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휴먼 코미디 - 윌리엄 사로얀 (황성식 옮김, 인디북)

by handaikhan 2024. 5. 6.

 

윌리엄 사로얀 - 휴먼 코미디 (1943년)

 

어느 날 율리시즈 마콜리라 불리는 꼬마가 자기 집 뒷마당에 새로 뚫린 뒤지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뒤지란 놈은 축축한 진흙을 밖으로 밀어내다 이 꼬마를 흘끗 쳐다보았다. 확실히 처음 보는 낯선 얼굴이지만 자기를 해칠 것 같지는 않다는 듯이...

꼬마는 이 신기한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때 뒷마당의 오래된 호두나무 위로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 기쁨에 가득찬 소리로 지저귀기 시작했다. 꼬마의 홀린 듯한 눈길은 땅바닥에서 나무 위로 옮아갔다.

곧이어 저 멀리서 화물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꼬마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달리는 기차 때문에 땅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꼬마는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자기 딴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린다는 듯이...

꼬마가 건널목에 다다랐을 때 마침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꼬마는 기관사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기관사는 못 본 체하며 그냥 지나갔다. 꼬마는 기차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에게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손을 흔들어 주지는 않았다.

그때 지붕도 없는 화물칸에 몸을 기대고 있던 흑인이 나타났다. 꼬마는 덜컹거리는 기차 소음 사이로 들려오는 그 흑인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울지 마오, 연인이여

오늘만은 울지 마오

옛 고향 켄터키를 위하여

머나먼 고향 켄터키를 위하여

우리 노래 불러요.

꼬마는 그 흑인에게도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검은 얼굴에 다른 사람들과 전혀 다르게 생긴 이 사람이, 꼬마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꼬마야, 난 집으로 간다!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간단다!"

흑인은 이렇게 소리까지 지르며 손을 흔들었다. 꼬마와 흑인은 서로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마냥 손을 흔들었다.

꼬마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거기에는 꼬마 자신처럼 재미있고도 쓸쓸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 그것은 황량하면서도 멋지고 어리석은 세계,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미지의 세계였다. (p.9-11)

 

"넌 모든 게 달라졌단다. 하지만 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것도 사실이야. 네가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이제 어린애가 아니기 때문이야. 세상은 항상 그런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단다. 오늘밤 그 멕시코 부인이 받았던 전보가 내게도 온다면 나 또한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정말 모를 일이야." (p.36-37)

 

"저도 휴버트를 좋아하기는 해요. 단지 그 애가 다른 애들보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이에요."

"네 심정도 알 만하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보다 나은 점도 있고, 못한 점도 있는 법이다. 조는 휴버트보다 재치가 있지만 휴버트의 정직한 면은 따라가지 못해. 사람이 태어날 때는 누구나 다 똑같단다. 나머지는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

나는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모두 정직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아. 그 밑바탕이 되는 인간성이 훨씬 더 중요하지. 부자건 가난하건, 영리하건 아둔하건 그런 건 문제가 안 돼. 인정 많고 진실과 명예를 사랑하며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좋은 것 아니겠니?

나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 되어 주기를 바란단다. 그렇다고 모든 아이들이 똑같아지는 건 원치 않아. 저마다 개성 있는 사람이 되어 주면 그걸로 족해. 교실이 꼬마 신사와 숙녀들로만 가득 찬다면 얼마나 따분하겠니?

나는 이런 이야기를 휴버트도 같이 들어 주었으면 했다. 나는 너희들이 서로 다른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이애해 주기 바랐던 거야. 또 서로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해 줄 때 비로소 인간적인 사람으로 되어 간다는 걸 깨닫기를 바랐던 거고. 이것이 교양을 갖추는 것이며 우리가 고대사를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이야. (p.74-75)

 

 

 

.......................................................................................................................................................................................................................................

윌리엄 서로이언(영어: William Saroyan, 1908년 8월 31일 ~ 1981년 5월 18일)

미국의 소설가, 극작가다.


윌리엄 서로이언은 1908년 8월 31일에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에서 아르메니아계 미국인인 아르메나크 서로이언과 타쿠히 서로이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르메나크와 타쿠히 서로이언 부부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터키 비틀리스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였던 아르메나크 서로이언은 1905년에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에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에서 활동했다.
3세 시절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윌리엄 서로이언은 자신의 형제, 자매와 함께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위치한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윌리엄 서로이언은 나중에 출간된 자신의 저서에서 고아원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게 된다. 5년 뒤에는 그의 어머니였던 타쿠히 서로이언이 프레즈노에 위치한 통조림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윌리엄 서로이언은 샌프란시스코 전보 회사에서 사무실 관리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 교육을 계속 받았다.
윌리엄 서로이언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자신의 아버지가 쓴 글을 본 이후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문학 활동 초반에 공개된 단편 소설 가운데 일부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행된 월간 잡지 《오벌랜드 먼슬리》(Overland Monthly)에 게재되었다. 1930년대에는 자신의 첫 문학 작품이 공개되었고 1933년에는 아르메니아어 주간 잡지 《하이레니크》에 시라크 고랸(Sirak Goryan)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단편 소설 《부서진 바퀴》(The Broken Wheel)를 게재했다. 1940년에는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과일 재배자들의 일상과 자신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결합한 단편 소설 《내 이름은 아람》(My Name is Aram)을 발표했다.
1939년에는 희곡 《내 마음은 고지에》(My Heart's in the Highlands)를 발표하면서 극작가로도 활동했다. 이 작품은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소년에 관한 1막극으로서 물질적인 세상에서 시적 정신을 노래하고 있다. 1939년에는 사랑과 광명이 역경을 극복한다는 낙관적인 주제를 담은 브로드웨이 연극 《내 인생의 시간》(The Time of Your Life)을 통해 명성을 높였고 1940년에는 퓰리처상 희곡 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제2차 세계 대전 시기에는 미국 육군에서 복무했다.
1943년에는 소설 《인간의 희극》(The Human Comedy)을 발표했고 같은 해에 클래런스 브라운(Clarence Brown)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이 작품은 1943년에 아카데미상 원작상을 수상하게 된다. 낙관주의와 새로운 극작술을 결합한 희곡 작품을 발표했고 1979년에는 미국 연극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다.

 

........................................................

인간 희극 - 윌리엄 사로얀 (안정효 옮김, 문예출판사)

휴먼 코미디 - 윌리엄 사로얀 (정회성 옮김, 문학동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