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타라스 불바 (대장 불리바) - 고골(동완 옮김, 계몽사)

by handaikhan 2024. 3. 10.

 

우리 시대의 세계문학 1 (계몽사)

 

고골리 - 대장 불리바 (1835년)

 

"얘야, 어디 좀 돌아서 보아라! 그 꼬락서니가 참 우습구나! 그 장삼 같은 것은 도대체 뭐냐? 그 따위 꼴을 하고서 그래 학교에 다닌단 말이냐?"

이와 같은 말로 늙은 불리바는 키예프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두 아들을 맞아들이는 것이었다.

그의 두 아들은 지금 막 말에서 내려섰다. 둘 다 단단하고도 늠름한 체격으로 갓 졸업한 신학교 학생들이 흔히 보듯이 흘끔흘끔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똑똑하고도 건강해 보이는 그들의 얼굴에는 아직 면도날이 한 번도 지나가지 않은 솜털이 덮여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이와 같은 대접에 어리둥절하여 시선을 땅에 떨어뜨린 채 꼼짝도 못 하고 서 있을 뿐이다. (p.9)

 

불리바는 무섭고 완고했다. 그것은 살아 나가기가 힘든 15 세기 유럽의 반유목 변경에서만 나타날 수 있었던 성격이었다. 이 시대에는 영주들의 버림을 받은 미개의 남러시아 땅이 막아 낼 수 없는 몽고 침략자들의 습격을 받아 황폐하고 송두리째 불타 버렸던 시대였다. 짐과 살림터를 빼앗기고 나서 비로소 사람들은 용감해졌다. 무서운 이웃 나라 사람들과의 사이에 쉴 새 없이 벌어지는 위험을 걱정하면서 이 화난 속에 살림을 옮겨 와 이 세상의 온갖 고난을 맛보고 그것을 똑바로 보는 데 익숙해진 시대였다. 평화로운 옛 슬라브 민족의 넋이 전쟁의 불길 속에서 소위 카자흐 기질, 이를테면 러시아 국민성의 크고도 넓으며, 또 놀기 좋아하는 버릇이 형성된 시대다. 강가의 모든 땅, 나루터, 물가의 완경사지 등 살기에 알맞은 지역에는 아무도 그 수를 알 수 없는 카자흐들이 빈틈없이 이주해 왔고, 그 중에서 대담한 친구들이 그 총소를 알려고 하는 술탄에게, "누가 알 사람이 있나요? 그들은 광야에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걸요. 즉 바이라크가 있으면 으레 카자흐가 있습니다." - 자그마한 언덕이 있는 곳이면 반드시 카자흐가 살고 있다 - 라고 대답할 수 있었던 시대다. 그것은 분명히 온갖 불행의 부싯돌이 부딪치는 바람에, 국민의 폐부 속으로부터 불타오른 러시아 힘의 비정상적인 표현이었다. 사냥군이나 몰이꾼들이 들끓던 영지나 소도시 대신 서로 적의를 품고 있으면서도 자기 소유의 도시들을 팔고 사고 하는 보잘것 없는 왕후들 대신에 비크리스트 교도들인 약탈자에게 대항하는 공통적 위험감과 증오심으로 맺어진 떠들썩한 마을, 병사, 통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부락들이 연이어 생겼다. 그들의 끊임없는 투쟁과 불안의 생활이 항상 그것을 뒤집어 엎으려고 위협하고 있었던 막을 수 없는 공격으로부터 유럽을 구해 낸 것은 이미 역사에서 누구든지 잘 알고 있는 바다. 멀리 떨어져 있었고 그 힘은 약했지만, 그 광막한 땅의 지배자로 봉건 왕후의 지위에 서게 된 폴란드 왕들은 이 카자흐들의 역할과 이와 같은 전투적인 무비를 갖춘 생활의 이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카자흐를 선동했고, 카자흐의 이와 같은 성벽에 아부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의 주권 밑에서 카자흐 자신들 사이에서 선출한 수령들은 부락과 병사들을 연대와 정규의 군관구로 편성했다. (p.14-15)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러시아, 그 역사와 진실 - 올랜도 파이지스 (홍우정 옮김, 커넥팅)

.................................................................................................................

 

 

 

...................................................................................................................................................................................................................................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 1809년 3월 20일 ~ 1852년 2월 21일)

러시아의 작가이며 극작가이다.

1809년 우크라이나에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1818년 풀타바 군립 학교를 거쳐 1829년 네진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젊었을 때 배우를 지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해 문학으로 전환한 고골은 철학, 문학, 역사에 관심을 두었고 이후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을 쓰게 된다. 1827년에 페테르스부르크로 이주하여 우크라이나 인민의 생활을 취재한 소설 《디카니카 근교 농촌 야화》를 출판하여 크게 명성을 얻었으며, 이때부터 알렉산드르 푸시킨을 사귀고 이후 그가 남긴 대작의 소재는 거의 대부분 푸시킨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1834년 페테르스부르크 대학의 조교로서 세계사를 강의했으나 실패하여 곧 퇴직하였다. 1836년 희극 《감찰관》을 알렉산더 극장과 모스크바에서 상연하였다. 이는 진보 세력의 절찬을 받았지만, 지배 세력으로부터는 공격을 받게 되어 그는 로마로 갔다. 그 후 계속하여 스위스·파리·로마 등지에 거주하였다. 1847년에 또 하나의 대표작 《결혼》을 쓰고, 같은 시기에 로마에서 명작 《죽은 영혼》의 제1부를 완성했고 제2부의 집필을 시작하며 1848년에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건강을 해친 뒤였다. 결국 《죽은 영혼》을 모스크바에서 완성했으나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정신적 고뇌와 사상적 동요로 인해 정신 착란에 빠져 원고를 불 속에 던지고 10일간의 단식으로 자살하였다.

 

...................................

타라스 불바 - 고골 (조주관 옮김, 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