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문학의 탐정 한국문학 1
목차
이범선
표구된 휴지
맹주천
천 년 묵은 홰나무
박완서
자전거 도둑
시인의 꿈
옥상의 민들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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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 자전거 도둑 (1979년)
수남이는 청계천 세운 상가 뒷길의 전기용품 도매상의 꼬마 점원이다.
수남이란 어엿한 이름이 있는데도 꼬마로 통한다. 열여섯 살이라지만 볼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토실하니 붉고, 눈 속이 깨끗하다. 숙성한 건 목소리뿐이다. 제법 굵고 부드러운 저음이다. 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면 점잖고 떨떠름한 늙은이 목소리로 들린다.
이 가게에는 변두리 전기 상회나 전공들로부터 걸려 오는 전화가 잦다. 수남이가 받으면
"주인 영감님이십니까?"
하고 깍듯이 존대를 해 온다.
"아, 아닙니다. 꼬맙니다."
수남이는 제가 무슨 큰 실수나 저지른 것처럼 황공해하며 볼까지 붉어진다.
"짜아식, 새벽부터 재수 없게 누굴 놀려. 너, 이따 두고 보자."
이런 호령이라도 들려오면 수남이는 우선 고개를 움츠려 알밤을 피하는 시늉부터 한다. 설마 전화통에서 알밤이 튀어나올 리는 없는데 말이다. 실수만 했다 하면 알밤 먹을 것을 예상하고 고개가 자라 모가지처럼 오그라드는 게 수남이가 이곳 전기 상회에 취직하고 나서부터 얻은 조건 반사다.
이곳 단골손님들은 우락부락한 전공들이 대부분이어서 성질들이 거칠고 급하다. 자기가 요구하는 것을 수남이가 빨리 알아듣고 척척 챙기지 못하고 조금만 어릿어릿하면 "짜아식."하며 사정없이 밤송이 같은 머리에 알밤을 먹인다.
수남이는 그 숱한 전기용품 이름을 척척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숱한 알밤을 먹었다.
그런데 일이 익숙해진 후에도 수남이는 심심찮게 까닭도 없는 알밤을 얻어먹는다. 이 거친 사내들은 그런 짖궂은 방법으로 수남이를 귀여워하는 것이다. 예쁜 아이를 보면 물어뜯어 울려 놓고 마는 사람이 있듯이, 이 사내들은 그런 방법으로 수남이에게 애정 표시를 했다.
"짜아식, 잘 잤냐?"
"짜아식, 요새 제법 컸단 말이야. 장가들어야겠는데. 짜이식 좋아서..."
그러곤 알밤이다. 주먹과 팔짓만 허풍스럽게 컸지, 아주 부드러운 알밤이다. 그러니까 수남이는 그만큼 인기 있는 점원인 셈이다. (p.50-52)
바람 부는 서울의 뒷골목은 흉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먼지는 물론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날아들어 가게 앞에 쓰레기 무더기를 만들었다. 쓸어도 쓸어도 당해 낼 도리가 없었다.
손님도 딴 날보다 적고, 수남이는 까닭 없이 마음이 울적했다.
시골의 바람 부는 날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보리밭은 바람을 얼마나 우아하게 탈 줄 아는가, 큰 나무는 바람에 얼마나 안달맞게 들까부는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가 함께 사는 숲은 바람에 얼마나 우렁차고 비통하게 포효하는가,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은 이 골목에서 자기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수남이를 고독하게 했다. (p.63-64)
하긴 그런일이 아니더라도 서울 사람들에게는 바람이 손톱만큼도 반가울 리가 없겠다. 바람의 의미를, 간판이 날아가는 횡액, 한없이 날아오는 먼지, 쓰레기 그것밖에 모르니까.
봄바람이 게으른 나무들에게, 잠든 뿌리들에게, 생경한 꽃망울들에게 얼마나 신기한 마술을 베풀고 지나갔나를 모르니까. 봄바람이 한차례 지나고 거짓말같이 화창하고 아늑하게 갠 날, 들판이나 산등성이에 있어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수남이는 다시 한 번 울고 싶도록 고독해진다. (p.65)
형광 램프를 **상회에 부리고 나서 수금 하는 데 또 한참이 걸린다. 장사꾼의 생리란 묘한 데가 있다.
수남이는 아직도 그 생리만은 이해가 안 될뿐더러 문득문득 혐오감까지 느끼고 있다.
금고에 돈을 수북이 넣어 놓고도 꼭 땡전 한 푼 없는 얼굴을 하고 도무지 돈을 내주려 들지를 않는다. 조금있다 오란다. 그동안에 수금이 되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쪽에선 그 수에 넘어가지 말고 악착같이 지키고 서서 받아 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수남이가 서울에 와서 점원 노릇을 하면서 배운 상인 철학 제1항이었다.
"아유, 오늘 더럽게 장사 안 된다."
**상회 주인은 니코틴이 새까맣게 달라붙은 이빨 안쪽을 드러내고 크게 하품을 한다. 돈을 빨리 안 주는 변명 같기도 하고, '인석, 하루 종일 기다려 봐라. 누가 돈을 호락호락 내줄 줄 아니.'하는 공갈 같기도 하다.
그러나 수남이는 들은 척도 안 하고 장승처럼 버티고 서 있다. 저런 수에 넘어가 호락호락 물러가면 주인 영감님에게 야단맞는 것도 맞는 거려니와, 앞으로 열 번도 넘게 헛걸음을 해야 수금을 끝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목돈이 아니라 오백 원, 천 원씩 푼돈을 녹여서 말이다.
이럴 때 수남이는 이 세상에 장사꾼처럼 징그러운 족속이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나서 한숨이 절로 난다. 그러면서도 자기도 어느 틈에 장사꾼다운 징그러운 수를 쓰고 만다. (p.67-69)
바람이 여전하다. 저만큼서 흙먼지가 땅을 한 꺼풀 벗겨 홑이불처럼 둘둘 말아 오는 것같이 엄청난 기세로 몰려온다. 골목 안의 모든 것이 '뎅그렁', '와장창', '우르릉'하고 제각기의 음색으로 소리 높이 비명을 지른다.
드디어 흙먼지 홑이불이 집어삼킬 듯이 수남이의 조그만 몸뚱이를 덮친다. 수남이는 눈을 꼭 감고 숨을 죽인다.
바람이 지난 후, 수남이는 눈을 뜨고 침을 탁 뱉는다. 입속에 모래가 들어와 깔깔하고 목구멍이 알싸하니 아프다. 다시 자전거 쪽으로 걷는다. 조금 전만 해도 서 있던 자전거가 누워 있다. 그래도 날아가진 않았으니 다행이다.
자전거뿐 아니라 골목의 모든 것이 다 제자리에 그대로 있다. 수남이는 그것이 신기하다. 누워 있는 자전거를 일으켜 세우고 날렵하게 올라타 막 페달을 밟으려는 데, 어디선지 고함 소리가 벽력같이 들린다.
"이놈아, 어딜 도망가는 거야. 게 섰거라, 꼼짤 말고."
수남이는 자기에게 지르는 고함은 아니겠지 싶어 그대로 페달을 밟는다.
"아니, 이놈이 어디로 도망을 가려고 이래."
뒷덜미를 사납게 붙들린다. 점잖고 깨끗한 신사다. 이런 신사가 자기에게 어떤 볼일이 있다는 것인지, 수남이는 도시 짐작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신사는 몹시 화가 나 있다. 신사를 화나게 할 일을 자기가 저질렀다고는 더구나 생각할 수 없다.
"인마, 꼼짝 말고 있어."
신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꼼짝하려야 할 수 있을 처지가 아니다. 꼼짝은커녕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수남이의 뒷덜미는 신사의 손에 잔뜩 움켜쥐어져 있다.
"인마, 네놈의 자전거가 쓰러지면서 내 차를 들이받았단 말이야. 이런 고급 차를 말이야. 이런 미련한 놈, 왜 눈을 째려, 째리긴. 그러니 내 차에 흠이 안 나고 배겼겠냐. 내 차는 인마, 여자들 손톱만 살짝 닿아도 생채기가 나는 고급차야 인마, 알간?"
그러고는 거울처럼 티 없이 번들대는 차체를 면밀히 훑어보더니
"그러면 그렇지."
하고 환성을 질렀다. 아마 생채기를 찾아낸 모양이다.
"일은 컸다. 인마, 칠만 살짝 긁혔어도 또 모르겠는데 여봐라, 여기가 이렇게 우그러지기까지 했으니 일은 컸다, 컸어."
신사가 덩칫값도 못하고 팔짝팔짝 뛰면서, 잘 봐 두라는 듯이 수남이의 얼굴을 차에다 바싹 밀어붙였다.
수남이는 차체에 비친 울상이 된 자기 얼굴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꼭 오늘 재수 옴 붙은 일이 날 것 같더라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말았구나. 울음이 왈칵 솟구친다. 그러자 제 얼굴도, 차체의 흠도 아무것도 안보이고 온 세상이 부옇게 흐려 보일 뿐이다.
"울긴, 인마. 너, 한 달에 얼마나 버냐?"
신사의 목청이 다분히 누그러지며 목소리에 연민이 담긴 것을 수남이는 재빨리 알아차린다. 그러자 흑흑 소리까지 내어 운다.
"울긴. 짜아식, 할 수 없다. 너나 나나 오늘 재수 옴 붙은 걸로 치고 반반씩 손해 보자. 오천 원만 내."
수남이는 너무 놀라 울음까지 끄르륵 삼키고 신사를 쳐다본다. 그사이 사람들이 큰 구경이나 난 것처럼 모여들어 신사와 수남이를 에워싼다.
누군가 뒤에서
"빌어, 이놈아! 그저 잘못했다고 무조건 빌어."
하고 속삭인다. 수남이는 여러 사람들이 자기를 동정하고 있다고 느끼자 적이 용기가 난다.
"아저씨,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네, 아저씨."
제법 또렷한 소리로 용서를 빈다.
"용서라니, 이만큼 했으면 됐지 어떻게 더 용서를 해."
"아저씨, 그러시지 말고 한 번만 봐주세요. 네, 아저씨."
수남이는 주머니에 든 만 원 생각을 하면 얼굴이 화끈대고 공연히 무섭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주인 영감님을 위해 그 돈만은 죽기를 무릅쓰고 지킬 각오를 단단히 한다.
"아니, 욘석이 이제 보니 이런 큰일 저리르고 그냥 내뺄 심사 아냐? 요런 악질 녀석 같으니라고."
신사의 표정은 은은히 감돌던 연민이 싹 가시고 점잖게 무표정해진다.
그러고는 옆에 섰던 운전사인 듯한 남자에게
"안 되겠네. 요런 악질 깡패 녀석하고 시비해 봤댔자 공연히 시간만 낭비니, 자네 자물쇠 하나 마련해다주게. 이 녀석 자전걸 잡아 놓기로 하세. 언제든지 오천 원 가져와서 찾아가라고."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오백 원짜리를 한 장 꺼내서 운전사에게 주는 것이었다. 수남이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태였다.
주머니의 만 원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지 자전거에 대해선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운전사는 금방 커다란 자물쇠를 하나 사 가지고 왔다. 신사는 다시 네놈은 쳐다보기도 싫다는 듯이 수남이를 전혀 상대 안 하고, 묵묵히 자전거 바퀴에다 자물쇠를 채우고, 앞의 빌딩을 가리키면서
"나, 저기 306호실에 있으니까 돈 오천 원 갖고 와. 그러면 열쇠 내줄 테니."
하고는 수남이를 힐끗 흘겨보고 유유히 빌딩 속으로 사라져 갔다.
수남이는 울지도 못하고 빌지도 못하고 그냥 막연히 서 있었다. 수남이와 신사의 시비를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던 사람들도 헤어지지 않고 그냥 서 있었다. 아마 수남이가 앙앙 울거나, 펄펄 뛰면서 욕을 하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 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수남이는 바보가 돼 버린 아이처럼 조용히 멍청히 서 있었다. 누군가가 나직이 속삭였다.
"토껴라, 토껴. 그까짓 것 갖고 토껴라."
그것은 악마의 속삭임처럼 은밀하고 감미로웠다. 수남이의 가슴은 크게 뛰었다. 이번에는 좀 더 점잖고 어른스러운 소리가 나섰다.
"그래라, 그래. 그까짓 거 들고 도망가렴. 뒷일은 우리가 감당할게."
그러자 모든 구경꾼이 수남이의 편이 되어 와글와글 외쳐 댔다.
"도망가라, 어서어서 자전거를 번쩍 들고 도망가라. 도망가라."
수남이는 자기편이 되어 준 이 많은 사람들을 도저히 배반할 수 없었다. 이상한 용기가 솟았다. 수남이는 자전거를 마치 검부러기처럼 가벼게 옆구리에 끼고 질풍같이 달렸다.
정말이지 조금도 안 무거웠다. 타고 달릴 때보다 더 신 나게 달렸다. 달리면서 마치 오래 참았던 오줌을 시원스레 내깔기는 듯한 쾌감까지 느꼈다. (p.71-80)
낮에 내가 한 짓은 옳은 짓이었을까? 옳은 것도 없지만 나쁠 것은 또 무너가. 자가용까지 있는 주제에 나 같은 아이에게 오천 원을 우려내려고 그렇게 간악하게 굴던 신사를 그 정도 골려 준 것이 뭐가 나쁜가? 그런데도 왜 무섭고 떨렸던가. 그때의 내 꼴이 어땠으면, 주인 영감님까지 "네놈 꼴이 꼭 도둑놈 꼴이다."라고 하였을까.
그럼 내가 한 짓은 도둑질이었단 말인가. 그럼 나는 도둑질을 하면서 그렇게 기쁨을 느꼈더란 말인가.
수남이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낮에 자전거를 갖고 달리면서 맛본 공포와 함께 그 까닭 모를 쾌감을 회상한다. 마치 참았던 오춤을 내깔길 때처럼 무거운 억압이 갑자기 풀리면서 전신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는 그 상쾌한 해방감 - 한번 맛보면 도저히 잊혀질 것 같지 안은 그 짙은 쾌감. 아아, 도둑질하면서도 나는 죄책감보다는 쾌감을 더 짙게 느꼈던 것이다. (p.82-83)
아버지는 화병으로 몸져눕고 집안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수남이는 드디어 어느 날 형이 그랬던 것처럼 서울 가서 돈 벌어 오겠다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말리지 않았다. 문지방을 짚고 일어나 앉아서 띄엄띄엄 수남이를 타일렀다.
"무슨 짓을 하든지 그저 도둑질을 하지 마라. 알았쟈?"
그런데 도둑질을 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수남이는 스스로 그것은 결코 도둑질이 아니었다고 변명을 한다.
그런데 왜 그때, 그렇게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짜릿하니 기분이 좋았던 것인가? 문제는 그때의 그 쾌감이었다. 자기 내부에 도사린 부도덕성이었다. 오늘 한 짓이 도둑질이 아닐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도둑질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의 일이 자기와 정녕 무관한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아버지가 그리웠다. 도덕적으로 자기를 견제해 줄 어른이 그리웠다. 주인 영감님은 자기가 한 짓을 나무라기는커녕 손해 안 난 것만 좋아서 "오늘 운 텄다."라고 좋아하지 않았던가.
수남이는 짐을 꾸렸다. 아아, 내일도 바람이 불었으면. 바람이 물쳘치는 보리밭을 보았으면.
마침내 결심을 굳힌 수남이의 얼굴은 누런 똥빛이 말끔히 가시고, 소년다운 청순함으로 빛났다. (p.87-88)
<작품 이해>
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 수남이는 형광등을 배달하러 갔습니다. 그런데 배달하고 나오는 그때, 엄청난 바람이 불어 자전거가 넘어지는 바람에 고급 차에 흠집을 내는 사고가 일어났지요. 그 자동차 주인은 수리비로 오천 원을 내라며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수남이는 겁에 질려 울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하지만 수남이는 자동차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주변 구경꾼들이 자전거를 빨리 들고 도망가라는 말에 힘을 얻어 자전거를 몰래 들고 전기용품 가게로 도망쳐 왔습니다.
구남이에게 이러한 사연을 들은 주인 영감님은 자전거에 채워진 자물쇠를 부수고 나서 수남이를 칭찬하지요. 하지만 수남이는 이러한 주인 영감님의 모습이 싫었습니다. 그의 모습이 꼭 도둑의 두목 같아 보였기 때문이지요. 곧 수남이는 자동차 주인 몰래 자신의 자전거를 들고 온 것이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자신이 자전거를 도둑질했다고 생가했지요. 따라서 이 이야기의 제목인 '자전거 도둑'은 수남이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2. 수남이는 자동차 주인 몰래 자전거를 들고 도망을 와서 마음이 무척 괴롭웠습니다. 얼굴은 '누런 똥빛'이 되었지요. 이 일 때문에 수남이의 형이 도둑질했다가 순경한테 수갑이 채워져 잡혀가던 일ㅇ, 아버지가 서울로 올라가는 수남이에게 도둑질만은 하지 말라고 당부하던 일을 기억하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남이를 정말 '도둑'이라고 할 수 있을가요? 수남이가 자동차에 일부러 흠집을 내려고 한 것도 아니고, 자전거가 바람에 혼자 쓰러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수남이의 자전거 옆에 차를 세워 둔 자동차 주인의 잘못도 크고요. 그런데 자동차 주인은 수남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자동차 수리비를 요구했습니다. 그때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남이에게 자전거를 가지고 빨리 도망가라고 했지요. 이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도 자동차 주인의 요구가 부당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남이의 행동을 두둔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쨌ㄷㄴ 자동차 주인 몰래 자전거를 들고 왔으니까요. 수남이는 어떻게 해서든 자신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자동차 주인에게 이해를 구해 일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설령 수남이에게 큰 잘못이 없다고 해도 자동차 주인 몰래 자전거를 들고 온 것은 비겁하고 양심에서 벗어난 행동이기 때문이지요.
구경꾼들의 말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리고 자전거를 들고 가게로 돌아오는 길에 수남이가 두려움을 느낀 것은, 수남이 자신도 자기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고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p.9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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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朴婉緖, 1931년 10월 20일 ~ 2011년 1월 22일)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박완서(한1931년 10월 20일 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묵송리 박적골에서 태어났다. 193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열 살 위인 오빠만 데리고 서울로 떠나자 조부모 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8년 자식 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가진 어머니 덕에 서울로 이주, 같은 해 매동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1944년 숙명고등여학교에 입학하는데, 여중(숙명고등여학교가 6년제 숙명여자중학교로 개편) 5학년 때 담임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고, 같은 반 친구였던 소설가 한말숙과 친분을 나누게 되었다. 1950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으나, 입학식을 치른 지 닷새 만에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바람에 실제로 학교를 다닌 기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전쟁으로 오빠와 숙부가 죽은 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느라 미8군 PX의 초상화부에 근무하다가 화가 박수근과 알았다. 어린 시절 고향 박적골과 서울살이의 추억은 「엄마의 말뚝」 연작,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 반복적으로 서술되었으며, 한국전쟁 당시 박수근과의 만남은 등단작 『나목』을 쓰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1953년 호영진과 결혼한 뒤, 네 딸과 외아들을 키우면서 전업주부로 지내다가 40세가 되던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늦게 등단하였으나,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1976년 창작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시작으로 하여, 중산층의 소비문화와 허위의식을 비판한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1977), 『목마른 계절』(1978), 『도시의 흉년』(1979)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와 같은 중년 여성의 현실을 다룬 작품을 발표하였다. 1988년 남편과 아들을 잇달아 잃으면서 잠시 미망의 시간을 보내다가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하였고, 장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992),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사회를 서사화하였다. 「저문날의 삽화」 연작, 「너무도 쓸쓸한 당신」 등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노년기 인물이나 주변 인물을 통해 노인문제를 심도있게 서사화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친절한 복희씨』와 『아주 오래된 농담』에서 근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사회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견지하였다.
1993년부터 장편소설을 모은 『박완서 소설 전집』이 순서에 따라서 발행되었으며, 1999년 단편소설을 모은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이 발행되었다. 2011년 1월 22일 노환으로 작고하였다.
「엄마의 말뚝 2」로 이상문학상,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현대문학상,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동인문학상,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대산문학상,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만해문학상, 「그리움을 위하여」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04년 예술원 회원으로 선정되었다.국 한자: 朴婉緖, 1931년 10월 20일 ~ 2011년 1월 22일)는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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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 박완서 (휴이넘)
자전거 도둑 - 박완서 (다림)
박완서 단편 소설 전집 (문학동네 7권)
박완서 소설 전집 (세계사 22권)
나목 - 박완서 (민음사)
대범한 밥상 - 박완서 (문학동네)
그 남자네 집 - 박완서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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