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영1 지상에 숟가락 하나 = 현기영 (실천문학사) 현기영 - 지상에 숟가락 하나 (1999년) 아무리 보아도 물리지 않는 대자연의 풍광에 어느덧 슬픔은 증발해버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망자의 유택이 이렇게 호사스러울진대, 죽음을 슬퍼할 까닭이 어디 있겠는가. 육신을 떠난 아버지의 영혼이 흰 만장처럼 가벼이 떠 있는 저 구름 속에 실려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나는 아버지의 죽음뿐만 아니라 나의 죽음도 매우 임의로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p.12) 나는 아직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나이였다. 아무 뜻도 없이 그냥 재미로 벌레를 죽이는 어린애가 어찌 인간의 죽음을 이해하겠는가. (p.36) 그렇게 해방 3년은 흉년, 역병, 흉년의 악순환이었다. 왜정 말기를 혹독한 고통 속에 보내고 해방을 맞았으나, 그 역시 진구렁속의 삶이었다. 그러므로 섬사람들에게 해방은.. 2025. 2.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