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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II. 고전 문학 (서양)/1. 서양 - 고전 소설

바보 이반 - 톨스토이 (조한중 옮김, 좋은생각)

by handaikhan 2024. 3. 16.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바보 이반
사람에게는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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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바보 이반 (1886년)

 

먼 옛날, 어느 나라에 부유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이 농부에게는 군인인 세몬, 배불뚝이 타라스, 바보 이반, 이렇게 세 아들과 귀가 먹고 벙어리인 딸 말라냐가 있었다.

군인인 세몬은 전쟁터에 나갔고, 배불뚝이 타라스는 성 안의 상인에게 장사하는 법을 배우러 갔다. 바보 이반은 누이와 함께 집에 남아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군인인 세몬은 높은 벼슬과 많은 땅을 얻고 어떤 귀족의 딸과 결혼을 했다. 그런데 세몬은 보수도 많고 땅도 많았으나 언제나 살림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열심히 돈을 벌었지만 사치 심한 아내가 물쓰듯 다 써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세몬은 도지세를 받으러 소작인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소작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도지세가 나올 여지가 있어야 드리죠. 저희들에겐 농기구도 없고 말이나 소도 없으니 말이에요. 먼저 이런 것들을 갖추어야 수익이란 게 생기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세몬은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 아버지는 부자이면서도 제게 아무것도 주시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땅을 삼분의 일만 주십시오. 제 앞으로 이전할 수 있게 말입니다."

"너는 지금까지 집에 보태준 것이 하나라도 있느냐? 무엇 때문에 네게 땅을 삼분의 일이나 준단 말이냐? 그러면 이반과 네 누이동생이 못마땅해할 것야."

"그럼 이반한테 한번 물어보자. 그 애가 뭐라고 하는지."

그런데 이반은 아버지의 생각과 다르게 말했다.

"형에게 땅을 주시지요, 뭐." (p.63-64)

 

"자, 봐라. 저 인간 세상에 세 형제가 살고 있지? 세몬이란 군인과 타라스란 배불뚝이, 그리고 이반이란 바보 녀석 말이야. 저 녀석들에게 싸움을 붙여야겠는데, 녀석들이 너무 사이 좋게 지내고 있어. 서로 도와가며 말이야. 저 바보 이반이란 놈이 내 일을 깡그리 망쳐버린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 너희 셋은 저 녀석들한테 달라붙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로 싸움질을 하게 해 형제간의 의를 끊어버려라. 어때, 그렇게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고말고요."

"어떻게 할 셈인데?"

"이러면 어떨까요? 먼저 저 녀석들을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가난뱅이가 되게 한 후 한 곳에 모으죠. 그러면 저 녀석들은 틀림없이 서로 치고받으며 싸우겠지요." (p.66)

 

"이 나라에는 모든 사람에게 손으로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법률이 있는가봅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어리석기 때문에 나온 생각에 불과하옵니다. 영리한 사람은 무엇으로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바보인 우리가 어찌 알겠소? 우리는 무슨 일이든 손과 몸으로 하고 있다오."

"그건 여러분이 바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머리로 일을 하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드릴까 하옵니다. 그러면 여러분도 알게 될 것입니다. 손보다 머리로 일을 하는 편이 훨씬 이롭다는 것을."

이반은 놀랐다.

"음, 그러고 보니 우리가 바보라고 불리우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

그러자 큰 도깨비는 신이 나서 계속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머리로 일을 하는 것도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옵니다. 제 손에 못이 박히지 않았다고 해서 여러분은 제게 먹을 것을 주지 않는데, 그것은 머리로 일을 하는 것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옵니다. 때로는 머리가 터져버릴 듯할 때도 있을 정도니까요."

이반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말이오, 그대는 어찌해서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는거요? 머리가 터져버릴 정도이니 수월한 일은 아니겠군. 그렇다면 차라리 손과 몸을 사용해 좀더 수월한 일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 (p.119-121)

 

그러나 이 나라에는 한 가지 관습이 있다. 손에 못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 앉을 수 있지만 못이 박히지 않은 사람은 남이 ㅁ먹다 남은 찌꺼기를 먹어야 하는 것이다.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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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백작(Граф 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년 9월 9일 ~ 1910년 11월 20일)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개혁가, 사상가이다. 사실주의 문학의 대가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톨스토이는 1828년 9월 9일에 남러시아 툴라 근처의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 났다. 명문 백작가의 4남으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친척집에서 자랐다. 학력은 카잔대학교 법학과에 다니다가 중퇴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을 억압하는 대학교 교육 방식에 실망을 느껴서라고 한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대문호인 톨스토이의 주요작품으로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등의 장편 소설과 《이반 일리치의 죽음》, 《바보 이반》 등의 중편 소설이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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