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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4. 서양 - 고전 희곡

메데이아 - 에우리피데스 (강대진 옮김, 민음사)

by handaikhan 2023. 10. 30.

에우리피데스 - 메디이아 (기원전 431년경)

 

유모:

아, 아르고호 작은 배가 콜키스인들의 땅을 향해 검푸른 쉼플레가데스 사이로 치닫지 않았더라면!

펠리온산의 골짜기에서 소나무가 베어져 쓰러지지 않았더라면! 펠리아스의 명을 좇아 온통 금으로 된 털가죽을 얻으려고, 뒤어난 자들의 손이 노를 젓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나의 여주인 메데이아께서 이아손님을 향한 사랑으로 온 마음에 타격을 입고 이올코스 땅의 탑들을 향해 항해하지도 않았을 텐데! 아버지를 죽이도록 펠리아스의 딸들을 설득한 후에,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이곳 코린토스 땅으로 옮겨 와 사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이 망명으로써 자기가 옮겨 간 땅의 시민들을 흡족하게 했지요.

이아손님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행한 것이고요. 그런데, 여자가 남자와 대립하지 않을 때,

그때에 가장 큰 안정이 있는 것인데요, 

지금은 온통 미움뿐이고, 애정은 병든 상태랍니다.

자기 아이들과 나의 여주인을 버리고서 이아손님이 왕가의 결혼 침상을 취했기 때문이지요. 

이 땅을 통치하는 크레온의 딸과 혼인해서 말이죠.

불상한 메데이아님은 이 모욕을 당하여

"맹세들이여!"라고 외치며, 오른손의 큰 약속을 불러 상기키고, 신들을 증인으로 청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이아손님으로부터 어떤 대가를 받아낼지에 대하여 그러고는 누워 있어요, 음식도 먹지 않고, 고통 속에 몸을 던진 채,

온종일 내내 눈물로 녹아가면서, 남편에게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걸 안 이후로 말이죠.

눈을 쳐들지도 않고, 얼굴을 땅에서 돌리지도 않으면서요. 마치 바위나 바다의 파도인 양

친구들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아요.

그저 이따금 희디흰 목을 돌려

스스로 자신을 향해 자기 아버지에 대해 탄식할 뿐이죠. (p.14-15)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아르고호 이야기 - 오폴로니오스 로디오스 (강대진 옮김, 작은이야기)

그리스 로마 신화 - 이윤기 (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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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관심 앞에 옛것은 뒤처지기 마련이오. (p.18)

 

지배자들의 성품은 무서워요, 그들은 다스림은 적게 받고, 권력은 많이 휘두르며, 감정을 격하게 바꾸지요.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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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피데스(Euripides, 기원전 약 480년 이전 ~ 기원전 406년)

고대 아테네에서 활동한,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더불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비극 시인이다. 오늘날 그가 쓴 18편의 비극이 남아 있다. 합리적인 예지·자유주의적·인도주의적 사상을 내포한 그의 극은 근세 유럽 비극 문학에 큰 영향을 주었다.

살라미스 출생으로 아테네로 옮겨 활동했으며, 아르켈라오스 1세의 초청을 받아 마케도니아 왕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죽었다. 아낙사고라스에게서 배우고 프로타고라스, 소크라테스와 사귀었고 영향을 주었다.
92편의 극작품을 쓰고 5회의 우승을 했다고 한다. 현존하는 작품 18편외 다수의 단편(斷片)이 있다.

인간의 고뇌에 깊은 이해와 동정을 품고 또한 인간을 괴롭히는 모든 악업에 격노하며 운명이나 신의 뜻에 따르기보다 인간의 주지적(主知的) 합리성으로 이 세상의 복잡미묘함을 폭로하려는 에우리피데스는 근본적으로 '비극'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입장에 있었다고 평해진다. 그러나 그런대로 아테네 연극계에서 총아로 등장해 멀리 그리스 세계의 곳곳에까지 그 작품이 번져나간 것은 오로지 그의 교묘한 작극술(作劇術)과 그것으로 묘사되는 극히 일반적인 인간의 비애가 강력한 설득력으로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연출기법에서는 소포클레스와 달리 별다른 신기축(新機軸)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또한 소포클레스의 정묘한 작품구조의 균형과 박진감에 비하면 에우리피데스의 여러 작품에서는 야릇한 현실성 내지는 사실성의 무시와 강렬한 리얼리즘이 등을 맞대고 있어 독자나 관객을 불안한 긴장으로 감싸버린다. 허구다운 프롤로그에 역시 허구다운 신이 등장하는가 하면, 연애·질투·복수·간계·광기·비애와 같이 순수하고 인간적인 표정으로 감싸버린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있을 수 없는 장면에서 있을 수 없는 논쟁이나 비판이 사건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보는 자와 보이고 있는 자와의 사이에 의식의 벽을 만드는 듯하나, 다시 격정으로 넘쳐흐르는 사건이 그 벽을 잊게 해버린다. <메데이아>이건, <히폴리토스>이건, 또는 <엘렉트라>나 <이피게네이아> <바카이> 등의 여러 작품에서도 이와 같은 격정적인 사건과 의식의 벽이 서로 부딪치는 충돌로 들볶여, 마지막엔 고즙(苦汁)처럼 남는 것이 모든 인간에게 있어 피할 수 없는 비애와 제신에 대한 분노이다.
이러한 작품의 상연은 작가 스스로 만든 것 이외에는 몹시 어려웠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 대사(臺辭)의 간명함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이 후세에 많은 독자를 매혹시키고 아리스토텔레스로 하여금 '가장 비극적인 시인(<시학> 1953 a 30)'이라고까지 평하게 한 까닭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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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 - 에우리피데스 (김기영 옮김, 을유문화사)

메데이아 - 에우리피데스 (송옥 옮김, 동인)

메데이아 - 에우리피데스 (정해갑 옮김, 경진)

에우리피데스 비극집 - 천병희 (숲)

그리스 비극 (곽복록 외 옮김, 동서월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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