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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1. 한국 문학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 김영하 (한국헤르만헤세)

by handaikhan 2023. 5. 30.

 

큰 한국문학 413 (96권)

 

목차

 

김영하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박성원

댈러웨이의 창

하늘의 무게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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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관우, 장비, 마초로 하여금 각자 만 명의 군사를 이끌고 선봉에 서게 하고 제갈량을 중진에 포진시키고 후미를 조자룡으로 하여금 방비케 한 후, 하후돈이 지키는 형주성을 공격케 하였다. 관우와 장비가 우회하여 형주성에 접근하는 동안 서남풍이 불었고 이를 틈타 제갈량이 화공으로 형주성을 공격하니 하후돈의 병사 중 반이 전사하였다. 마초는 동쪽에서 관우와 장비는 서쪽에서 그리고 제갈량은 북동쪽에서 공격하는 동안 사마의가 이끄는 구원병이 형주성으로 진격해 왔다. 후미에 있던 조자룡이 제갈량을 호위하고자 나섰으나 상대는 여포, 조자룡으로서는 버거운 상대였다. 형주성 함락이 시간문제였지만 조자룡을 잃을 수는 없는 일, 장비로 하여금 조자룡을 돕게 하고 제갈량은 사마의의 진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도록 하였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으므로 언제 사마의가 화공으로 본진을 공격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p.9-1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정역 삼국지 - 나관중 (정원기 옮김,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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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하고 인연을 봐서라도 저한테 해 주시지 그랬어요?"

"아, 나도 그런 줄 알고 물어봤더니 계약은 아무하고나 해도 된다던데. 내가 자네 명함까지 보여 줬는데 그냥 해도 된다고 그러던데. 그럼 안 되는 거야?"

"할 수 없죠, 뭐. 나중에 차 바꾸시는 분 또 게시면 소개나 해 주세요."

어쩐지 김상근이 커피를 뽑아 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는 이번 달에도 본부 판매 1위를 할 것이다. 그래 잘 먹고 잘살아라. 아무리 못 벌어도 너처럼 후배 실적까지 빼앗으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이 개새끼야.

하기사 그는 선배로서 훌륭한 교훈 하나를 일러 준 셈이다. 고맙군. 사무실로 돌아오자 김상근이 그를 힐끗거리는 게 느껴진다. 불편하겠지.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다가 나중에는 만만한 놈이려니 여길 테지. 그러곤 게속 내 고객을 가로채겠지. 될 대로 되라지. 어차피 너나 나나 막장 인생이다. (p.22)

 

"늦게라도 오지 그러니?"

도대체 그 친구는 그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스스로도 말쑥한 기업의 샐러리맨이면서, 누가 봐도 '애국적 사회 진출'로 봐주지 않을 곳에서 먹고살면서, 학원 선생과 대학원생과 방위병들과 삼성맨들이 모여서 뭘 하겠다고 그더러 늦게라도 오라는 것일까. 그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가기 싫어, 라고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느물스러운 사회적 속성에 대해서, 그리고 기호 뒤편에 숨겨진 의미에 둔감한 그 녀석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가기 싫단 말이다. 그저 한때 운동을 했다는 연으로 만나서 웃고, 떠들고, 술 마시고, 옛날 얘기하고, 먹고사는 얘기하면서,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그 엣날의 4.19 세대들처럼 변해 가는 순간순간들이 싫단 말이다.

그 친구는 그가 다시 성당에 나기길 원하는 그의 어머니 같았다. 성당에는 신이 없고 헌금통과 고백 성사실만 있다. 아마 '우리 애들 모임'도 그럴 것이다. 결혼한 이들에게는 돈을 모아 주고, 자신들끼리는 거짓 고백을 하고 보속을 받을 것이다. 사제는 없다. 그들 모두가 사제다. 의식은 없다. 술이 의식을 대신하리라. 술이 들어가면 지은 죄들을 고백하겠지. 먹고사는 죄, 결혼하는 죄, 자동차를 좋아하는 죄, 미사가 끝났습니다. 나가서 복음을 전하십시오. 복음? 기쁜 소식?

"봐서....갈 수 있으면 가지. 그치만 못 가기 쉬울 거야. 근데 넌 결혼 안 하냐?"

"봐서...갈 수 있으면 가지. 그치만 못 가기가 쉬울 거야. 근데 넌 결혼 안 하냐?"

"올해엔 안 할 생각이야. 넌?"

"난 안 해."

그 친구는 그저 피식 웃었다. 선언들이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봐 온 그들은 이제 선언에 무감하다. 그래서 그 친구의 웃음에는 좀 너그러울 수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전화선상에서 몇 초의 침묵은 참 견디기 힘들다. 그 친구는 그의 거절이 견디기 힘들겠고 그는 그 친구의 권유가 견디기 힘들다. (p.33-34)

 

서로를 경멸하고, 때론 연민하면서, 공유하는 것은 과거밖에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이 모든 부조화 속에서 고백 성사를 치르는 의식에 대한 예감 때문이다. 고통보다는 고통의 에감이, 패배보다는 패배의 에감이, 페스트보다는 페스트의 예감이, 사랑보다는 사랑의 예감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p.35)

 

장마철인데도 여전히 비는 내리지 않고 그의 게임도 게속된다. (p.42)

 

<작품 이해>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은 산업 사회 이후 정보 사회에 이른 첨단 자본주의 속에 매몰된 개인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은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본업에 충실하기보다는 '삼국지' 게임에 몰두한다. 따라서 그의 일상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신세대의 모습처럼, 컴퓨터 속에서 벌어지는 전쟁 게임에 저당 잡혀 있다. 담뱃갑과 맥주병이 어지럽게 널린 환경에서 그는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에게 게임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게 하는 통로이자 탈주의 수단이 된다. 그는 사회로 진입하는 것을 거부한다. 다만 최소한의 전통적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게임에만 열중한다. 그가 게임에 몰두하는 것은 세상에 대한 거부이며 역설적으로 사회가 진입을 거부하는 인간 군상의 패배적 ㅎ녀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첨단 사회에서 인간성이 유지될 공간은 자꾸 협소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영하는 이 작품에서 스스로를 존중하며 성취해야 할 인간적 욕망이 좌절되는 일상을 날카롭게 재현하고 있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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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1968-)

대한민국 소설가

1968년 11월 11일, 강원도 화천군에서 군인인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의 두 아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상북도 고령군 출신인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에 파병된 경력이 있다. 귀국하여 강원도 화천에서 근무하던 당시 김영하가 태어난다. 국민학교 때 전학을 무려 6번이나 했고 군부대 관사에 거주하던 때가 많아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10살 무렵 경기도 양평군에 살던 때 연탄 가스 중독 사고를 당했는데, 결국 그 이전의 기억은 모두 잃었다고 한다.
국민학교를 7살(만 5세)에 입학했으며, 같은 학년 또래들에 비해 발육이 늦어 체육 활동에 잘 끼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성장하면서는 외향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서울 잠실에서 국민학교(잠일초등학교)부터 중학교(신천중학교)고등학교(잠실고등학교)까지 졸업했다. 대학교 재학 당시 '국악 연구회'에서 대금을 연주했는데, 이 시절의 경험이 <도드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김영하는 이한열 열사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86학번 동기로, 이러한 인연으로 <1987 이한열>이라는 책의 서문을 써 주기도 했다.
부모가 모두 독실한 가톨릭 신자여서 출생 직후에 세례성사를 받았는데 세례명은 안토니오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꾸준히 다녔으며, 고등학생 때는 가톨릭 수도자가 되려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소설가가 된 이후로는 더이상 성당에 나가지 않게 되었고 현재는 무교라고 알려져 있다.
자전적 수필('말표 구두약')에 따르면 군 시절을 51사단 헌병대 수사과에서 보냈다고 한다. 원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학군사관후보생이 되었지만 4학년 여름방학 전방 입소 교육에 불참함으로써 학군단을 탈퇴하였다. 학부 졸업 후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였다가 대학원 졸업 후에야 입대했다.
대학원 시절과 제대 직후 2차례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EBS 세계테마기행 1회에 출연해 이탈리아를 여행하기도 했다. 2008년 서울의 아파트를 팔고 국립대학 교수직(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사직한 후 캐나다 밴쿠버와 미국 뉴욕에서 도합 3년간 장기 체류했다. 2012년 귀국한 뒤로는 부산 해운대에서 3년간 살다가 2015년부터는 현재까지 서울 연희동에 살고 있다.


1995년 「거울에 대한 명상」[6]으로 등단해 이듬해 첫 장편소설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로 제1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젊은 작가 세대를 대표하였던 소설가[8]로, 이제는 명실상부한 한국을 대표하는 중요한 소설가 중 한명이다. 초반에는 도시적 일상을 속도감 있게 장르적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장편에서 역사물이나 스파이물, 범죄, SF까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대체로 간결하고 직관적인 문장을 쓰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은 편이다. 주로 젊은 층에서 높은 인기를 얻어왔으며, 2018년 알쓸신잡 출연 이후 대중적으로도 매우 유명해졌다. 2010년 2월 문학동네에서 전집이 출간되었다.
문학동네와 관련이 깊다. 문학동네 초창기에 이미 등단한 김영하가 문학동네에 다시 투고하는 식으로 소설가로서의 활로를 개척했고[9],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문학동네도 김영하의 책을 내면서 이슈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 문학동네 2013년 겨울호(77호)에 당시 사연이 실려 있다.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 중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하기도 했다. 창비, 문학과지성사에서도 책을 냈지만 최근에 문학동네에서 김영하 전집을 내면서 모든 작품의 출판사가 문학동네로 통일되었다.
작품 활동이 뜸하다가 2010년에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그들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를 냈다. 일부 문단이나 독자들은 '예전 같지 않다'거나 '작품세계가 변했다'고 평가하기도 했으나, 본인은 '이 단편집에 수록된 글들은 순수히 내 즐거움을 위해 썼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후 장편 살인자의 기억법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으며, 그뒤 출간한 작품집 <오직 두 사람>과 산문집 <여행의 이유>는 수십만부 판매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모교 연세대학교가 많이 등장한다. '퀴즈쇼'에서는 주인공이 거리를 돌아다닐 때 가까워서 등장하고, 『무협학생운동』에서는 학교를 패러디한 연희방이 배경, '빛의 제국'에서는 주인공 기영과 그의 아내가 연세대 수학과 출신이다.
국내작가들 중에서 작품이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외국에서 무척 많이 소개된 대표적인 작가인데, 이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통할만한 보편성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서겠고, 작가 본인 또한 해외진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가진 결과일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해외번역가들 사이에서 번역하기 편한 글로 꼽힌다고 한다.
2013년 가을부터 뉴욕타임즈 인터내셔널 판에 칼럼을 기고했는데, 칼럼 중에 게임중독법에 관한 글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4년 4월을 마지막으로 칼럼을 중단하였다. 대한민국이 이전과는 다른 상황에 직면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또 본인은 느낌을 중시하는 소설가인데 팩트를 중시하는 칼럼과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직 두 사람>의 작가의 말에서는 '팩트 따윈 모른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라고 썼다.

2021년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김영하 작가가 책을 읽어주는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까지 읽은 책은 <완벽한 아이> <아랑은 왜>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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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 - 김영하 (복복서가)

검은꽃 - 김영하 (문학동네)

아랑은 왜 - 김영하 (복복서가)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문학동네)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문학동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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