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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
VII. 자기 계발/2. 서양 글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 로먼 겔페린 (황금진 옮김, 동양북스)

by handaikhan 2026. 1. 17.

 

<정말 하고 싶은데 너무 하기 싫어>

 

행동과 결과를 분리해서 짐의 행동을 살펴보면 그가 결국 과제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바로 과제를 끝내지 못했을 때의 결과가 몹시 끔찍하기 때문이다. 과제를 한 번 더 미뤘다가는 낙제할 게 뻔했고 그 결과의 중요성이 짐의 행동을 바꿔놓았다. 다시 말해 과제에 대한 귀찮음보다 낙제에 대한 불안이 더 컸기 때문에 짐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과제를 해냈다. 

따라서 우리는 행동 자체에 대한 개인의 심리와 그 결과에 대한 심리가 특정한 행동을 수행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동기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각각의 욕구가 서로 맞섰을 때 더 강한 쪽이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엉뚱한 방향으로 몸과 마음이 기울 때도 있다. 이때 인간의 내면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p.46)

 

행동과 결과 사이의 심리적 대결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이는 구분해서 알아보자. 첫 번째는 그 사람이 아직 행동을 시작하지 안항ㅆ을 때 일어난다. 이를테면 짐이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 경우 행동과 그 결과는 모두 미래에 불과하다. 둘 다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마음속에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이미 어떤 행동을 하는 도중이거나 거기에 한참 몰입하고 있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면 준서가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을 때다. 그 경우 행동과 결과 사이에 차이가 있다. 현재 그 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그 결과는 미래에 대한 전망이자 예측일 뿐이다.

짐의 경우, 논문을 쓰는 행위와 그 결과는 마음속에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 짐이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을 때 논문을 쓰기 시작한 이유가 불안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논문을 제출하지 못할 경우 벌어질 결과에 대한 불안감이 현재의 짐에게 '당장 해!'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짐이 논문을 쓰는 행위 자체도 미래의 일이다. 짐이 과제를 하려고 마음먹을 때마다 생기는 두려움 역시 현재의 짐에게 '일을 미뤄!'라고 시그널을 보낸다. 즉, 미래의 내가 행동과 결과에 따른 감정을 예측하여 현재의 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에 비추어볼 때 한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게끔 동기부여를 하는 데 감정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나 예정된 일을 떠올릴 때, 그 일과 관련된 생각이나 느낌이 그 사람의 현재 심경에 영향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직 행동을 시작하기 전이던 첫 번째 시나리오와 달리, 이미 행동에 한참 몰입하고 있는 경우에 일어나는 심리 갈등은 어떤 식일까? (.48-49)

 

감정뿐 아니라 신체적인 욕구 또한 중요한 동기라는 의미다. (p.53)

 

그 활동이 아무리 바람직하고 장기적으로 유익할지라도 활동을 사직하는 데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이 바로 진이 장벽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떤 활동을 실행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활동을 시작하는 데 요구되는 행동과 그 활동 자체다. 따라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 앞에 어떤 진입 장벽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십중팔구 그것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방해물 역할을 할 것이다. 대개 그것은 따분하고 힘들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당장은 내키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바람직하다면 진입 장벽은 우리의 방해물이다. 반대로 게임처럼 어떤 일이 아무리 재밌어도 그 결과가 해롭다면 일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진입 장벽은 행동을 자제하게 도와주는 지원군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때, 혹은 하고 싶지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멈춰야 할 때 언제나 이 진입 장벽의 영향을 받는다. 마음을 다잡으면서 내키지 않은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미 뭔가에 빠져 있는데 도중에 그만두고 싶을 때, 모은 경우가 다 마찬가지이다. (p.56-57)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그만둬야 하는 일은 계속하게 되는 원인을 알아보았다. 원인은 바로 활동을 구성하는 세 가지 심리적 요소에 있었다.

세 가지 심리적 요소란 어떤 활동과 그 활동의 결과, 그 활동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노력이다. 이 요소들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서로 힘을 겨루며 충돌하고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p.58)

 

신체 감각으로 느끼는 쾌락과 불쾌가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영향력의 본질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쾌락은 늘리고 불쾌는 줄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p.77)

 

쾌락을 늘리고 불쾌를 줄이는 것이 주요한 동기부여의 방법일 뿐 아니라 동기부여의 정수 자체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쾌락 원책은 인간의 생각과 행동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일상에서 쾌락과 불쾌가 동기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의식해도 보통 그 감정이 자신의 생곽과 행동의 결과라고만 여기는데, 사실 감정 자체가 원인이다.

이렇듯 쾌락 원칙이 동기부여에 가장 기초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무의식적 본질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이제 더 이상 그것이 무의식적 메커니즘의 원동력이라는 점을 의심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심리학 이론에서 이런 요소만의 자리를 인간 정신 속 고유한 무의식 체계와 마찬가지로 별도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미 널리 알려지고 방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무의식적 연상 체계와 별개로 말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명칭은 '무의식적 쾌락'이다. (p.80)

 

인간 행동에 미치는 요소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요인뿐 아니라 감정, 본능, 연상, 상상에서 비롯된 감각은 모두 쾌락 또는 불쾌의 원천이며 어떤 식으로든 인간의 행동과 인식에 영향을 준다. 그 모든 것은 결국 동기부여의 첫 번째 층위, 즉 인간의 몸과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무의식적 쾌락에 직접 작용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 이면에 숨은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목표 인지가 아니라 목표를 향한 의욕이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이 인간의 행동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신체 감각과 정신 감각을 쾌락으로 느끼는가, 불쾌로 느끼는가? 바로 이것이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다. (p.89-90)

 

한 사람에게 쾌감과 불쾌감이 동시에 덮치면 어떻게 될까? 이때 쾌감과 불쾌감은 서로 주의력을 더 차지하려고 다툴 것이다.

여러 가지 자극이 몰려들 때, 그중 한 자극에 기울이는 주의력이 크면 클수록 사람은 그 자극에 대한 지각을 더 생생하게 받아들인다. 이는 무의식적 쾌락의 기능과도 부합한다. 사람은 자극이 인지에 영향을 주라고 맨 먼저 요구하는 것을 지각하게 된다. 따라서 감각이 강렬할수록 그 감각에 기울이는 주의력이 무의식적으로 커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간이 주의력을 어디에 쏟을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런 능력을 보통 정신력이라 부른다. 이 정신력은 무의식적 쾌락과 충돌하는데 무의식적 쾌락을 이겨 내지 못할 때가 많다. 즐겁지도 않고 별 소득도 없는 생각이나 행위일 경우 우리는 그 일에 주의력을 기울이기도, 주의력을 지속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주의력을 기울일지 선택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간접적으로 무의식적 쾌락을 억제할 수도 있다. 자신의 주의력을 의식적으로 한곳에 기울이면 쾌락과 불쾌의 정도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p.96-97)

 

우리는 스스로를 얼마나 통제하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정말 우리의 주인일까? 아니면 그렇게 착각하고 있는 걸까? (p.105)

 

무의식적 쾌락이 유발하는 나쁜 행동들, 즉 게으름이나 미루기 등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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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무의식적 쾌락에 자극받아 나쁜 행동을 하려 할 때, 이를 막을 첫 번째 심리적 무기는 양심의 가책과 자기혐오다. 이는 수치심 또는 죄책감에서 비롯된 불쾌한 감정이다. 인간은 보통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동안이나 하고 난 후에 죄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낀다. 이 같은 부정적 감정은 부도덕한 일에 대해 생각하면서 속으로 즐거워할 때도 느낄 수 있다.

이 감정은 '행동의 결과' 영역에 속한다. 스스로 후회할 일을 할 때 느끼는 감정으로, 그 일을 그만두고 더 나은 일을 하도록 만드는 동기가 된다. 현재 활동이 아니라 미래 활동인 경우에도 부끄럽고 자책할 만한 일을 자신이 한다는 상상만으로 수치심심이나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이런 감정이 그 일에 손대지 못하도록 막는 수단이 된다.

수치심이나 죄책감은 무의식적 쾌락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낸 감정이다. 여기에는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우리가 원치 않는 행동을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하지만, 그런 일을 완벽하게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점이다. '죄의식을 동반한 쾌락'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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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런 감정은 안 좋은 일을 피하고 좋은 쪽으로 가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매우 유용한 원천이다. 동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딘 셈이다. 모자란 동기는 같은 목적을 위한 다른 동기로 보충하면 된다. (p.145-147)

 

비이성적이고 어리석은 판단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행동을 할 때 늘 결과를 연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 습관을 들이려면 보통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반복해서 습득해야 한다. 연상은 한 가지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이어달리기하듯 생각을 계속 변화시키는 사고 과정이다. 어떤 행동을 떠올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연상하는 것은 수차례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 그러면 불쾌한 생각에서 유쾌한 생각으로 옮겨지는 것도 쉬워진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습관이 쾌락을 주지만 나에게 해로운 일에 대처할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p.152-153)

 

행동을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으로 바꾸는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이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각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외부 환경은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행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간적접으로 영향을 주지만 상당히 효과가 좋다. (p.154)