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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I. 한국 문학/6. 인문, 교양, 역사

고전 독서법 - 정민 (보림)

by handaikhan 2023. 2. 2.

정민 선생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진경문고)

 

정민 - 고전 독서법 (2012년)

 

목차

책 이야기

다섯 수레의 책
다섯 수레의 책은 몇 권?/ 책 묶은 끈이 썩어/ 두루마리 책, 권卷
책을 대하는 태도
동서양이 다른 책장 넘기기/ 책, 극진히 대하기 / 저마다 다른 책 사랑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

꼼꼼히 읽을까, 많이 읽을까
독서 왕이 되고 싶니? / 소의 되새김질, 고래의 새우 삼키기/ 다독의 대단한 힘
꾸준히 읽어야 힘이 생긴다
옛 선비의 독서 일과표/ 책 읽은 횟수 계산하는 서산/ 책 읽을 때 취할 자세
소리 내서 읽어라
책 읽는 소리에 담 넘은 처녀/ 살인 부른 낭독의 힘/ 소리 통해 얻는 기운
읽고 또 읽어라
무시무시한 독서광들/ 1억 번 넘게 읽은 김득신/ 무식한 노력이 천재를 이기다
읽으면서 기록해라
어린 시절 베껴 쓴 책/ 책만 보는 바보/ 기록하는 습관
통째로 외워라
언제 갈려 하나님!/ 울며 치르는 외우기 시험 / 슬기구멍, 문심혜두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붓이 없어 적을 길 없네/ 작은 메모가 큰 생각으로 / 값진 독서 노트
책읽기에도 순서가 있다
우물 파듯 탑을 쌓듯/ 고전을 많이 읽어라/ 두 개의 저울
의심하고 의문을 품어라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어린 새의 날갯짓/ 덮어놓고 읽지 마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
보배 구슬을 간직하려면 / 정보 통합 요령/ 작은 주제 사전 만들기

책 아닌 것이 없다

책과 하나가 되어라
책에 푹 젖어라/ 달고 찬 샘물/ 옛사람과의 만남
깨달음의 순간과 만나라
나비 잡는 소년/ 핵심을 잡아라/ 깨달음의 길
책 아닌 것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이 책/ 사물 읽기, 책읽기/ 스승, 살아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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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책 이야기

1. 다섯 수레의 책

다섯 수레의 책은 몇 권?/ 책 묶은 끈이 썩어/ 두루마리 책, 권卷


남아수독오거서 (男兒須讀 五車書)

남자는 적어도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

 

題柏學士茅屋 (제백학사모옥) - 두보(杜甫, 중국 당나라, 712년 ~ 770년)

碧山學士焚銀魚  白馬却走身巖居 (벽산학사분은어 백마각주신암거)
古人已用三冬足  年少今開萬卷餘 (고인이용삼동족 연소금개만권여)
晴雲滿戶團傾蓋  秋水浮階溜決渠 (청운만호단경개 추수부계유결거)
富貴必從勤苦得  男兒須讀五車書 (부귀필종근고득 남아수독오거서)

푸른 산의 학사는 관복 어대 불태우고, 백마 타고 달려와 바위 아래 사는구나
옛 사람은 겨우내 책읽기에 몰두했거늘, 이제 젊은 나이에 만 여권을 읽었구나
채색 구름은 집안 가득 둥근 덮개 씌운 듯, 가을 물 섬돌에 넘쳐 도랑을 이루누나
부귀는 반드시 근면한 데서 어렵게 얻는 것, 사내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은 읽어야 하느니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장자 - 안동림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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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주역에 심취하여, 죽간의 가죽끈(韋)이 세 번(三絶)이나 끊어질 정도로 읽었다

 

2. 책을 대하는 태도
동서양이 다른 책장 넘기기/ 책, 극진히 대하기 / 저마다 다른 책 사랑

 

책장을 넘길 때 잘 넘어가지 않으면 으레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넘기게 되지. 그러다 보면 그 부분에 침 묻은 손떼가 남게 된다. 이것을 침이 묻는 자리라고 해서 아예 '침자리'라고 부르는 학자도 있다. 이런 것은 동서양 모두 같다. 에코가 쓴 <장미의 이름> 이란 소설은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어떤 특별한 책을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하려고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자리에 독약을 묻혀 그 책을 몰래 읽은 사람들이 잇달아 죽음을 당하게 된다는 내용이 있다. (p.3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이윤기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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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이익의 책 사랑도 대단하다. 그는 책을 읽으면 생각이 자라나고 지혜가 더해지니, 책이야말로 엄격한 스승과 같다고 생각했다. 책을 함부로 대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는 남의 책을 빌려 볼 때도 가위와 풀, 종이를 곁에 놓아 두고, 찢어진 부분은 풀로 말끔하게 붙여 수선해서 돌려주곤 했다. 책을 묶은 끊이 풀어지거나 끊어지면 종이를 비벼 노끈을 만들어 풀어진 것을 새롭게 묶었다. 책장을 넘길 때도 구겨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넘겼다. 손톱으로 꼬집듯이 종이를 구겨서 넘기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하면서 나무라기도 했다. (p.38)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지봉유설 - 이익 (올재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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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책 앞에서는 하품하지 말고 기지개를 켜도 안 된다. 책에 침이 튀어도 안 된다.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는 고개를 돌려 책에 묻지 않도록 해라. 책장을 넘길 때 침을 바르지 말고, 손톱으로 표시를 남겨도 안 된다. 책을 베고 누워도 안 되고, 책으로 그릇을 덮어도 안 된다. 책을 쌓아 둔 것이 어지러워도 안 된다. 먼지를 털어 주고 좀벌레를 없애야 한다. 볕이 좋으면 즉시 말려야 한다. 남의 책을 빌렸을 때는 잘못 쓴 글자나 내용을 고쳐서 표시해 두어라. 종이가 찢어졌거든 때워 주고, 묶은 실이 끊어졌으면 다시 묶은 뒤에 돌려 주어야 한다. (p.4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박지원 (김명호 옮김,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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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마다 자신의 생각을 적는 메모광으로 아주 유명하다. 다산이 읽은 책을 보면 온통 메모로 가득하다. 강진에 유배 가 있을 때 읽은 책에는 메모를 남기 날짜뿐 아니라, 그날의 건강 상태까지 적혀 있다.

동사강목을 지은 순암 안정복 역시 책의 여백에 메모를 많이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p.44)

<책을 깨끗하게 보는 법과 책에 메모를 하는 법은 각자의 개성이다. 오늘날은 이전처럼 종이가 귀한것도 아니고 디지털기기도 있다. 책에 줄을 치고 중요한 생각을 적는 것도, 다른 종이에 생각을 정리해서 끼워 넣는 것도 또한 한 방법 일것이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다산의 재발견 - 정민 (휴머니스트) 

동사강목의 탄생 - 박종기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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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책, 어떻게 읽어야 할까


1. 꼼꼼히 읽을까, 많이 읽을까
독서 왕이 되고 싶니? / 소의 되새김질, 고래의 새우 삼키기/ 다독의 대단한 힘

 

정독과 다독 중 어느 것이 독서의 바른 태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정독할 책은 정독하고 다독할 책은 다독하면 된다. 정독해야 할 책을 대충 읽어 넘기면 읽으나 마나다. 그저 쉽게 읽어도 괜찮을 소설책을 심각하게 밑줄 그으며 읽는 것도 쓸데없는 일이다.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은 새겨서 되풀이해 읽고, 견문을 넓히기에 적당한 책은 스치듯 읽어도 문제될 게 없다.

중국의 진목이란 사람은 독서를 소가 되새김질하듯 읽는 독서법과 고래가 큰 입을 벌려 새우를 삼키듯 읽는 독서법으로 나누었다. 소는 일단 여물을 씹어서 삼킨 뒤에 이것을 다시 되올려 여러 번 되새김질해서 천천히 소화한다. 책을 읽을 때도 처음에 먼저 대충 읽으며 전체 그림을 그려 놓고, 다시 하나하나 되씹어 찬찮이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즉 이것은 정독의 방법이다.

반면에 고래는 먹이를 어떻게 먹을까? 어마어마하게 큰 입을 크게 벌려서 삼키면 가까이 있는 새우와 물고기가 한꺼번에 고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고래가 입을 다문다. 그러면 바닷물은 이빨 사이로 빠져나가고 입속에는 새우와 물고기만 남게 된다. 그것을 꿀꺽 삼키는 거다. 그 다음에도 또 그렇게 해서 꿀꺽 삼키고, 고래는 되새김질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피노키오도 고래 뱃속에서 다시 살아서 나올 수 있었던 거지. 그렇게 고래는 커다란 뱃속을 어마어마한 양의 먹이로 가득 채운다. 일종의 다독인 것이다. (p.52-5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피노키오 - 카를로 콜로디 (김지우 옮김,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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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인 <어우야담> 

"누구나 책을 읽을 때 잡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책을 천번 만번씩 읽으면 책에 담긴 내용이 결국은 내 것이 되고 만다. 그러니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서애 유성룡은 책을 읽을 때 생각하며 읽은 것이 중요하지, 읽는 횟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생각하며 읽는다는 것은 마치 밭을 가는 사람이 조금씩 땅을 일구듯이 해야한다. (p.54)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어우야담 - 유몽인 (이월령 옮김, 달섬)

징비록 - 류성룡 (김흥식 옮김,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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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현 <역옹패설>

지극히 오묘한 글은 오래되어야 맛을 알게 된다. 낮고 가벼운 작품은 언뜻 보면 좋아 보인다. 공부하는 사람은 책을 볼 때 마땅히 되풀이 해서 읽고, 깊이 생각해서 글쓴이의 뜻을 얻으려고 노력해야한다. (p.57)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역옹패설 - 이재현 (남만성 옮김, 올재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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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꾸준히 읽어야 힘이 생긴다
옛 선비의 독서 일과표/ 책 읽은 횟수 계산하는 서산/ 책 읽을 때 취할 자세

 

연암 박지원 <선비란 어떤 사람인가>

책 읽는 방법은 날마다 일과를 정해서 읽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고, 읽다 말다 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다. 많이 읽으려고 욕심을 내지도 말고, 빨리 읽어 치우려고 하지도 말아라. 몇 줄씩 읽을지 정하고 횟수도 제한해서 날마다 꾸준히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뜻이 정밀해지고 의미가 분명해진다. 음과 뜻도 입에 익어 저절로 외우게 된다. 그러고 나서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 (p.60)

 

안중근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안중근 의사 자서전 (범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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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사소절>

내가 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할 때 일정한 원칙이 없다. 아침에는 해가 떠서 방 안이 환해져야 비로소 다급하게 배워서 읽는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부르다면서 한없이 놀기만 한다. 해가 뉘엿해져서야 억지로 몇 번 겨우 읽는다. 밤에는 또 졸리다는 핑계로 제대로 읽지도 않고 외우지도 못해서 다음날 선생 앞에서 겨우 겨우 외워 혼나는 것만 간신히 모면하고 만다. 매일 이렇게 공부하면 점점 더 공부를 못하게 된다. 어떤 아이는 자신의 머리만 믿고 백 줄이나 되는 글을 몇 번만 읽고 다 외워 버린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그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도 잘못이다. (p.65-66)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권정원 옮김, 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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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광 <추정록>

공부하는 사람은 하루에는 하루의 공부가 있어야 하고, 1년에는 1년의 공부가 있어야 한다. 하다 말다 하면 공부가 아니다. 나는 병을 앓을 때 외에는 밤마다 글을 외웠다. 밤중에 혹 사정이 있으면 새벽에 또 외웠다. 늙을 때까지 그만두지 않았다. (p.67)


3. 소리 내서 읽어라
책 읽는 소리에 담 넘은 처녀/ 살인 부른 낭독의 힘/ 소리 통해 얻는 기운

 

송나라 학자 예사 <암서유사>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리,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 두는 소리, 비가 섬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 창문에 눈발이 흩날리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히 맑다. 하지만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까지 기쁘지는 않은데, 자식의 책 읽는 소리만큼ㅁ은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p.70-71)

 

조수삼 <추재기이>

전기수란, 조선 후기에 소설을 직업적으로 낭독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말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이야기책 읽어주는 노인 - 조수삼 (박세영, 박윤원 옮김, 보리)

책과 노니는 집 - 이영서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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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무조건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소리 내지 않고 눈으로만 읽는 것을 목독 또는 묵독이라고 한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를 예전에는 오히려 괴이한 일로 여겼다. 옛사람들은 소리를 내서 읽어야만 책에 기록된 내용이 죽은 기호에서 살아 있는 말로 깨어난다고 생각했다. 소리 내서 읽는 것은 성독 또는 낭독이라고 한다. 책을 읽는 것을 독서라고 하는데, 독은 그냥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내서 읽는 것을 뜻한다. 눈으로만 읽는 것은 간서라고 한다. 간은 말 그대로 본다는 뜻이다. 송서란 표현도 있다. 독서가 책을 펼쳐 들고 소리 내서 읽은 것이라면, 송서는 책을 덮고 소리 내서 암송하는 것을 말한다. (p.77)

 

4. 읽고 또 읽어라
무시무시한 독서광들/ 1억 번 넘게 읽은 김득신/ 무식한 노력이 천재를 이기다

 

<토정비결>의 저자로 알려진 조선 중기의 이지함은 젊었을 때 밭을 갈면서 밭두둑에 <맹자>를 펴쳐 놓고, 한 쪽을 읽고 밭이랑을 갈고, 또 한 쪽을 읽고 그 다음 이랑을 갈았다고 한다. (p.81)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이지함 평전 - 신병주 (글항아리)

토정 이지함 - 이태복 (동녘)

소설 토정비결 - 이재운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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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독수기>

김득신은 어렸을 때 머리가 무척 나빴던 모양이다. 가르쳐 주는 것을 열심히 익히기는 했지만 금세 잊어버리곤 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저렇게 머리 나쁜 아이는 처음 본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짓곤 했다. 그래도 그의 아버지는 실망하지 않고 아들이 깨우칠 때까지 몇 번이고 가르쳐 주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저 아이가 머리가 저렇게 나쁜데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으니 그것이 오히려 대견스럽다. 대기만성, 큰 그릇은 뉘늦게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p.85)

 

김득신은 <백이열전>을 1억 1만 3천 번이나 읽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서 자기 서재를 억만재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백곡 선생과 저승 도서관 - 정혜원 (개암나무)

백고 김득신의 산문 - 신범식 (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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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읽으면서 기록해라
어린 시절 베껴 쓴 책/ 책만 보는 바보/ 기록하는 습관

 

박제가 <북학의>

어려서부터 길든 짧든 무엇이든 자꾸 기록하고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북학의 - 박제가 (박정주 옮김,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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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는 자기의 호를 간서치라고 했는데,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이다.

이덕무 <간서치전>

목면산 아래 멍청한 사람이 있는데, 어눌하여 말을 잘하지 못하고 성품은 게으르고 못나서, 세상일도 알지 못하고 바둑이나 장기는 더더욱 알지 못하였다. 남들이 욕해도 따지지 않았고, 칭찬해도 뽐내지 않으며, 오로지 책 보는 것만 즐거움으로 여겨 춥거나 덥거나 주리거나 병들거나 전연 알지 못하였다.

어릴 때부터 스물한 살이 되도록 하루도 손에서 솃 책을 놓은 적이 없었다. 그 방은 몹시 작았지만 동창과 남창과 서창이 있어, 해의 방향에 따라 빛을 받아 글을 읽었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을 보게 되면 문득 기뻐하며 웃었다. 집안사람들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 기이한 책을 얻은 줄을 알았다.

두보의 5언 율시를 더욱 좋아하여, 끙끙 앓는 것처럼 골똘하여 읊조렸다. 그러다 심오한 뜻을 얻으면 너무 기뻐서 일어나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그 소리는 마치 갈가마귀가 깍깍 대는 것 같았다. 혹 고요히 소리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뚫어지게 바라보기도 하고, 꿈결에서처럼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간서치', 즉 책만 읽는 멍청이라고 해도 또한 기쁘게 이를 받아 들였다. (p.94)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책만 보는 바보 - 안소영 (보림)

가지 않는 길 (미국 대표 시선) (손혜숙 옮김, 창비세계문학)

갈까마귀 (더 레이븐 The Raven) - 에드거 앨렌 포

 

갖가지 별스럽고 기이한 책들, 지금은 잊혀진 설화들 펼쳐놓고,

골똘히 생각하며 맥없이 지쳐 있던 어느 음산한 한밤중

꾸벅대면 거의 졸고 있던 그때, 갑자기 두드리는 소리 있어,

마치 누가 가벼이 톡톡 톡톡 내 방문 치는 듯한데

나는 중얼대길, " 내 방문 두드리는 손님이겠지 - 

                      단지 이번뿐, 더는 아니겠지."

 

아, 분명히 기억나는 황량한 십이월의 일이었지.

흩어 꺼져가는 잿불들이 바닥에 환영 드리우고 있었지.

나는 간절히 아침 오길 원하면서 - 잠시나마 책을 통해

죽은 레노어에 대한 슬픔 - 그 슬픔 잊길 바랐네 -

천사들이 레어노라 부른 드물게 빛나던 그 여인 -

                     여기서는 이름 없으리 영원히.

 

자주빛 커든마다 알 수 없이 사각대는 슬픈 비단 소리

나는 오싹하여 - 전에 못 느끼던 커다란 공포에 휩싸여,

그래서 당장, 두근대는 심장 가라앉히려 일어나 되뇌니,

"내 방에 들어오길 간청하는 손님일 테지 - 

문간에서 들어오길 간청하는 어떤 늦은 밤손님일 게야 -

                          이뿐이고, 더는 아니겠지."

 

곧 내 영혼 더 담대해져, 더이상 주저 않고 말하게 되니

"선생님, 혹은 여사님, 진심으로 용서를 빕니다.

당신이 조용히 내 방문 두드려, 너무도 어렴풋이 톡톡 두드려,

실은 깜박 선잠 든 채, 그 소리 그만 듣지 못했습니다." -

              거기엔 어둠뿐, 더는 아무것도 없었지.

 

나는 그 어둠 깊이 응시하며, 거기 오래 서 있엇찌.

의아하고 두렵고 의심스럽게,

어떤 인간도 그 이전에 감히 꾸지 못한 꿈 꾸면서,

그러나 고요는 깨지지 않았고,

어둠속엔 어떤 징조도 나타나지 않았고,

거기서 내뺕은 유일한 말이라곤 속삭이는 한마디, "레노어!"

이렇게 속삭이자, 나직이 메아리 돌아오길, "레노어!" -

              이 말뿐, 더는 아무것도 없었지.

 

뒤돌아 방으로 돌아오며, 내 안의 영혼 온통 불타는데,

곧 다시 전보다 약간 더 크게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렸네.

나는 말했지. "분명, 분명, 격자창에 뭔가 있어.

이제 거기 뭔가 있나 보고 이 의문 밝혀야지 - 

잠시 마음 진정하고 이 의문 밝혀야지 -

                이것은 바람일 뿐, 아무것도 아니겠지!"

 

이러고선 덧창 열어젖히니, 오란스레 펄럭대고 푸드덕대며,

신성한 옛날 옛적 갈까마귀 한마리 당당히 방 안으로 들어왔네.

조금도 굽실대지 않고, 한순간도 멈추거나 멈칫하지 않고,

귀족이나 귀부인의 자세로 내 방문 위로 올라앉았지 - 

내 방문 바로 위 팔라스 흉상 위로 올라앉았지 - 

                    자리 잡고 앉을 뿐, 더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

 

그러더니 이 흑단 같은 새, 진지하고 엄하고 예의 바른 표정으로

내 슬픈 공상을 미소로 바꿔주니, 나는 말하길,

"비록 네 깃 잘리고 깎ㅇ였어도, 분명 넌 겁쟁이가 아니요.

밤 기슭 떠나 떠도는, 유령처럼 섬뜩한 태곳적 갈까마귀라니 -

밤의 저승 기슭에서 네 잘난 이름 어떻게 불리는지 알려다오!"

               갈까마귀 말하길, "결코 않으리."

 

이 꼴사나운 새가 그토록 분명히 알아듣는 것에 깜짝 놀랐지.

비록 그 대답 별 의미 없고 - 별로 적절치 않았지만

자기 방문 위에 앉은 새를 보는 것, 어떤 살아 있는 사람도

이제껏 가지지 못한 축복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

자기 방문 위 조각된 흉상에 앉은 새나 짐승을 본다는 것,

                 "결코 않으리"란 이름의 새를 본다는 것이.

 

그러나 갈까마귀는 홀로 조용히 흉상에 앉아,

그 한마디에 제 넋 쏟아부은 양, 오직 그 말만 되뇌고 있었지.

그러고는 더 이상 아무 말 않고 - 깃털도 펄럭이지 않아 -

마침내 나는 그저 중얼대길, "다른 친구들 이미 날아갔고 -

아침이면 저 새도 나를 떠날, 내 희망 이미 날아간 것처럼."

                그러자 그 새 말하길, "결코 않으리."

 

그렇게 적절한 대답으로 정적 깨지자 나는 놀라 말했지.

"새가 지껄인 말은 분명 어떤 불행한 주인에게서 배운

유일한 밑천이자 자산, 무자비한 재앙이 쫓고 더 바짝 쫓아

마침내 주인의 노래에 단 하나 후렴구만 남고 -

마침내 그의 희망도 죽어 그 슬픈 후렴구만 남게 된 거야

                 "결코 - 결코 않으리"란 후렴구만이

 

그러나 갈까마귀는 슬픈 내 영혼 계속 유혹해 미소 짓게 하여,

나는 새와 흉상과 문 앞으로 푹신한 의자 쭈욱 밀고 갔지.

그러고는 밸벳에 깊숙이 몸 담고, 공상을 이어가며,

불길한 옛날 새 - 험상궂고, 꼴사납고, 섬뜩하고, 비쩍 마른,

불길한 이 옛날 새가 울어대는 의미가 뭔지 골똘히 생각했지,

                    "결코 않으리"란 울음의 의미를.

 

앉아 이런 추측에 몰두하는 동안, 이글대는 그 새 눈빛

내 가슴 한복판에 타들어와 나는 입조차 열 수 없었네.

등잔 불빛 넉넉히 드리워진 쿠션 밸벳 안감 위로

편안히 머리 기대어 이리저리 추측했네.

등잔 불빛 넉넉히 드리워진 보라빛 밸벳 안감 위로

                       아, 그녀는 결코 다시는 기대지 못하리!

 

그러자 푹신한 바닥에 희미한 발소리 울리며

천사들이 흔드는 보이지 않는 향로에서 향기 흘러넘쳐

방 공기 점점 짙어지는 것 같았네.

"불쌍한 인간." 나는 외쳤네. "신이 네게 준 것 -

이 천사들 통해 네게 준 것은 잠깐의 휴식 -

레노어에 대한 기억을 잠시나마 잊고 휴식하는 것.

들이켜라, 고마운 망각의 약을, 오, 들이켜라,

그리고 죽은 레노어를 잊으라!"

                       갈까마귀 말하길, "결코 않으니."

 

나는 말했네, "사악한 것! - 새든 악마든 예언자인 건 사실! -

마귀가 널 보냈건, 폭풍우가 이곳 기슭으로 던져버렸건,

외로워도 전혀 기죽지 않고 이 마법 걸린 황량한 땅에 -

공포에 사로잡힌 이 집에 들어왔으니 - 

예언자여, 간청하니 진심으로 말해다오 -

길ㄹ앗엔 향유가 있는가 - 있는 것인가?

말해다오 - 간청하니 말해다오!"

                           갈까마귀 말하길, "결코 않으리."

 

나는 말했네, "사악한 것! - 새든 악마든 예언자인 건 사실! -

우리는 굽어보는 하늘에 맹세코 - 숭배하는 신에게 맹세코 -

멀리 에덴에서 천사들이 레노어라 부르는 성스러운 여인을 -

천사들이 레노어라 부르는 드물게 빛나는 그 여인을,

슬픔 가득한 이 영혼이 껴안을 수 있는지.

껴안을 수 있는지 말해다오, 예언자여!"

                 갈까마귀 마하길, "결코 않으리."

 

"새든 악귀든, 그 말은 우리 헤어지자는 신호!"

나는 벌떡 일어나 외쳤지 - "돌아가라

폭풍우와 밤의 저승 기슭으로! 까만 깃털 하나 남기지 마라

네 영혼이 지껄인 거짓의 흔적으로!

내 외로움 깨뜨리지 마라! - 방문 위 흉상에서 떠나라!

네 부리 내 가슴ㅁ에서 거두가라, 네 형상 내 문에서 거둬가라!"

                 갈까마귀 말하길, "결코 않으리."

 

그러고선 갈까마귀, 조금도 꿈쩍 않고, 조용히 앉아 있었지.

내 방문 바로 위 팔라스 퓽상에 조용히 앉아 있었지.

그리고 악마의 온갖 꿈꾸는 표정 그 눈에 담아내네.

그리고 등잔 불빛 그 몸 타고 흘러 바닥에 그림자 드리우네.

그러니 바닥에 떠다니듯 펼쳐 있는 그 그림자로부터

                       내 영혼 벗어날 일 - 결코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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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통째로 외워라
언제 갈려 하나님!/ 울며 치르는 외우기 시험 / 슬기구멍, 문심혜두

 

배송, 돌아앉아서 외운다.

김홍도 <서당>

 

안정복 <상헌수필>

나는 책 한권을 뗄 때마다 마음이 넓어지고 정신이 상쾌해져서 보고 듣는 것이 온통 새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방문을 나서지 않고 책만 읽은 것이 10여 년이나 됟나. 막상 해보니 남을 깨우치기에는 부족해도 나 자신을 깨우치기에는 충분하다. (p.108)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순암 안정복의 서학인식과 교육사상 - 금장태, 정순우 (성균관대학교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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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이런 독서법이 옛날 책읽기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그런데 이런 단순한 독서법의 위력이 뜻밖에 대단하다. 주요 경전을 통째로 다 외우고 나면 예상치 않은 결과가 일어나게 된다. 그 많은 지식이 실에 꿰듯 줄줄이 정돈되고 정리되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른바 정보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점이 생겨서 한순간에 식견이 툭 터지게 되는 것이다. (p.109)

 

다산 정약용은 그 공부머리란 말을 문심혜두(文心慧竇) "글 속에 새겨진 뜻을 잘 구별해서 알면 지혜의 문(구멍)이 열린다"라고 표현했다.

문심을 글을 읽는 마음이고 혜두는 슬기구멍이란 뜻이다. 자꾸 열심히 익히고,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내 마음을 움직여서 슬기구멍이 뻥 뚫리게 된다는 것이다. (p.110)

 

지금은 지식과 정보를 주로 배운다면 그때는 지식보다는 지헤 쪽에 더 무게를 두었다. 사회가 변하면서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독서나 공부의 내용도 바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꽤 많이 하고도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문제라 하겠다. 

공부나 책읽기의 근본 원리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책을 덮어놓고 읽지 말고 닥치는 대로 읽지도 마라. 좋은 글을 가려서 여러 번 읽어라. 그리고 아예 통째로 외워라. 입에서 줄줄 나오도록 일고 또 읽어라. (p.11-11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다산의 마지막 습관 - 조윤제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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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라
붓이 없어 적을 길 없네/ 작은 메모가 큰 생각으로 / 값진 독서 노트

 

김시진金始振 (조선, 1618~1667) <산길>

 

한가한 꽃 혼자 지고 예쁜 새들 지저귀니

소롯길 맑은 그늘 푸른 시내 돌아간다

앉아 졸다 가다 읊다 때로 시구 얻어도

산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길이 없구나

 

閒花自落好禽啼(한화자락호금제)
一徑淸陰轉碧溪(일경청음전벽계)
坐睡行吟時得句(좌수행음시득구)
山中無筆不須題(산중무필불수제)

멋진 생각이 떠올랐을 때 즉시 적어 두지 않으면, 잠시 후에 그 생각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만다. (p.1140

 

윤휴 <독서록 서문>

산속의 좁은 길은 잠깐 이용하면 길이 되었다가 한동안 가지 않으면 띠풀로 막혀 버리고 만다. 어찌 산속 좁은 길만 그렇겠는가? 공부하는 사람은 책을 읽을 때 생각이 없으면 안 된다. 생각해야만 얻을 수 있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생각이 있다면 기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록해 두면 남아 있고, 기록해 두지 않으면 없어지고 만다. 생각을 기록으로 남겨, 이를 또 생각해서 풀이하면 지혜가 자라나고 언행이 툭 터지게 된다. 이를 또 생각해서 풀이하면 지혜가 자라나고 언행이 툭 터지게 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지혜가 없어지고, 언행이 꼭 막혀서, 비록 얻었더라도 반드시 다시 잃고 만다. (p.116)

(같이 읽으면 좋은 책)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이덕일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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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지 (李光地 중국 청나라, 1642~1718)

글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한번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손으로 쓰면 마음이 따라오게 된다. 20번을 읽어서 외운다고 해도 한 차례 힘들게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핵심을 파악하려면 자세히 살피지 않을 수 없고, 깊은 이치를 끌어내려면 생각을 꼼꼼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그 중에서 같고 다른 점을 살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의심나는 대목이 있으면 이를 적는다. 또 여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다면 지혜가 더욱 깊어지고 마음도 굳세질 것이다. (p.117)

 

연암 박지원 <열하일기> 에는 그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 오면서 일어난 일들이 빠짐없어 젹혀있다. 말 타고 지나며 본 건물 기둥에 쓰인 글귀까지 적어 놓았을 정도였다. (p.119)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쉽게 읽는 열하일기 - 박지원 (한국고전번역원, 서해문집)

열하일기 - 박지원 (고미숙 옮김, 그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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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도 강진 유배 시절 제자들에게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베껴 쓰는 공부를 대단히 강조해서 가르쳤다.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에,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다. 초는 뻬낀다는 뜻이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베껴 가며 읽는 것이다. 떠로은 생각을 적는 메모와는 또 다른 방법이다. 다산 초당의 제자들은 저마다 이런 독서록을 옆에다 펼쳐 놓고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왜 읽는지 목표를 정하고, 어떤 내용을 간추릴지 미리 생각하고 공책을 펴놓은 채로 책을 읽었다. 

"책을 가려 봅는 방법은 공부가 먼저 중심이 잡혀야만 저울질이 마음속에서 이루어져서 취하고 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된다. 공부하는 요령은 앞서도 이미 말했는데, 네가 틀림없이 이를 잊은 모양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초서의 효과를 의심해서 이같은 질문을 한단 말이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내 공부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옮겨 적고, 그렇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1백 권의 책도 열흘이면 모두 읽을 수 있다." (p.121-12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정약용 (박석무 옮김,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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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 <회주 삼로에게 드림>

그만 쉬라는 것이 날 위해서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나를 정말 위해 주는 말은 아니다.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께서는 여기 강진까지 귀양 오셔서 20년 가까이 계셨다. 그 오랜 세월 동안 날마다 공부하시고 책을 쓰시느라고, 복숭아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나셨더랬다. 나는 처음 뵈었을 때 고작 열다섯 살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가르침을 내려 주셨다. 그리고 늘 이렇게 말씀하셨지.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렇게 공부해 왔다. 너도 꼭 이렇게 해야 한다." 몸소 행동으로 보여 주시고, 말씀으로 일러 주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 내 관 뚜껑이 못이 박히기 전에야 어찌 그 정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p.123-125)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삶을 바꾼 만남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 - 정민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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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책읽기에도 순서가 있다
우물 파듯 탑을 쌓듯/ 고전을 많이 읽어라/ 두 개의 저울

 

책읽기도 우물 파기와 같다. 처음에는 너무 편식하지 않고 폭넓게 읽어야 한다. 재미만 가지고 책을 읽으면 고른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게 된다. 삶의 바른 자세를 잡아 주는 동서양의 고전과 역사책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 인생에 힘이 되는 교훈을 주는 문학 작품도 골고루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깊어져서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쉽게 꺽이지 않고 자신 있게 밀고 나갈 수 있게 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폭을 넓게 해야 깊이를 지닐 수 있는 법이다. 깊이가 있어야 마르지 않는 샘물과 만나게 된다.

책읽기는 돌탑 쌓기와 비슷하다. 

돌탑을 높이 쌓으려면 무엇보다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바닥을 단단하게 다진 후 빈틈이 생기지 않게 작은 돌로 촘촘히 쌓아 올려야 한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원대하게 세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야 한다. 차례를 무시하고 마구 건너뛰면 당장에는 금방 높아지는 것 같지만 결국 빨리 무너지고 만다. 무너진 탑은 청므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욕심을 부려 빨리 쌓으려다가 오히려 더 늦어지고 마는 셈이다. (p.129-13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유몽영 - 장조 (신동준 옮김, 인간사랑)

제1칙 독서유절 (책 읽기에 알맞은 계절이 있다)

경서를 읽기에는 겨울이 좋다. 정신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서를 읽기에는 여름이 좋다. 날이 길기 때문이다. 제자서를 읽기에는 가을이 좋다. 운치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문집을 읽기에는 봄이 좋다. 기운이 화창하기 때문이다. (p.35)

<문학, 역사, 철학을 모두 읽으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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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영혼의 양식이 되고, 어떤 책은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 실용적 정보를 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영어 단어나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을 설명한 책도 있다. 저마다 가치가 다르지만,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깊은 우물을 파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높은 돌탑을 쌓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

고전이란 그 가치를 이미 널리 인정받은 책을 말한다. 누가 읽어도 좋고, 언제 읽어도 좋으며, 어디서 읽어도 좋은 책이 바로 고전이다. 따라서 고전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p.13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하버드 문학 강의 (문학의 사회적 성찰) - 로버트 콜슨 (정혜영 옮김, 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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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책 읽는 순서를 정해 주곤 했따. 흔히 '선경후사'라고 하는 방법이다. 고전을 읽을 때도 마음을 바로잡게 해주는 경전을 먼저 읽고 나 뒤에 역사책을 읽게 한 것이다. 자기 중심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잡다한 책을 읽으면 가치관이 더 혼란스러워질까 봐 염려한 것이다. (p.135)

 

다산 정약용은 세상에는 옳고 그름과 이롭고 해로움의 두 저울이 있다고 한다. 

첫째, 옳은 일ㅇ르 해서 이롭게 되는 것

둘째, 옳은 일을 해서 손해를 보는 것

세째, 나쁜 짓을 해서 이익을 얻는 것

네째, 나쁜 짓을 하다가 결국 해롭게 되는 것.

세상일은 대단히 복잡하다. 옳은 일을 한다고 늘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더 잘사는 듯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세 번째 유혹을 버리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두 번째를 선택하는 슬기를 갖기 위해서이다. 고전을 읽는 보람이 여기에 있다. (p.135-137)

 

성호 이익 <성호사설>

평소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늘 의심이 들곤 했다. 착한 사람은 너무 착하고, 악한 자는 너무 악하게 나온다. 그 당시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역사책을 쓸 때 악을 징계하고 선을 권면하려는 생각이 너무 지극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지금 사람이 객관적으로 보면 착한 사람이야 옳지만 악한 사람ㅇ미라 해도 어찌 그처럼 지독했겠는가?실제로는 선함 속에 악이 있고, 악 가운데 선함이 있게 마련이다. 당시 사람이 시비에 현혹되고 바람에 버리고 취함을 제대로 살피지 못해 나무람을 받고 죄를 얻었던 것이다. 역사책을 읽을 때는 이러한 뜻을 잘 알아 두어야 한다. (p.137-138)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성호, 세상을 논하다 - 강명관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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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의심하고 의문을 품어라

밥을 먹어야 기운이 난다/ 어린 새의 날갯짓/ 덮어놓고 읽지 마라

 

최한기 <추측록>

사람들은 먹고 입는 문제로 죽을 때까지 근심한다. 근심을 잊었을 경우를 빼고는 하루라도 견디기가 어렵다. 1년 내내 부지런히 일을 해서 곡식과 비단이 창고에 가득 차면 혼자서 가만히 즐겁다. 왜 그럴까? 한 해 동안 먹고 입을 근심을 놓을 수 있게 되어서이다. 사람이게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하는 일이다. 스스로 얻은 것이 아니면 하찮은 일도 기댈 곳이 없다. 여러 해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깊은 이치가 환하게 드러나면 뿌듯해서 즐겁다. 왜 그럴까?스스로 얻은 것이고, 평생 간직해서 길러야 할 바탕이기 때문이다. 먹고 입는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을 미루어 공부에서 스스로 얻는 것을 헤아려 보라. 먹고 입는 문제에 걱정이 있게 되면 선체는 성장할 수가 없다. 누구나 이 점을 알기 때문에 죽을힘을 다해서 이것을 구해 얼거나 굶주리는 사람이 드물다. 하지만 공부에 스스로 얻음이 없으면 마음공부에 발전과 성취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p.141-142)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정약용과 제한기 (실학에 길음 묻다) - 임부연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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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 서경덕

"숲에서 나물을 캐는데 아기 새가 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저께는 땅에서 한 치쯤 오르고, 어제는 땅에서 두 치쯤 오르더니, 오늘은 세 치쯤 올라 점점 위쪽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날마다 새가 나는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그 이치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잘 알 수가 없었어요. 저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저 새처럼 처음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높이 훨훨 날 수 있을까요?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을 하느라 나물을 많이 캐지 못했어요." (p.14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서경덕과 화담학파 - 한영우 (지식산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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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이것저것 따지고 되고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생각의 힘이 그만큼 자라났다는 증거다. 마음속에서 의문이 생겨나면 이것을 잘 발전시켜서 좀 더 큰 생각으로 만들어야 한다.

성호 이익 <성호사설>

오늘날 사람들은 책을 중시하면서도 그 마음은 잃었다. 글을 외우기는 해도 그 뜻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면 잘 못이라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주제 넘는다고 한다. 보충 설명 하면 쓸데없는 짓이라고 한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엄격하게 금하는 바람에 어리석은 사람과 지혜로운 사람의 구별이 없다. 이것이 어찌 옛사람이 후세 사람에게 바라던 것이겠는가? 가령 백리 길을 가는데 한 사람은 수레와 말을 갖추고 하인과 마부가 앞장을 서서 하루 만에 당도 하였고, 한 사람은 옆길로 찾아다니느라 곤란을 겪은 뒤에 겨우 도달했다고 하자. 만일 이들에게 다시 그 길을 가게 한다면 길을 찾아 헤맨 사람은 길을 분명하게 알아서, 길잡이를 앞세우고 간 사람이 갈림길이나 네거리에서 헤매는 것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 (p.145-146)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성호사설 - 이익 (고정일 옮김, 동서월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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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 이익은 독서에서 의문을 품는 과정을 대단히 중요시 했다.

"배움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한다.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얻어도 야물지가 않다. 의문이란 의심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해야 옳은 줄 안다면 반드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울러 살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제대로 얻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혹 잘못된 것을 옳다고 우겨도 대응할 수가 없다. 비유하자면 과일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복숭아나 살구 같은 과일을 주면 살은 먹고 씨는 버린다. 살이 맛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씨 속에 다시 어떤 맛이 있을지 의심한다. 다른 날 개암이나 밤 따위를 주면 껍질ㅇ른 벗겨 내고 씨만 먹는다. 맛이 씨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서 복숭아나 살구 씨의 맛이 개암이나 밤처럼 먹을 만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만약 그때에 모두 먹어 보아서 분명하게 알아 두었더라면 어찌 다시 이같은 근심이 있겠는가? 그런 까닭에 의문을 갖는 것은 의심을 없게 하려는 것이다. 먹을 줄만 알고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은 비록 밤 껍질을 먹을 수 있다고 해도 또한 장차 이를 따를 것이다. (p.147)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나는 모든 것을 알고 싶다 - 이익 (풀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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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
보배 구슬을 간직하려면 / 정보 통합 요령/ 작은 주제 사전 만들기

 

다산 정약용 <소학주관>

"멍청한 녀석! 좀 더 나를 일찍 만났더라면 구슬을 하나도 잃지 않았을 텐데. 구슬을 보관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비단실을 새끼 돼지털에 묶어 이것을 바늘로 삼아 푸른 구슬은 꿰어 푸른 꿰미를 만들고, 붉은 것은 붉은 것끼리 꿰어 붉은 꿰미를 만든다. 이렇게 구슬 색깔에 따라 같은 색끼리 꿰어 물소 ㄱ가죽으로 만든 상자에 담아서 가져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아, 아깝구나! 너처럼 했다가는 몇 천 개 아니라 몇 만 개의 구슬을 얻었다 해도 금세 모두 잃고 말았을 게다." (p.150)

 

무작정 열심히 공부하고 책만 읽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늘 방향을 파악하고 정확한 길로 가야 한다.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는 나침반이 꼭 필요하다. 책을 읽을 때도 나침반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순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많은 구슬이 색깔별로 꿰어져 하나도 잃지 않게 된다. (p.151-152)

 

다산 정약용 <편지>

 

"네가 닭을 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치는 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진실로 농사 책을 꼼꼼히 읽어 거기에 실린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해 보도록 해라. 닭의 털 빛깔에 따라 구분해 보기도 하고, 횟대의 크기를 달리 해보기도 해서 다른 집보다 닭이 더 살지고 번드르르하게 길러야 한다. 번식도 더 많게 해야지. 또 이따금씩 시를 지어서 닭의 모습을 묘사해 보도록 해라. 사물을 통해 사물을 살피는 것이 공부하는 사람ㅇ믜 양게법이니라. 만약 이익만 따지고 의리는 거들떠보지 않거나, 기를 줄만 알고 운치는 몰라, 부지런히 애써 이웃 채마밭의 늙은이와 더불어 밤낮 다투는 자는 작은 마을에 사는 못난 사내의 양계인 게다. 너는 어떤 식으로 하려는지 모르겠구나.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보거라. 내용에 따라 차례를 매겨 <계경>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당나라 때 육우는 차에 대한 자료를 모아 <다경>을 지었고, 유득공은 담배에 관한 내용을 모아 <연경>을 지었지.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는 것은 언제나 이것을 좋은 에로 삼도록 해라." (p.153)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아버지의 편지 - 정약용 (한문희 옮김, 함께읽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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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본중(呂本中) <여씨동몽훈(呂氏童蒙訓)>

오늘 한 가지 일을 기록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 수가 있다. 오늘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고 내일 또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는 일을 오랫동안 게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도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다. 오늘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고, 내일 또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굳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p.160)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다산선생 지식 경영법 - 정민 (김영사)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경영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_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_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라 _ 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
(4)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_ 당구첩경법(當求捷徑法)
(5)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 _ 종핵파즐법(綜?爬櫛法)
2강. 정보를 조직하라 - 큰 흐름을 잡아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_ 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
(7)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_ 변례창신법(變例創新法)
(8)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_ 취선논단법(取善論斷法)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_ 거일반삼법(擧一反三法)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라 _ 휘분류취법(彙分類聚法)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 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 보라 _ 초서권형법(?書權衡法)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_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_ 반복참정법(反覆參訂法)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_ 잠심완색법(潛心玩索法)
(15)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_ 지기췌마법(知機?摩法)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 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_ 질정수렵법(質定收斂法)
(17)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_ 대부상송법(大夫相訟法)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_ 제시경발법(提?警發法)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_ 절시마탁법(切?磨濯法)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_ 무징불신법(無懲不信法)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_ 피차비대법(彼此比對法)
(22) 갈래를 나누어서 논의를 전개하라 _ 속사비사법(屬詞比事法)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치라 _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_ 층체판석법(層遞判析法)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_ 본의본령법(本意本領法)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 - 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26)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_ 강구실용법(講究實用法)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 _ 채적명리법(採適明理法)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_ 참작득수법(參酌得髓法)
(29) 좋은 것은 가리잖코 취해 와서 배우라 _ 득당이취법(得當移取法)
(30) 단계별로 다듬어서 최선을 이룩하라 _ 수정윤색법(修正潤色法)
7강. 권위를 딛고 서라 - 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31)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라 _ 일반지도법(一反至道法)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_ 불포견발법(不抛堅拔法)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_ 독후엄정법(篤厚嚴正法)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_ 대조변백법(對照辨白法)
(35)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_ 허명공평법(虛明公平法)
8강. 과정을 단축하라 -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_ 분수득의법(分授得宜法)
(37)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_ 정과실천법(定課實踐法)
(38) 생각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_ 포름부절법(??不絶法)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_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_ 조례최중법(條例最重法)
9강. 정취를 깃들여라 -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_ 성의병심법(誠意秉心法)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_ 득승양성법(得勝養性法)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여라 _ 일상득취법(日常得趣法)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_ 담화시기법(談話視機法)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_ 속중득운법(俗中得韻法)
10강.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_ 비민보세법(裨民補世法)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_ 간난불최법(艱難不?法)
(48) 사실만을 기록하고 실용을 추구하라 _ 실사구시법(實事求是法)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_ 오득천조법(吾得天助法)
(50)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_ 조선중화법(朝鮮中華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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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책 아닌 것이 없다

1. 책과 하나가 되어라
책에 푹 젖어라/ 달고 찬 샘물/ 옛사람과의 만남

 

장조張潮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아도 책 사는 일만큼은 욕심 사납지 않을 수 없다."

우무尤袤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라고 생각했고, 추우면 책을 읽으며 가죽옷이라고 여겼다. 외로워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맞는 벗이려니 하였고, 번민에 차 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며 온갖 아름다운 음악 소리라고 생각했다." (p.167)

(같이 읽으면 좋은 책)

내가 사랑하는 삶 - 장조, 추석수 (정민 옮김, 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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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백규 <김섭지에게 보내는 편지>

책읽기의 방법은 우물을 파는 것과 같다. 먼저 석 자 깊이로 땅을 파면 축축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더 파 내려가서 여섯 자 깊이가 되면 탁한 물을 떠올릴 수가 있다. 더 파서 아홉 자 깊이까지 가야 달고 맑은 물을 길어 올리게 된다. 이 물을 길어서 마시면 물에 담긴 자연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또 다시 배불리 마시면 정기가 오장육부와 살결에 젖어드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뒤에 이를 펼쳐서 글을 짓는다. 이는 마치 물을 길어서 밥을 짓고, 제사 지낼 제물을 삶거나 생선을 익히며, 옷을 빨거나 물을 줄 수도 있어서 무엇을 하든 못할 것이 없게 되는 것과 같다. 겨우 석 자 아래의 젖은 흙을 가져다가 부서진 아궁이나 바르면서 우물을 판 보람으로 여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p.170)

 

2. 깨달음의 순간과 만나라
나비 잡는 소년/ 핵심을 잡아라/ 깨달음의 길

 

홍길주 <수여방필>

아이 적에 책을 두세 번만 읽고도 곧바로 줄줄 외우는 사람이 있다. 또 7,8세 때 시문을 잘 지어서 입만 열면 사람을 올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다 늙도록 이뤄 낸 것은 남보다 특별한 것이 없다. 그래서 똑똑한 재주가 쉬지 않는 노력만 못한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등잔불을 밝혀 가면서 새벽까지 노력하며 쉬지 않고 늙을 때까지 공부해도 스스로 일가의 말을 이룰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 어떤 사람은 겨우 백여 권의 책을 읽고도 종이를 펼쳐 붓을 내달리면 소리가 아름답고 환하게 빛나, 만 권의 책을 외우는 사람이 등 뒤에서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한다. 간혹 똑같이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한 사람은 한 글자도 남김없이 외웠는데도 식견이 늘지 않고 글을 지어도 볼 만한 것이 없다. 다른 한 사람은 반 이상 잊어버렸지만 핵심이 되는 알맹이를 모두 소화해서 마음 깊이 새겨 두어 이를 펼쳐 글로 지으면 그 글과 비슷한 글이 되곤 한다. 어째서 그런 걸까? 재주는 부지런함만 못하고, 부지런함은 깨달음만 못하다. 깨닫는다는 말은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다. 옛사람의 책 중에 경전이나 역사책 같은 것은 한 글자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그 나머지 책 중에 자질구레한 것은 하나하나 정밀하게 살피느라 정신을 쏟을 필요가 없다. 가령 한 권의 책이 대략 6,70쪽쯤 된다고 치자, 그 중 핵심이 되는 내용만 간추린다면 십여 쪽밖에 안 될 것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처음부터 다 읽지만 핵심 내용은 잘 알지 못한다. 깨달음이 있는 사람은 손 가는 대로 펼쳐 봐도 알맹이에 눈이 절로 가서 멎는다. 한 권의 책에서 십여 쪽만 보고 그만두는데도 효과는 전부 읽은 사람의 두 배나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두세 권의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는 이미 백 권을 읽고, 효과를 보는 것 또한 남보다 배나 되는 것이다. (p.183-184)

 

3. 책 아닌 것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이 책/ 사물 읽기, 책읽기/ 스승, 살아 있는 책

 

연암 박지원 <경지에게 준 답>

아침에 일어나니 푸른 나무 그늘진 뜨락에서 이따금 새가 지저귄다. 부채를 들어 책상을 치며 외쳐 말했다. "이것은 나의 날아가고 날아오는 글자이고 서로 울고 서로 화답하는 글이로구나. 오색의 아름다운 채색을 문장이라고 말한다면 문장으로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나는 책을 읽었다. (p.189)

(같이 보면 좋은 책)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 포리스트 카터 (조경숙 옮김, 아름드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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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자연이 얼마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책인지 보아라."

홍길주

"독서는 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라만상의 온갖 볼거리와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런저런 이들이 모두 독서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박찬기 옮김, 민음사세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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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주 <수여방필>

사람들이 날마다 쓰는 의복과 음식, 그 밖의 이런저런 일들과 눈앞의 모든 사물들이 덕행으로 보면 덕행이 되고 문장으로 보면 문장이 된다. 정치나 법률의 관점에서 보면 모두 정치와 법률이 되고, 기능으로 보면 기능이 된다. 소를 잘 잡는 포정의 안목으로 보면 소 아닌 것이 없다. 당나라 때 장욱이란 사람은 공손대랑이라는 여자가 칼춤 추는 것을 보고는 초서 쓰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모든 것이 다 같다. 하지만 지금 사라믇ㄹ에게 책은 책일 뿐이고, 문장은 문장일 따름이다. 날마다 쓰는 사물은 날마다 쓰는 사물 그 자체로 그칠 뿐이다. 이것에서 저것을 읽거나 보지 못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닥치면 어쩔 줄 몰라서 괴옯고, 글을 지으라고 하면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 평소에 아무 준비도 없다가 갑자기 일이 닥치면 허둥지둥 당황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p.197-198)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홍길주의 꿈, 상상 그리고 문화 - 이홍식 (태학사)

오직 독서뿐 -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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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한시 미학 산책 - 정민 (휴머니스트)

죽비소리 - 정민 (마음산책)

습정 - 정민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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