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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이정서 옮김, 새움)

by handaikhan 2023. 2. 5.

<참고>

쉼표와 마침표, 접속사, 대명사 등, 작가의 서술 구조를 반드시 지키야 한다는 번역 원칙에 충실하게 번역했다고 번역가는 책머리에서 말한다. 본 도서는 2018년판이며, 2022년 개정판 나옴

이 책에서도 특정 종교의 신으로 번역하고 있다. 번역가의 종교는 관심이 없으니 앞으로 이렇게 번역하고 원문에 충실했다는 표현을 안 했으면 좋겠다.

노인과 바다, 어린 왕자, 위대한 개츠비, 이방인...

 

 

<피츠제럴드 - 위대한 개츠비 (1925년)>

 

내가 좀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어떤 조언을 주었고 그것을 나는 그 이후 줄곧 마음속에 되새겨 오고 있다.

"언제든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질 때면," 그분은 내게 말했다. "꼭 기억하렴, 이 세상 사람들 전부가 네가 누렸던 혜택들을 누린 건 아니라는 점을."

아버지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드물게 속을 털어놓는 내성적인 방식을 취해 왔기에, 나는 그가 그 말보다 훨씬 많은 것을 의미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 결과, 나는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며, 많은 별난 성격의 인간들이 나에게 마음을 터놓게 하는 습관은 나를 또한 적지 않은 지루한 참전용사들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비정상적인 마음은 이 특성이 평범한 사람에게 나타날 때 빠르게 간파하고는 그것에 들러붙는다. 그렇기에 대학 시절에는 내가 정치적이라는 부당한 비난을 받는 일까지 일어났다. 왜냐하면 나는 거칠고 잘 알려지지 않은 남자들의 슬픔에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신뢰의 대부분은 요청된 것이 아니었다. 흔히 나는 내밀한 고백이 눈앞에서 펼쳐지리라는 어떤 의심의 여지없는 신호가 있을 때면 자는 척하거나, 몰두해 있는 척하거나, 또는 경박하게 적대적인 체했다. 젊은 사람들의 내밀한 고백, 또는 적어도 그들이 그것을 표현하는 용어들은, 대개 도용했거나 뻔한 은폐로 훼손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단을 유보하는 것은 무한한 희망의 문제다. 나는 여전히 그것을 잊으면 무엇인가를 잃을지 모른다는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내 아버지가 젠체하며 제안했던 것처럼, 내가 젠체하며 되풀이하자면, 근본적인 품위 감각은 날 때부터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그리고, 이런 식의 내 관용을 뽐내고 난 이후에야, 나는 그것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하게 되었다. 품행은 단단한 바위나 젖은 습지에 기초하여 세워질 수 있지만, 어느 시점 이후에는 그것이 무엇에 기초하여 세워졌냐는 것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을 터인가. 지간 가을 동부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세상이 언제나 한결같고 도덕적 관심 속에 놓여 있기를 바랐다. 나는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특권적으로 일별하는 떠들썩한 외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오직 개츠비, 이 책에 그의 이름을 부여한 사내, 내가 확고부동하게 경멸했던 모든 것을 대변했던 개츠비만큼은, 내 반발로부터 면제되었다. 만일 개성이 끊이지 않는 일련의 성공적 행위라면, 그렇다면 그에게는 아주 멋진 어떤 것이 있었다. 마치 만 마일 너머의 지진을 기록하는 복잡한 기게 중의 하나와 연결된 것처럼, 그에게는 삶의 가능성에 대한 어떤 고양된 세심함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민감성은 '창의적 기질'이란 이름 아래 그럴듯하게 꾸며진 무기력한 감수성과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희망을 위한 놀라운 재능으로, 내가 결코 다른 사람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었고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낭만적 준비성 같은 것이었다. 아니, 결구에는 개츠비가 옳았음이 판명되었다. 실패로 끝난 슬픔과 숨 막히는 인간의 득의만만함에 가졌던 내 관심을 일시적으로 팔아 버린 것은 개츠비를 잡아먹은, 그의 꿈이 깨진 곳에 떠돌던 더러운 먼지였다. (p.19-21)

<참고 - 개정판 2022년)>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이정서 옮김, 새움,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

내가 더 젊고 상처입기 쉬웠던 시절 아버지는 내게 그 이후 마음속에 되새기게 된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네가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어질 때면, 세상 사람들 모두가 네가 누린 이점을 누렸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렴"

In my younger and more vulnerabl years my father gave me some advice that I've been turning over in my mind ever since.

"Whenever you feel like criticizing any one," he told me, "just remember that all the people in this world haven't hand the advantages that you've had."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이만식 옮김, 펭귄클래식)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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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큰할아버지를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특별히 아버지의 사무실에 걸려 있는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초상화와 관련지어 보면 내가 그분을 닮았을 걸로 추정되었다. 나는 1915년에 뉴헤이븐을 졸업했는데, 아버지 이후 이십오 년 만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큰 전쟁으로 알려진 지체된 독일군의 퇴각 전에 참여했었다. 나는 철저히 그 후미 기습전을 즐겼고, 정신없는 상태로 돌아왔다. 중서부는 이제 세계의 따뜻한 중심지라기보다는, 우주의 가장자리처럼 여겨져서, 나는 동부로 가서 채권업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이 채권 사업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혼자 사는 사내 하나쯤은 더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삼촌과 숙모들 모두는 마치 내 사립고등학교를 고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것을 두고 서로 이야기하더니, 마침내 매우 심각한, 주저하는 낯빛으로 말했다. "왜 그러니....알겠다." 아버지는 일 년간 내게 자금을 대주기로 합의했고, 여러 가지로 지체된 후에 나는 1922년 봄에 영구적으로라는 생각으로 동부로 왔다.

시내에서 방을 찾는 게 실용적이었겠지만, 따뜻한 계절이었고, 나는 넓은 잔디밭과 친숙한 나무들이 있는 시골을 막 떠나온 터라, 사무실과 젊은 친구 하나가 통근 거리에 있는 읍에다 함께 집을 구하자고 제안했을 때, 매우 좋은 생각으로 여겨졌었다. 그는 월 80달러 하는 햇볕에 거칠어진 단층집을 찾아냈지만,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회시가 그를 워싱턴으로 발령을 냈고, 나는 혼자 시골로 나와야 했다. 내게는 개 한마리 - 적어도 녀석이 달아나기 전까지 며칠 동안에 불과했지만 - 와 오래된 닷지 자동차와 내 잠자리를 봐주고 아침을 만들어 주던, 전기스토브 위에서 혼자 핀란드 격언을 중얼거리던 핀란드 가정부가 있었다.

하루 이틀은 외로웠다. 어느 날 아침 나보다 좀더 나중에 도착했던 어떤 남자가 길 위에서 나를 불러 세웠을 때까지는.

"웨스트 에그 마을은 어떻게 가나요?" 그는 난감해하며 물었다.

나는 그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걸어가면서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나는 한 사람의 안내자이자, 개척자였고, 원주민이었던 것이다. 그가 우연히 내게 그 동네의 자유로움을 선사했던 셈이다.

그리하여 그렇게 햇볕과 함께 마치 빠르게 흘러가는 영화 속의 급속히 자라는 나뭇잎들처럼, 인생이 여름과 함께 다시 시작하고 있다는 친숙한 확신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p.22-2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청소년을 위한 세계 경제사 - 석혜원 (두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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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내 인생으로 되돌려 놓고 다시 모든 전문가 중에서도 매우 한정된 '다재다능한 남자'가 되어 볼 생각이었다. 이것은 단지 경구가 아니다. 인생은 결국 하나의 창으로 보면 훨씬 성공적으로 보인다. (p.24)

 

그들의 관심은 나를 꽤 감동시켰다. 그들이 거리가 먼 부자라는 느낌도 조금 덜어 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를 몰고 떠나오면서 혼란스러웠고 조금 불편했다. 내 생각에는 데이지가 아이를 안고 그 집에서 뛰쳐나와야 할 것 같았지만, 그러나 확실히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럴 의도는 전혀 없어 보였다. 톰에 대해 말하자면, 그가 '뉴욕에 어떤 여자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한 권의 책 때문에 우울해졌다는 것보다 덜 놀라운 일이었다. 마치 그의 우람한 육체적 자부심이 더 이상 그의 위압적인 정신을 부양하지 못하는 것처럼, 무엇인가가 진부한 사상의 끄트머리로 그를 조금씩 갉아먹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p.48)

 

가로변 식당 지붕과 새 가스주유기가 환한 불빛을 받으며 설치되어 있는 길 옆 정비소 앞은 이미 여름이 깊었고, 차를 몰아 웨스트 에그에 있는 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차고에 차를 세운 뒤 잠시 동안 마당에 방치된 잔디 깎기 위에 앉아 있었다. 바람은 잦아졌고, 밝은 밤, 개구리들이 활기차게 날려 보내는 소리가 대지를 가득 채우고 있을 때, 나무들 속의 날개를 치는 소리와 끊임없는 오르간 소리의 시끄러움이 사라졌다. 움직이는 고양이의 윤곽이 달빛을 받아 흔들렸고, 그것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50피트쯤 떨어져 사람 하나가 내 이웃집의 그림자로부터 빠져나와서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흩뿌려진 별들을 응시하면서 서 있었던 것이다. 뭐랄까 그의 여유 있는 움직임과 잔디를 밟고 선 안정된 자세는, 그것이 개츠비 씨이며, 우리의 한정된 낙원과 그의 것을 나눌 것을 결심이라도 하기 위해 나온 것처럼 비추었다.

나는 그를 부르기로 결정했다. 저녁 식탁에서 베이커 양이 그를 언급했었으니, 소개하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그러나 나는 그를 부를 수 없었는데, 그는 혼자 있고 싶어 한다는 갑작스러운 암시를 주었던 것이다. - 그는 어두운 바다를 향해 기묘한 방식으로 팔을 뻗치고 있었고, 또한, 나는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떨고 있다고 맹세라도 할 수 있어서였다. 무심결에 나는 바다 쪽을 흘끔 바라보았다 - 아주 멀리 떨어진, 부두의 끝인 듯한 곳에 작은 녹색 불빛 하나를 제외하고는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다시 개츠비를 바라보려고 했을 때 그는 사라지고 없었고, 나는 다시 불안한 어둠 속에 혼자가 되었다. (p.48-49)

 

그가 정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알려진 어느 곳에서나 강조되었다. 그의 지인들은 그가 그녀와 함께 잘 알려진 레스토랑에 나타나서는, 그녀를 테이블에 남겨 두고는,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 그가 아는 누군가와 농담을 지껄이는 사리에 화를 냈다. 나는 그녀를 보고 싶다는 호기심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만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 하지만 나는 만났다. 나는 어느 날 오후 기차로 톰 뷰캐넌과 함께 뉴욕에 가게 되었고, 우리가 그 잿더미에 의해 멈추게 되었을 때 그는 벌떡 일어나 내 팔을 움켜쥐고는, 그야말로 강제로 나를 객차에서 끌어내렸다.

"내리자구," 그는 고집했다. "나는 자네가 내 여자를 만나길 원하네."

내 생각에 그는 점식식사 때 너무 많이 마셔서 취한 듯했고, 그리고 나와 동해하고자 하는 그의 결정은 폭력에 가까웠다. 남을 얕보는 그 거만함은 일요일 오후 내가 더 나은 할 일이 없다고 본 것이다. (.p.51-52)

 

그녀의 얼굴은, 짙은 청색의 물방울무늬가 있는 엷은 비단 코레이프 드레스 위에서, 아름답다거나 빛이 난다거나 하는 면은 없었지만, 마치 온몸의 신경이 계속해서 타오를 것 같은, 당장 인지할 수 있는 활력이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웃고는, 마치 그가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신의 남편을 지나쳐 걸어와서는 상기된 눈으로 톰을 바라보며 악수를 나누었다. (p.54)

 

윌슨 부인은 조금 전 옷을 갈아입었고, 지금은 크림색 시폰의 정교한 애프터눈 드레스 차림으로, 방을 휘젓고 다닐 때마다 끊임없이 바스락대는 소리가 났다. 그 드레스의 영향으로 그녀의 인상 또한 많이 변모해 있었다. 자동차 정비소 안에서 그렇게 인상적이었던 강한 활력은 눈에 띄는 거만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웃음, 그녀의 행동, 그녀의 주장은 차츰차츰 더 격렬하게 오만해졌고, 그녀의 존재가 커질수록 그 방은 그녀를 중심으로 좁혀져서, 마침내 그녀가 연기가 자욱한 공기 속에서 시끄럽게 삐걱거리는 중심을 따라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p.61)

 

늦은 오후의 하늘이 지중해의 푸른 벌집처럼 잠깐 동안 창문에 피어올랐다. 그때 맥키 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다시 나를 방 안으로 불러드렸다.

"나도 거의 실수할 뻔했어요." 그녀가 격렬하게 선언했다.

"나는 몇 년간 나를 쫓아다닌 작은 유태인과 거의 결혼할 뻔했어요. 나는 그가 내게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아요.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했거든요. '루실, 그 남자는 네게 부족해!' 하고. 하지만 만약 내가 체스터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는 확실히 나를 차지했을 거예요."

"그래요, 그렇지만, " 머틀 월슨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쨌든 당신은 그와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맞아요, 하지 않았죠."

"그래요, 난 그와 결혼했어요." 머틀이 알 듯 모를 듯 말했다. "그리고 그게 당신과 내 경우가 다른 점이죠."

"너는 왜 했어, 머틀?" 캐서린이 물었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잖아."

머틀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가 신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했어." 그녀가 마침내 말했다. "나는 그가 교양에 대해 뭔가 안다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그는 내 신발을 핥기에도 적합지 않아."

"너는 한때 그에게 미쳐 있었잖아." 캐서린이 말했다.

"그에게 미쳐 있었다고!" 머틀이 못 믿겠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 그에게 미쳐 있었다고 누가 그래? 나는 거기 그 남자보다 그에게 미쳐 있었던 적이 결코 없어."

그녀가 갑자기 나를 지목하는 바람에 모두가 나를 비난하듯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그녀의 과거에 어떤 역할도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내 방식으로 보여 주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내가 유일하게 미쳤던 게 그와 결혼할 때였어. 내가 실수했다는 걸 즉시 깨달았었지. 그는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누군가의 가장 좋은 옷을 빌렸고, 심지어 그에 대해서조차 내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외출한 사이에 어느 날 그 남자가 그것을 찾으러 온 거야. '아, 그게 당신 옷이라구요?' 내가 말했어.'그에 관해 처음 들었어요.' 나는 그에게 그것을 줄 수밖에 없었고 그러고 나서 쓰러져서 오후 내내 펑펑 울었어."

"언니는 정말 그 사람과 헤어져야 해요." 캐서린이 내게 다시 말했다. "그들은 그 정비소에서 십일 년을 넘게 살고 있어요. 그리고 톰이 언니가 만난 첫 번째 연인이죠." (p.66-68)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몸을 떨었다. 루실도 몸을 떨었다. 우리는 모두 몸을 돌려 개츠비를 찾아보았다. 이 세상에 관해 수군거릴 필요가 거의 없는 사람들조차, 그에 관해 수군거린다는 자체가 곧 그가 낭만적인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증거인 셈이었다. (p.81)

 

"함께 타러 가겠나, 친구? 바로 해협을 따라 난 해변 근처인데."

"몇 시에?"

"자네에게 가장 적당한 시간이면 언제든."

막 그의 이름을 묻기 위한 말을 혀끝에 올리려는 참이었는데 조던이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즐거우신 거죠?" 그녀가 물었다.

"많이 좋아졌어요." 나는 다시 내 새로운 동료를 돌아보았다. "내겐 좀 특이한 파티지. 난 심지어 주인조차 보지 못했거든. 나는 저기에 살아..." 나는 저편의 보이지 않는 울타리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여기 개츠비라는 작자가 그의 운전사를 통해 초대장을 보내왔어."

잠시 동안 그는 잘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개츠비일세.' 그가 갑자기 말했다.

"뭐라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아, 실례했어요."

"나는 자네가 안다고 생각했었어, 친구. 유감스럽지만 나는 매우 좋은 주인은 아닌 모양이군."

그는 이해한다는 - 이해한다는 그 이상을 담아 웃어 보였다. 그것은 인생에서 네댓 번 접할 수 있을까 말까 할 영원히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보기 드문 미소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은 한동안 외부 세계 전체를 향해 있다가 - 또는 향해 있는 듯하다가 - 그런 다므 '당신 편'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편견으로 상대에게 집중하는 미소였다. 그것은 단지 당신이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만큼만 당신을 이해했고, 당신이 스스로를 믿고 싶어 하는 만큼 당신을 믿었으며, 다시 당신이 최선을 다해 상대에게 전달하기를  희망했던, 당신의 그 인상을 정확하게 이해해다는 것을 당신에게 보증해 주는 그런 미소였다. 정확하게 그 시점에 그것은 사라졌다. - 그리고 나는 공들여 형식을 갖춘 말투가 우스꽝스러움을 조금 벗어난 정도인, 서른한두 살의 우아하고 젊은 거친 남자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가 자신을 소개하기 얼마 전에 주의해서 그의 말을 고르고 있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p.86-87)

 

나는 뉴욕을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밤이 주는 모험적인 느낌, 생기발랄함, 그리고 남자와 여자와 기계들의 끊임없는 깜빡거림이 들뜬 눈에 안겨 주는 만족감이 있었다. 나는 5번가를 걸으며 군중 속에서 로맨틱한 여성을 골라 잠시 동안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는 상상을 즐기기도 했는데,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 못마땅해 할 사람은 없었다. 가끔 마음속으로, 나는 그들을 따라 거리 구석에 숨겨진 그들의 아파트까지 따라갔고, 그들은 문을 열고 따뜻한 어둠 속으로 사라지기 직전 돌아서서는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황홀한 대도시의 황혼 녘에 나는 때때로 주체하기 힘든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이들 - 혼자 식당 밥을 먹으려고 시간이 될 때까지 창문 앞에서 어정거리는 가난한 젊은 사무원들 - 어스름 속에서 밤과 인생의 가장 가슴 저미는 순간을 소비하고 있는 젊은 사무원들에게서도 느껴지는 것이었다.

다시 8시가 되어, 40번가의 어두운 차로에 술렁이는 택시들이 다섯 줄로 늘어서 극장가로 튀어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면, 나는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택시 안에서 그들은 기다리면서 서로의 몸을 의지했고, 노래를 불렀고, 들어 본 적 없는 농담에 웃음을 터뜨렸으며, 그 외에도 담뱃불이 내부의 알 수 없는 숱한 제스처의 윤곽을 그려 보였다. 그런 저런 상상 속에서 나는 또한, 서둘러 흥겨워하며 그들과 은밀한 흥분을 나누었고, 그들이 잘되기를 바랐다. (p.99-10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말괄량이 아가씨와 철학자들 - 피츠제럴드 (박경서 옮김, 아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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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는 조던 베이커를 잊고 있다가, 한여름에 그녀를 다시 찾았다. 처음에 나는 그녀와 함께 가는 곳에서 우쭐해하곤 했는데, 그녀는 골프 챔피언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사실 나는 사랑은 아닐지 몰라도 일종의 애정 어린 호기심을 느꼈다. 세상을 향한 그녀의 그 지루하고 오만한 표정은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었는데 - 비록 시작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가식은 결국 무언가를 숨시고 있는 것이다 - 어느 날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가 워릭에서 열린 하우스 파티에 함께 참석했을 때, 그녀는 빗속에 지붕을 열어 둔 채 빌린 차를 떠난 적이 있었는데, 이후 그것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또한 그때 나는 갑자기 데이지의 집에서 그날 밤에 내가 회피했던 그녀에 관한 그 이야기를 기억해 냈다. 그녀의 첫 번째 메이저 골프 경기에서 있었던 거의 신문에 날 뻔한 그 소동, 준결승에서 그녀가 나쁜 위치에 있던 그녀의 공을 옮긴 것 같다는 암시 말이다. 그 일은 거의 스캔들 수준으로 확대되었으나 결국은 가라앉았다. 한 캐디가 그의 진술을 철회했고 다른 유일한 목격자도 그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과 이름이 내 마음속에 함께 남아 있었던 것이다.

조던 베이커는 본능적으로 영리하고 약삭빠른 남자를 기피했는데, 이제 나는 그녀가 규제로부터 어떤 차이를 생각해 내기 불가능한 곳에서 훨씬 더 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고칠 수 없는 부정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불이익한 상황에 놓이는 것을 참지 못했고, 이런 마지못한 상황이 주어지면,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 내 보였던 그런 냉정하고 거만한 미소를 지키기 위해, 그러면서도 그녀의 강하고 멋진 육체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속임수와 거래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것이 나를 달라지게 만들지는 않았다. 여성의 부정직함은 상대적으로 결코 깊게 비난할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사과했고, 그러고 나서 잊어버렸다. 우리가 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한 묘한 대화를 나눈 것도 같은 하우스 파티에서였다. 그것은 그녀가 몇 명의 일꾼들에 너무 근접해서 지나가다가 우리의 펜더가 한 남자의 코트 단추를 가볍게 치고 지나가면서 시작되었다.

"형편없는 운전자군요." 내가 지적했다. "좀 더 주의하든지 아니면 차를 아예 몰지 말아야겠어요."

"나는 주의하고 있어요."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겠죠." 그녀가 가볍게 말했다.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 있죠?"

"그들이 내 길을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녀가 주장했다. "사고는 양쪽이 일으키는 거잖아요."

"당신이 만약 당신처럼 조심성 없는 누군가를 만났다고 상상해 봐요."

"저는 결코 그럴 리 없길 바래요."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조심성 없는 사람은 싫어해요. 그게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예요."

햇빛에 긴장한 그녀의 회색 눈은 곧바로 정면을 응시했지만, 그녀는 의도적으로 우리의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었고, 나는 그 순간 그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천천히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내 욕망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내부 규칙들로 가득 찬 사람이었기에, 우선은 고향에 읽혀 있는 문제들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느 일주일에 한 번 편지를 썼고 거기에 '사랑하는, 닉'이라고 서명을 했지만,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여자가 테니스를 칠 때 어떻게 윗입술에 옅은 콧수염 같은 땀방울이 생겼을까 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유로워지기 전에 전략적으로 끊어 내려 하는 모호한 생각들이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기본적 덕목 가운데 적어도 한 가지쯤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데, 내 경우엔 내가 바로 이것이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정직한 사람 중 한 명이다. (p.101-103)

 

"아니야, 친구. 그렇지 않아. 그렇지만 베이커 양은 이 문제에 관해 자네에게 이야기하는 걸 친절하게 허락할 걸세"

나는 '이 문제'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흥미보다는 귀찮음이 더 컸다. 나는 제이 개츠비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조던에게 차를 마시자고 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그 부탁이 완전히 기이한 어떤 것일 거라고 확신했고, 잠깐 동안 나는 사람들이 들끓는 그의 잔디밭에 한 번이라도 발을 들여놓은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는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단정함은 우리가 도시로 가까워질수록 더욱 꼿꼿해졌다. 우리는 붉은 띠를 두른 대양 외항선박들이 얼핏 보이는 루스벨트 항을 지났고, 도금이 희미해졌지만 드나드는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1900년대의 술집들이 어둡게 늘어서 있는 자갈길의 슬럼가를 빠르게 통과했다. 그러고 나자 우리의 양옆으로 재의 골짜기가 펼쳐졌는데, 우리가 지나치는 사이에 그 정비소에서 숨을 헐떡이며 활력 있게 펌프질을 하고 있는 윌슨 부인이 얼핏 보였다.

우리가 펜더를 날개처럼 펼치고, 빛을 뿌리며 아스토리아 항을 반쯤, 막 절반쯤 지나 핸들을 틀었을 때 고가의 기둥들 사이에서 "부릉부릉붕!" 하는 익숙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고, 몹시 흥분한 경찰이 옆에서 나란히 달렸다.

"괜찮아, 친구." 개츠비가 소리쳤다. 우리는 속도를 늦췄다. 자신의 지갑에서 흰색 카드를 꺼내 든 그는 사내의 눈앞에서 그것을 흔들었다.

"알겠습니다." 그 경찰관이 경례를 하며 받아들였다. "다음번에는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개츠비 씨. 실례했습니다!"

"그건 뭐지?" 내가 물었다. "옥스퍼드 시절 사진인가?"

"이전에 한번 경찰국장에게 호의를 베풀 수 있었는데, 그가 매년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온다네."

거대한 다리 위에는, 대들보 사이를 통과한 햇살이 달리는 차들 위로 끊임없는 깜빡임을 만들었고, 강 건너에는 모든 것이 냄새 없는 돈으로 세워지길 바란다는 소망으로, 도시가 휜 각설탕 덩어리처럼 솟아올라 있었다. 퀸즈보 다리에서 보는 그 도시는, 언제나 처음 보는 도시 같았고, 그 안에는 세상의 모든 신비와 아름다움에 대한 야생의 첫 약속이 담겨 있는 듯했다.

한 죽은 남자가 꽃으로 가득한 영구차에 실려 우리를 지나쳤는데, 블라인드가 드리운 두 개의 차와 친구들을 태운 좀 더 활발한 분위기의 차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그 친구들은 남동부 유럽인들의 짧게 말려 올라간 입술과 비통한 눈으로 우리를 내다보았고, 나는 그들의 우울한 휴일에 개츠비의 화려한 차 광경이 포함될 수 있었던 것이 기뻤다. 우리가 블랙웰 섬을 가로질러 갈 때 리무진 한 대가 우리를 지나쳤다. 백인 운전사가 운전을 하고 있었고, 안에는 남자 둘 여자 하나의 세련된 흑인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나는 그들의 노란 눈동자가 오만한 경쟁의식으로 우리를 향해 희번덕거렸을 때 소리 내어 웃었다.

"우리가 이 다리를 건넜으니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어쨌든 무슨 일이든....."

심지어 개츠비에게조차 일어날 수 있다. 어떤 특별한 놀라움 없이도. (p.114-116)

 

"그는 영국의 오그스퍼드대학에 다녔지. 오그스퍼드대학 아시오?"

"들어 본 적은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 중의 하나지."

"개츠비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셨나요?" 내가 물었다.

"여러 해..." 그가 만족스러운 듯 대답했다. "전쟁 직후부터 그와 알고 지내는 즐거움을 누렸지. 하지만 난 한 시간쯤 애기해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교양 있는 사람 한 명을 발견했다는 것을 알았소. 나는 내 자신에게 말했지. '자네가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어머니와 누이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어 할 만한 사냐애.'"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내가 보기에 당신은 내 소매 단추를 보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것을 보고 있지 않았었지만, 이제 나는 보게 되었다. 그것들은 기이하게도 익숙한 상아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람 어금니의 최상급 견본이지." 그가 내게 알려 주었다.

"그렇군요!" 나는 그것을 주의 깊게 보았다. "그거 참 흥미로운 발상이네요."

"맞소." 그는 외투 밑의 소매를 뒤집었다. "맞소, 개츠비는 여자들을 매우 조심하지. 그는 결코 친구의 아내를 너무 많이 쳐다보는 일조차 없을걸."

그 본능적인 신뢰의 대상이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을 때, 울프심 씨가 그의 커피를 갑자기 마시고는 일어섰다.

"점심 즐거웠네." 그가 말했다. "너무 오래 머물러서 미움을 사기 전에 두 젊은이들로부터 달아나야겠어."

"서두르지 마세요, 마이어." 개츠비가 큰 열의 없이 말했다.

울프심 씨가 감사 기도를 하듯 그의 손을 들어 올렸다.

"자넨 매우 예의가 발라. 하지만 나는 다른 세대에 속한 사람이네." 그가 엄숙하게 선언했다. "자네들은 여기 앉아서 좋아하는 운동이나 젊은 아가씨들 그런 것들을 논의하시게..." 그는 또 다른 손을 흔드는 것으로 상상 속의 단어를 제공했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나이 오십이야. 더 이상 댁들에게 내 존재를 부담 지워 주고 싶지 않아."

그가 악수를 나누고 돌아섰을 때 그의 비극적인 코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를 기분 상하게 하는 어떤 말을 한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웠다. (p.120-122)

 

데이지는 시카고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들은 행실이 좋지 않은 무리들과 어울려 다녔는데, 그들 전부가 젊고, 부유하고, 거칠었지만, 그녀만큼은 절대적으로 완벽한 호평을 얻고 있었다. 아마 그녀가 술을 마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엄청나게 마셔 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건 커다란 이점이었다. 말을 자제할 수 있고, 더욱이 어떤 작은 이상도 통제할 수 있게 돼. 모든 다른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데이지는 결코 다른 남자를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음, 6주일 전쯤에,, 그녀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개츠비라는 그 이름을 들었던 거예요. 내가 당신에게 웨스트 에그 사는 개츠비를 아는지를 물었을 때였어요. 당신 기억하죠? 당신이 집으로 돌아간 뒤 그녀는 내 방에 들어와 나를 깨워서는 물었어요. '어떤 개츠비?'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설명했을 때, 나는 그때 반쯤 잠들어 있었거든요. 그녀가 이상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 사람이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틀림없다고. 나는 그제야 이 개츠비를 그녀의 흰색 차 안에 있던 그 장교로 연결시킬 수 있었던 거예요. (p.129)

 

"이상한 우연이었군요." 내가 말했다.

"그러나 그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어요."

"왜요?"

"개츠비는 바로 그 해협 건너편에 데이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 집을 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 6월의 밤에 그가 열망했던 것은 단지 별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목적 없는 화려함의 자궁으로부터 갑자기 배달된, 그가 내게 생생하게 살아왔다.

"그는 알고 싶어 해요." 조던이 계속했다. "데이지를 어느 날 오후 당신의 집으로 초대하고 나서 그를 건너오게 할 수 있는지를 말이에요."

그 겸손한 요구는 나를 흔들었다. 그는 오 년을 기다렸고 무심한 나방들에게 별빛을 나누어 주는 대저택을 구입했던 것이다. - 어느 날 오후 낯선 사람의 정원으로 "건너갈게"라고 하기 위해.

"그가 그런 작은 일을 부탁하기 전에 내가 이 모든 사실을 알아야 했다는 건가요?"

"그는 두려워해요.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요. 그는 당신이 기분 나빠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아시다시피, 그는 내면이 아주 강한 사람이에요."

무언가가 나를 걱정시켰다.

"왜 그는 당신에게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는 자신의 집을 그녀가 보길 원해요." 그녀가 설명했다.

"그런데 당신의 집이 바로 옆집인 거죠."

"아아!"

"그는 그의 파티에 어느 날 밤 그녀가 훌쩍 들어서길, 어느 정도 기대했던 것 같아요." 조던이 이어갔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오지 않았죠. 그러고 나서 그는 가볍게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던 거예요. 그녀를 아는지 어떤지를. 그리고 그가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 나였던 거예요. 그날 밤 그는 그의 무도회에 나를 청했던 것이고, 당신도 그가 그 이야기를 발전시킨 정교한 방법에 대해 들었어야만 했는데, 물론, 나는 즉시 뉴욕에서 오찬을 제안했어요 - 그리고 나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햇어요.

"나는 그 방법 외에 다른 어떤 것도 원치 않아요!" 그는 분명히 말했어요. '나는 바로 이웃집에서 그녀를 보길 원합니다.'라고."

"내가 당신이 톰의 각별한 친구라고 말하자, 그는 그 모든 계획을 포기하려 했어요. 그는 톰에 관해 잘 알지 못해요. 그는 우연히 데이지의 이름 한 줄이라도 잡아내기 위해 몇 년 동안 시카고 신문을 읽었다고 말하긴 했지만 말이에요."

이제 어둠이 내렸고, 우리가 작은 다리를 내려갔을 때 나는 내 팔을 조던의 황금빛 어깨 위에 둘렀고 내 쪽으로 그녀를 끌면서 저녁을 함께하자고 요청했다. 갑자기 나는 데이지나 개츠비에 대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았고, 보편적인 회의주의에 빠져 있는, 그리고 단지 내 팔 안에서 멋지게 상체를 뒤로 젖히고 있는 이 분명하고, 단단하며, 유일한 사람만을 생각했다. 일종의 흥분과 함께 한 경구가 내 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단지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바쁜 자와 지친 자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데이지도 그녀의 인생에 무언가를 가져야 해요." 조던이 내게 속삭였다.

"데이지가 개츠비를 만나고 싶어 할까요?"

"그녀는 그것에 관해 몰라요. 개츠비는 그녀가 아는 것을 원치 않아요. 당신은 단지 그녀에게 차를 마시러 오라고 초대만 하면 돼요."

우리는 어두운 나무 울타리를 지났고, 59번가 전면에 이르자 섬세하지만 창백한 조명이 공원 안을 따라 비추고 있었다. 개츠비나 톰 뷰캐넌과는 달리, 나는 어두운 처마 장식이나 눈부신 간판을 따라 얼굴이 떠오르는 여자가 없었으므로, 내 옆의 여자를 끌어당겼고, 팔에 힘을 가했다. 그녀의 핏기 없고 조소하는 듯한 입이 미소를 지었고, 그리하여 나는 다시 이번엔 내 얼굴 쪽으로 가까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p.130-13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레테의 연가 - 이문열 (아침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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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볍고 정중한 노크 소리에 현관문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나는 나가서 그것을 열었다. 개츠비가, 죽은 사람처럼 창백하게, 그의 손을 무겁다는 듯이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내 눈엔 지나치게 비극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물웅덩이에 서 있었다.

손을 코트 주머니 속에 여전히 찔러 넣은 채 그는 내 옆으로 젠 체 걸어서 홀 안으로 들어서더니, 마치 전깃줄에 닿은 것처럼 재빨리 꺾어져서는, 거실룸으로 사라졌다. 그것은 조금도 우습지 않았다. 내 가슴이 크게 고동치고 있는 것을 깨달으며 나는 굵어지는 빗줄기에 맞서 문을 닫았다.

30초 정도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거실룸으로부터 일종의 목이 메는 듯한 웅얼거림과 웃음소리를 들었고, 데이지의 명백한 인위적인 목소리가 뒤따랐다.

"정말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네요."

침묵의 시간, 그것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나는 홀에서는 아무 할 일이 없었으므로, 그 방으로 들어갔다.

개츠비는, 그의 손을 여전히 호주머니에 넣은 채, 사뭇 지루하기조차 하다는 듯이 완벽하게 편안한 척 위장해서는 벽난로 선반에 기대어 있었다. 그의 머리는 뒤로 너무 젖히는 바람에 멈춰 있는 장식용 벽난로 시계의 표면에 얹혀 있었는데, 그의 산만한 눈동자는 그 위치에서 딱딱한 의자 귀퉁이에서 놀라움에 빠져, 그러나 우아하게 앉아 있는 데이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는 전에 만난 적이 있었어." 개츠비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은 순간적으로 흘끗 내게 향했고, 그의 입술은 웃음을 지어 보이려다 실패한 채 벌어져 있었다. 운 좋게 시계가 그 순간 그의 머리의 압력으로 위험스럽게 기울었고, 그는 돌아서서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잡아 원위치에 돌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앉았고, 굳은 채로 그의 팔을 소파 위에 걸치고는 손으로 턱을 쥐었다.

"시계를 건드려서 미안합니다." 그가 말했다.

내 얼굴이 깊은 열대의 열기로 달아오르는 듯했다. 나는 머릿속에 수많은 말들이 떠올랐지만 한마디 평범한 말도 불러 낼 수 없었다.

"그건 낡은 시계야." 나는 바보같이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모두 그 순간 그것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라도 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우리 몇 년 동안이나 만나지 못했어." 데이지가 말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결코 해본 적이 없을 만큼 사무적이었다.

"다가오는 11월이면 오 년이지."

자동적으로 튀어나온 개츠비의 답변은 우리 모두를 또다시 적어도 몇 분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부엌에서 차를 타오는 걸 도와달라는 간절한 제안으로 그들을 일어서게 했는데, 그때 귀신같은 핀란드 가정부가 쟁반에 그것을 받쳐 들고 왔다.

컵들과 케이크가 놓이는 소란스러운 환여의 분위기 속에서 그 자체의 어떤 물리적 예의는 갖추어졌다. 개츠비는 스스로를 그림자 속에 가두고는, 데이지와 내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우리 둘을 번갈아 가면서, 긴장되고 불행한 눈으로 성실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평온함이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나는 괜찮겠다 싶어진 첫 순간에 양해를 구하고 일어섰다.

"어딜 가려고?" 개츠비가 즉시 놀라며 물었다.

"돌아올게."

"가기 전에 자네에게 할 말이 있는데." 그는 무작정 부엌 안으로 나를 따라오더니, 문을 닫았고, 그리고 속삭였다. "오우, 하느님!" 비참해하는 태도였다.

"무슨 일이야?"

"이건 끔찍한 실수야." 그가 자신의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끔찍한, 끔찍한 실수라고."

"자네는 단지 당황했을 뿐이야. 그게 다야." 그리고 나는 다행히 덧붙일 수 있었다. "데이지 역시 당황했고."

"그녀가 당황했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풀이했다.

"물론 자네만큼 아주 많이."

"너무 크게 말하지 마."

"자네는 어린애처럼 행동하고 있어." 내가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 "그뿐만 아니라 자네는 무례했어. 데이지가 거기에 혼자 앉아 있게 하고 있잖아."

그는 손을 들어 나의 말을 멈추게 하고, 잊을 수 없는 책망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그리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는 다른 방으로 돌아갔다. (p.141-145)

 

당황스러움과 터무니없는 즐거움 뒤에 그는 놀라움으로 그녀의 존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그 생각에 가득 차서, 곧바로 그것만을 꿈꾸며, 이를 악물고 기다린 끝에, 말하자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강렬한 승부수를 던졌던 것이다. 이제, 그 반작용으로, 그는 태엽을 너무 감은 시계처럼 멈추어 서 있는 것이었다. (p.150-151)

 

"안개가  끼지 않았다면 우리는 만 건너의 당신 집을 볼 수 있었을 거요." 개츠비가 말했다.

"당신은 항상 밤새 당신 부두 끝을 밝히는 녹생 등을 켜 두었었지."

데이지가 갑자기 그의 팔짱을 끼었지만, 그는 자신이 방금 했던 말에 열중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그 불빛의 어마어마한 의미가 이제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는 생각이 그에게 찾아들었을 것이다. 데이지로부터 그를 분리시켜 놓았던 그 엄청난 거리와 비교하면 그것은 그녀에게 너무 가까워진 것으로 보였다. 거의 그녀를 만질 수 있을 만큼. 그것은 별과 달 사이처럼 가까워 보였다. 이제 그것은 다시 부두의 녹색 불빛으로 돌아갔다. 그가 헤아리던 신비로운 개체 하나가 감소한 것이다. (p.152)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어둠이 서쪽에서 나뉘고, 바다 위로 핑크색과 황금색 뭉게구름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저길 봐요." 그녀가 속삭였고, 그러고 나서 잠시 후에 말했다. "저 핑크색 구름 가운데 하나를 떼어서 그 안에 당신을 넣어 사방으로 밀고 다니고 싶어요."

나는 그때 떠나려 했지만, 그들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 존재가 그들에게 둘이 있다는 사실을 더욱 만족스럽게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다. (p.154)

 

밖은 바람이 거셌고 해협을 따라 희미한 천둥소리가 흘렀다. 이제 웨스트 에그의 모든 불들이 켜졌다. 사람을 태운 전차는 빗속을 뚫고 뉴욕으로부터 집으로 내달렸다. 뿌리 깊은 인간의 변화의 시간이었고, 흥분이 계속해서 분출됐다.

내가 작별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나는 개츠비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다시 나타난 것을 보았는데, 마치 그가 현재 누리고 있는 행복의 가치에 대한 옅은 의심이 일어난 것 같았다. 거의 오 년이었다니! 심지어 그날 오후 데이지가 그의 꿈의 일부를 혼란스럽게 했다 해도 틀림없이 그것은 그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이 가진 거대한 생명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넘어서는, 모든 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는 창조적 열정을 가지고 그 자신을 환상 속에 던졌고, 계속해서 더해 갔으며, 그의 길 위에 표류된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아무리 많은 불길과 새로움으로도 한 남자가 자신의 유령 같은 마음에 축적하려는 것에 도전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를 바라보자 그는 조금은, 두드러지게 그 자신을 조절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가 그의 귀에 무언가를 낮게 말하자 그는 격한 감정으로 그녀를 향해 돌아섰다. 그를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 열정적인 따뜻함으로 오르내리는 그 목소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꿈으로 끝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목소리는 불멸의 노래였던 것이다.

그들은 나를 잊고 있었는데, 데이지가 힐끗 보더니 그녀의 손을 내밀었다. 개츠비는 이제 나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나는 한 번 더 그들을 보았고 그들도 나를 돌아보았다. 아주 잠깐, 강렬한 생기에 사로잡힌 채. 그러고 나서 나는 그 방을 나와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서 빗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그곳에 함께 남겨 둔 채로. (p.156-157)

 

톰은 확실히 데이지가 혼자 교제하고 다니는 것에 동요하고 있어서, 다음 토요일 밤 개츠비의 파티에 그녀와 함께 왔다. 아마도 그의 참석은 그날 저녁 특별한 압박감을 주었을 터인데, 그것은 그해 여름 개츠비의 다른 파티에 비해 내 기억 속에 두드러진다. 거기에는 같은 사람들이 있었고, 아니 적어도 같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었고, 같은 양의 풍부한 샴페인이 있었으며, 같은 양의 많은 색깔과 분위기에 맞는 소동이 있었지만,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 불쾌함을, 이전에는 존재하는지 몰랐던 막연한 거슬림을 느꼈다. 아니 어쩌면 나는 단지, 그 자체의 기준과 그 자체의 거대한 형상과 함께, 그 자체의 완전한 세계로서의 웨스트 에그를 점점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존재에 대한 자각이 없었으므로 그에 버금가는 게 없다고 여기며, 그리고 이제 나는 그것을 데이지의 눈을 통해 다시 보고 있는 것이다. 당신 자신의 적응력을 쏟아부었던 사항들을 새로운 눈을 통해 보는 일은 변함없이 슬픈 일이다. (p.169)

 

"잘 자요, 닉." 데이지가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나를 떠나서는 계단의 가장 위쪽 불빛을 바라보았는데, 거기에서는 열린 문을 통해, 산뜻한, 그해의 슬픈 소규모 왈츠곡인 <새벽 3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쨌든, 매우 격식 없는 개츠비의 파티에는 그녀의 세계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었던 낭만적인 가능성들이 있었다. 그녀를 다시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그 노래에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까? 어스레하고 헤아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마 어떤 믿기 힘든 손님, 무한히 귀하고, 경이로운 사람이 도착할 것이다. 마술적 만남의 한 순간, 개츠비를 일별 하는 것만으로 변함없이 헌신했던 이 오 년의 시간을 보상해 줄, 진정으로 빛나는 젊은 아가씨가. (p.176-177)

 

개츠비가 내게 시간이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기에, 나는 그날 밤늦게까지 머물렀다. 으레 그렇듯 차가우면서도 달아오른, 어두운 해변으로부터 수영하던 무리가 뛰어 올라오고 손님들 방 맨 위층의 불빛이 꺼질 때까지 나는 정운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계단을 걸어 내려왔는데, 햇볕에 그을린 그의 피부는 평소와 달리 얼굴 위에서 팽팽하게 긴장해 있었고, 그의 눈은 빛이 났지만 지쳐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지 않더군." 그가 즉시 말했다.

"분명히 좋아했는데."

"그녀는 좋아하지 않았어." 그가 고집스레 말했다.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게 아니야."

그는 침묵했고, 나는 그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의기소침해 있다고 짐작했다.

"나는 그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졌던 것 같아." 그가 말했다. "그녀를 이해시키기가 힘들어."

"그 춤을 말하고 있는 거야?"

"춤이라고?" 그는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것으로 춤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렸다. "친구, 춤은 중요하지 않아."

그가 단지 그녀에게 원했던 것은 톰에게 가서 말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그녀의 그 말이 사 년의 흔적을 지워 버린 후 그들이 좀 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되기를, 그들 중 하나가 그렇게 해줌으로써, 그녀가 자유로워진 후, 그들은 루이빌로 돌아가서 그녀의 집에서 결혼하려던 것이었다. 마치 오 년 전처럼.

"그런데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더군..." 그는 말했다. "예전 같았으며 이해했을 텐데. 우린 몇 시간을 앉아 있었는데..."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과일 껍질과 버려진 선물들, 짓밟힌 꽃들이 나둥구는 길을 오르내렸다.

"나라면 그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을 거야."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과거를 되돌릴 수는 없잖아."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 그는 못 믿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왜 안 돼. 당연히 할 수 있어!"

그는 거칠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과거가, 그의 손에 닿을 수 있는 그의 집 그늘에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모든 것을 이전과 똑같이 바로잡아 놓을 거야."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도 알게 되겠지."

그는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가 무언가를,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였었던, 어쩌면 그 자신의 어떤 생각들이 회복되길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삶은 그때 이후로 혼란스럽고 엉망이 되었지만, 그러나 만약 그가 한 번이라도 특정한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고 그래서 그 전부를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 년 전 어느 가을날 밤, 그들은 낙엽이 나뒹구는 거리를 걸어 내려갔고, 나무는 없고 흰 달빛만 비치는 곳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들은 그곳에 멈추었고 서로를 향해 돌아섰다. 이제 한 해에 두 번 변화가 찾아오는 불가사의 한 흥분의 추운 밤이었다. 집 안의 안온한 불빛들이 어둠 속에서 흘러나오고, 별들 사이에 부산스러운 동요가 있었다. 곁눈질로 개츠비는 보도의 블록들이 실제로 사닥다리를 이루어 나무 위 비밀스러운 곳에 붙박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그것에 오를 수 있었는데, 만약 그가 혼자서 올랐다면, 그리고 한 번이라도 그가 삶의 젖줄을 빨았다면, 비할 데 없는 놀라운 우유를 한입에 꿀꺽 삼키게 되었을는지도 모른다.

그의 가슴은 데이지의 흰 얼굴이 그 자신에게 다가왔을 때 점점 더 빠르게 고동쳤다. 그가 이 아가씨에게 키스하고, 그의 순전한 비전을 그녀의 변하기 쉬운 숨결에 영원히 합치시켰을 때, 그의 마음이 결코 신의 생각처럼 다시 즐겁게 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별이 연주하는 음차를 한 순간이라도 더 듣기 위해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의 입술이 닿았을 때 그녀는 꽃처럼 그에게 피어났고 생은 완벽했다.

그가 한 말 전부를 통해, 심지어 그의 질릴 만큼의 감상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었는데, 그것은 어디에선가 오래전에 들었던 포착하기 어려운 리듬, 잃어버린 말들의 조각이었다. 잠시 동안 구절은 내 입에서 힘겹게 형태를 갖추려고 애썼고, 내 입술은 벙어리 사내의 그것처럼 벌어져 마치 놀란 공기 한 줄기를 내뱉으려는 것보다 분투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고, 내가 가까스로 기억해 냈던 그것은 영원히 전달되지 못했다. (p.177-18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워더링 하이츠 - 에밀리 브론테 (유명숙 옮김, 을유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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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토요일 밤 그의 집 불이 켜지지 않았을 때 개츠비에 대한 궁금증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리고,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모호하게, 트리말키오로서의 그의 질주는 끝이 났다. 다만 점차적으로 나는 자동차들이 그의 차도에서 기대를 품고 잠시 머물렀다가는 부루퉁하게 떠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병이라도 난 건 아닐까 궁금해서 내가 확인차 찾아갔을 때, 몹시 불쾌한 얼굴을 한 낯선 집사 한 명이 문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p.181-182)

<참고>

작가는 원래 이 소설의 제목을 <웨스트 에그의 트리말키오>로 붙이려 했다.

트리말키오느는 고대 로마의 풍자 작가 페트로니우스의 소설 <사티리콘> 속에 나오는 인물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사티리콘 - 테트로니우스 (강미경 옮김,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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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부로 채워져 있지." 그가 갑자기 말했다.

그거였다. 나는 전에는 결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것은 부로 채워져 있던 것이다 - 그건 안에서 오르내리는 지칠 줄 모르는 매력은, 짤랑거리는 소리, 심벌즈의 노래....하얀 궁전 안 높은 곳에 사는 왕의 딸, 황금 소녀...." (p.192-193)

 

'우리가 시내까지 가기엔 충분해." 톰이 말했다.

"하지만 정비소가 바로 여기 있어요." 조던이 말했다. "이 지는 듯한 더위에 멈춰 서고 싶지 않아요." 톰이 급하게 양쪽의 페달을 밞아 속도를 줄였고, 우리는 미끄러지듯 윌슨의 가게 상호 밑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급하게 섰다. 잠시 후 주인이 건물 안으로부터 나타나더니 퀭한 눈으로 뚫어지게 차를 바라보았다.

"가스 좀 넣어 주지!" 톰이 거칠게 소리쳤다. "우리가 뭣 때문에 섰다고 생각하나, 전망이나 감상하려고?"

"좀 아파서요." 윌슨이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하루 종일 아팠습니다."

"뭐가 문제야?"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요."

"그럼, 내가 직접 넣을까?" 톰이 물었다. "전화로는 잘도 지껄여 대더니만."

윌슨이 힘겹게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늘을 떠나, 연료 탱크의 뚜껑을 열었다. 햇볕 속에서 그의 얼굴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오찬을 방해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러나 저는 돈이 좀 많이 필요해서, 당신의 중고차를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궁금했던 겁니다."

"이 차는 어떻게 생각해?" 톰이 물었다. "나는 이걸 지난주에 샀거든."

"멋진 노란색이군요." 윌슨이 핸들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살 맘 있나?"

"좋은 기회이긴 하지만, " 윌슨이 힘없이 웃었다. "안 되겠네요. 하지만 전 다른 걸로 돈을 좀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무엇 때문에 갑자기 돈이 필요하게 된 거지?"

"저는 이곳에 너무 오래 있었죠. 떠나고 싶어요. 아내와 나는 서부로 갈 겁니다."

"당신 아내가 떠난다고!" 톰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

"그 여자는 그 얘기를 십 년 동안 해왔죠." 그는 빛으로부터 눈을 가린 채 잠시 주요기에 기대어 쉬었다. "그리고 이제 그 여자가 원하든, 원치 않든 떠나게 될 겁니다. 내가 그 여자를 떠나게 할 거니까."

쿠페가 갑자기 나타나 먼지바람과 함께 손을 흔들며 스치듯 지나쳤다.

"얼마나 주면 되겠나?" 톰이 매몰차게 물었다.

"지난 이틀 사이에 좀 우스운 일을 알게 되었죠." 윌슨이 말했다. "그게 내가 떠나려는 이유예요. 그게 그 차에 관해 당신에게 걱정을 끼친 이유죠."

"얼마냐니까?"

"1달러 20센틉니다."

잔인하고 호된 열기는 나를 얼떨떨하게 했고 그의 의심이 톰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기 전까지 나는 조마조마한 순간을 겪었다. 그는 머틀이 다른 세계에서 그로부터 떨어진 어떤 종류의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충격은 그를 육체적으로 아프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러고 나서 불과 한 시간 전에 유사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던 톰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그것은 내게 지적 능력이나 신분이, 사람 사이를 구분하지 않으며, 아픈 사람과 건강한 사람의 차이처럼 그렇게 깊지 않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윌슨은 죄지은 것처럼,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처럼 보이게 그렇게 아팠다. - 마치 어떤 불쌍한 아가씨를 임신시키기라도 한 것처럼.

"자네가 그 차를 가질 수 있게 해 주지." 톰이 말했다. "내일 오후까지 차를 보내 주겠어."

그 지역은 심지어 오후의 환한 빛 속에서조차, 항상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이제 나는 뒤쪽에서 무언가의 경고라도 받은 것처럼 머리를 돌렸다. 재의 골짜기 위에서 T.J.에클버그 박사의 거대한 눈은 밤새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겠지만, 나는 잠시 후 20피트도 못 미치는 곳에서 또 다른 눈이 묘한 강렬함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

정비소 위의 창문 하나에서 커튼이 살짝 밀쳐졌고, 머틀 윌슨이 그 차를 눈여겨보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몰입된 그녀는 자신이 눈에 띈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고, 연달은 감정은 천천히 현상되는 피사체들처럼 그녀의 얼굴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기묘하게 익숙했다 - 그것은 내가 여자들의 얼굴에서 종종 보았던 표정이었지만, 머틀 윌슨의 얼굴은 그녀의 눈이, 극심한 질투심으로 톰에게가 아니라, 그의 아내로 여긴 조던 베이컹게 고정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는 목적도 없고 설명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었다.

단순한 마음을 지닌 사람의 혼란처럼 혼란스러운 것은 없어서, 우리가 떠날 즈음 톰은 뜨거운 채찍질 같은 공황상태에 빠져 있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던 그의 아내와 정부가, 그의 통제로부터 느닷없이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본능은 그로 하여금 데이지를 따라잡고 윌슨을 뒤에 남겨 두려는 두 가지 목적으로 액셀을 밟게 만들었고, 우리는 거미 다리 같은 교각의 대들보 사이로, 여유 있게 달리고 있는 푸른 쿠페가 우리 눈에 들어왔을 때까지, 시속 50마일로 애스토리아를 향해 속도를 냈다. (p.196-200)

 

수차례 그는 머리를 돌려서 그들이 차를 돌아보았고, 교통 체증으로 지체되면 그들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지 속도를 늦추었다. 내 생각에 그는 그들이 옆길로 갑자기 빠져 버려서, 영원히 그의 인생에서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p.200-201)

 

그들은 마침내 터놓고 이야기하게 된 것이고 개츠비는 만족스러웠다. 

"그 사람이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니에요." 데이지가 절망적으로 시선을 옮겼다. "분란은 당신이 일으키고 있어요. 제발 자제 좀 하세요."

"자제하라고!" 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되풀이했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누군지도 모르는 작자가 자기 아내에게 작업을 거는데도 편안히 앉아 있는 것이 최신 유행인가 보지. 좋아, 만약 당신들 생각이 그렇더라도 난 빼줘...요즘 사람들은 가족생활과 가족제도를 비웃는 것으로 시작해서 다음은 모든 걸 배 밖으로 던져 버리고 흑인과 백인 간에 결혼을 하고 말야."

열띤 횡설 수설로 얼굴이 붉어진, 그는 스스로를 문명의 마지막 보루로서 홀로 서 있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

"여기 전부 백인인데." 조던이 중얼거렸다.

"내가 크게 인기 없다는 것 나도 알아. 나는 큰 파티를 열지도 않지. 추측컨대 당신은 다른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당신 집을 돼지우리처럼 만들었겠지만 말야 - 현대사회에서 말이야."

우리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화가 났지만, 그가 입을 열 때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난봉꾼에서 도덕군자로의 전이는 그렇게 완벽했던 것이다. (p.206-207)

 

나는 서른이었다. 내 앞에는 새로운 십 년이라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길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그와 함께 쿠페를 타고 롱아일랜드를 출발한 것은 7시였다. 톰은 쉴 새 없이 떠들어 댔고, 의기양양하게 웃어 댔지만, 그의 목소리는 보도 위의 외국인의 수다나 머리 위 고층에서의 야단법석처럼 조던과 내게로부터는 멀어져 있었다. 인간의 동정심은 한계가 있었고, 우리는 모든 비참한 논거들이 도시의 불빛들 뒤로 옅게 사라지는 것에 만족했다. 30세 - 외로움의 십 년을 기약하는, 미혼 남자가 알고 있는 목록들이 얇아지고, 열정의 서류 가방이 옅어지는, 머리숱이 적어지는 나이. 그러나 내 옆에는 조던이 있었다. 데이지와 다른 쉽게 망각될 꿈들을 계속해서 품고 있지는 않을 너무나 현명한 그녀가. 우리가 어두워진 다리 위를 지날 때 그녀의 핏기 없는 얼굴이 내 코트 입은 어깨 위로 느슨하게 떨어졌고, 어느덧 서른이라는 그 가공할 충격은 힘을 북돋워 주려는 그녀 손의 압박으로 서서히 잦아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차가워지는 어스름을 통과해 죽음을 향해 차를 몰아갔다. (p.216-217)

 

"그 여잔 죽었나?"

"그래."

"그럴 거라 생각했네. 그렇게 생각된다고 데이지에게도 말했고, 충격은 전부 한꺼번에 오는 게 낫지. 그녀도 잘 견뎌 냈고."

그는 마치 데이지의 반응만이 유일한 문제인 것처럼 말했다.

"나는 옆길로 웨스트 에그에 도착했어." 그는 계속했다. "그리고 그 차를 내 차고에 두고 왔네. 누구도 우리를 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물론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지."

나는 이때까지도 그가 잘못한 거라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그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나?" 그가 물었다.

"그녀의 이름은 윌슨, 그녀의 남편은 정비소 주인이야. 어떻게 그 지독한 일이 생긴 건가?"

"휴, 나도 운전대를 돌리려고 했는데..." 그가 말을 멈췄고, 갑자기 나는 진실을 짐작하게 되었다.

"데이지가 운전하고 있었군?"

"그래." 그는 잠시 후 말했다. "그러나 물론 나는 내가 했다고 할 걸세.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가 뉴욕을 떠날 때 그녀는 몹시 불안해하고 있었고 자신이 운전을 하면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리고 그 여자가 우리 쪽으로 튀어나온 거지. 우리가 막 다른 길에서 오고 있던 차를 지나쳤을 때 말일세. 그건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났는데, 그 여자는 우리에게 뭔가 말하길 원했던 것 같았어. 우리를 자신이 아는 누구인가로 착각한 것처럼. 아무튼, 처음에 데이지는 그 여자를 피해 다른 차 쪽으로 핸들을 꺾었네. 그러고는 정신이 나가서 다시 돌렸던 거야. 그다음 내 손이 핸들에 닿았을 때 나는 충격을 느꼈네. 틀림없이 그녀는 그 즉시 죽었을 테지."

"그것이 그녀를 찢어발겼어...."

"그만하게, 친구." 그는 움찔했다. "어쨌든....데이지는 계속해서 밟았어. 나는 그녀를 멈추게 하려고 애썼지만, 그녀는 멈출 수 없었고, 그래서 나는 비상 브레이크를 당겼던 거야. 그러고 나서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쓰러졌고 내가 운전을 한 걸세."

"데이지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야." 그는 곧바로 말했다.

"나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서 지켜볼 생각이네. 그가 오늘 오후의 악감정으로 그녀를 귀찮게 하는지 어쩐 지를 말일세. 그녀는 방 안에서 혼자 문을 잠그고 있네. 만약 그가 어떤 잔인한 행동을 하려 하면 그녀는 불을 껐다가 다시 켤 걸세."

"그는 그녀에게 손대지 않을 걸세." 내가 말했다. "그는 그녀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아."

"나는 그를 믿을 수 없네, 친구."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릴 생각인가?"

"밤새, 필요하다면. 어쨌든, 그들이 전부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새로운 생각이 내게 떠올랐다. 가령 톰이 데이지가 운전했던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는 그 안에서 연관성을 보려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것이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집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아래층에 두세 개의 불 켜진 창과 이층 데이지 방으로부터 나오는 분홍빛이 있었다.

"자네 여기서 기다리게." 나는 말했다. "어떤 동요의 징후가 있는지 내가 알아볼게."

나는 잔디밭의 경계를 따라 뒤로 돌아 걸었고, 자갈길을 부드럽게 횡단해서 베란다 계단을 발끝을 세워 걸어 올랐다. 응접실 커튼은 열려 있었고, 나는 그 방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석 달 전 6월의 밤에 저녁을 먹었던 현관을 가로질러, 나는 식품저장실 창문으로 짐작되는 작은 사각형 불빛에 이르렀다. 블라인드가 드리워 있었지만 나는 문틈 사이의 틈을 발견했다.

데이지와 톰은 주방 탁자에 두 개의 에일 병과 식은 치킨 접시를 사이에 놓고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그는 테이블 건너편의 그녀에게 몰두해서 말하고 있었고, 그의 손이 진지하게 드리워 그녀의 손을 덮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그를 바라보았고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그들 누구도 치킨이나 에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또한 불행해 보이지도 않았다. 명백히 그 정경에는 자연스럽게 친밀한 분위기가 있었고, 누구라도 그들이 함께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발끝으로 현관을 걸어 내려오면서 나는 택시가 그 집을 향해 어두운 길을 따라 진입해 오는 소리를 들었다. 개츠비는 내가 남겨 두었던 진입로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는 전부 조용한가?" 그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래, 전부 조용해." 나는 주저했다. "자네도 집으로 가서 좀 자는 게 좋겠어."

그는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나는 여기서 데이지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싶군, 잘 자게 친구."

그는 그의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마치 내 존재가 그 밤샘 경호의 신성함을 망쳐 놓기라도 했다는 듯이, 그 집을 열렬히 감시하는 자세로 되돌아갔다. 그리하여 나는 그를 거기 달빛 아래 세워 둔 채 떠나 왔다. 지켜봐야 할 게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p.228-231)

 

"자넨 떠나야 하네." 나는 말했다. "그들이 자네 차를 추적해 올 게 틀림없어."

"당장 떠나라는 건가, 친구?"

"한 주간 애틀랜틱시에 가 있게, 아니면 몬트리올로 가든지."

그는 그 마을 고려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그녀가 어쩌려는지 알기 전까지는 도저히 데이지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어떤 마지막 희망을 움켜쥐고 있었고, 나는 그를 흔들어 깨어나게 해야 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가 내게 댄 코디와 함께했던 자신의 젊은 시절의 낯선 이야기를 들려준 것은 그날 밤이었다. 그것을 내게 들려준 것은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이 톰의 강한 악의에 부딪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고, 그 길고 비밀스러웠던 화려한 축제가 끝마쳐졌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이제 그는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그는 데이지에 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그녀는 그가 전에는 몰랐던 처음으로 만난 '멋진' 여자였다. 여러 숨겨진 능력으로 그는 그와 같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지만, 그 사이에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가시철망이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서 자극적인 호감을 발견했다. 그는 처음에는 캠프 테일러의 다른 동료들과 그녀의 집으로 갔고, 그다음은 혼자서 갔다. 그것은 그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전에도 그처럼 아름다운 집에 가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 숨 막힐 듯 강렬한 분위기는, 거기 데이지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집은 그에게 있어 부대 안의 막사처럼 그녀에게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그곳에는 그에 관한 농익은 신비가 있었다. 이층 침실은 다른 층의 침실보다 더 아름답고 시원했고, 그곳의 복도에서는 흥겹고 빛나는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라벤더 향기 속에 이미 놓여 있던 진부한 것이 아니라 빛나는 최신형 자동차의 신선하고 생생하고 향기로운 로맨스였다. 또한 그것은 시들지 않는 꽃들의 춤이 있을 거라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를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들이 이미 데이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그의 눈에 비친 그녀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는 그 집 곳곳에서 그것들의 존재를 느꼈고, 여전히 두근거리는 감정의 그림자와 메아리가 공기 중에 퍼져 있음을 느꼈다.

그 외에 그는 자신이 엄청난 우연으로 데이지의 집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제이 개츠비로서 그의 미래가 아무리 영광스러울 수 있다 해도, 그의 현재는 배경도 없는 무일푼의 젊은이일 뿐이었으며, 어느 순간에는 보이지 않는 망토로서의 그이 제복 역시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릴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했다. 그는 그가 취할 수 있는 것을 탐욕스럽게, 그리고 부도덕하게 가졌다. 마침내 그는 어느 바람 한 점 없는 10월의 밤에 데이지를 가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을 진정한 권리가 없었기에 그녀를 취했던 것이다.

그는 거짓으로 그녀를 확실히 소유했었으므로 자신을 경멸했을는지도 모른다. 그가 그의 환영으로서의 백만장자를 이용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러나 그는 의도적으로 데이지에게 안정감을 주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녀와 거의 같은 계층의 사람으로, 자신이 충분히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녀가 믿게 만들었던 것이다. 실제에 있어서, 그는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그는 그를 뒤에서 밀어줄 넉넉한 가족을 가지고 있지 못했으며, 자칫하면 비인간적인 정부의 변덕에 따라 세계 어느 곳으로든 보내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경멸하지도 않았고 그가 상상한 것처럼 일이 진행되지도 않았다. 아마도, 그는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취하면 떠날 의도였겠지만, 이제 그는 그 자신이 '성배'를 쫓는 데에 전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데이지가 특별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러나 그는 한 '멋진' 여자가 특별나면 얼마나 특별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부유한 그녀의 집 안으로, 그녀의 부 안으로, 풍족한 생활 속으로, 개츠비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는 그녀와 결혼했다고 느꼈고, 그것이 전부였다.

그들이 다시 만났던 이틀 후,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이도, 어쨌든 배신을 당한 이도 개츠비였다. 그녀의 현관은 사치스럽게 사들인, 별처럼 광택이 나는 것으로 빛났다. 그녀가 그를 향해 돌아앉았을 때 긴 고리버들 의자는 세련된 소리로 울었고, 그는 그녀의 호기심 어린 사랑스러운 입에 키스했다. 그녀는 감기에 걸려 있었는데, 그것은 어느 때보다 그녀의 목소리를 허스키하고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고, 개츠비는 부가 가두고 보존해 놓은 젊음과 신비, 많은 옷이 가진 신선함, 그리고 가난한 이들의 뜨거운 몸부림 위에서 안전하고 자랑스럽게 은처럼 반짝이는 데이지를 불가항력적으로 인식해야만 했다. (p.233-237)

 

그가 외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 오후에, 그는 오랫동안 데이지를 팔에 안고 침묵하며 앉아 있었다. 추운 가을날이었고, 방 안의 난롯불로 그녀의 뺨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때때로 그녀가 몸을 뒤채면 그는 살짝 팔을 바꿨으며, 한 번은 그녀의 검게 빛나는 머리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그 오후는 잠시 동안 그들을 평온하게 만들었다. 마치 다음 날로 예정된 긴 이별을 위해 깊은 추억을 자신들에게 선사하기라도 한 것처럼. 그들이 사랑한 한 달을 통틀어, 그녀의 다문 입술이 그의 코트 어깨 부분에 살짝 스칠 때나 마치 그녀가 잠에 든 듯 그가 그녀의 손끝을 부드럽게 매만졌던 그때만큼, 그들이 서로 더 가깝고 깊게 소통한 적은 없었다. (p.237-238)

 

그는 그 전쟁에서 비상하게 잘 싸웠다. 그는 일선으로 가기 전에 대위였고, 아르곤 전투를 수행하고는 소령을 달았으며 기관총 사단을 지휘하게 되었다. 휴전 후에 그는 미칠 듯이 고향으로 돌아오려 애썼지만, 어떤 문제나 혹은 오해가 그를 옥스퍼드로 대신 보내 버렸던 것이다. 그는 이제 걱정스러웠다. 데이지의 편지 속에는 불안스러운 절망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녀는 그가 돌아올 수 없었던 이류를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바깥세상으로부터 압박을 느끼고 있었고, 그를 만나 자신의 곁에 있는 그의 존재를 느끼고, 그녀가 결국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인받고 싶어 했다.

데이지는 젊었고 그녀의 인위적인 세계는 난초와 유쾌하고 쾌활한 속물적 언동, 그해의 리듬으로 설정된 오케스트라를 연상시켰고, 새로운 곡조로서의 삶의 슬픔과 암시를 압축해 보여 주고 있었다. 밤새 색소폰들이 '빌 스트리트 블루스'의 절망적인 논조로 울부짖는 사이 백 쌍의 금색과 은색 슬리퍼들이 빛나는 먼지 속을 이리저리 쓸고 다녔다. 어둑신한 티타임이면 언제나 방들은 이 낮고, 달콤한 열기로, 끊임없이 욱신거렸고 한편으로 신선한 얼굴들이 슬픈 호른 소리에 날리는 장미 꽃잎처럼 무도회장 주변을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이 비밀스러운 경험 세계를 통해 데이지는 다시 유행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녀는 하루에 대여섯 명의 남자와 대여섯 번의 데이트를 이어 나갔고, 새벽녘 그녀의 침대 옆 바닥의 죽어 가는 난초들 사이에서 구슬과 시폰이 달린 이브닝드레스를 헝클어뜨린 채로 꾸벅꾸벅 졸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그녀 안의 무언가가 결정하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의 삶이 즉각적으로, 구체화되길 원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즉시 쓰여질 수 있는 어떤 힘 - 사랑이나, 돈, 의문의 여지가 없는 실제적인 것 - 에 의해 결정지어져야만 했다.

그 힘은 봄이 한창일 때 톰 뷰캐넌이 도착하면서 모습을 갖추었다. 그라는 인간과 배경에는 엄청난 무게감이 있었고, 데이지는 으쓱해졌다. 의심할 여지없이 거기에는 어떤 힘겨움이 있었지만 구원이 있었다. 그가 여전히 옥스퍼드에 있는 동안 편지가 개츠비에게 도착했다. (p.238-239)

 

이제 롱아일랜드의 새벽이 왔고, 우리가 아래층의 남은 창문들을 막 열어젖히자, 그 집은 어스레한 빛으로, 황금빛으로 변해 채워졌다. 나무 그림자가 돌연 이슬방울을 가로질러 떨어지고 유령 같은 새들이 푸른 잎사귀 사이에서 노래하기 시작했다. 바람이라고는 거의 없는, 공기 중의 느리고 쾌적한 움직임이 시원하고 멋진 하루를 약속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그자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네." 개츠비는 창으로부터 돌아서서는 도전적으로 나를 보았다. "기억날 걸세 친구, 그녀는 어제 오후 매우 흥분했었지. 그자는 그녀에게 겁을 주는 방식으로 그런 것들을 그녀에게 말했었지. 그것은 마치 나를 값싼 사기꾼처럼 보이게 만들었던 거네. 그리고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거의 깨닫지 못했던 걸세."

그는 침울하게 앉았다.

"물론 그들이 처음 결혼했을 때, 그녀는 아주 잠깐 동안 그자를 사랑했었을지도 모르네. 하지만 그때조차 나를 더 사랑했었어. 자네도 알지?"

갑자기 그가 특이한 말로 털어놓았다.

"어떤 경우에든..." 그는 말했다. "그건 단지 사적인 감정인 거네."

그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측정되지 않는 그 사건에 대한 그의 계획 속의 어떤 강렬한 의심을 제외하면 그는 톰과 데이지가 여전히 신혼여행 중일 때 프랑스에서 돌아왔고, 군대의 마지막 급료로 루이빌로, 비참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곳에서 한 주간을 머무르면서, 11월의 밤 동안 그들의 발자국이 함께 찍혔던 거리를 거닐어고 그녀의 하얀 차로 드라이브했던 외딴곳을 방문했다. 데이지의 집은 다른 집보다 그에게 항상 신비하고 흥겨웠던 곳이었기에, 그 도시에 대한 그의 생각은, 비록 그녀가 그곳을 떠났다 해도 우수에 젖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만약 그가 더 열심히 찾았다면,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느끼며 그곳을 떠났다. 그는 그녀를 남겨 둔 채 떠난다고 느끼고 있었다. 한낮의 일반 객실은 - 그는 이제 무일푼이었다. - 무더웠다. 그가 개방된 연결통로로 나가서 접이식 의자에 앉자, 역이 미끄러져 갔고 생소한 건물들의 뒷모습이 지나쳐 갔다. 그러고 나서 봄의 들판으로 나아갔고, 한동안 일상적인 거리를 걷는 창백한 매력의 그녀 얼굴을 한 번쯤 보았을지도 모른 이들을 태운 노란 전차가 경주를 하듯 함께 달렸다.

철로가 커브를 돌자 이제 그것은 낮게 가라앉은 태양으로부터 멀어졌고, 그녀가 숨 쉬고 있던 사라져 가고 있는 도시 위로 축복이 펼쳐지는 듯 여겨졌다. 그는 필사적으로 손을 내뻗었다. 마치 한 줌의 공기라도 움켜쥐려는 듯이. 그녀가 그를 위해 사랑스럽게 만들었던 그 흔적의 한 조각이라도 모아 두려는 듯이. 그러나 그것은 이제 너무 빠르게 그의 흐려진 눈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고, 그는 그것의 가장 생생하고 가장 좋았던 부분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p.239-242)

 

 우리는 악수했고 나는 출발했다. 내가 막 울타리에 도착하기 직전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고, 돌아섰다.

"그들은 형편없는 자들이야." 나는 잔디밭을 가로질러 소리쳤다. "자넨 그 모든 빌어먹을 작자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훨씬 가치 있네."

나는 그렇게 말했던 것이 항상 기뻤다. 그것은 내가 그에게 준 유일한 경의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그를 못 미더워했었으니까. 처음에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고 나서 그의 얼굴은 이해한다는 듯한 찬란한 미소로 밝아졌다. 마치 우리가 내내 그 사실을 황홀하게 공모라도 해왔던 것처럼. 그의 아주 멋진 분홍 양복 조각은 하얀 계단에 대비되어 밝은 색의 점이 되었고, 나는 내가 처음 그의 고색창연한 집에 갔던, 석 달 전 그 밤을 생각했다. 잔디밭과 도로에는 그가 부패했다고 짐작하는 이들의 얼굴로 넘쳐났고, 그는 그의 부패하지 않는 꿈을 감춘 채, 그들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며 그 계단에 서 있었다.

나는 그의 환대에 감사했다. 우리는 항상 그것에 대해 그에게 감사했었다 - 나와 다른 사람들.

"잘 있게." 나는 소리쳤다. "아침식사 즐거웠네, 개츠비." (p.243-244)

 

우리는 한동안 그처럼 이야기를 나눴고, 그런 다음 갑자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우리 가운데 누가 찰칵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전화를 끊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이 세상에서 다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게 된다 하더라도. 나는 그날 그녀와 티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던 것이다. (p.245)

 

한 남자에 관한 우리의 우정은 그가 죽은 후가 아니라 살아 있을 때 배우도록 합시다. (p.26-270)

 

내가 떠나기 전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 아마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더 나았을 곤란하면서,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친절하지만 무관심한 바다에 내 앙금이 막연히 휩쓸려 가버리길 기대하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기를 원했다. 나는 조던 베이커를 만났다. 나는 우리에게 함께 일어났던 일의 끝과 주변, 그리고 그 후에 내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녀는 큰 의자 안에 파묻혀 아주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녀는 골프를 치기 위해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녀가 멋진 그림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녀의 턱은 다소 젠체하며 들려 있었고, 그녀의 머리색은 가을 잎새 같았으며, 그녀의 얼굴은 그냥 무릎 위의 손가락 없는 골프장갑처럼 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녀는 다른 언급 없이 자신은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갯짓 한 번에 그녀가 결혼할 수 있을 사람이 여럿 있긴 했지만 그것은 의심스러웠음에도, 나는 놀라는 척했다. 아주 잠깐 내가 실수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했지만, 그때 나는 다시 빠르게 모든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았고 이별을 고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렇지만 당신은 나를 버렸어요." 조던이 갑자기 말했다.

"당신은 전화상으로 나를 버렸죠. 나는 이제 당신을 조금도 원망하진 않지만, 그것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조금 바보 같다고 느꼈었죠."

우리는 악수를 나누었다.

"오, 그리고 당신 기억하시나요?" - 그녀는 덧붙였다....."우리가 언젠가 나눴던 차를 몰 때에 대한 대화 말이에요."

"뭐였죠...확실치 않아서."

"나쁜 운전자는 다른 나쁜 운전자를 만나기 전까지만 단지 안전한 거라고 말했죠. 그래요, 나는 다른 나쁜 운전자를 만났던 거죠. 그렇지 않은가요? 그런 잘못된 추측이 나를 부주의하게 만들었다는 의미예요. 나는 당신이 훨씬 더 솔직하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나는 그것이 당신의 비밀스러운 자부심이라고 생각했었죠."

"나는 서른이에요." 내가 말했다. "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명예라고 여기기에는 다섯 살을 훨씬 더 먹어 버린 거죠."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가 났고, 그녀와 함께한 절반의 사랑과, 터무니없는 유감으로, 나는 돌아섰다. (p.277-279)

 

나는 그를 용서할 수도, 그를 좋아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에게, 했던 일은, 온전히 이유가 있었다고 보여졌다. 전부 너무 경솔했고 당황했다. 톰과 데이지, 그들은 경솔한 사람들이었다. - 그들은 상황과 사람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고, 그러고 나서 그들의 돈이나 비상한 경솔함, 혹은 그들을 함께 묶어 주는 무언가 속으로 퇴각해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를 정리하도록 시키고는....(p.280-281)

 

마지막 날 밤, 나는 트렁크를 꾸리고 차를 식료품 잡화상에게 팔고는, 건너가서 그 거대한 모순으로 실패한 집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하얀 계단 위에 어떤 아이가 벽돌조각으로 휘갈겨 쓴 외설적인 말이 달빛 아래 뚜렷하게 두드러졌고, 그것을 지우느라, 그 돌알 따라 내 신발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해변으로 어슬렁거리며 내려가 그 모래 위에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부린 채로 앉았다.

커다란 해변 별장들 대부분이 이제 닫혔고, 해협을 가로질러 가는 연락선의 아련한 불빛 말고는 거의 빛이 없었다. 그리고 달이 더 높이 떠올랐을 때 없어도 무방한 집들이 점차로 사라지기 시작했고 나는 한때 네덜란드 선원들의 눈에 꽃처럼 피어나던 여기 오래된 섬을 깨닫게 되었다. - 신세계의 신선하고 풋풋한 가슴으로서의, 사라진 나무들, 개츠비의 집을 위해 길을 내주었던 나무들은, 한때 모든 인간의 꿈 가운데 가장 궁극적이고 위대한 꿈을 속삭임으로 부추겼다: 덧없이 매혹된 순간에 인간은 이 대륙의 존재 앞에서, 그가 이해도 원하지도 않았던, 심미적 관조를 강요하면서, 놀랄 만한 그의 능력에 비례한 어떤 것과 함께 역사상 마지막으로 마주 보게 하면서, 그의 숨을 잡았음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 오래되고 알려지지 않은 세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면서, 처음으로 데이지 집 포구의 끝에서 녹색 불빛을 골라냈을 때의 개츠비의 놀라움을 생각했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으로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아주 가까워서 그것을 붙잡는 데 거의 실패하지 않을 거라고 여겼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이미 그의 너머에, 그 도시 너머 광대한 어둠 속 어딘가, 공화국의 어두운 들판이 밤 아래서 굴러가던 그곳에 있었다는 것을.

개츠비는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지는 그 풋풋한 불빛을, 그 절정의 미래를 믿었었다. 그때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그러나 그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뛸 것이고, 우리의 팔은 더 멀리 뻗을 것이며....그리고 어느 날 좋은 아침...

그렇게 우리는 나아갈 것이다. 흐름을 거스르는 보트처럼 끊임없이 과거를 밀쳐지면서. (p.282-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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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감정수업 - 강신주 (민음사)

"금? 귀중하고 반짝거리는 순금? 아니, 신들이여! 헛되이 내가 그것을 기원하는 것은 아니라네. 이만큼만 있으면,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만든다네. 나쁜 것을 좋게, 늙은 것을 젊게, 비천한 것을 고귀하게 만든다네. (...) 문둥병을 사랑스러워 보이게도 하고, 도둑을 영광스러운 자리에 앉힌다네. 그리고 원로원 회의에서 도둑에게 작위와 궤배와 권세까지 부여한다네. 이것은 늙어 빠진 과부에게 청혼자를 데리고 온다네. 양로원에서 상처로 인해 심하게 곪고 있던 그 과부가, 매스꺼움을 떨쳐 버리고, 향수를 뒤집어쓰고 젊어져 오월의 청춘이 되어 청혼한 남자에게 간다네."

셰익스피어의 <아테네의 티몬>에서 4막 3장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산업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이전에도 인간은 돈에 집요하게 집착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까 돈에 대한 탐욕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된 자본주의 시대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었다.

셰익스피어의 탄식처럼 부유함은 모든 것을 좋고, 젊고, 고귀하고, 심지어 사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탄식 이면에는, 그래도 검은 것은 검은 것이고 나쁜 것은 나쁜 것이며 추한 것은 추한 것이라는 역설, 반대로 흰 것은 흰 것이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며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낭만주의적 확신이 깔려 있다. 그렇지만 19세기 이후 산업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인간은 그나마 그때까지는 비록 명목상으로라도 유지했던 낭만적인 외투마저 과감히 벗어 버리게 된다. 이제 돈으로 매매할 수 없는 것들은 고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돈으로 거의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동시에 탐욕은 인간의 욕망 중 가장 지고한 권좌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감정의 철학자 스피노자는 탐욕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탐욕이란 부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자 사랑이다. (스피노자 - 에티카)

스피노자의 말처럼 '무절제하게' 부를 욕망하고 사랑하는 것이 바로 탐욕이라는 감정의 실체다. 그러니까 탐욕에는 중용이 있을 수가 없다. 탐욕의 상태는 목이 말라서 바닷물을 마신 상태에 비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닷물을 마시면 잠시 동안 갈증은 해소된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과거보다 더 강한 갈증이 찾아오게 된다. 불교에서는 '갈애'라는 말이 있다. '목이 마르는 애착'이라는 뜻이다. 마실수록 더 마시게 되는, 밑도 끝도 없이 치명적으로 중독적인 욕망이 바로 갈애이자 탐욕인 셈이다. 이제 충분히 돈을 벌었으니 지금부터는 삶을 영위하도록 하자. 바로 이런 절제력이 탐욕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최저생게비는 정해질 수 있지만, 최대생게비는 정할 수 없다는 것, 이것만큼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욕망을 규정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포착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아테네의 티몬 - 셰익스피어 (신상웅 옮김, 동서월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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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위대한 작가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포착하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것 아니겠는가.

 

개츠비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 집에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형씨."

"데이지의 목소리에는 신중함이 없어요. 그 애의 목소리에는 뭔가 가득..."나는 머뭇거렸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어요." 갑자기 개츠비가 말했다.

바로 그것이었다. 전에는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데이지의 목소리는 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끝없는 매력, 그 딸랑거리는 소리, 그 심벌즈 같은 노랫소리...하얀 궁전 속 저 높은 곳에 공주님이, 그 황금의 아가씨가.."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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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소설의 줄거리는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진부한 멜로드라마처럼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 부와 관련된 인가의 탐욕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읽어도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은 네 명으로 압축된다. '닉'이라고 불리는 소설의 화자 '나', 5년 동안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옛 여인을 찾아온 개츠비, 개츠비의 옛 애인이자 지금은 남편을 가진 아직도 매혹적인 여인 데이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청난 재산을 무기로 데이지의 남편으로 낙점받는 데 성공한 톰. 그런데 개츠비가 다시 등장하면서 데이지의 마음은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게 된다.

사실 데이지에게 톰이나 개츠비는 모두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누가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배역의 중요성이 결정되는 꼭두각시 말이다. 현재 자신의 남편 '톰'도 그래서 매력적인 사람이다. 과거의 가난을 떨쳐 버리고 엄청난 부자가 된 개츠비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심지어 데이지는 톰과의 결별까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하긴 톰을 통해서, 아니 정확히 말해 톰의 돈을 통해서 꿈꿀 수 있는 것보다 개츠비를 통해 꿈꿀 수 있는 설레는, 미래의 삶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데이지라는 '황금의 아가씨'는 개츠비의 돈으로 새로운 꿈을 꾸면서 행복해한다.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끝없는 매력. 그 딸랑거리는 소리. 그 심벌즈 같은 노랫소리"는 데이지의 마음이자 동시에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돈의 노래이기도 하다.

소설 전편을 통해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데이지의 고뇌는 만족을 모르는 그녀 자신의 탐욕을 개츠비가 충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사랑의 고뇌 이면에는 탐욕의 고뇌가 똬리를 틀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을 때 이것을 눈치챈 톰은 개츠비의 재산 형성 과정이 불법적이어서 그의 부유함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도 같다고 폭로한다. 그래서 바로 이 순간이 데이지가 개츠비가 아니라 다시 톰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참으로 흥미롭기 그지없다. 개츠비가 데이지의 탐욕을 간파했던 것처럼, 톰도 아내의 본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실은, 5년 전 가난한 장교 신분으로 개츠비가 데이지를 사랑했던 것도 바로 그녀의 부유함이 뿜어내는 환상 때문이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당시 개츠비는 데이지를 얻으면 그녀의 부유함이 가져다주는 달콤한 결실을 모두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데이지는 그가 난생처음으로 알게 된 '우아한' 여자였다. 그는 온갖 숨겨진 능력을 발휘해 그런 부류의 사라들과 만나긴 했지만 그들과의 사이에는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시철조망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는 그녀가 몹시도 탐났다.

 

결국 개츠비의 사랑도 탐욕에서 출발했던 셈이다. 그러니 사실 위대했던 것은 개츠비가 아닐 수 있다. 진정으로 위대한 것은 개츠비, 데이지, 그리고 톰을 가로지르고 있는 '탐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이 세 사람이 아니라 '돈'이었던 것이다. (p.98-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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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스콧 키 피츠제럴드(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년 9월 24일 ~ 1940년 12월 21일)

미국의 소설가이며 단편 작가이다.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다. 정확히는 노르만계 아일랜드인일 듯하다. 피츠(Fitz)라는 이름은 원래 노르만어로 '~의 아들' 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스콧 키란 이름은 미국의 국가인 "성조기"를 작곡한 프랜시스 스콧 키에게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피츠제럴드가 그의 9촌 증손자이기도 하다.
1896년 9월 24일 아버지 에드워드 피츠제럴드와 어머니 몰리 매퀼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네소타 세인트폴에서 태어났고 집안은 가톨릭을 믿는 상류층이었다. 주로 스콧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프랜시스 스콧 키에서 따온 것도 있고 죽은 손윗누이의 이름이 스콧이라 다시 붙인 것도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엔 주로 뉴욕의 버펄로에서 살았고 2년 정도 시라큐스에서 살기도 했다. 그러다가 10살 때 아버지가 P&G에서 실직당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이런 가난은 훗날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네소타로 다시 이주해 고향인 세인트폴의 세인트폴 아카데미를 다니며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듯이 학교 신문에 글을 기고하거나 하는 식으로 13살부터 작가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는지 16살 때 퇴학당하고 뉴저지의 예비학교[1]인 뉴먼스쿨에 입학했다. 1913년엔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했다. 프린스턴에서 여러 동아리나 학회 같은 활동을 하며 글을 썼고 유니버시티 코티지 클럽이란 곳은 아직도 스콧이 썼던 책상을 전시해놓았다고 한다. 1917년 졸업했는데 가난했던 탓에 미군에 입대했다. 그러나 입대한 지 얼마 안 되어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났다.
이 와중에 컨트리클럽에서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출신의 젤다 세이어를 만나게 되는데 돈이 없단 이유로 약혼이 파토가 난다. 그러다가 〈로맨틱 에고이스트〉란 작품을 개작해 《낙원의 이쪽》을 썼고 1919년 가을에 스크리브너에서 출판하기로 결정하자 다시 약혼한다. 1920년 3월 26일 소설은 출판되고 히트를 친다. 젤다와 스콧은 결혼한다.
1920년대 미국의 황금시대인 재즈 시대가 열린다. 재즈 시대의 사교적이고 강한 주체성을 보이는 여성들인 플래퍼를 다룬 소설을 써낸 스콧은 공전의 인기를 누린다. 당시 그의 단편소설들은 잡지들에 연재됐다. 1925년에 쓴 《위대한 개츠비》는 플래퍼나 재즈 시대를 다룬 작품 중에 최고로 친다. 스콧은 젤다와 파리로 건너가 여러 문화적인 활동을 벌이는데 이때 사귄 사람들 중 하나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다. 헤밍웨이는 젤다한테선 그다지 좋은 인상을 못 받은 것 같은데 젤다가 스콧에게 술이나 왕창 먹여 글을 못 쓰게 한다고 생각했고 정신 나갔다(insane)고 평가했다. 그리고 스콧을 딱하게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건강한 정상인으로는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단편들이 연재된 잡지들은 당시 최고로 잘 나갔던 잡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 에스콰이어(Esquire), 콜리어스 위클리(Collier's Weekly) 등이었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의 후기에 따르면 고급손목시계 하나를 사려고 하루 만에 써내려 간 소설도 있다. (이는 낙타 혹등이란한 소설인데 진짜 낙타 혹등에 대한 얘기다)
무수히 많은 단편소설을 써냈지만 뉴욕의 명사로서 부부가 써낸 돈이나 젤다의 치료 비용 등에 돈이 많이 들어 스콧은 경제적으로 굉장히 쪼들리게 된다. 당시 부부의 기행을 들어보면 미국의 재즈 시대가 어땠는지 감이 올 법도 하다.
1920년대 말이 되자 장편 소설을 쓰려고 했지만 재정적인 여건으로 계속 단편소설을 써야 했고 1930년에는 젤다가 정신병에 걸리면서 사정은 악화된다. 1932년에는 젤다를 메릴랜드의 볼티모어에 요양보낸다. 스콧은 메릴랜드의 투손에 땅을 빌려 거기서 소설을 쓰는데 유망한 정신의인 딕 디버라는 청년이 니콜 워런이란 여자를 만나 결혼하는 얘긴데 초고와 판본들이 여럿 나온다. 평론가들은 자신의 자전적인 문제를 이 소설에 투영한 것으로 본다. 한편 젤다는 유럽 생활을 바탕으로 비슷한 소설을 쓰는데 스콧은 여기에 화나서 작품을 손질하고 젤다의 담당의한테 글 못 쓰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부부 생활은 거의 파경상태였던 듯. 1934년에 위의 과정을 거쳐 써낸 《밤은 부드러워》가 출판된다. 젤다가 이 소설에 반영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와 마찬가지로 출판 당대에는 잘 안 팔렸는데 훗날의 평가는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이 작품도 보통 영미권 100대 소설을 뽑을 때 들어가는 편이다.
1930년대 후반엔 돈이 쪼들리자 할리우드로 건너가 MGM을 위해 시나리오를 쓴다. 빌리 와일더는 이를 보고 위대한 조각가가 배관공 일에나 고용된 꼴이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마지막 소설이자 다섯 번째 장편인 《마지막 거물의 사랑》(The Love of the Last Tycoon, The Last Tycoon으로 부르기도 한다)을 쓴다.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사 중역인 어빙 솔버그를 원형으로 삼은 이 소설을 쓰던 중에 선전지 신문기자인 실라 그레이엄과 연인이 된다. 그가 서부에 있는 동안 젤다는 동부의 정신병원에 있었다. 그때 스콧은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였고 하루에 맥주를 30캔이나 마셨다고 한다. 그래도 1939년 금주에 성공했고 가장 행복하다 평한 시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얼마 안 가 1940년에 동맥경화로 죽었다. 그 해 12월 20일 애인인 실라와 영화 시사회에 참여한 뒤 돌아오던 중 어지럼을 호소했다. 다음 날 잡지를 보다가 갑자기 의자에서 일어나 벽난로 선반을 잡더니 숨을 쉬지 못하다가 쓰러졌다고 한다. 실라가 매니저를 불렀지만 매니저가 보곤 이미 죽었다고 했다.
안치된 그의 시신을 봤던 도러시 파커의 말에 따르면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가 죽었을 때 올빼미 눈의 사나이가 했던 유명한 대사인 "The poor son-of-a-bitch"란 말을 그의 장례식에서 누군가 중얼대는 걸 들은 적이 있다고 한다. 정말 《위대한 개츠비》와 그의 인생은 여러모로 겹치는 바가 많다. 그의 시신은 메릴랜드로 운구되어 베세다란 곳에서 그의 자식인 스코티 피츠제럴드(당시 19세)의 참관 아래 2, 30명 정도의 인원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볼티모어의 록빌 유니언 묘지에 묻혔다. 1948년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슈빌에서 일어난 정신병원 화재로 젤다가 죽자 딸인 프랜시스 스코티[3]는 볼티모어의 대주교구에 항의해 비가톨릭으로 죽은 피츠제럴드를 가톨릭으로 죽은 것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해 가톨릭 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원래 피츠제럴드는 가톨릭 집안이긴 했다. 본인은 냉담이었던 것 같지만. 1975년엔 두 사람을 합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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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태우 옮김, 을유세계문학)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정회성 옮김, 책세상)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보영 옮김, 펭귄클래식)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송무 옮김, 문예세계문학)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한애경 옮김, 열린책들 세계문학)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영하 옮김, 문학동네 세계문학)

위대한 개츠비 - 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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