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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아동, 청소년/2. 외국 문학

피와 모래 - 빈센트 블라스코 이바녜스 (민영 옮김, 금성출판사)

by handaikhan 2025. 9. 17.

 

이바녜스 - 피와 모래 (1908년)

 

그의 팬들 중에는, 용감한 가야르도가 사나운 소의 뿔에 받혀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꼴을 한 번 봤으면 하고, 잔인한 기대를 품고 있는 자도 적지 않았다. 왜냐 하면 가야르도는 투우술에 꼭 들어맞는 소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칙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대담한 연기와 분별 없는 용기로써 언제나 사나운 소를 멋지게 거꾸러뜨리고 있었다. 이 대담하기 이를 데 없는 행동이 날이 갈수록 그를 왕자로 일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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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르도는 다른 투우사들처럼 스승 밑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배웠거나 투창사의 경험을 쌓고 투우사가 된 사나이가 아니라, 가난뱅이 생활을 견디다 못해서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고 투우사의 세계로 홀연히 뛰어든 사나이였던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소와 마주 선 그 불굴의 태도는 순식간에 평판을 높였고, 불과 2, 3년 사이에 에스퍄냐 제일의 떠들썩한 투우사로 올라선 것이다. (p.29-30)

 

나티오날에게는 네 명의 자녀가 있다. 만약 그가 소에게 받혀 죽기라도 한다면 가족들은 하루 아침에 거지가 되어 길거리를 헤맬 것이다. 그러기에 나티오날은 명예도 칭찬도 바라지 않았다. 오직 주어진 일을 무사히 끝내고 돈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그 몸짓에 여실히 나타나 있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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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블라스코 이바네스(Vicente Blasco Ibáñez, 1867-1928)

에스파냐의 소설가이다.

 

정치에 흥미를 갖고 어릴 때부터 집을 떠나 파란많은 청년기를 보냈으며 시종 왕정반대의 필봉을 굽히지 않았다. 졸라의 영향을 받아 발렌시아 지방에서 소재를 얻은 향토소설<갈대와 진흙>(1902), <농가>(1898)는 자연주의적인 섬세한 필치로 묘사되어 있다. 지금은 가장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이들 향토소설에서 국내문제를 다룬 사회소설로 전향했으며 다시 유럽이나 남미(南美)를 무대로 한 말하자면 세계소설로 발전한다. <피와 모래>(1908)는 가끔 영화화되고 있으며, 특히 <묵시록의 네 기사>(1916) 등은 영화화되어 너무나 유명하다. 가끔 문장이 통속적이고 소설적 구성에도 약점이 지적되고 있으나 그 상상력·표현력이 풍부하고 유창하여 세계의 독자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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