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베니스의 상인 (1605년 초연)
[작품해설 - 피터 홀랜드]
1973년, 영국계 유대인 극작가 아널드 웨스커는 <베니스의 상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나는 마침내 '용서하는 자'가 되는 것을 그만 두었다. (...)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조너선 밀러의 작품에서 로렌스 올리비에가 샤일록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것을 지켜보며, 나는 그 작품에 나타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반유대주의에 충격을 받았다. (...) 원작자의 문학적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 아니 누가 알겠는가, 바로 그것 때문일 수도 있다. - 이 연극은 그저 유대인이 흡혈귀임을 확인하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웨스커는 셰익스피어의 극에 품게 된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그 줄거리를 새롭게 각색하는 방법을 택했다. 새롭게 각색한 이 작품에서 샤일록은 선한 사람이고, 셰익스피어의 극 제목인 상인 안토니오의 가까운 친구다. 웨스커의 시각에서 보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한 위약금으로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떼어내겠다는 자신의 권리를 법정에서 요구하는 유대인인 셰익스피어의 샤일록은, 유대인은 돈밖에 모르는 지독한 악인으로 묘사하는 서구 반유대주의의 전형이었다. 그 결과, 1976년에 최초로 공연된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살을 베어낼 수 없다는 것을 법정에서 포샤가 분명하게 말할 때, 웨스커의 샤일록은 오히려 크게 안도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플롯을 거꾸로 뒤집는 것은 각색가들이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일인데, 특히 셰익스피어의 견해 혹은 특정 시기의 지배적인 견해로 보이는 것을 그들 자신의 문화적, 정치적, 혹은 역사적 시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의 경우에는 플롯을 완전히 고쳐 쓰는 일이 자주 일찍부터 시작되었다. 1600년 출간한 이 작품의 표지에는 이 작품이 '앞서 언급한 상인의 살 1파운들 베어내려 하는 유대인 샤일록의 극단적인 잔인성'을 다루고 있다고 쓰여 있다. 이 연극 작품 판본을 구입한 사람은 샤일록이 그의 끔찍한 복수에 성공하는 것으로 예상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식자공이나 인쇄업자가 작업할 때 사용한 표지 사본ㄴ이, 그것을 쓴 누군가가 작품을 읽지 않고 썼기 때문에 그런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 대한 현존하는 최초의 언급, 즉 인쇄업자가 작품을 인쇄하기 위한 권리를 확인하는 지불 기록을 보면, 작품의 제목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기록에는 "베니스의 상인, 혹은 베니스의 유대인이라고 불림"이라고 되어 있다. 작품의 부제가 아니라, 작품의 다른 제목으로 언급되는 이 이름을 보면,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은 샤일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의 절정을 이루는 재판 장면에서, 변호사로 변장한 부유한 상속녀 포샤는 "여기에서 누가 상인이고, 누가 유대인입니까?"라고 묻는다. 그리고 공작이 그 두 사람에게 앞으로 나서라고 명령할 때, 그녀는 "당신 이름이 샤일록이오?"라고 묻는데, 어떤 공연 작품들에서는 그녀가 샤일록이 아닌 다른 상대편에게 이 질문을 던지게 하여 샤일록이('내 이름'을 강조하며) "샤일록은 내 이름이오"라고 그녀의 말을 정정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겪는 혼란을 겪는다. 이 작품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수 세대에 걸쳐 작품 제목의 그 상인)베니스의 상인)이 샤일록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결과이건 혹은 중동의 위기 때문이건 우리는 오늘날 특히 반유대주의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내가 공연 작품을 통해 조사한 주제, 즉 샤일록이 무대 위에서 표현되는 방식은 걱정과 염려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이다. 어떤 관객은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다른 관객은 참으로 불쾌학 생각할 수 있다. 안토니오를 살리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해봐도, 베니스 내부의 변호사들은 그를 구하는 방안을 찾을 수 없다. 베니스에는 특별히, 베니스 시민을 죽이려 하는 이방인에게 적용하는 엄격한 처벌이 있다는 것을 법정에 있는 공작에게 생각토록 해주는 인물은 허구적인 장소 벨몬트에서 온 이방인 포샤이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는 이방인들, 즉 베니스에 살고 일하고 거래를 하지만 베니스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차별 대우를 법으로 제정하는 도시다. 하지만 베니스의 법률은 포샤의 죽은 아버지가 유언장에 정해 놓은 테스트, 즉 포샤와 결혼하기를 원하는 자는 누구든(금, 은, 혹은 납) 세 개의 상자 중에 올바른 상자를 선택해야 한다는 규정에 응하는 구혼자들 중 첫 번째 인물, 모로코의 군주를 대하는 포샤의 태도에 반대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가 잘못된 상자, 즉 금 상자를 고른 후 그녀가 "얼굴색이 그와 같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골라주면 좋겠어."라고 한 마지막 말은, 모로코 군주가 "내 얼굴색 때문에 날 싫어하진 마시오."라고 말한 첫 번째 대사에 대한 반향으로 듣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두 대사는 극 안에서 피부색을 뛰어넘어 자신을 봐달라는 그의 요청으로 인해 그의 존재를 따로 부각시키지만, 이제는 분명히 그녀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로 변했다. 비록 그것이 불쾌하기는 하지만, 포샤는 무대 위에서 인종적, 종교적 타자를 나타내는 두 등장인물에 대해 백인 기독교인들과 똑같은 시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p.17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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