뚜르게네프 (김학수 옮김, 동서출판사)

by handaikhan 2023. 2. 4.

 뚜르게네프 - 산문시
 
뚜르게네프 - 둥지도 없이
 
어디에 몸을 둘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둥지도 없는 외로운 새와 같다. 새는 날개를 꼿꼿이 세우고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다. 이대로는 숨이 막힌다....어디로 날아갈 것인가?
이윽고 새는 날개를 가다듬고, 아득한 곳으로 매한테 쫓기는 비둘기처럼 쏜살같이 날아간다. 어디 푸르고 아늑한 은신처는 없을까? 잠시라도 좋으니 어디 둥지를 틀 만한 곳이 없을까?
새는 날고 또 날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눈 아래는 막막한 금빛 사막, 소리도 움직임도 없는 죽음과 다름없는 사막.....
새는 서둘러 사막을 날아 날아 넘는다. 여전히 슬픈 눈으로 열심히 세상을 내려다본 채.
이제 눈 아래는 바다. 사막처럼 노란 죽음의 바다. 바다는 끊임없이 출렁이며 움직인다. 그러나 그 쉼없는 파도 소리에, 그 단조로운 물결의 요동 속에는 삶도 몸을 의지할 안식처도 없다.
가련한 새는 피로에 지쳐버린다....날개를 퍼덕거리던 힘도 약해져 날아가는 몸이 점점 아래로 처진다. 차라리 하늘 위로 날아올랐으면.....그러나 끝없는 허공 속 그 어디에 둥지를 틀 곳이 있으랴!
드디어 새는 날개를 접는다....여전히 아무 말없이 철썩이며 앞으로 내닫는다.
나는 어디에 몸을 둘 것인가? 나도 이제 곧 바다에 떨어지리. (p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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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Ива́н Серге́евич Турге́нев, 1818년 11월 9일 ~ 1883년 9월 3일)

러시아의 소설가.

그는 러시아 중부 오룔 시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1818년 10월 28일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육군 대령으로 퇴직하고 스파스코예 마을로 이주함에 따라서 투르게네프는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이 시골 마을에서 보냈다. 그 후 모스크바 대학 문학부와 페테르부르크 대학 철학부, 그리고 독일의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그는 러시아 고전 작가들 가운데 가장 서구적인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인생의 많은 세월을 서유럽에서 보냈고 서구인들과의 교류도 활발했으며, 사상적 기반도 서구주의적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는 러시아의 대자연과 시골 풍경이 섬세하고 수려한 필치로 묘사되고 있으며, 동시에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과 휴머니즘이 조화롭게 반영되어 있다.
그는 1852년에 25편의 중단편 모음집으로 출간된 《사냥꾼의 수기》로 주목받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그 후 당시의 시대상과 인간상을 섬세한 서정적 필치로 심층 묘사하여 그에게 ‘러시아 인텔리겐차의 연대기 작가’라는 별칭을 얻게 해준 장편소설들 《루딘》(1856년), 《귀족의 둥지》(1859년), 《아버지와 아들》(1862년), 《연기》(1869년), 《처녀지》(1877년) 등이 출판되었다. 그는 1883년 8월 22일 러시아가 아닌 프랑스에서 사망했으며, 그의 유해는 러시아로 옮겨져 그 해 9월 27일에 페테르부르크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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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시 - 뚜르게네프 (김학수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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