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 햄릿 (1602년 첫공연)
<햄릿 작품 내용>
덴마크의 왕이 갑자기 죽은 후 왕의 동생 클로디어스가 왕위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왕의 왕비 거트루드와 재혼하였다. 갑작스런 부왕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에 사로 잡혀 있는 햄릿 왕자는 밤마다 궁 초소에 선왕의 망령이 나타난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한밤중에 이를 확인하고자 초소로 간 햄릿 왕자는 선왕의 망령으로부터 자신이 동생에 의하여 독살되었다는 말을 듣고 복수를 위해 거짓으로 미친 체한다.
햄릿은 망령의 존재를 의심하면서도 왕의 본심을 떠보기 위하여 국왕 살해의 연극을 해 보이도록 극단에게 명한다. 이 연극을 본 왕이 안색이 변하여 자리에서 일어선 것을 확인한 햄릿은 선왕의 죽음에 대한 내막을 확신한다. 햄릿은 어머니와의 대화 도중 재상 폴로니어스를 왕으로 잘못 알고 죽이고, 그가 사랑했던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아는 미쳐서 물에 빠져 죽는다. 왕은 이 사건을 빌미로 햄릿을 잉글랜드로 보내지만 왕자는 해적의 도움으로 되돌아온다.
폴로니어스의 아들 레어티스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햄릿을 죽이려는 왕과 짜고 왕과 왕비 앞에서 햄릿과 시합을 하게 된다. 햄릿을 죽이기 위해 독을 바른 칼로 시합을 한 레어티스는 햄릿에게 상처를 입혔으나 시합 도중 떨어뜨린 칼이 바뀜으로써 자신도 칼에 찔리게 되고 죽기 직전 자신과 왕의 계략을 햄릿에게 알린다. 이미 독이 묻은 칼에 찔린 햄릿은 최후의 순간에 그 칼로 왕을 죽인 후 숨을 거두고, 그 와중에 왕비는 왕이 햄릿을 독살하려고 준비한 독주를 마시고 죽음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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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 셰익스피어 (김종환 역주, 태일사)
햄릿:
아, 너무나도 더럽고 질긴 육신이여!
녹고 또 녹아 차라리 이슬이 되어 버려라.
자살을 금하는 하느님의 법이 없었다면 차라리 좋을 것을.
오! 하느님, 하느님!
세상만사가 나에겐 왜 이다지 지겹고
맥빠지고, 밋밋하고, 부질없어 보이는가!
아, 역겹구나 역겨워! 이 세상은 잡초만 무성한 정원.
거기에는 무엇이든 마구 자라 열매 맺고,
더럽고 막 자란 잡초만이 가득하구나. 어찌 이 지경이 되었는가?
아버님 돌아가신지 이제 겨우 두 달! 아니,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아버님은 참으로 훌륭하신 왕이셨지. 아버님과 숙부의 차이는
태양신과 야수의 차이만큼이나 크다고 할 수 있어.
아버님은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어머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 한 점도 행여나 거칠세라 염려하시던 분. 천지신명이시여!
제가 이런 것까지 기억해야 하나요? 사랑을 받아먹으면 먹을수록
갈증이 더 커지듯, 어머니는 아버님께 찰싹 매달리곤 했지.
그런데 한 달도 채 못 되어....생각하지 말아야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니라! (Frailty, thy name is Woman!)
이제 겨우 한 달, 니오베처럼 온통 눈물에 젖어
가엾은 아버님의 시신을 따라갈 때 신었던 그 신발이 닳기도 전에,
나의 어머니가, 내 어머니가, 내 아버지의 동생과 결혼을 하다니...
아, 하느님! 분별력 없는 짐승일지라도
이보다는 더 오래 슬퍼했을 것을...내 숙부와 결혼을?
아버님의 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자와 내 아버지의 차이는
나와 허큘리스의 차이보다 더 크지. 채 한 달도 못 돼 결혼을?
거짓 눈물의 소금기로 인해
충혈 된 눈의 핏발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결혼을?
아! 추악하기 이를 데 없는 민첩성이여!
그리도 빨리 근친상간의 추악한 잠자리로 뛰어들다니!
이럴 수는 없어, 아니 절대로 잘 될 리가 없지.
하지만, 입을 다물어야 하니 내 가슴은 터질 수 밖에. (p123-125 : 1막 2장)
(주석) 더럽고 마구 자란 잡풀들만 무성하구나. 잡초로 가득 찬 정원은 거트루드와 클로디어스의 욕정으로 더럽혀진 부패한 덴마크 왕궁을 비유한다. 햄릿의 첫 번째 독백에는 숙부인 클로디어스에 대한 반감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다. 어머니의 결혼은 너무나 속된 일이라고 말하면서 여성혐오를 드러낸다. 잡초로 가득 찬 정원인 이 세상에 대한 역겨움의 근원은 더러운 욕망으로 가득 찬 어머니의 타락한 육신이다. 햄릿이 이 세상만사가 부질없다고 느끼는 원인은 어머니의 타락이며,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 달도 채 못 되어 야수와 같은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는 혐오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잡초로 뒤덮인 정원에는 상스럽고 천박한 욕정으로 가득 차 잇다. 이 정원으로부터 햄릿의 아버지는 추방되었으며 잡초로 가득 찬 이 정원에 짐승 같은 클로디어스가 뛰어 놀게 된다.
햄릿:
온 대지가 덮어 감춘다고 해도, 악행은 사람 눈에 드러나는 법. (p135 : 1막 2장)
폴로니어스:
자, 나의 축복을 받아라!
몇 마디 충고를 할 터이니 꼭 기억해라.
생각한 바를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말고,
엉뚱한 생각일랑 섣불리 행동으로 옮기지 마라.
누구하고나 사귀되, 함부로 접근하도록 하지 말고,
일단 사귀어서 진정한 친구가 되면,
쇠사슬로 너의 영혼에 꽁꽁 묶어 두어라.
하지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햇병아리들과 노느라
손바닥이 무뎌져서는 안 될 것이니라.
싸움판에 말려드는 것을 조심하되, 일단 말려들면,
상대가 다시는 너를 얕보지 못하도록 혼을 내줘라.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가능하면 말을 적게 해라.
다른 이의 의견을 경청하되, 함부로 판단하지 마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비싼 옷을 사서 입되
요란을 떨진 마라. 부티나게 입되 사치스레 보이진 마라.
옷이란 흔히, 입는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불란서의 지체 높은 상류계급 사람들은 모두
패션에 뛰어난 감각과 고상한 취향을 갖고 있다던데.
그리고 빚을 지지도 빚을 주지도 마라. (Neither a borrower nor a lender be;)
돈을 빌려주면 흔히 돈과 친구 모두를 잃어버리게 되고, (for loan oft loses both itself and freind,)
돈을 빌리면 절약하는 습성이 무뎌지기 마련이지. (and borrowing dulls the edge of husbandry.)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도록 해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반드시 네 자신도
남에게 거짓으로 대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잘 가거라. 내 충고를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해라. (p143-145 : 1막 3장)
햄릿:
티끌만한 결점 때문에
자신이 가진 고귀한 품성은 모두 빛이 바래 버리고
마침내 악평만이 남게 되는 것이지. (p153 : 1막 4장)
햄릿:
운명이 날 부르는구나.
네메아 산골짜기를 공포로 떨게 했던 사자의 힘줄처럼
내 전신의 힘줄에 힘이 치솟는구나.
아직도 날 부르고 있다. 손을 치우고 물러서라!
나를 막는 자. 단칼에 목을 칠 것이다.
비켜라, 비켜! 자 그대를 따라 가겠다. (p159 : 1막 4장)
(주석) 저 네미아 산에 사는 사자의 힘줄처럼 강한 : 그리스 신화에서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데, 첫 번째 과제는 네미아의 골짜기를 공포에 떨게 했던 거대한 사자의 가죽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헤라클레스는 그 사자에게 자신의 곤봉과 화살이 무용지물임을 알고 목을 졸라 사자를 죽인다.
유령:
정숙한 여자는 음욕이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유혹한다 해도
눈도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음탕한 계집은, 찬란한 천사와 짝지어져도,
천상의 잠자리에 이내 권태를 느끼고,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다니면서 썩은 고기를 탐하는 법. (p165 : 1막 5장)
.
아! 두렵고 원통하다. 원통해! 참으로 몸서리가 치는구나.
네가 천륜의 정이 있거든 참지 마라.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복수해라.
덴마크 왕실의 침대가 음란하고 저주받은
근친상간의 놀이터가 되지 못하도록 해라.
하지만, 너의 마음을 더럽히지 말 것이며,
네 어미에 대해 어떤 악한 마음도 품지 않도록 해라.
네 어미는 하늘에 맡겨둬라. 가슴 속에 있는 양심의 가시가
그녀를 찌르고 쏘도록 내버려둬라. 자, 이제 작별이다.
반딧불의 희미한 불빛조차 가물가물하는 걸 보니
날이 새는 모양이다.
잘 있어라, 잘 있어! 제발 이 애비를 잊지 마라! (p167-169 : 제1막 5장)
(주석) 양심은 더럽히지 말며, 어머니에 대해 그 어떤 악한 마음도 품지마라는 유령의 명령은 복수하라는 명령과 양립할 수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햄릿의 내적 갈등의 커다란 축을 형성한다.
유령은 자신의 명령을 기억하라고 하면서 사라지는데, 역사비평에 따르면 이율배반적인 유령의 명령은 햄릿의 복수지연의 1차적 원인이다. 햄릿의 복수지연은 바로 복수에 관련된 그 시대의 종교적 도덕적 가르침과 일반 대중의 견해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법과 종교와 도덕은 사적인 복수를 죄로 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대중들은 특정한 상황 가운데 행해진 복수에 대해서는 동정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사적인 복수를 거부했지만, 심정적으로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자식의 복수는 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자면 유령의 명령은 친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명예로 간주하는 앵글로색슨족의 전통과 인간 생명과 이성을 중시하는 르네상스 휴머니즘의 대립을 내포한다. 햄릿 내부에 이 대립된 가치관이 커다란 갈등의 축을 형성하며, 이에 덧붙여 회의주의와 비관주의라는 당대의 사고가 또 다른 축을 형성한다. 복수를 둘러싼 햄릿의 딜레마는 곧 그 시대 관중들이 처한 도덕적 딜레마를 함축하고 있으며, 이 대립되는 힘 사이에서 햄릿의 행동은 지연된다.
햄릿:
일월성신이시여! 오, 대지여! 그 밖에 또 무엇이 있지?
지옥의 악마라도 불러낼까? 아! 진정해라, 진정해, 심장이여!
내 육신의 근육이여! 제발 좀 시들지 말고
나를 단단히 지탱해 다오. 그대를 잊지 말아 달라고?
그대 가련한 혼령이여, 내 이 어지러운 머리 속에
기억력이 남아 있는 한, 그대를 잊지 않으리라.
자, 이제 내 기억의 수첩으로부터
온갖 보잘것없는 기억들은 지워버리자.
책에 나오는 온갖 격언, 젊어서부터 관찰하여 얻은
온갖 사물의 형상과 과거의 인상들을 모두 지워버리자.
머리라는 내 수첩 속에 당신의 명령만을 깊이 새겨두고,
이를 온갖 잡동사니들과 결코 혼돈하지 말도록 하자.
그래, 하늘에 두고 맹세하지!
아, 참으로 고약한 여자!
아! 악당, 악당 놈! 미소까지 짖고 있는 저주받을 악당!
그래 내 수첩에 적어두자.
아무리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어도 악당은 악당이지.
적어도 이 덴마크에서는 분명히 그래.
자, 숙부, 여기 이렇게 적어두지. 지금부터 나의 좌우명은
잘 있어라! 잘 있어! 날 잊지 마라!라는 말이다.
자, 이제 맹세했다. (p169-171 : 1막 5장)
햄릿:
이 시대는 관절이 어긋나 있구나! 아! 이 얼마나 저주받은 운명인가?
어긋난 관절을 제자리에 맞춰 넣어야 하는 운명으로 태어나다니! (p179 : 1막 5장)
(주석) 현재의 상황은 햄릿 자신이 빚어낸 상황은 아니다. 햄릿은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고 있는데, 자신에게 부과된 유령의 명령을 따르기를 힘들어하고 있다. 괴테는 이를 두고 햄릿을 아름다운 꽃만을 담고 있어야 할 값비싼 항아리에 비유하며, 햄릿이 복수를 실천에 옮기기에는 행동력이 결여된 도덕적 감수성을 지닌 왕자라는 감상설을 전개한다.
1막 5장 : 유령은 자신이 동생인 클로디어스에게 독살 당해 죽었던 비밀스런 상황을 햄릿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자신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복수해 줄 것을 명령하고 근친상간의 이부자리로 들어간 거트루드의 썩어빠진 정절을 회복시키라고 햄릿에게 당부한다. 복수하라는 유령의 명령은 이 작품에서 갈등이 고조되도록 하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복수하되 너의 마음을 더럽히지 말라는 유령의 이율배반적인 명령은 이 작품에 드러나는 두 가지 커다란 갈등의 축을 형성한다. 사적인 복수 행위는 필연적으로 악과 연결되고 있어 마음을 더럽히지 않고 복수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햄릿은 복수를 맹세하지만, 유령이 사라진 뒤 곧이어 시대가 뒤틀려 버렸구나. 아, 저주스런 운명이여. 내가 그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운명으로 태어나다니 라고 말하면서 부패한 왕국의 어지럽혀진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클로디어스의 가증스런 행위에 대한 증거를 잡기 위해 햄릿은 거짓으로 미친 척하게 된다.
폴로니어스:
젊은이들은 모두 분별심이 없어 탈이지만,
늙은이들은 만사를 너무 지나치게 생각해서 탈이지. (p191 : 2막 1장)
햄릿:
덴마크는 바로 감옥일세.
로전크랜츠:
그렇다면 이 세상도 감옥이게요.
햄릿:
그렇지. 대단히 훌륭한 감옥이지.
거기엔 수많은 구치소와 감방과 토굴이 있는데,
그 가운데 덴마크는 최악의 지독한 감방이지.
로전크랜츠:
저희들 생각엔 그렇지 않습니다, 왕자님
햄릿:
그런가? 자네들에겐 그렇지 않다는 말이구먼.
하긴 처음부터 좋고 나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달려 있지. 하지만 내겐 감옥일세. (p213-215 : 2막 2장)
(주석) 처음부터 좋고 나쁜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달려있다는 햄릿의 이 말은 왕의 스파이들의 순진함을 조소하는 말이다. 클로디어스는 햄릿이 국가와 자신의 안위에 위협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여 로전크랜츠와 길든스턴에게 햄릿의 동정을 살펴 보고하도록 한다. 그러므로 이를 알고 있는 햄릿이 덴마크를 감옥이라고 부를 때 그 은유는 적절하다. 그는 마셀러스가 덴마크에는 뭔가 썩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햄릿은 자신이 왕실의 타락 상태에 감금 되어 있다고 느낀다. 또한 햄릿은 자신의 사고 속에 갇힌 죄수이고, 삼촌이 살해범이고 어머니가 근친상간을 범한 인물이라는 인식 속에 갇힌 죄수이다.
햄릿:
최근에, 어찌된 여운인지, 난 모든 기쁨을 다 잃어버리고,
평소에 늘 하던 무술 훈련도 다 포기해 버렸다네.
그리고 난 정말 깊은 우울증에 빠져,
이토록 아름답고 훌륭한 대지도 바다로 튀어나온
황량한 바위덩어리로 보여. 이 너무나도 멋들어진 차양, 하늘.
자, 보게. 머리 위에 펼쳐진 이 멋들어진 창공,
태양의 황금 불꽃으로 수놓인 이 장엄하고 웅장한 천장.
그런데 왜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겐
단지 추하고, 독기 서린 증기덩어리로 보인단 말인가?
인간이란 그 얼마나 멋들어진 걸작품인가! (What a piece of work is a man !)
그 이성은 얼마나 고매하고, 그 능력은 얼마나 무한한가?
그 행동은 천사와 같고, 이해력은 얼마나 신에 필적할만한가?
이 세상의 꽃이요, 만물의 영장이 아니던가?
그런데 나에게는 인간이 한낱 진토로 밖에 보이질 않다니!
어떤 인간도 어떤 여자도 날 즐겁게 할 수 없어.
웃는 걸 보니, 자네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군. (p219 : 2막 2장)
햄릿:
북북서풍이 불 때만 난 미치광이 짓을 하지. 남풍이 불면
매와 왜가리 쯤은 충분히 구별할 수 있지. (p227 : 2막 2장)
(주석) 매와 백로 쯤은 구별할 수 있다. 햄릿은 경우에 따라 다시 자신이 분별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북서풍이 불 때는 태양빛에 눈이 부셔 매인지 백로인지를 구별할 수 없지만, 남풍이 불어 백로가 태양의 반대편으로 날아 갈 때, 해를 등지고 있는 사냥꾼은 그것이 매인지 백로인지를 쉽게 알아 볼 수 있다는 이 말은 햄릿이 어느 순간에는 자신도 정상으로 돌아와 판단력을 회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햄릿:
이제 나 혼자 남앗구나.
나란 인간은 얼마나 지지리도 못난 비열한 인간인가!
이 배우들은 상상 속의 감정만을 가지고도
허구적 이야기를 실제인 것처럼 공감하여
혼을 불어 넣는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안색은 온통 창백해지고,
눈에는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겉으로 보기엔 실성한 것 같이,
목이 잠겨 말을 잇지 못하고, 연기 하나 하나를
그가 상상한 것과 들어맞게 하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그것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헤큐버 때문에!
헤큐버는 그들에게 무엇이고, 그들은 헤큐버에게 무엇이기에,
그녀를 생각하며 저토록 울어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그 배우들이 내가 가진 것과 같은 동기와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아마, 무대를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고,
무서운 대사로 관객들의 귀를 갈라놓고, 죄를 지은 자는
양심의 가책으로 미치게 하고, 죄 없는 자는 공포에 떨게 하며,
아무 것도 모르는 자도 당혹스러워 넋이 빠지게 하고,
보고 듣는 모든 이의 눈과 귀를 마비시켜 놓았을 터.
그런데, 나는 둔하고 미련스런 인간,
몽상가처럼 백일몽에 사로잡혀 서성대며,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가진 모든 것과 소중한 생명 마저도 빼앗겨버린
선왕을 위해 나는 대체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난 비열하기 짝이 없는 인간일까?
하지만 나를 악당이라고 부르고, 내 대갈통을 부술 자 그 누구냐?
나의 수염을 뽑아, 나의 얼굴에 훅 불어댈 자 누구냐?
내 코를 비틀고, 나를 배속까지 시커먼
거짓말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자, 누구냐?
나에게 감히 이렇게 할 수 있는 자 그 누구더냐?
하지만, 제기랄, 이런 모욕들을 달게 받아들일 수밖에...
난 비둘기 간에 쓸개마저 없어서,
이러한 굴욕에 항거할 배알마저 없는 너무나 못난 인간이니까.
내가 그런 인간이 아니라면, 진작 그 비열한 악당 놈의
썩어빠진 오장육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솔개들을 살찌웠겠지.
잔인하고 음탕한 악당! 잔혹하고, 음흉하고, 음탕하고, 해괴한 악당!
아, 복수다!
나란 인간은 얼마나 멍청하고 얼빠진 놈이냐!
사랑하는 아버님이 살해당했고,
천국과 지옥이 함께 나서 복수하라고 다그치는데도,
아들인 나는, 창녀처럼 가슴 속 한을 혀끝으로만 나불대고,
매춘부처럼 저주의 말만 뇌까리고 있으니, 장하기도 하구나.
창녀 같은 잡놈!
빌어먹을! 햄릿, 제발 정신 좀 차려라.
그래, 들어본 적이 있어.
죄를 지은 놈들이 연극을 보다가
너무나 훌륭한 연기에 가슴 깊이 감동한 나머지,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들의 죄를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살인죄는 제 아무리 숨기려 해도 스스로 그 죄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법. 이 배우들이 숙부 앞에서
아버지의 살해 장면과 흡사한 장면을 상연토록 하겠다.
극 상연 중에 숙부의 안색을 살피다가
급소를 한 번 쿡 찔러봐야겠다. 그 작자가 움찔하기만 해도,
앞으로 내 행동은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본 유령은
악마일지도 몰라, 악마는 그럴싸한 모습으로 둔갑하여
인간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능력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허약하고 우울한 틈을 타서,
악마가 특히 그런 사람에게 잘 통한다고 하던데,
악마가 마수를 뻗쳐 날 속이고 파멸시키려는 게 아닌지 몰라.
유령의 말보다는 더 확실한 증거를 잡아야겠다.
그래, 왕의 양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연극이지. (p243-247 : 2막 2장)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여기서 서성대고 있어라. 폐하, 황공하오나
저와 함께 숨으시지요. 이 책을 읽고 있어라.
그래야 혼자 있어도 그리 이상하게 보이진 않을 게다.
이런 일로 비난 받긴 하지만,
이 세상에서 너무나 흔해빠진 일이지.
우린 흔히 경건한 체하는 외모와 신성한 체하는 행동으로
악마조차 설탕을 발라 달콤하게 만들곤 하지.
국왕:
아, 너무나 뼈아픈 말이구나.
이 한 마디야말로 나의 양심을 찌르는 채찍이로구나!
분을 처발라 단장한 창녀의 볼이 추하다 한들,
거짓된 말로 그럴싸하게 치장한
내 행동보다야 더 추할까?
아, 무겁구나. 나의 엄청난 업보여! (p255 : 3막 1장0
(주석) 신앙심이 독실한 척하거나 경건한 듯한 행동을 함으로써 악마 자신에게 사탕발림을 한다. 폴로니어스는 종종 사람들이 그럴싸한 외양으로 속에 품은 악을 은폐하려고 한다고 말하면서도, 그 스스로는 자신의 딸 오필리어에게 그러한 행동을 하도록 지시한다.
분칠한 창녀의 얼굴이 그녀의 호장보다 추악하다 한들, 내 추악한 행위를 감추기 위해 사용한 말보다 더 할까. 작품 전편에 작용하고 있는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외양과 실재의 대립 또는 seeming과 being의 대립을 볼 수 있는 구절이다.
햄릿: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구나.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이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견디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무기를 들어 노도같이 밀려드는 재앙에 대항해
이를 근절시키는 것이 더 장한 일인가?
죽는다, 잠든다, 그뿐이다. 잠듦으로써
육신이 받는 온갖 고통과 번뇌를 끝장낼 수 있다면,
이는 우리가 바라는 삶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죽는다, 잠든다. 잠들 뿐이다.
그러면 꿈을 꾸겠지. 아, 그게 문제로구나.
우리가 이 삶의 굴레를 벗어났을 때,
죽음과도 같은 잠 속에서 어떤 꿈을 꾸게 될 것인지가,
우리를 망설이게 하는구나. 그것이 바로
이 기나긴 인생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어느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모욕을
참고 견딜 것이며, 압제자의 횡포와 권력자의 무례함과,
버림받은 사랑의 고통과, 질질 끄는 지루한 재판과,
관리들의 오만불손과, 덕있는 사람들이 소인배들로부터 받는
모욕과 수모를 참을 수 있겠는가?
단 한 자루의 단도로 모든 것을 끝장낼 수 있는데...
그 어느 누가 이 지루한 인생의 무거운 짐을 지고
땀을 뻘뻘 흘리고 신음하면서 살아가겠는가?
하지만 죽음 뒤에 닥쳐 올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과
나그네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 올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우리의 결심을 망설이게 하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느니
차라리 현세에서 당하는 번뇌를 참고 견디도록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분별심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어버리고,
결심의 자연스런 색조도 사념의 창백한 색조로 그늘져,
충천하던 의기와 기상도 이러한 이유로
길을 잃어버리고, 마침내 행동력을 상실해버리고 만다.
가만 있자. 아름다운 오필리어가 아닌가!
숲의 요정이여, 그대의 기도 속에
나의 모든 죄도 잊지 말고 빌어주시오. (p257-259 : 3막 1장)
(주석)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세계문학작품중 가장 유명한 독백인데, 인생의 복잡한 문제와 삶과 죽음, 진실과 허위, 존재와 무 등의 대립 개념에 대한 깊은 명상을 드러낸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말것인가? 이것은 사느냐 죽느냐?라고 해석될 수 있고 참을 것인가? 아니면 대항하여 행동할 것인가?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몰려드는 환난에 대항하여 그것을 종식시키는 것, 햄릿은 왕을 죽이거나 자신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환난을 종식시킬 수 있다. 계속 이어지는 독백의 내용을 보면 햄릿의 생각은 자살 쪽으로 기우는 것같다. 그러나 죽음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며, 죽음으로써 인간의 고통이 끝난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망설인다. 죽음으로써 모든 고통을 끝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잠을 자면 꿈을 꾸는 것처럼 죽은 후에도 꿈을 꾸게 될 것이라고 햄릿은 추론한다. 그리하여 햄릿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기를 주저하고 오히려 지상의 고통과 슬픔을 참아 견디고 있다고 생각한다.
햄릿
난, 그대에게 준 것이 아무 것도 없소.
오필리어
왕자님, 어찌 그런 말씀을…왕자님께서는
그 선물들을 값지게 만든 달콤한 말씀까지
덧붙여 주시질 않습니까? 이젠 그 향기 모두 사라졌으니
이것들을 가져가시죠. 고상한 사람들 사이에선,
선물에 담긴 정성이 사라지면, 아무리 값비싼 선물이라도
초라해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요? 여기 있습니다, 왕자님.
햄릿
아, 하! 그대는 정숙한 여잔가?
오필리어
왕자님, 무슨 말씀이신지요?
햄릿
그대가 정조가 굳고 아름다운 여자라면, 그대의 정조가
아름다움과 친하게 지내도록 하지 마시오.
오필리어
여인에게 아름다움과 정절처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요, 왕자님?
햄릿
천만에 말씀. 정절이 미모를 자신처럼 만들기보다는
아름다움의 힘이 정절로 하여금 그 본성을 버리게 하고,
음란한 여자로 타락시키기가 훨씬 더 쉬운 법이오.
전에는 이 말이 역설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그 말이 사실로 되었소.
난 한 때 그대를 사랑했었소.
오필리어
정말 그러셨지요. 왕자님께서 그렇게 믿도록 하셨지요.
햄릿
그대는 날 믿지 말았어야 했소. 낡은 나무둥치에다 아무리 미덕이란
새 가지를 접붙인다 한들, 그 본바탕은 남아 있기 마련 아니겠소?
난 그대를 사랑하지 않았소.
오필리어
그렇다면, 전 그만큼 더 속은 것이지요.
햄릿
수녀원으로 가시오. 뭐 때문에 그대는
죄 많은 인간을 낳으려고 하시오
난 자신을 꽤나 덕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하지만 나는 어머니께서 왜 날 낳았는지를 원망할 만큼
스스로 많은 죄를 범하고 있소. 나란 놈은 몹시 오만하고,
복수심에 차 있으며, 야심만만한 사람이오. 때문에, 나는
자신도 명확히 생각해보지 못한 죄, 상상만으로 그 형체를
갖추지 못한 죄, 실행에 옮기려고 마음먹고 있던 죄 등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죄를 짊어지고 다니는 그런 인간이오.
왜 나 같은 인간이 하늘과 땅 사이를 기어 다녀야 한단 말이오?
우린 모두 악명 높은 악당이오. 아무도 믿지 마시오.
수녀원에나 가시오. 당신 아버진 어디 있소?
햄릿
그대가 꼭 결혼을 하겠다면,
나 그대에게 혼숫감으로 이런 악담을 주리다.
그대가 얼음처럼 정숙하고, 눈처럼 순결하다 해도
세상의 구설수를 면치 못할 것. 그러니 당장 수녀원으로 가시오.
잘 있으시오. 그대가 굳이 결혼해야겠다면 바보 멍청이와 하시오.
영리한 사람들은 자신이 곧 머리에 뿔난 괴물이 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테니. 당장 수녀원으로 가시오!
어서 서두르시오. 잘 가시오.
햄릿
난 여자들의 분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당신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얼굴에 분칠을 하여 아주 딴 얼굴로
만들어버리곤 하지. 춤추듯 엉덩일 흔들어대며 느적느적 걷고,
혀짤배기소리나 내고, 하느님의 창조물에 별명이나 붙이고,
당신들의 음탕한 짓을 순진해서 그리 되었다고 변명을 하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돼.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그런 짓들이
날 미치게 했지. 내 말하는데, 더 이상 결혼해서는 안 돼.
이미 결혼한 사람들은 딱 한 놈만 빼고 살려둘 수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은 모두 독신으로 사는 게 좋을 거야.
어서 수녀원으로 가시오! (P261-267 : 3막 1장)
(주석)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죄를 짊어지고 다니는. 햄릿의 대사는 표면적으로는 여성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보다 더 근원적으로는 본능적 충동으로 인해 심리적 죄를 범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햄릿은 죄 많은 인간을 낳지 말고 수녀원으로 가라고 오필리어를 탄핵하지만, 사실 햄릿의 대사는 상상만으로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죄, 실행에 옮기려고 마음먹고 있는 죄를 범하고 있는 햄릿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정신분석적인 관점에서 말하자면 햄릿의 여성 혐오의 원인은 바로 그의 억압된 근친상간적 충동과 욕망이다. 존스에 따르면 햄릿의 무의식에는 동정녀 마리아의 상과 관능적 피조물의 상이라는 두 가지의 어머니의 상이 존재한다. 전자는 관능적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는 성녀의 상이고, 후자는 접근하도록 유혹하는 창녀의 상이다. 억압된 성적인 본능에 시달리는 햄릿과 같은 인물은 두 유형의 여성 모두에게 적대감을 느끼게 된다. 성녀 상의 여성은 햄릿을 거절하고, 관능적인 창녀 상의 여성은 햄릿이 죄를 범하도록 유혹하기 때문이다. 거트루드에게는 이드의 관능적 힘이 보다 강하게 드러나 있고, 오필리어에게는 성녀의 이미지가 보다 강하게 드러나 있다.
국왕
내 말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생각은 땅 아래 남는구나!
생각이 담기지 않은 빈 말이 하늘에 닿을 리 없지. (P321 : 3막 3장)
햄릿
자, 여기 이 그림과 저 그림을 보십시오.
두 형제를 그대로 그린 초상화죠.
하이피리언처럼 물결치는 머리카락, 주피터신처럼 멋진 이마,
군신처럼 주위를 압도하는 눈빛,
하늘에 닿을 듯한 산정에 이제 막 내려온 신들의 사자
머큐리와 같은 자세,
모든 신들이 제각기 도장을 찍어,
인간의 귀감임을 만천하에 보증하였고,
온 미덕을 한 몸에 지닌 조화의 화신과도 같았던 분.
이 분이 어머니의 전 남편이었습니다. 자, 이제 이걸 보시죠.
이 자가 어머니의 현재 남편이죠. 건장하던 자신의 형님을 말려 죽인
썩어 병든 이삭과 같은 사람이죠. 눈이 있으면 한 번 보시죠?
어찌하여 이 아름다운 산기슭에서 풀을 뜯어먹는 것을 마다하고,
이 황무지에서 더러운 욕정을 탐하십니까? 눈이 있으면 보시죠?
그걸 사랑이라 부르진 마십시오. 어머니의 연세가 되면
한창 시절의 불길 같던 욕정도 순해져, 이성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닌가요? 도대체 어떤 판단력을 가지고 있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여기에서 이리로 옮기시는지요?
아직도 욕정이 불타오르는 걸 보니 감각은 있으신 모양이죠?
하지만 그 감각도 마비된 것이 분명해. 미친 사람도 그런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고, 감각이 환각 상태에 있다 해도 약간의 판단력은
남아 있어. 이런 큰 차이 정도는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도대체 어떤 악마에게 홀렸기에 눈을 가린 봉사가 되셨단 말입니까?
촉각이 없으면 눈이라도, 눈이 없으면 촉각이라도 있을 것 아닙니까?
손과 눈이 없다면 귀라도 있을 것이고, 다른 감각이 없다면
후각이라도 있을 것이 아닙니까?
아니, 온전한 감각 가운데 한 조각 병든 감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으실 겁니다.
오, 수치심이여! 그대의 부끄러움은 어딜 갔는가? 반역스런 욕정이여!
그대는 중년 여인의 몸속에서조차 욕정의 불꽃을 당기고 있으니,
이글거리는 청춘의 불꽃 앞에 정조가 초처럼 녹아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
찬 서리에 정욕을 식힐 나이가 되었어도,
이성이 정욕을 억누르지 못해 욕정의 불꽃을 태우고 있는 판이니,
열정으로 불타는 젊은이가 끓어오르는 자신의 욕정에 못 이겨,
그 불길 속에 몸을 던진다 해도 부끄러울 게 없지. (p329-333 : 3막 4장)
(주석) 어머니의 반역스런 욕정을 탄핵할 때 햄릿의 여성 혐오는 절정에 달하는ㄷ, 정신분석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가질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갈망이 극단적인 혐오로 나타나는 예가 된다. 증오와 갈망은 멀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를 소유하려는 유아적 욕망과 갈망은 천박하고도 음탕한 욕정을 분출하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년에 이른 어머니의 욕정에 대한 햄릿의 혐오감은 햄릿 자신의 억압된 성적 감정의 강력한 표현이다. 어머니의 행위에 대한 햄릿의 극단적인 반응은 성인이 된 그에게 억압된 채 남아있는 유년기의 욕망이 다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근친살해와 근친상간은 의식적 차원에서는 햄릿 자신이 이해할 수도 표한할 수도 없는 감정이다. 이는 단지 무의식적 욕망이 투사일 뿐이기 때문이다.
햄릿
광증이라니요?
저의 맥박은 어머니의 맥박처럼 정상적으로 힘 있게 뛰면서
건강한 음악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제가 한 말은
미쳐서 한 말이 아닙니다. 절 한 번 시험해보십시오.
지금 한 말을 다시 한 번 해보죠.
미쳤다고 헷갈리는 소리를 지껄여대겠죠. 어머니 제발 부탁이니,
당신 영혼에다 고약을 발라 자신은 죄가 없는데
제가 미쳐서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진 마십시오.
고약은 종기를 엷게 덮어 놓을 뿐,
썩은 고름의 독기는 점점 안으로 파고들어 전신을 썩게 하지요.
하느님 앞에 죄를 고백하고, 과거의 죄는 회개하며,
앞으로 다가올 죄의 유혹은 뿌리치도록 하세요.
더 이상 죄악의 잡초 위에 새로운 죄악의 거름을 주어
더 무성하게 자라도록 하지 마십시오. 이렇게 어머님을 꾸짖는 걸
용서하십시오. 요즘처럼 타락이 판을 치는 세상에선
미덕이 악덕에게 용서를 빌어야하고,
악덕에게 득이 되는 말을 할 때도 머리를 숙여야 하죠. (p339 : 3막 4장)
햄릿
먹고 있는 것이 아니라 먹히고 있습니다. 구더기 같은 한 무리의
정치꾼들이 그를 먹어대고 있죠.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일에 있어
구더기야말로 제왕이라고 할 수 있죠. 인간들은 자신들을 살찌우려고
다른 짐승들을 살찌우지만, 살찐 우리 인간들을 먹어 치우는 건
바로 구더기죠. 살찐 왕과 마른 거지는 두 가지 다른 요리 같지만,
결국은 구더기 식탁에 차려진 비슷한 요리일 뿐이죠.
그렇게 끝날 도리밖에 별 수 없죠. (p359 : 제 4막 3장)
햄릿
사사건건 나를 질책하고
무뎌진 나의 복수심에 박차를 가하는구나!
시간을 써서 하는 일이 고작 먹고 자는 일뿐이라면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짐승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앞뒤를 재어볼 수 있는 큰 이성의 힘을 주셨지.
하지만 인간이 그 능력과 이성을 쓰지 않아
곰팡이가 피도록 하려고 그것들을 주신 것은 분명 아니야.
그런데 난 어떤가? 난 지금 짐승처럼 망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건의 결과를 너무 세심하게 생각하기만 하는
비겁한 망설임 때문일까? 생각이란 놈을 사등분하면
반에 반만 지혜이고, 나머진 비겁함이지.
복수할 명분과 의지와 힘과 수단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일을 반드시 하겠다고 말만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내가 왜 이런지 도대체 알 수 없어. 복수를 위해 출정하고 있는
포틴브라스가 아버지 잃은 아들의 실례가 되어
날 이렇게 채찍질하고 있지 않은가?
연약하고 젊은 귀공자가 이끄는 저 수많은 병력과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여 동원된 군대를 보라. 그의 정신은 원대한 야망에 부풀어,
알 수 없는 미래 따윈 코웃음 치면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유한한 생명을 운명과 죽음과 위험 앞에 내던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달걀껍질만한 땅덩어리를 얻기 위해.
진정으로 위대한 행위란 큰 명분 없이는 쉽사리 동하지 않지만,
명예라는 것이 걸려 있을 땐 지푸라기 하나를 두고서라도
죽음을 건 싸움을 벌이는 법. 그런데 난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그 놈은 내 아버님을 살해하고, 내 어머님을 더럽히고,
그리하여 난, 이성과 격정을 폭발시킬만한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서도
이 모든 것들을 잠재우고 있으니…..창피하다, 창피해.
난 지금, 명예라는 보잘것없는 환상에 끌려 잠자리를 찾아가듯
무덤을 찾아가고 있어. 이만 병사들이 한꺼번에 창과 칼을 휘두르기도
힘들만큼 조그만 땅덩어리를 위해, 전사자들을 다 묻기에도
부족한 그 조그만 땅덩어리를 탈환하기 위해
싸우러 가고 있지 않은가? 아, 지금부턴 마음을 독하게 먹자.
그렇지 않으면 난 바보 등신이지! (p367-369 : 4막 4장)
(주석) 사색으로 인한 겁쟁이의 주저. 햄릿은 이 독백에서 스스로 복수지연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즉 사건을 너무 세심하게 따지는 겁쟁이와 같은 주저가 복수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왕비
불행이 너무나도 빨리 자꾸만 꼬리를 물고 오는구나.
네 누이동생이 익사했다, 레어티즈.
레어티즈
익사라고요? 어디서 말입니까?
왕비
거울 같은 물 위에 하얀 잎사귀를 비추며
시냇가에 비스듬히 서 있는 수양버들 한 그루가 있었는데,
자네 누이동생은 그 가지와 함께,
미나리아재비, 쐐기풀, 들국화, 그리고….
상스런 목동들은 더욱 상스런 이름으로 부르지만,
정숙한 처녀들은 죽은 사람의 손이라고 부르는,
자주색 난초 꽃으로 희한한 화관을 만들었지.
네 누이가 늘어진 가지에 풀꽃으로 만든 화관을 걸려고 올라가자,
심술궂은 실가지가 갑자기 부러졌어. 그래서 오필리어와 화관은
흐느껴 우는 시냇물 속으로 떨어져버렸어. 물 위에는
오필리어의 옷자락이 활짝 펴지고, 그 애는 잠시 동안 인어처럼
물 위에 떠 있었지. 그 동안 그녀는 자신의 불행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아니, 물에서 태어나 물에 너무나
익숙한 사람처럼, 늘 부르던 찬송가 몇 구절을 불렀지.
그러나 그것도 잠깐, 마침내 옷에 물이 배어 무거워지자
그 아름다운 노래 소리도 끊어지고
가엾은 그 애는 진흙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끝내 죽고 말았다. (p411-413 : 제4막 7장)
햄릿
사람이 죽어 한 줌 흙이 되고 나면
어떤 천대를 받을지 누가 알겠나, 호레이쇼.
알렉산더 대왕의 고귀한 시신도 그 종적을 추적해보면
술통 마개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
호레이쇼
그렇게까지 비약시켜 생각하시는 건
너무 지나친 상상인 것 같습니다.
햄릿
아닐세. 정말 그렇지 않아. 그를 추적해보면
반드시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될 거야.
말하자면 이런 추리를 해 볼 수 있네.
알렉산더 대왕이 죽어 흙에 묻힌다. 그러면 진토가 되지.
진토는 흙이고, 그 흙으로 우린 흙 반죽을 만들지.
그렇다면 그가 변해서 된 흙 반죽으로 마개를 만들어
술통 주둥이를 막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
천하의 제왕 줄리어스 시저도 죽어 한 줌 흙이 되면
금이 가 바람 새는 벽의 구멍마개 신세.
아, 온 천하를 호령하던 그 흙덩이가
엄동설한 삭풍을 막아주는 벽 구멍마개가 되다니. (p435 : 제5막 1장0
햄릿
저 작자는 제 어미 젖꼭지를 빨 때도
먼저 젖꼭지에 절부터 했을 놈일거야. 저런 작자는 사실
타락한 이 세상을 마구 휘집고 다니는 저런 자와 비슷한
패거리들이 아주 많은데 시류에 편승하여,
경박한 사교술이나 익히고, 거품 같은 허풍을 배워,
대단히 사려 깊고 현명한 사람들의 여론도
요리조리 빠져 다니지. 하지만 시험 삼아
훅하고 한 번 불어보게. 그러면
그 거품은 당장 날아가 버리고 말지. (p463 : 제5막 2장0
햄릿
그 술잔을 이리 주게. 자, 놓게, 놓으라니까.
아, 하느님! 호레이쇼, 이 일의 전말을 밝히지 않고 그냥 둔다면
나의 사후에 그 어떤 오명이 남을지 몰라.
자네가 진정 날 친구로 생각한다면,
죽어 맛보게 될 천상의 행복은 잠시 미뤄 두고
고통을 참고 이 가혹한 세상에 살아남아
나에 관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게.
햄릿
강력한 독의 기운이 내 정신을 마비시키고 있어.
영국으로부터의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만큼 난 살 수가 없어.
포틴브라스가 덴마크 왕으로 추대될 거야. 임종을 눈앞에 두고,
나 이제 유언하겠는데, 포틴브라스를 왕으로 추대하도록 하게.
그렇게 전해주게, 그 동안 일어났던 크고 작은 여러 사건들의
내막과 함께. 이제 남은 것은 침묵일 뿐….(p465-467 : 제 5막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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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작품의 위대한 점>
권오숙 저 – 젊은 지성을 위한 셰익스피어 (두리미디어)
햄릿연구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내용은,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그가 왜 머뭇거리면서 결행하지 못했느냐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햄릿이 너무 사색적이고 성격이 담대하지 못해서라는 주장, 세상에 대한 혐오가 너무 심해서였다는 주장, 복수하는 행위를 부도덕하다고 생각하여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는 주장, 또한 그 자신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인해 부왕 살해의 욕구가 있었다는 주장 등 다양한 논의들이 펼쳐져 왔습니다. 또한 햄릿이 진짜 미친 것이냐 아니면 미친 척한 것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이성과 열정, 선과 악, 숭고함과 저속함이 뒤섞여 있는 햄릿은 한가지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점 때문에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에게나 독자나 관객에게 영원히 해독할 수 없는 텍스트로 남아 있습니다. 햄릿이라는 인물은 너무 복잡하여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그래서 그를 종종 문학계의 모나리자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점이 햄릿의 매력이고, 인물 창조에 있어서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극이 아직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감동을 주는 이유는 대사의 아름다움 때문입니다. 삶과 죽음을 통찰하는 햄릿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 같은 철학적 경구가 됩니다. 인간의 실존적 운명에 대한 숭엄한 명상이 보석 같은 언어들로 표현됨으로써 햄릿은 부동의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이 된 것입니다. (p8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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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익스피어 - 권오숙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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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년 4월 26일~1616년 4월 23일)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이다.
잉글랜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런던으로 이주하고서 본격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일약 명성을 얻었고, 생전에 '영국 최고의 극작가' 지위에 올랐다.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처럼 인간 내면을 통찰한 걸작을 남겼으며, 그 희곡은 인류의 고전으로 남아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널리 읽히고 있다. 당대 여타 작가와 다르게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하였음에도 자연 그 자체에서 깊은 생각과 뛰어난 지식을 모은 셰익스피어는 당대 최고의 희곡 작가로 칭송받는다.
1580년대 후반, 또는 1590년경 수도 런던에 도착한 셰익스피어는 눈부시게 변한 런던 모습에 매료되었다. 엘리자베스 여왕(1558∼1603)이 통치하던 시기 런던은 농촌 인구가 유입되어 몹시 붐비고 활기 넘치는 도시였다. 인구가 급격히 팽창하여 도시는 지저분해지고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지만, 북적거리는 런던 사람과 경제 활동, 각양각색 문화 활동과 행사, 특히 대중 여흥을 위해 빈번히 열린 연극은 셰익스피어가 성장하는 데 기반이 되었다.
셰익스피어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정확히 알려진 게 없다. 동시대 극작가 로버트 그린 기록을 보면, 셰익스피어는 적어도 1592년 런던에서 유명한 극작가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린은 '대학도 안 나온 주제에' 품격 떨어지는 연극을 양산하고 있다며 셰익스피어를 비난하였다. 셰익스피어는 1594년부터 당시 런던 연극계 양대산맥 가운데 하나인 궁내부장관 극단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1599년 템스강 남쪽에 글로브 극장을 신축한 궁내부장관 극단은 1603년 엘리자베스 1세가 승하하고 제임스 1세가 즉위하자 국왕 극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셰익스피어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 배우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그리고 이 기간을 전후해서 시인으로서 재능도 과시하여 《비너스와 아도니스》(1593)와 《루크리스》(1594) 등 장시(長詩) 두 편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셰익스피어가 극작가로서 활동한 기간은 1590년~1613년까지 대략 24년으로 볼 수 있는데, 이때 희·비극 포함하여 총 38편을 발표하였다. 1590년대 초반에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 런던 무대에서 상연했다. 특히 《헨리 6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도 안 나온 작가' 셰익스피어 작품 유명세는 날로 높아져만 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 극작가와 견줄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은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셰익스피어에게 찬사를 보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비극(로마극 포함) 10편, 희극 17편, 사극 10편, 장시 몇 편과 시집 《소네트》를 집필하였고, 대부분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이 시기 셰익스피어 명성을 짐작케 하는 말로는 엘리자베스가 남긴 어록이 꼽힌다. "영국은 넘길 수 있어도 셰익스피어는 못 넘긴다."
셰익스피어에 대한 첫 전기를 출간한 작가 니컬러스 로(Nicholas Rowe)는 셰익스피어가 죽기 몇 년 전 고향인 스트랫퍼드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했다.(1610) 그러나 당시에 모든 작품 활동을 그만두고 은퇴하는 일은 보기 드문 경우였고, 말년에도 셰익스피어는 런던을 계속 방문하였다. 1612년에는 마운트조이의 딸 메리의 혼인 신고와 관련하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다. 1613년 3월에는 과거에 런던 블랙프라이어스 소 수도원 이었던 문루(gatehouse)를 사들였다. 1614년 11월에는 내과 의사이자 사위인 존 홀과 함께 몇 주간 런던에서 지냈다.
1606년에서 1607년을 전후하여 셰익스피어는 몇 편 안 되는 희곡을 썼으나 1613년 이후에는 그의 창작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쓴 희곡 세 편은 아마도 극작가인 존 플레처와 함께 창작한 것으로 보인다. 플레처는 셰익스피어의 뒤를 이어 왕의 수족을 위한 실내극을 창작하였다.
셰익스피어는 1616년 4월 23일에 아내와 두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맏딸 수재나는 내과의사 존 홀과 1607년에 결혼하였으며, 작은딸 주디스는 셰익스피어가 죽기 두 달 전에 포도주 제조 업자 토머스 퀴니와 결혼하였다. 수재나는 셰익스피어의 부동산을 물려받았는데, 유언장에 따르면 그녀는 그 재산을 온전히 보전하여 '그녀의 몸에서 낳은 첫 아들'에게 상속해야 했다. 둘째 사위 퀴니는 자식을 셋 두었으나 모두 결혼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홀의 외동딸인 엘리자베스도 두 차례 결혼하였지만 1670년에 자녀를 남기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면서 셰익스피어의 직계는 대가 끊기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유언에서 당시 법에 따라 재산의 3분의 1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었을 아내 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한 마디를 남겼는데, 그것은 자신이 그녀에게 "나의 두 번째 좋은 침대"를 물려준다는 것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언급한 침대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난립하였다. 일부 학자는 그 침대가 실제 물건이 아니라 앤에게 모욕을 주려고 한 말이라고 보는 반면에, 다른 학자들은 진짜 그런 침대가 있었고, 의미 있는 유산이었으리라고 믿는다.
셰익스피어의 무덤
셰익스피어는 고향의 성 트리니티 교회(Holy Trinity Church)에 안장되었다. 그의 흉상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다.
"판단은 네스터와 같고, 천재는 소크라테스와 같고, 예술은 버질과 같은 사람. 대지는 그를 덮고, 사람들은 통곡하고, 올림포스는 그를 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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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4대 비극 (최종철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
햄릿 - 셰익스피어 (설준규 옮김, 창비 세계문학)
햄릿 - 셰익스피어 (노승희 옮김, 펭귄클래식)
햄릿 - 셰익스피어 (신정옥 옮김, 전예원)
햄릿 - 셰익스피어 (여석기 옮김, 시공사)
햄릿 - 셰익스피어 (권오숙 옮김, 한국외대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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