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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

미지의 새 - 한수산 (한국헤르만헤세)

by handaikhan 2023. 7. 21.

큰한국문학 413 (76권)

 

목차

 

한수산

침묵

미지의 새

윤후명

하늘 지팡이

송기원

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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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 - 미지의 새 (1978년)

 

아내여,

겨울 오후, 2시에서 5시까지의 서해안은 때때로 참혹하게 아름답다. 아름다웠다.

송도도 그랬다. 지금은 매립이 되면서 없어져 버린 그 개펄과 낙조와 가슴을 저리게 하던 햇빛들을 기억하는가. 끄때 우리가 버스에 올라 삶은 달걀을 까 먹으며 찾아가곤 하던 그 서해안의 저녁에는, 우리가 껴안고 있던 가난도 남루함도 작은 방도....다 치열했었네.

육화와 변형을 거친 우리들 젊은 날의 비늘들이 <대설부>와 함께 여기 남아 있음을, 아내여, 너는 알고 있지.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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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제목 <미지의 새>는, 그렇게 김남조의 시 <겨울 바다>에서 날아와 앉았지. - 작가노트

그녀는 메모지를 잘게 찢어 휴지통에 넣으며 일어섰다. 거기에는 오전에 그에게 보낸 전보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내일 새벽차로 그곳엘 간다는 내용이었다. 그곳은 남쪽이었고 바다와 해수욕장과 그리고 그가 있는 곳이었다. (p.45-46)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김남조 시전집 - 김남조 (서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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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낀 단청의 때 잃은 아름다움. 젊음에는 어디서부터 녹이 스는 걸까. (p.47)

 

"태초엔 모든 게 재밌었겠지. 습관이란 게 없었을 테니깐 말야. 난 낙원에서 추방되는 이브의 그림을 보면 이상하더라. 고통을 몰랐던 사람들이 왜 괴로운 표정을 했는지 모르겠어. 좀 겁나긴 했겠지만, 처음 겪는 일인데 어쨌든 즐거웠을 거 아냐/" (p.53)

 

횡단 보도를 건너가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며 그녀는 불빛이 어지럽게 돌아가는 거리를 바라보았다. 이 서울에서 무엇이 그녀를 욕되게 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배고픈 거지처럼 헤매게 하고, 목 마르게 하고, 마음이 언제나 때묻은 것처럼 느끼게 하는가를 알 것 같았다. 젊다는 것, 그래서 살아가야 할 내일이 수없이 많다는 것이 처음으로 그녀를 암담하게 했다.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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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산(韓水山, 1946년 11월 13일 - )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강원도 인제군 내설악에서 출생하였고, 춘천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나왔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월의 끝〉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1973년 장편 《해빙기(解氷期)의 아침》이 《한국일보》에 입선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부초》,《유민》(流民),《밤의 찬가》,《욕망의 거리》 등이 있다. 산문시와 같은 부드러운 문체를 통하여 시간과 생명과의 상관관계 및 생명의 가치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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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초 - 한수산 (민음사)

사월의 끝 - 한수산 (책세상)

타인의 얼굴 - 한수산 (창비)

이별없는 아침 - 한수산 (중앙일보사)

가을꽃 겨울나무 - 한수산 (중알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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